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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전문 변호사 최유나 “이별에 집중해야 관계가 보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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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란, 관계가 내포한 꽤 개연성 높은 결말일 수밖에 없다.” 숱한 이별을 지켜봐 온 이혼 전문 변호사 최유나의 말이다. 부부 뿐만 아니라 가족, 연인, 친구, 심지어 나 자신과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만났기 때문에 헤어지고, 만남이 영원할 거라 생각할수록 이별은 앞당겨진다. 이러한 관계의 속성을 꿰뚫어 보았기에, 최유나 변호사는 묻는다. “내 소중한 사람들이 영원한 내 삶의 반경 안에 있을 것처럼 무심하게 살아가고 있진 않은가.” 

그리고 제안한다. “끝나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자주 떠올리며 살아보는 건 어떨까.” 그런 마음으로 에세이 『혼자와 함께 사이』를 썼다. 이혼 전문 변호사로서, 평범한 한 개인으로서, 자신의 경험을 통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들을 모았다. ‘이 책의 주제는 이별’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이것이 자신이 만났던 의뢰인들의 이야기이자 자신의 이야기이고, 모두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혼 전문 변호사로서 20대부터 수천 건의 이혼 사건을 맡아 진행해 온 최유나 저자는 자신의 일이 “이혼을 막기도, 돕기도 하는 것”이라 말한다. 수많은 갈등과 화해, 치유와 결별의 장면을 목격하며 관계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했고, 그렇게 깨달은 바를 인스타툰 <메리지 레드>에 담았다. 큰 공감을 불러 일으켰던 이 이야기는 단행본 『우리 이만 헤어져요』로 출간됐고, 저자는 tvN <유퀴즈온더블럭>, <세바시> 등 여러 방송을 통해 온기 어린 조언을 건넸다.

 


이별에 집중해야 관계가 보이니까요

『우리 이만 헤어져요』가 나왔을 때, 예약판매만으로 베스트셀러에 올랐었죠. 이번 책도 출간된 지 얼마 안 돼서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감사하죠. 제가 10년간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다는 점에 점수를 많이 주시는 것 같아요. 저도 에세이를 되게 좋아하는 독자라서 에세이를 평가하는 기준이 좀 높은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에세이를 쓰는 게 부끄럽고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저한테 원하시는 게 문장의 아름다움이라든지 작품성이 아닌 것 같았어요.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 사람들이 어떻게 아픔을 치유하는지 지켜본 사람이라는 것에 점수를 많이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책을 쓸 때는 편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내 경험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람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이야기는 이런 것이구나’ ‘나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구나’라는 건 어떻게 알게 되셨어요?

<메리지 레드>를 시작할 때만 해도 그걸 알고 시작한 건 아니었고요. 연재를 하면서 사람들의 DM이나 댓글을 보면서 알게 됐어요. DM을 보내시는 분들이 부부 관계나 인간관계에서 힘든 점을 말씀하시면서 ‘저 같은 사람도 있나요?’라고 물어보세요.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 이런 걸로 상처받는 사람, 이런 걸로 부부 싸움을 하는 사람이 있냐고 물어보시거든요. 자신과 비슷한 케이스가 있는지 저한테 듣고 싶어 하시고,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위로를 받으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똑같거나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 본 사람이라 해도 갑자기 하나 되듯 공감대를 형성하잖아요.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책에도 보편적인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쓰게 됐어요.

첫 번째 에세이인 만큼 작가님께 의미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쓰시는 동안에는 어떠셨나요? 

이 책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면 너무 좋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고 해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할 만큼, 저의 10년을 돌이켜 보게 해줬고요. 스스로의 성장기를 쓰는 느낌이었어요. 책에서 의뢰인 분들을 통해서 제가 느끼고 깨달은 바를 썼는데, 의뢰인 분들의 이야기인 것처럼 담겨 있기도 하지만 제 이야기이기도 하거든요. 의뢰인 분들이 사건을 통해서 홀로서기를 하고 성장해 가는 기간에 저도 그 분들을 통해서 내면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했다고 생각해요. 그 분들이 저에게 준 힘인 것 같아요. 책을 쓰면서 그걸 깨닫게 되더라고요. 

제 인생을 돌아보면서 또 한 챕터를 넘겼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쓰는 시간도 좋았지만 지금 이 시간도 되게 좋더라고요. 이 책을 행복하게 읽어주신 분들의 후기를 많이 듣거든요. DM을 통해서 받기도 하고 지인들이 카톡을 보내기도 해요. 제가 어떻게 살았는지 아주 가까이에서 본 가족이나 친구들도 이 책에 그냥 제가 담겨있다고 이야기를 해줘서, 지금 이 시간도 되게 좋고 되게 재밌는 일이었던 것 같아요. 

『혼자와 함께 사이』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에세이라는 건 제 자신을 반영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저의 성장기를 담은 책이에요. 제 성장기에 가장 큰 획은 그은 것이 아버지, 아버지와의 이별이고요. 또 의뢰인들의 이별을 지켜본 것이에요. 제가 20대 때부터 이혼 소송을 하면서 의뢰인들과의 관계에서도 힘듦이 있었는데, 그렇게 중압감을 느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정말 힘들었지만, 당시에 감당이 안 되던 것들을 (아버지와의) 이별을 통해서 뛰어넘는 경험을 했어요. 그게 고통이 주는 힘인 것 같더라고요. 

그걸 통해서 성장했기 때문에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을 한 거고요. 이 책의 주제를 하나로 말하자면 ‘이별’인 거죠. 가족과의 이별, 부부 간의 이별, 연인과의 이별, 친구와의 이별에 대해 썼어요. 이별에 집중해야 관계가 보이니까요. 이별은 관계가 잘 풀리지 않았을 때의 결과치일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이별에서 소급해서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같이 잘 서있을 수 있으려면 혼자서도 잘 설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책 전반에 깔려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트라우마, 피해의식, 자존감 같은 이야기들도 많습니다. 

이 책의 내용이 다 그렇지만, 그건 저의 이야기이고 의뢰인 분들의 이야기이고 모두의 이야기인 것 같아요. 트라우마, 피해 의식, 결핍이 없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관계라는 게 무서운 게 뭐냐 하면, 친밀해질수록 자신의 밑바닥이 점점 드러나잖아요. 그래서 친해질수록 어떤 때에는 더 가식적으로 되는 것 같은 경험도 많이 해요. 

책에서 제가 제일 친한 친구 두 명과 헤어지게 된 이야기를 썼는데, 스스로에 대한 반성의 이야기였어요. 친한 친구일수록 제가 완벽한 모습을 보이려고 하더라고요. 배우자한테도 그랬고요. 나는 혼자서 일도 잘하고 아이도 잘 키우는 사람이라는, 슈퍼우먼 코스프레를 계속하는 거죠. 이런 제 자신을 보면서 ‘나도 어딘가 좀 아프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언제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출산 직후에 직방으로 깨달은 것 같아요. 솔직히 출산 직후에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 없거든요. 그런데 저는 혼자 해내려고 했었나 봐요. 나한테 완벽한 사람으로 보이려고 하는 강박이 있구나, 그런 부분에 결핍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스스로를 오랫동안 되돌아보게 된 시기였어요.

남편 분은 어떠셨나요?

아마 남편도 비슷했을 거예요.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강박이나 결핍을 숨기지 못하고 드러내는 시기였던 것 같아요. 저도 예민한 시기였는데 겹친 거죠. 아이라는 존재가 세상에 태어나면 시간도 없고 에너지도 없으니까 같이 드러나요. 그런데 대부분의 부부가 그렇게 헤어지거든요. 서로 타이밍이라도 다르면 한 명이 품어주면 되는데, 항상 그 시기가 같이 오는 거죠. 사업이 힘들 때, 집안일이 힘들 때, 부모님이 아프시거나 어떤 이벤트가 일어나면, 서로의 밑바닥을 함께 드러내면서 막장까지 치닫게 되고 헤어지자고 말하게 돼요. 

그래서 책에서 한 이야기가, 트라우마나 피해의식이나 결핍 같은 걸 자꾸 숨기려고 하지 말라는 거였어요. 내가 어떤 걸 갖고 있는지 파악하고 상대방이 가진 것도 파악해야 돼요. 그리고 진짜 인정을 하는 거죠. 내 입으로 말할 수 있을 만큼. 그러면 노력을 하고 넘어설 수가 있는데, 그걸 모르는 상태에서 이별을 맞은 사람들은 미련이 남고 내가 뭘 잘못했나 계속 생각하게 돼요. 또는 무조건 상대의 잘못이라고 생각해버려요. 그런데 무조건 상대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면 힘들거든요. 상대는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차라리 내 잘못이라는 걸 알면 다음 관계에서도 노력을 할 수가 있어요.

두 사람 모두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 싸움이 커진다는 말씀에 공감해요. 

저도 그런 순간들이 많았거든요. 지금보다 어렸던 20대 후반에는 의뢰인 분들의 소장을 보면서 ‘진짜 이런 이유로 이혼을 한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어요. 저도 모르게 가치 판단을 하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그 소장에 나왔던 대사들을 어느 순간 제가 읊고 있고 제 남편이 읊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 ‘이건 인류 공통의 일이구나’, ‘사람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 다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시작이구나’ 싶었어요. 

결국 그걸 이겨내고 성숙해지는 것 같아요. 그게 친밀한 관계에서 느끼는 고통이 주는 성장의 힘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혼을 했느냐 안 했느냐’ 하는 것은 선택이지, 더 중요한 건 ‘그걸 통해서 자신이 발전했느냐 후회했느냐’인 것 같아요. 자신이 ‘이건 정말 해야 하는 이별이었어’라고 생각하고 의존적이었던 사람이 홀로서기를 하고 혼자임을 즐기게 될 때, 그건 정말 건강한 이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말하는 슬픈 이별은 자존심 때문에, 치졸한 자기 한계를 이겨내지 못해서 결국 상대방 탓으로 돌리고 나중에 가서야 자신의 잘못이었음을 깨닫는 이별이에요. 그런 이별은 안타깝더라고요. 



결혼하더니 사람이 변했다?

‘노력의 바통 터치’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한 사람의 인내로 유지되는 관계는 위태롭다는 이야기였죠. 

사실 이혼하시는 분들을 많이 욕하시거든요. 제가 <유퀴즈온더블록>에 나가서 이별은 쉬운 일이 아니고 이혼하시는 분들을 존경한다고 말했는데 ‘존경’이라는 단어 때문에 진짜 욕을 많이 먹었어요. 그런데 제가 그 분들을 직접 봤기 때문에 존경할 수 있는 거거든요. 얼마나 많은 인내와 노력을 해서 여기까지 왔는지를 보니까 그 단어를 쓴 거예요. 사람들의 편견에서는 ‘자식도 있는데 노력도 안하고 힘들다고 그냥 이혼해 버리는 사람들을 존경한다고 표현하면 이혼을 조장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저도 자식을 둘 낳아서 키우는 엄마이지만, 이혼은 진짜 웬만해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요. 정말 최선의 노력을 다 하고 나서 결정하는 거예요. 저는 그게 대단하다고 생각을 하는 거고요.

일방적으로 계속 노력하시다가 이혼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조금 극단적인 예이지만, 20~30년간 폭행을 당해 오신 어머님들이 진짜 많거든요. 저는 이 직업을 가지지 않았다면 폭행당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을 거예요. 가정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사각지대예요.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신고도 잘 안 하고, 내 자식의 엄마이고 아빠이기 때문에 전과가 남는 게 싫어서 참고 넘어가요. 그리고 대부분은 희망을 갖고 사시죠. 

좋아질 거다, 지금은 힘든 일이 있어서 그렇지 지나가면 좋아질 거다, 이렇게 생각하고 20~30년을 참아 오시다가 자식들 손에 이끌려서 이혼 하러 오신 어머님들이 많으세요. 옛날에는 가부장적인 문화 때문에 폭력이 정당화된 경우도 있었고요. 그런 분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정말 끊임없이 계속 노력을 해오셨어요. 예를 들면, 남편한테 폭행을 당하는데도 칠첩반상을 차려놓으시는 거죠. 세대 차이일 수 있는데, 그 분들은 그게 당연한 거예요.

그럴 때 ‘노력의 바통’을 상대에게 넘겨주라고 하시겠네요. 

노력을 멈춰라, 가정을 지키고 싶으시면 멈추셔야 된다, 말씀을 드리죠. 가정을 깨려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고, 가정을 지키려면 본인도 달라지셔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거예요. 그런 이야기를 자식들이 해도 바뀌지 않으시다가 저한테 오시면 좀 되기 시작해요. 지금 배우자가 하는 행동이 객관적으로 범죄 행위가 된다는 걸 인지하게 되는 거예요. 그러면 수십 년 동안 자신한테 돌리던 화살이 드디어 상대방을 향하는 거예요. 

이런 극단적인 예가 아니더라도, 나 자신을 넘어가면서까지 상대방한테 맞추려고 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그런 관계는 진짜 좋은 관계라고 보기 어려워요. 만나면 항상 웃고 좋은 이야기만 하니까 사람들이 나를 찾고 인기가 많지만, 자꾸만 혼자 있고 싶거든요. 에너지가 너무 많이 소진돼 버리니까. 그건 좋은 관계가 아니에요. 그런 걸 볼 때 노력을 좀 멈추시라고 말씀드리죠.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하기 전에, 꼭 맞춰보거나 확인해 봐야 할 것’으로 ‘욕망’을 꼽으셨습니다. 그런데 결혼 전에 서로의 욕망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별로 없어요. 

맞아요. 그때만 해도 호르몬이 상대방을 원하니까,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척 하죠. 거의 다 그러더라고요. 저희 남편이 저를 그런 식으로 속였거든요. (웃음) 결혼하신 분들은 다 그렇게 얘기하시더라고요. (웃음) 그런데 부부가 다른 건 다 맞출 수 있더라고요. 생활 습관이나 식습관, 온도 차이 때문에 창문을 열고 닫고 하는 것도 어떻게든 해결이 돼요. 그런데 욕망이 너무 다르면 결국 헤어지시는 걸 많이 봐요. 제가 헤어지는 사람들만 보니까 그렇게 이야기하는 걸 수도 있겠지만, 욕망은 갖고 태어나는 거라 잘 안 바뀌는 것 같더라고요. 

예를 들어서, 누군가와 함께할 때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있잖아요. 어떻게 보면 관계 지향적인 욕망이 진짜 강한 사람이죠. 또 어떤 사람은 일적인 성취에 완전히 매여 있잖아요. 어느 정도 수준을 넘어서도 멈춰지지 않고. 그런 두 사람이 만났을 때가 되게 힘들거든요. 타협이 되는 성격이 있고, 자신의 욕망을 상대방한테 강요하는 성격이 있는데, 그 성격 차이 때문에 결국은 헤어져요. 욕망이 다른 두 사람이 만났을 때 다르다는 것 자체보다 중요한 건 해결 가능한 것이냐 하는 거예요. 얼마간은 서로 양보할 수 있는지, 그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남편 분께 속았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웃음) 책에서 말씀하신 ‘돌변 시점’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어요. ‘연애할 때는 안 그러더니, 결혼하니까 사람이 변했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작가님은 ‘사람’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변하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저 또한 그걸 알아채는 데 되게 오래 걸렸어요. 대부분 사랑이 변했다고 생각하는데, 목적과 상황이 바뀐 것 같아요. 결혼 전에는 목적이 하나더라고요. 더 좋아하는 사람이 이 사람을 (나의) 가족으로 묶고 싶은 거죠. 그래서 ‘나는 너랑 비슷한 사람이야’ 하면서 상대에게 맞추기 위한 몸부림을 멈추지 않아요. 그러다 결혼을 하고 한 울타리에 들어오면 목적이 바뀌잖아요. 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한 더 장기 플랜이 시작되는 거예요. 

물론 애정이 식고 마음이 변해서 결혼 생활에 미련이 없는 사람들도 일부 있겠죠. 그런데 저는 그런 사람들은 10% 정도밖에 안 된다고 생각해요. 80~90%는 더 잘 살기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애쓰고 있는 건데 표현이 부족해서 그런 오해를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같은 목표를 향해서 같은 방향으로 가는데 길을 잃어버리는 거죠. ‘우리가 저기로 가고 있어’라는 걸 꾸준히 이야기해주지 않으면 결국 다른 길로 가요.

“관계는 그냥 두면 자연히 멀어지다 소멸되는 것이 정상이다”라는 문장이 떠오르네요. 

끊임없이 이야기해주지 않고 그냥 두면 자연 소멸해요. 그러니까 부부는 헤어져요. 길이 달라지는 거죠. 그런데 그걸 이혼하고 3~4년 있다가 알게 되는 분들이 있어요. 상대의 부재를 몇 년간 겪으면서 (그동안) 상대가 뭘 하고 있었는지 보이기 시작하는 거죠. 그때 깨닫고 후회해요. 



응원받아야 할 이별, 생각보다 많아요

“노력 끝의 이별은 응원 받아야 마땅하다”고 쓰셨는데요. 이 말에 위로 받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부부뿐만 아니라, 관계를 정리하시는 분들은 다 죄책감 같은 걸 가지고 있거든요. 내가 조금 더 했더라면, 하고 생각하시는 거죠.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노력 끝의 이별’이라는 거거든요. 양쪽 다 그런 생각을 했다면 이별이라는 결과를 얻지 않았을 테니까요. 한쪽만 그렇게 생각하는 관계라면, 거기에서는 더 노력을 했어도 안 됐을 거예요. 그런데 계속 노력하시던 분들은 여전히 후회하고 반성하고 더 노력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원래 노력 안 하시던 분들은 관계가 끝나고도 ‘너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노력 끝의 이별은 응원 받아야 마땅하다’고 쓴 거예요. 정말 노력하다가 이별하러 오신 분들은 진짜 응원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말도 안 되는, 안 해도 되는 노력을 해 오신 분들도 계시지만, 자기 자신과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더 이상 할 수 없기 때문에 이성적으로 이별을 결정하시는 분도 있어요. 다 너무 멋있는 이별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분들을 보면 응원을 많이 해드려요. 그런데 그것 때문에 욕을 먹기도 하죠. 가족들이 몰려와서 이혼 부추겼다고 하시지만, 진짜 진심으로 응원하는 이별들이 많아요. 이혼을 해야 살 수 있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그럼요. ‘이혼을 해야 살 수 있는’ 경우도 많이 있죠. 

극단적으로는 생명의 위협을 받는 사람부터 시작해서 정신 건강이 위협 받거나, 관계를 지속해 나갈수록 모든 병이 추가되는 사람도 있어요. 공황장애, 우울증, 조울증, 이렇게 3개는 기본으로 갖고 오시거든요. 정말 노력하셨다는 이야기죠. 노력을 안 했으면 그 병이 안 찾아왔을 텐데, 안으로 계속 삭혀서 병이 온 거니까요. 그런 진단서를 갖고 오시는 분들을 보면 할 말이 없죠. 그저 응원하고 위로하고, 잘 하셨다고 힘내시라고 말씀드리는 것밖에는. 그런 상황에서 분리가 돼야만 자아를 찾을 수 있는 분들이 계세요. 응원 받아야 할 이별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노력하지 않은 이혼에 대해서는 따끔하게 말씀하시잖아요.

네. 도피성 이혼이나 자존심의 승리를 위한 이혼, 그냥 상대방을 한번 밟아주기 위한 이혼... 별 종류의 이혼이 다 있죠.

‘권태’를 이유로 이혼하는 경우도 있다면서요. 그런 사람들에게 일갈하셨어요. “시즌2 지루하다고 시즌3 무조건 안 보실 건가요?” “시즌3에 어떤 게 있을 줄 아시고”라는 말이었죠. (웃음)

진짜로 시즌 3, 시즌 4가 더 재밌을 때가 많은데 그냥 좀 지루하다고 중간에 하차하는 거죠. 영상이야 그래도 되지만, 자식들도 있는데 지루해서 이혼한다고 하니까, 어떻게 그걸 응원해줄 수 있겠어요. 제가 변호사이지만, 그 사람이 이혼하면 제가 돈 벌지만, 그런 사람을 만나면 표정 관리가 안 돼요. 저도 두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들이 없으면, 서로 동의만 한다면야 이별하면 그만이죠. 그걸 누가 욕했어요. 

그렇지만 아이들은 재미로 태어난 게 아닌데, 너무 화가 나죠. 어떤 때는 사건 수임을 거절하기도 해요. ‘이건 변호사님한테만 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러면서 ‘결혼하면 재밌을 줄 알았는데 아이 낳아보니까 진짜 재미없더라고요, 이게 이혼을 하지 않으면 끝이 안 나요, 그럼 제가 (가족들을) 10~20년 책임져야 되는데, 발 빼고 싶어요’라고 하는, 너무 심한 경우도 있어요. 남녀를 불문하고요. 그런 사람을 보면 분노가 차오르죠.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일단은, 제가 글을 쓸 수 있게 된 건 다 독자 분들 덕분이니까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저는 변호사가 되기 전에도 누가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항상 작가라고 말했을 정도로 꼭 책을 내고 싶었어요. 중고등학생 때도 혼자 글 써서 묶어서 표지까지 만들어서 책처럼 만들었었어요. 내 이름으로 책이 나온다는 것 자체로 너무 행복해 했어요. 이렇게 책을 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건 다 독자 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그리고 또 하고 싶은 이야기는, 관계라는 것이 누구한테나 어렵고 혼자서 아무리 공부하고 노력해도 해결할 수 없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만 나 자신에게 떳떳하고, 스스로에게 떳떳해지는 순간에는 더 이상 이별이 두렵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런 순간이 올 수 있도록 모두가 자기 자신을 위해서 타인에게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최유나

20대부터 이혼 변호사로 활동하며 1,000건 이상의 이혼 소송을 진행했다. 누군가의 인생에 불현듯 닥쳐온 고통의 시기에 든든한 동반자가 되는 것을 천직이라고 여기는, 소송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또 배우는 워킹맘. 숱한 간접 경험을 통해 느끼고 배우는 것을 공유하고 이혼 소송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김현원 작가와 함께 인스타툰 <메리지 레드>를 시작했다. 결혼 생활 전후의 모든 시기마다 가장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갈등 상황을 다루면서도 그에 대한 이혼 변호사로서의 자기 생각을 담기 위해 애썼다. tvN <유퀴즈온더블럭>을 비롯한 다양한 방송에 출연해 관계에 관한 온기 어린 조언들을 건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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