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는 2015년부터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투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7년간 147명의 젊은 작가들을 소개했고, 180만 9798명의 독자가 투표에 참여했습니다. 올해도 6월 12일부터 7월 9일까지 투표를 진행합니다. 문학의 힘을 믿는 독자분들의 변함없는 응원을 기대합니다. |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16인'에 든 소감
많은 분들이 지켜봐주고 있다는 생각에 기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거기에 좀 더 잘 호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첫 책 『빨간 모자』의 기억
떠올려보려고 노력했지만 어떤 기분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보면 별다를 게 없었던 것 같아요. 코로나와 기타 등등의 이유로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나 축하를 받고 다음에 해야 할 일들을 계획해보는 것은 재미있었어요. 나이를 먹을수록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많아진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납니다. 20대 때는 책을 내는 일이 불가능했는데, 30대가 되니 첫 책도 내게 되었고, 40대가 되니 또 다음 책을 낼 기회들도 기다리고 있다는 점들에 대해서요.
매일 실천하는 글쓰기 루틴
그때그때 떠오르는 단어들, 문장들, 질문들을 놓치지 않고 기록하려고 애쓰는 편이에요. 주로 잠들기 전 떠오를 때가 많아 잠자리에 누운 채 눈을 감고 휴대폰의 음성 인식 기능을 활용해 주절거립니다. 그렇게 글자로 변환된 메모들은 주로 주말에 몰아서 정리하고요. 책상 앞에 앉아 필요 없는 것들은 삭제하고 새로 떠오르는 것들을 더하며 한 편의 소설에 담을 수 있는 것들끼리 묶어봅니다.
글 쓰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세 가지
첫 문장을 쓰기, 마지막 문장을 쓰기, 퇴고하기. 이런저런 이야기를 머릿속으로 굴려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이야기의 첫 문장을 실제로 쓰면서 시작을 하지 않으면 그저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망상일 뿐이죠. 또 마지막 문장의 마침표를 찍어야만 누군가에게라도(자기 자신에게라도) 보여줄 수 있는 꼴을 갖추게 된다고 생각해요. 그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채우면 되는 것이고요. 이렇게 완성된 초고를 다듬는 지루한 퇴고 과정을 해낼 시간과 체력도 꼭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나를 쓰게 하는 사소한 것들
손톱을 짧게 잘 깎은 다음에 글이 잘 써져요. 키보드를 두드릴 때 기분 좋은 감각을 '타건감이 좋다'라고 표현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는데요. 그건 건반 악기를 연주할 때 쓰는 말이 아닌가? 싶긴 했지만, 손톱을 깎고 거스러미들도 잘 제거하여 핸드크림도 바르고 손을 곱게 만든 후 리듬을 느끼듯 키보드를 두드려 댈 때면 그 단어가 꼭 생각나요. 좋은 키보드가 좋은 타건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저의 단정한 손가락의 상태가 그런 기분을 가져오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요. 그 외에는 반드시 지키는 규칙 같은 건 없어요.
가장 좋아하는 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다시, 올리브』를 좋아해요. 『올리브 키터리지』의 후속작이죠. 연작 소설로 이루어진 이 소설을 읽으면 삶과 노화, 죽음에 대해 여러 생각들을 떠올리게 돼요. 많은 소설들처럼 등장인물들의 삶은 마냥 행복하게만 흘러가지 않고 결국 망해버린 것만 같은 인생사와 인간관계를 그리는데도 그게 이상하게 마음에 남습니다. 인생에서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이 완전한 조화와 불화 없음을 상정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 인생을 보는 새로운 하나의 시각을 발견하게 해주는 것 같고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인간이 이렇게나 복잡한 존재라는 것을 아주 손쉽게,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 것 같아 굉장하다고 생각했어요.
사람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말
가끔씩 오래 연락을 하지 않았던 친구들과 연락이 닿으면 "요즘 어떻게 지내?", "별일은 없고?" 하는 물음이 오가는데요. 그런 질문들에 답을 하고 또 답을 들으면 어떤 뜨뜻한 힘이 불끈 솟는 것이 느껴질 때가 있어요. 더 좋은 다음을 기약하게 되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혼자서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게 가능한 심지가 올곧은 사람도 많겠지만. 저처럼 심지가 하늘거리는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이 전해오는 안부 인사가 몹시 도움이 돼요.
글쓰기 작업에 영감, 도움을 줬던 책
김연수 작가의 『소설가의 일』. 작법서 읽는 걸 좋아해서(글쓰기에 있어서 명쾌한 정답이란 건 없지만 꼭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으로요) 글을 쓸 때 많은 작법서들을 읽곤 하는데요. 이 책에는 정말 실용적으로 도움이 되는 문장들이 많기도 했지만 지치지 않고 꾸준히 쓸 수 있는, 글을 쓰는 태도가 느껴져서 더 좋았습니다.
작가를 꿈꾸는 사람에게
우선 『소설가의 일』에 나오는 문장을 인용하고 싶어요. "매일 글을 쓴다. 한순간 작가가 된다. 이 두 문장 사이에 신인, 즉 새로운 사람이 되는 비밀이 숨어 있다." 그렇게 매일 본인의 마음에 드는 글을 쓸 때까지 계속 써야 할 것 같아요. 그러려면 글을 쓰는 일이 좋아야 하고요. 좋아하지 않는데도 계속하기에는 녹록지 않고 보상이 보장된 일도 아니니까요. 그러니까 좋아하기만 한다면, 어차피 계속 쓸 수밖에 없으니까 책을 내는 것도 시간문제로 별로 어렵지 않은 것 같아요. 외부에서의 인정이나 호응이 늦을 수는 있겠지만요. 그건 그 사람들 잘못이고요. 나는 잘하고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계속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
삶을 풍요롭게 하는 노동에 대해 생각할 때도 있지만 요즘은 주로 삶을 훼손하는 노동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요. 점점 더 나빠지는 것들에 대해서요.
*김지연 소설가. 1983년 경남 거제에서 태어났다. 2018년 「작정기」로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9년 첫 책 『빨간 모자』를 시작으로 『마음에 없는 소리』, 『소설 보다:여름 2022』(공저), 『함께 걷는 소설』 등을 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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