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는 2015년부터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투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7년간 147명의 젊은 작가들을 소개했고, 180만 9798명의 독자가 투표에 참여했습니다. 올해도 6월 12일부터 7월 9일까지 투표를 진행합니다. 문학의 힘을 믿는 독자분들의 변함없는 응원을 기대합니다. |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16인'에 든 소감
첫 시집이 나온 이후로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영광이고 감사합니다.
첫 책 『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지』의 기억
이 시집에 실려있는 시들이 총 68편인데,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 썼던 시들을 모아 놓은 것이라 제게는 저의 일대기를 묶는 느낌이었어요. 교정지를 받았을 때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어요. 어느 날은 굉장히 기뻤다가 어느 날은 어느 숲에 숨겨놓고 싶은 그런 마음들이요. 시집을 처음 받았을 때 굉장히 추운 겨울날이었는데, 성에 낀 심장을 햇빛 같은 것으로 닦는 느낌이었어요.
매일 실천하는 글쓰기 루틴
시집도 작업해보고 산문집도 작업해 보았지만, 많은 시간 동안 앉아있는 다고 해서 글이 정직하게 나오는 것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글쓰기 전에 운동이랑 산책을 꾸준히 하려고 합니다. 8시간 동안 앉아서 글을 쓰는 것 보다 2시간은 운동하고 나머지 시간에 글을 쓰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은 글이 나오는 기분이었어요. 그래서 꼭 산책이나 운동은 빠지지 않고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글 쓰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세 가지
대상을 관조하는 눈, 마음, 체력입니다. 관조는 고요한 마음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거나 비추어 보는 것인데, 글을 쓰는 대상에 대해 항상 관조하는 마음을 가지고 쓰려고 해요. 그리고 마음은 슬픔 속에 잠겨 있거나 혹은 기쁨이 넘쳐흐를 때, 제 마음 속을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슬프고 우울할 때 그것을 양분 삼아 글이 나오기도 하고 기쁨이 가득할 때 또 그것이 재료가 되기도 하니까요. 요즘엔 예전처럼 밤새는게 쉽지 않네요.(웃음) 체력 관리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나를 쓰게 만드는 사소한 것들
노트북, 연필, 빛. 노트북으로 쓰고 다시 연필로 옮겨 적어야 제가 쓴 글이 저의 감정과 잘 맞닿아 있는지 다시 감각해보는 것 같아요. 그리고 글을 쓸 때는 저에겐 빛이 중요한데, 생각이 잘 안 떠오를 때는 빛을 계속 보고 있으면 도움이 되거든요. 그래서 작업실에는 항상 트리나 반짝이는 조명 같은 것들을 틀어놓고 작업하는 편이에요.
가장 좋아하는 작가
허수경 시인의 「포도나무를 태우며」라는 시를 좋아하는데요,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라는 시집인데, 이 구절을 참 좋아합니다.
지금 타들어가는 포도나무의 시간은 무엇으로 불립니까
정거장에서 이별을 하던 두 별 사이에도 죽음과 삶만이 있습니까
지금 타오르는 저 불길은 무덤입니까 술 없는 음복입니까
글쓰기 작업에 영감, 도움을 줬던 책
포리스트 카터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좋아해요. 지나왔던 과거들을 돌이켜보면 나의 일부는 여전히 그곳에 살아 있고 여기 내가 살아 있는 한 슬픔은 소멸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 작은 나무가 사랑과 슬픔을 배워 나가는 과정이 제가 살아왔던 삶이랑 맞닿아 있던 것 같아요. 그러니 제가 배운 사랑과 슬픔은 알 듯도 모를 듯도 한 마음을, 새벽에 쓰는 편지를, 사랑은 우리를 결국 울게 하는 것들, 살아 있는 모든 의미들인 것 같아요.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저는 등단을 하는데 10년 정도가 걸렸어요.(웃음) 고등학교 때부터 시를 썼으니까 정확히는 11년이네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 쓰는 일은 장거리 달리기 같아요. 등단을 하고 싶은 혹은 등단을 하지 않더라도 한 권의 자기 시 세계를 엮을 수 있는 시들이 모일 때 까지 자기 자신을 끝까지 믿어 보라고 이야기 하고 싶어요. 파이팅 ! 지금 이 글을 보는 작가 지망생들에게 천사들의 호위를...
지금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
저는 가끔 음악도 하는데요, 얼마 전에 팝페라 테너 임형주의 9집 타이틀 곡을 쓰게 되었는데요. '소멸하는 밤'이라는 제목입니다. 요즘엔 계속 음악이랑 가까워서 그랬던지 주변에 것들에 귀를 기울이는 것 같아요. 소멸하는 것들, 소멸하지 않는 것들 이렇게 분류를 하면서요. 세상은 소리가 나는 것들과 나뉘지 않는 것들로 나누어진다라는 표현을 시에 썼던 적이 있었어요. 나는 지금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나의 마음을 입술로 말하는 것이 기쁨이라고 자꾸 되 뇌이고 있어요. 슬픔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사랑으로 이어진다는 것, 사랑의 다른 얼굴이 슬픔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 슬픔에 빠진 분이 있다면, 제 시집을 보면서 슬픔도 이렇게 시로 탄생이 될 수 있구나, 하는 마음들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슬픔을 그대로 두는 것이 아니라 애도를 통해서 슬픔을 안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인간으로서 가장 인간다울 때가 애도의 마음을 가질 때라고 생각하거든요.
사람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말'
슬픔 같아요. 사랑의 반대말인 것 같지만 인간이 슬픔을 알기 때문에 사람으로서 완성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슬픔을 통해 사랑을 알게 되고, 나의 나약함을 인정하게 되고, 그리고 다시 일어서게 되니까요. 그리고 뒤돌아서 생각해보면 내가 사랑했던 사랑들이 슬픔으로 남을 때 뒷걸음치게도 하지만, 그것을 딛고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정현우 1986년 평택에서 태어났다. 201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으로 등단했고, 2021년 첫 책 『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지』를 시작으로 『우리는 약속도 없이 사랑을 하고』, 『소멸하는 밤』 등을 썼다. |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