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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카 비어만, '책 먹는 여우'처럼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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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과 후추를 쳐서 책을 꿀꺽! 맛나게 먹는 여우를 아시는지. 2001년 독일에서 출간되어 국내에서 80만 부 이상이 팔린 『책 먹는 여우』는 아이들에게 책이 얼마나 맛있고 즐거운지 가르쳐 준다. 책을 많이 읽고 스스로 이야기를 쓰면서 유명 작가가 된 여우는 '잭키 마론'이라는 탐정이 등장하는 소설을 쓰게 되는데, 그 소설 역시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잭키 마론 시리즈의 공동 작가(잭키 마론 시리즈에는 '책 먹는 여우와 프란치스카 비어만'이 글을 썼다고 나와 있다) 프란치스카 비어만의 방한을 기념해 짧게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을 위해서 책을 쓰는 사람

한국에 온 지 6일째입니다. 그동안 어떻게 보내셨나요?

그동안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잭키 마론> 시리즈를 설명하고, 같이 그림 그리는 워크샵을 진행했어요. 초등학교에 찾아가 3학년, 4학년 아이들과 워크샵도 진행했고, 일간지 인터뷰와 라이브 방송 촬영, 독일문화원 방문 등이 있었네요. 곧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에서 이틀에 거쳐 비인간 존재로 변해보고, 그 경험을 스토리와 이미지로 발전시키는 워크숍을 할 예정이에요.

바쁘게 보내셨어요. 업무 출장에 가까운걸요.

다음주에 가족이 한국에 와서 합류하고, 며칠간 한국에서 머물면서 관광을 하려고 해요. 다음 주말에는 일본 여행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일정을 들어보니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네요. 아이들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아이들은 사실 제 고객이기도 하죠. 저는 아이들을 위해서 책을 쓰는 사람이니까요.(웃음) 아이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잭키 마론> 시리즈는 '책 먹는 여우'가 작가가 되어 쓰는 책입니다. 이 아이디어는 어디서 시작됐나요?

『책 먹는 여우』에서 여우 아저씨가 책을 많이 먹는다는 것은 여우가 많은 이야기를 읽었다는 뜻이기도 하죠. 『책 먹는 여우』를 읽다 보면 여우 아저씨가 쓴 글에서 탐정이 등장하는데요. 이 그림에서 잭키 마론이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쓰게 됐어요. 20년 전 책에서 새로운 책의 아이디어가 나온 셈이네요! 

여우 아저씨뿐만 아니라 작가님도 탐정 소설을 좋아하나요?

언제나요. 어렸을 때부터 애거서 크리스티의 탐정 소설을 즐겨 읽었어요. 폭력적인 장면이나 자극적인 장면이 없더라도 추리하는 과정을 즐겼죠.

추리 이야기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작가가 묘사해 놓은 내용을 토대로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이 일어난 동기를 해결하는 과정이 긴장감을 주기 때문인 것 같아요. 작가가 만들어놓은 주인공의 길을 따라 가는 것이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요소가 되기도 하고요.

『책 먹는 여우』의 여우 아저씨가 나온지 2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캐릭터를 생각하는 관점이 달라진 게 있나요?

『책 먹는 여우』도 그렇고, 잭키 마론 시리즈가 나온 것도 오랜 세월이 흘렀죠. 그동안 캐릭터 그림체가 좀 더 둥글둥글해진 변화가 있었고요. 내용적으로 바뀐 게 있다면, 첫 번째 책이 나왔을 때 저는 결혼을 하지 않았고 아이도 없었어요. 어떻게 보면 예술가로서의 변화일 수 있겠죠? 아이들에게 접근하는 방식이 바뀌기도 했고요.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가 달라졌나요?

<잭키 마론> 시리즈에서 다뤄지는 주제들이 사실은 아이들에게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과 연관되어 있어요. 제 아들에게 어떻게 설명을 하면 좋을지 알 수 없는 문제가 생기면, '아, 이걸 작품을 통해 묘사하면 아이들이 보고서 생각을 하겠구나'라고 느껴요. 생활에서의 모든 경험이 책의 어떤 소재나 주제에 영향을 미치죠.

작가님의 아이들도 작가님의 책을 좋아하나요?

제 아이들이 저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웃음) 좋은 독자가 될 수 없답니다. 충분히 비판을 안 해주거든요.

작가님에게 영향을 준 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동화요. 어떤 나라의 동화이건 주인공이 여러 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상황을 해결하는 패턴이 나타난다고 생각해요. 동화 안에는 우정의 문제, 감정의 문제도 있고 어떤 사람을 사귀고 어떤 사람과 싸우는지, 사람이 살면서 겪는 모든 주제가 동화에 다 들어있어요. 이야기가 어떤 반전을 이루는지,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등 이야기를 만드는 기술적인 부분도 있고요. 

책을 한 권 만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가장 중요한 건 기본적인 아이디어죠. 다른 표현으로는 영감인데, 다른 책과 차별성이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게 가장 처음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디어는 하나의 문장이 될 수도 있고, 단어가 될 수도 있고, 하나의 개념이 될 수도 있는데, 과연 그 영감이 작품으로서 가치가 있을지 생각하는 게 시작이에요. 그 다음에야 기술적인 면을 생각하는데, 그림이 먼저냐 글이 먼저냐는 중요치 않고 탁구 치듯 글을 풀다 아이디어가 생기면 그림을 그려보고, 그림을 그리다 영감이 생기면 글을 쓰기도 하고요.

영감이 막혔을 때, 답답할 때는 어떤 일을 하시나요?

그러면 옆으로 밀어내고 일단 다른 공간에서 다른 생각을 해요. 다시 들여다보면 발전시킬 부분이 보이기도 하고요. 시간을 두고 묵혀도 진전이 안 된다면, 그건 좋은 아이디어가 아닌 거죠. 

동물 캐릭터를 자주 쓰는 것 같아요. 동물로 이야기를 만드는 이유가 있나요?

동물을 다루지만 사실은 동물의 상징성을 빌려 인간의 모습을 설명하는 거죠. 여우 캐릭터라면 여우의 모든 면을 다 그리는 게 아니라 여우의 특징 중 일부를 가지고 캐릭터화해요. 주인공 동물이 있다면 조연을 맡는 동물들도 나오는데, 부분적으로 인간의 감정이나 속성, 특징에 부합되는 것들을 잡아 표현하기가 용이해서 동물을 자주 등장시키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이야기를 읽었을 때 보편적인 공감을 얻을 수도 있고요.



아이들이 책을 읽어야 한다면

책을 만들 때 책을 읽는 독자를 상상하나요? 만약 그렇다면, 어떤 독자를 상상하나요?

제 책의 주 독자층은 6세에서 10세, 저학년 초등학생이에요. 저도 그런 아이들이 있는 부모이기도 하고요. 이야기에 호기심을 유발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글을 쓸 때에 고정된 독자층을 생각하고 쓰진 않아요. 하지만 예를 들어 『실수쟁이 꼬마 돼지의 하루』는 분노를 다루는데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자신이 화가 나도 그걸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요. 화가 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대로 생각하지 못하면 분노 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 교육적인 부분을 작가로서 굉장히 중시하고 있어요. 보편적인 문제를 책을 통해 접근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데에는 모두 동의할 겁니다. 하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영양이 풍부하지만 맛없는 책'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맛없는 책이어도(재미가 없어도) 영양이 풍부하니(양서이니) 꾹 참고 먹는 게 좋을까요? 

좋은 질문입니다. 현실에서 유튜브, 영화, 소셜 미디어 등 아이들에게 흥미를 유발하는 매체가 많아졌어요. 더 쉽게, 더 재밌게 접근하는 매체가 많아지는 것에 비해, 아이들이 여유를 가지고 조용히 사고를 할 시간은 점점 줄어들어요. 읽기는 세상을 이해하는 도구고 능력입니다. 부모나 학교의 의무가 있다면 아이들에게 책 읽는 습관을 들여주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책을 어느 정도 접해보면서 스스로 자기에게 맞는 책을 찾는 능력도 갖출 수 있게 옆에서 도와주는 게 굉장히 필요해요. 아이들의 발달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과 휴식을 위해서도 책 읽는 능력은 꼭 가져야 할 능력이고요.

최근 한국에서는 성인의 절반이 책을 1년에 한 권도 안 읽는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습니다. 어른의 독서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독서량 역시 감소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에서 그 정도로 책을 안 읽는다는 게 너무 놀랍게 느껴져요. 부모가 책을 읽지 않으면서 아이에게 읽으라고 하는 건 절대 먹히지 않을 거예요. 성인이 책을 읽어야 아이들도 그걸 보면서 책에 무언가 좋은 게 있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읽는 거지, 성인이 책을 접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 책만 권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시대의 문제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책 먹는 여우』가 지금 태어났다면 책 대신 넷플릭스를 먹고 있지 않았을까요?

(웃음) 영화와 책 모두 스토리텔링의 구조는 같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넷플릭스도 보고 영화도 보고, 소셜 미디어, 유튜브 모두 자주 보죠. 하지만 영화에서는 기승전결을 모두 시각적으로 보여주지만, 책에서는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상상을 하면서 따라가야만 공감할 수 있는 매체라는 점이 차이점이겠죠. 요즘은 AI가 이야기도 만들고 어느 때보다 이야기가 범람하는 세상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읽는 습관이 없는 아이들은 책을 읽는 게 점점 어려워질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에서는 최근 어린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갑론을박이 많은 상황입니다. 노 키즈 존 문제도 있고요. 어린이를 대하는 적절한 방식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노 키즈 존처럼 아이를 어른들의 세계에서 분리하는 문제에 관해서 먼저 답변하자면, 아이들의 눈높이에 따라서 대해주는 게 가장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눈높이를 맞추고 아이를 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관계를 맺으면서 아이들도 가정과 사회에서 유용한 존재라고 느끼게 하는 게 중요해요. 그렇지 않으면 아이가 독립성과 독자성을 잃어버리고 어른에게 의존만 하게 되겠죠.

한편으로는 아이가 너무나 소중하니까 불확실한 미래에서 키울 수 없다며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죠. 그것은 한국이든 독일이든 전 세계적으로 젊은 세대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기후 변화에 대한 걱정, 급변하는 기술에 대한 두려움 등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죠. 

아이 교육을 위해서는 사회가 전체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거네요. 

아이들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어떤 가능성이 전제가 되어야 해요. 거주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가? 아니면 양육에 있어서 도움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는가? 혹은 여성의 지위가 보장되는가? 기회가 균등하게 보장되는가? 이런 것들에 대한 가능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미래에 대해 기대가 없어지죠. 당연히 아이들에 대해서도 자신이 없어지고, 관심도 적어진다고 생각해요. 책을 읽는 것도 어떻게 보면 아이들을 자극하고 스스로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방법이 되겠죠. 아이들에게 자극을 주는 게 제가 작가로서 해야 할 일이기도 하고요.



*프란치스카 비어만

독일 필레펠트 출생. 학교에서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그의 대표작
 
『책 먹는 여우』는 한국에서 100쇄를 돌파하기도 했다. 풍부한 환상의 세계를 보여주는 글, 자유로운 색쓰기와 화면 구성을 배합하면서 확고하게 자신의 개성을 나타낸다.



책 먹는 여우
책 먹는 여우
프란치스카 비어만 저 | 김경연 역
주니어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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