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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민 작가님 어떤 동화책을 읽혀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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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되고 나서 바뀐 점이 여러 가지인데 그중 하나가 사는 책의 종류다. 기존에 사왔던 책 분야에 한 가지가 추가되었으니, 바로 동화책이다. 동화책을 사면서 느낀 점이, 어른책 사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작가나 책 제목을 알아야 살 텐데 이런 정보를 아는 게 거의 없었다.

 

그러던 중에 만난 책이 『엄마가 뽀뽀하는 동화』였다. 영화 <모던 보이>의 원작 소설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를 쓴 이지민 작가가 육아를 하면서, 동화를 읽어나가면서 쓴 책이라는 점에서 신뢰가 갔다. 이 책은 그림책을 소개하면서도 중심은 그림이 아니라 글에 있다. 이지민 작가의 글에 집중하기 위해 일부러 소개되는 그림책의 이미지를 넣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소개하는 책은 약 20여 편.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소개 받은 『종이 봉지 공주』외에도 한편 한편이 읽고 싶은 동화다.

 

동화 소개와 더불어 책에는 이지민 작가의 결코 밝지만은 않았던 어린 시절과 육아를 하면서 느낀 엄마로서의 고충, 가족의 소중함 등이 담겼다. 그런 의미에서 동화를 추천받고 싶어 하는 독자뿐만 아니라 이지민 작가의 글을 좋아했던 독자가 모두 만족할 책이다. 육아와 집필 활동으로 바쁜 그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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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쓴 동화책은 왜 드물었을까

 

『엄마가 뽀뽀하는 동화』를 내셨는데요. 어떻게 지내셨나요?
 
둘째를 낳고 나서 소설 작업은 못했어요. 심적 부담감으로 너무 힘들더라고요. 시나리오 작업을 주로 했어요. 그리고 원고 묶어 놓았던 걸로 이번에 책을 냈고요.

 

소설과 영화 시나리오와는 이번 책 성격이 다소 다른데요. 책 쓰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동화가 분량이 짧잖아요. 짧은 줄거리를 모두 이야기하기보다는 동화를 보며 느낀 점, 영감도 함께 표현하고 싶었어요. 줄거리와 감상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는 게 쉽지는 않았죠. 이 책에서 소개하는 동화책 내용이 짐작되면서도, 독자가 동화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게 제 의도였어요. 그래서 동화책 그림을 삽입한다든지, 줄거리를 길게 묘사한다든지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최근에 나온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처럼 소설 작품을 소개한 책은 드물지 않았는데요. 동화를 소개한 책은 많지 않아요. 그런 면에서 희소성이 있는 책 같습니다.

 

블로그에는 엄마들이 쓴 책 소개가 많아요. 글 잘 쓰시는 분도 많고요. 저도 블로그에서 도움 얻기도 하는데, 작가들이 쓴 책은 많지 않았죠. 책을 쓰려고 생각하니, 블로거들의 책 소개 그 이상을 해야겠더라고요. 작가가 쓴 건 좀 더 달라야 하잖아요. 그래서 책 소개 그 이상으로 제 이야기도 많이 실었어요.
 
작가들이 쓴 동화책 이야기는 왜 없었을까요.

 

아마도 작가 출산율이 떨어지다 보니 그런 게 아닐까요. 예전에 실제로 인터뷰하면서 한 기자가 아이 낳은 작가는 정말 오랜만에 봤다고 이야기하더군요. (웃음)

 

세상에는 세 가지 종류의 동화가 있다. 읽고 나서 아이가 우는 동화, 아이와 엄마 둘 다 우는 동화, 그리고 엄마만 우는 동화. (145쪽)

 

세 가지 중에서 이 책에 실은 작품은 주로 어떤 동화인가요?
 
엄마가 우는 동화죠. 대개 엄마가 좋아하는 책이 많이 팔리죠. 아이들에게는 선택권이 없거든요. 아이들은 엉뚱한 걸 좋아해요. 바자회 가서 아들이 책을 사왔는데, 정말 허름한 책을 사왔어요. 낡은 걸 파는 데서도 그중에서 가장 낡은 책으로요. 이유를 물으니, 정다워 보인대요. 이런 반응을 보는 게 재밌는데 책에서 소개한 작품은 제가 좋아한 동화 위주에요. 『엄마가 뽀뽀하는 동화』는 엄마인 저를 위한 책이기도 하거든요. 저를 되돌아보는 책이기도 하고요.

 

좋은 동화란?

 

작가님이 생각하시기에 좋아하는 동화의 기준이 있을 듯합니다.

 

소설도 마찬가지인데요. 삶과 연결되면서 창의성을 북돋아 줄 수 있는 작품을 좋아해요.『종이 봉지 공주』이야기도 발상의 전환을 이루면서 삶에 영감을 주잖아요. 좋은 동화는 추억을 부를 수 있어야 해요. 흔히 우리가 ‘인생이 동화인 줄 아냐’라고 말하는데, 이럴 때는 동화가 현실과 반대인 것처럼 생각해요. 하지만 동화는 현실의 핵심적인 걸 시적으로 응축하고 있어요. 대대로 전해지는 힘도 여기에 있죠. 아이들에게도 짧은 이야기가 수수께끼처럼 삶에 힌트를 줄 수 있고 어른에게도 지쳐 있는 마음을 풀어줄 수 있어요. 저도 육아에 지쳤을 때 많이 접하기도 했어요. 짧아서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그림이 들어가서 공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장점이 동화에 있죠.
 
육아 하기 전에도 동화를 자주 보셨나요?

 

별로 안 읽었죠. 조카가 책을 읽어 달라고 해도 요리책을 보여주곤 했으니까요. 동화에 별로 관심이 없다가 아이를 키우면서 많이 봤어요. 작가 엄마가 참담할 때가 책을 못 읽는 시간이거든요.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도 나오는데,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해요. 동화책은 읽는 데 많은 시간이 안 드니까 그나마 읽은 책이 동화였죠. 읽다 보니 정말 재밌어요. 소설, 인문서적 못지 않게 마음을 충만하게 해 주는 순간도 있고요. 제 어린 시절과 연결되기도 하니 신비롭죠.
 
저처럼 많은 어른이 동화를 잊고 살거든요. 다시 읽어보면 재밌을 거예요. 엄마들은 이미 많이 읽고, 사는 구매층이에요. 책 제목에 엄마가 있지만, 아빠가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어쩌면 핸드폰을 놓지 않는 시대에 어울리는 책이 동화가 아닐까 싶어요. 장문을 못 읽는 뇌 구조로 바뀌고 있잖아요. 0세부터 100세까지 읽을 수 있는 책이 동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보통 동화, 하면 주제가 권선징악으로 단순할 것 같은데 소개해 주신 책을 보니 주제와 소재가 정말 다양했어요.

 

심지어 형이상학적인 내용도 있어요. 무궁무진해요. 동화는 세계적이기도 하죠. 다양한 나라의 작가가 쓰니까요. 그러면서 보편적이기도 해요. 미국에서 1930년대에 나온 동화를 읽어도 지금과 연결되거든요. 손해보지 않는 책 읽기가 동화에요. 시간도 가장 짧게 투자하면서 많은 걸 얻을 수 있죠. 안 알려진 작품 중에서도 주옥 같은 작품이 많아요. 찾아 읽으면 읽을수록 더 많은 보물을 발견할 거예요.

 

작가님의 아이는 첫째가 아들, 둘째가 딸인데요. 동화를 읽어나가는 데 성별로 보이는 반응이 다른가요?

 

둘째가 어릴 때 썼기 때문에 성별로 구분하지는 못하겠어요. 다른 엄마들과 이야기를 해 보면 다르다는 걸 느끼긴 해요. 딸 있는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인어공주』를 읽으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린다는 식으로 빠른 아이가 있더라고요. 만화 <마당을 나온 암탉>을 보면서도 느꼈어요. 남자애들은 무서워서 소리 지르는데, 여자애들은 울어요. 한쪽은 액션 스릴러로, 한쪽은 슬픈 성장 영화로 보는 거죠. 뇌 구조가 다르구나, 이런 걸 느꼈죠.

 

똥이나 공룡 등은 보편적으로 사랑받는 소재 아닌가요?

 

똥 관련 책은 동화책 쪽에서 성경이죠. 『누가 내 머리에 똥쌌어』『강아지 똥』 등 스테디셀러가 많아요. 제 아들은 공용에는 의외로 혹하지 않았어요. 그 나잇대에는 장난감에 팔려서 책에 나오는 공룡은 별로 안 좋아하더라고요. 여자애들은 곧장 공주로 가요. 우리 딸은 텔레비전에서 무당이 나오는 것만 봐도 블링블링한 공주님이라고 엄청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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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는 하나일 뿐, 아이는 노는 걸 좋아해

 

많은 엄마가 책육아를 하려고 하는데요. 책육아는 정답일까요.

 

책을 강조하고 싶지 않아요. 책만이 너를 성장시킨다는 믿음을 주고 싶지도 않고요. 책은 하나일 뿐이에요. 엄마나 아빠 책은 없고 아이들 책만 1,000권 있는 집이 있어요. 1,000권 만들기는 쉬워요. 100권 세트를 열 번 사면 되거든요. 그런데 이런 건 아이들 위주이지 조화롭지 않아요. 책만 잡으면 졸더라도 엄마 아빠가 책을 곁에 두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엄마 아빠가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그걸 보는 것도 아이에게는 공부이자 좋은 추억이 된다고 생각해요. 엄마 중에서는 우리 애가 참 책 좋아한다면서 자부심 느끼며 이야기하는데, 그 아이가 정말 책을 좋아할까요? 책 읽으면 엄마가 좋아하니까 읽는 척할 수도 있죠. 사실 아이들은 노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 아이들은 만화도 봐야 하고 놀기도 해야 하고 운동도 해야 하고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하죠. 책 읽기는 그중에 하나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책 많이 읽으면 공부 잘한다, 이런 목적으로 독서를 강조하는 모습이 은연중에 있어요. 대한민국 모든 교육의 목적은 대학을 위해 달려가니까 어쩔 수 없지만, 좋지는 않죠. 책을 싫어하는 아이도 충분히 잘 자랄 수 있어요. 대신 책의 효용이 있죠. 최소한 성인이 되었을 때 전공 서적도 못 읽는 영혼이 되어선 안 되겠죠. 전공 서적 볼 수 있을 정도의 습관을 들이는 게 필요한데 그러려면 책 읽기가 즐거움이 되어야 하거든요. 너무 강요하는 건 안 좋아요.

 

세상의 빛과 어둠을 함께 가르쳐주는 것 역시 부모의 숙제(53쪽)라고 쓰셨는데요. 지금 시대의 빛과 어둠은 어떤가요.

 

언제나 빛과 어둠은 있었죠. 어린 시절, 엄마와 아빠가 과격했어요. 운동권 출신으로 히피 같은 면이 있으셨어요. 아이들 이름을 협동농장으로 지으려고 하셨다는데. 실제로 그렇게 하셨고. 제 이름이 농장이가 될 뻔했지요. 중산층 이상으로 사는 삶, 귀족적인 삶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항상 말씀하셨어요. 어렸을 때는 그런 이야기가 너무 싫었지만, 제 근간을 이루었어요.

 

아들 이야기를 하자면, 우리 동네 제과점에 빵 이름이 ‘장발장이 훔친 빵’이에요. 이름이 신기하니까 아들이 물어요. 작품 이야기를 해주니까, 빵을 훔친 것만으로 감옥에 오랫동안 갇혀야 하느냐고 비분강개해요. 사회적인 눈이라고 할까, 눈을 뜨기 시작한 거죠. <명량>을 보면서 일본이 나쁘다고 생각하고 국가관도 생기는 듯합니다. 어둠을 이야기할 소재는 많아요. 어떻게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이야기하느냐, 아니 사실은 균형 잡혔다고 해도 균형 잡힌 게 아니죠. 좀 더 어둠을 볼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서서히 물 흐르듯이 이야기를 해 줘야 할 것 같아요.

 

요즘 아이가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나이가 됐어요. 자연스러운 의식화 교육을 동화로 하는 것도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어요. 책 속에서는 '집으로 가는 길'이 그런 역할을 담당해요. 이런 동화가 있으면 토의를 해 보려고 해요. 『인어공주』를 읽고 감상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따분해 하는데. 오히려 『집으로 가는 길』같은 동화를 읽으면 발언을 하려고 해요. 느낌은 싫어하는데, 도덕 지수를 드러내는 걸 좋아하더라고요. 깨어 있다는 걸 증명하려 한다는 걸 느낍니다.

 

작가님의 부모님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책에 1970년대 말 아버지가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과거를 털어놓으셨어요.

 

제가 그 이야기를 안 해요. 안 했다기보다는 할 자리가 없었죠. 1990년대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였는데, 지금은 한 바퀴 돌아서 거꾸로 믿기 쉬운 이야기가 되었다는 느낌이에요. 아버지는 1979년 말기에 한창 많이 잡혀가실 때 들어가셨어요. 성장기 때 남들은 안 하는 경험을 꼽으라면 부모님의 부재인데요. 성장기 때는 잊고 살았는데, 내 아이가 그 나이가 되어 보니 내가 그때 어땠을까, 내면이 궁금해지더라고요. 어두웠던 내면을 다시 보는 시간이었죠.

 

『모던보이』를 비롯한 작가님의 문장은 유쾌해서 그런 과거는 전혀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저는 중고등학교 때 남들 웃기는 걸 좋아했어요. 많이 까불었고요. 『모던보이』를 쓸 때도 어떤 의식화되고 경직화된 것에 대한 반발 의식이 있었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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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지민에게 글쓰기는 해방

 

장편 네 편과 단편집 한 편을 쓰셨습니다. 2000년에 등단한 뒤로 활동한 세월을 생각하면  작품 수가 많지는 않았는데요. 육아로 바쁘셔서 많은 작품을 쓰지 못했던 걸까요.

 

저는 아직도 소설 애호가로서 소설을 써요.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소설을 사랑하는 팬심으로 쓰니까 부지런히 단편 쓰고, 모아서 단편집 내는 작가들보다는 속도에서 다르겠죠. 육아 때문에 천천히 늦춰진 것도 있고요. 제 친구에게도 말했는데, 아직 제 소설은 영화로 치면 유성영화로 안 들어갔어요. 무성영화, 자기 이야기를 안 하는 소설인 거죠. 계속 탐색해보고 나름의 시간을 가지면서 제 속도를 맞추면서 쓰고 싶어요. 이제는 유성영화로 들어갈 시점이죠. 3D가 나오기는 멀었고요. 환갑 정도면 남들만큼 작품이 채워질까요? 그때까지만이라도 계속 꾸준히 쓸 수 있으면 좋겠어요.

 

『모던 보이』(출간 당시는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가 나왔을 때는 새로운 작가의 탄생이라고 열광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다기보다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문학동네 수상 작가가 누군지는 아는 분위기였죠. 당시만 해도 신문의 문학 면이 살아있었어요. 지금은 사람들이 신문을 보지도 않고, 신문에서도 지면이 밀려났죠. 시대는 거스를 수 없게 된 거 같아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에 작가님의 글쓰기는 무엇을 추구하나요?

 

고민을 많이 하죠. 한국문학 문제점이 뭔지를 많이 이야기하는데, 솔직히 저는 문제점을 모르겠어요. 한국축구랑 똑같죠. 항상 스트라이커는 없고 수비는 불안하고, 위기이고 돌파구 없는 거 같지만 어느 정도 잘하잖아요. 문제는 한국문학이 아니라 저에요. 제 글쓰기를 어떻게 발전시켜나갈 것인가가 항상 고민이에요.

 

영화 산업은 분업화, 산업화된 시스템이에요. 글을 써도 나사처럼 굴러가는 게 가능해요. 각본 1명이면 각색 5명이 투입되죠. 저도 그런 시스템에 익숙해졌어요. 소설은 완전히 다른 세계입니다. 영화에서 나사처럼 물려가는 쾌감도 있지만 소설은 그 쾌감에서 벗어나서 쓰는, 다른 즐거움이 있어요.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쓰려는 생각은 없어요. 이미 한쪽 영역에서 많이 하고 있으니까요. 소설은 어떤 사람의 눈치도 보지 않고 쓰는데, 좀 더 부지런하게 써야겠죠. 이미 소설은 잘 쓰는 사람이 많으니 그까지 할 필요는 없는 것 같고, 제 나름의 영역을 확보하고 싶어요. 고민이 있다면, 영화 시나리오 쓰는 테크닉이 소설에도 들어가거든요. 이걸 떨치고 써야 하나, 융합해서 써야 하나, 이런 고민은 있어요. 어쨌든 지금은 좀 더 많이 쓰는 게 필요하죠.

 

저는 제가 쓴 글을 다시는 꺼내보지 않는 유형인데요. 그래도 그 책들이 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 보면, 그때 그 책을 쓰지 않았으면 견디지 못했을 내 자신이 그 책에 들어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책 속에 그 때의 나를 놓아두었기 때문에 그 해방감으로 또 안타까움과 미련으로 다시 책을 쓰지요. 내가 책 안에 숨은 나를 훔쳐보며 고통과 쾌감을 느끼듯 앞으로는 다른 이들도 제 책에서 스스로를 훔쳐보며 그런 흥분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 질문은 『엄마가 뽀뽀하는 동화』와 관련 있는 질문으로 하고자 합니다. 엄마가 뽀뽀한 아이는 어떻게 자라면 좋을까요?
 
키우면서 하루하루가 다행인 경우가 많기에 욕심내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은 많이 해요. 그래도 욕심이 나죠. 흔히 행복한 아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는데, 자기만 행복하면 충분할까 하는 생각은 들어요. 자신은 행복하지만 주위 사람이 불행한 걸 많이 보거든요. 행복만으로 포장하기보다는 자기 내면이 강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 책에도 그랬지만 삶에는 행복하지 않은 순간이 많아요. 휘둘리지 않고 자신을 잘 찾아나가는 사람이 됐으면 합니다. 단, 작가는 안 됐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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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뽀뽀하는 동화이지민 저 | RSG(레디셋고)
두 아이의 엄마이자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몸이 두 개여도 모자랄 만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엄마들의 고충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그는 《엄마가 뽀뽀하는 동화》에서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읽으면 좋은 그림책의 서평과 함께 아이와 책을 읽으며 겪었던 에피소드를 풀어놓으며 아이의 감수성과 창의력을 키워 주는 자신만의 독서 노하우를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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