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규모와 적은 인력으로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대표 외에 노동자 3인까지로 구성된 출판사’, 즉 1인 출판사다. 규모의 경제가 압도하는 사회에서 소자본으로 경쟁하는 것이 가능할까 싶지만, 이들은 대형 출판사가 할 수 없는 일을 해냈다. 신인 작가를 발굴하고 독특한 개성을 가진 책을 만들면서 출판계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이다. 일본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출판 선진화를 이룬 일본에서도 1인 출판사의 숫자는 증가하는 추세다. 그들은 ‘왜’ 1인 출판사를 설립했고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해답의 실마리는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안에 담겨있다.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은 활약이 두드러지는 일본의 소규모 출판사들을 취재한 책이다. 저자 니시야마 마사코가 10곳의 출판사 대표와 만나 함께 나눈 이야기를 기록했다. 1인 출판사가 책을 만드는 과정, 그 안에서 교차하는 달고 쓴 순간들을 엿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책방 운영자, 북코디네이터, 저널리스트의 칼럼도 실려 있어 책을 매개로 한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일본의 대표적인 시인으로서 소규모 출판사와 활발하게 협업해 온 다니카와 슌타로와의 인터뷰도 눈길을 끈다.
니시야마 마사코 저자는 1997년부터 예술문화지 <프린츠 21> 편집부에서 근무했다. 2002년에는 아동서 출판사 프뢰벨관 편집부로 자리를 옮겨 일하다가 2014년에 프리랜서가 됐다. 그림책 기획, 편집, 서평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제4회 파주 에디터스쿨’의 강연자로 초대되어 한국을 찾았다.
일본 출판계의 90%는 중소 출판사
어제 ‘파주 에디터스쿨’에서 강연하셨죠?
미국의 저널리스트 분과 대만 독립출판사 대표님과 이야기를 했는데요. 각각 다른 관점에서 1인 출판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서 재밌었습니다. 특히 대만에는 독립출판사연맹이 있다고 하더군요. 1인 출판사를 운영하시는 분들의 조합 같은 건데, 아직까지 일본에는 그런 조직이 없습니다. (대만이) 앞서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주 출판단지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낙원 같은 곳이라고 생각돼요. 일본에는 정부가 계획을 세워서 조성한 출판단지가 없습니다. 그래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여러 가지 의미에서 한국 출판업이 진보되어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번이 첫 번째 한국 방문이라고 들었습니다. 이전에도 한국의 출판 시장을 관심 있게 지켜보셨나요?
인터뷰에 오기 전에 새로 나온 책을 봤는데요. 『책의 미래를 찾는 여행, 서울』이라는 책이었습니다. 한국의 서점, 출판사, 인터넷 서점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인터뷰가 실려 있어요. 책에서 추천하는 책방도 몇 군데 다녀왔고요. 책을 읽으면서 ‘일본의 서점이나 출판업계도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겠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오히려 일본에서 한국의 미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출판시장의 규모, 독서인구의 숫자에서 한국보다 앞서 있잖아요.
예전에는 그랬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일본에 서점이나 출판사가 많고 번역되는 책들도 많기 때문에, 대만이나 한국 분들이 많이 보시고 참고해주신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제는 대만이나 한국이 일본을 앞지른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무엇이든 흡수하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니까요. 그리고 지금의 일본은 인구 감소 사회이기 때문에 독서인구 자체도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한국과 대만 사회는 경쟁도 심한 편인데, 그렇기 때문에 판매의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고민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일본보다 앞서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1인 출판사가 증가하는 추세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해졌는데요. 일본의 경우는 어떤가요?
최근 일본에서 작은 출판사들을 소개하는 잡지가 나왔는데요. 지금까지 서점이나 책을 소개하는 잡지는 많았지만, 이렇게 소규모 출판사에서 만드는 책을 소개하는 잡지가 나온 건 처음입니다. 무크지인데 많이 판매가 되어서 다음 호도 출간될 예정이에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출판업계 사람들 사이에서는 1인 출판사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는데요. 일본에는 약 3500개 정도의 출판사가 있습니다. 사원이 10면 이하인 출판사는 2000곳 정도이고, 1000명 이상 일하는 큰 출판사는 30개 정도예요. 전체 규모를 보면 중간 규모이거나 더 작은 소규모 출판사가 90% 정도인 거죠.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을 만든 출판사도 중간 정도의 규모인데요. 원래 중소 규모의 출판사가 대부분입니다. 1인 출판사라는 것도 어제 오늘 시작된 게 아니라 옛날부터 있었어요. 특히 학술?인문계열 쪽에서는 옛날부터 유지했던 형태입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 새롭게 주목 받게 되었죠.
1인 출판사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DTP(desktop publishing)이 가능해진 것이 첫 번째 요인이라고 생각돼요. 디지털 사회가 되면서 책을 만드는 작업이 진화했기 때문에, 개인도 작은 규모로 책을 만드는 게 가능해졌고 쉬워졌죠. 두 번째로는, 일본에서도 경제 성장의 시대가 끝나고 사람들의 가치관이 바뀌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공통되는 행복의 형태 같은 것이 있었죠.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회사에 취직해서 자기 소유의 집을 갖는, 그런 형식의 큰 이야기가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이제는 사람들의 취향이 세분화되면서 작은 이야기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출판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작은 형태의 상업이 늘어나고,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의 형태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로 1인 출판사도 있고요. 사회 전체의 라이프 스타일이 변화하는 가운데에서 원래 있었지만 알지 못했던 것들에 주목하게 된 것 같습니다.
다른 산업에 비해서 출판은 혼자서 하는 게 더 힘들지 않나요?
출판이라는 일 자체가 원래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고 팀으로 하는 게 보통인데요. ‘외부의 스태프와 함께 하느냐, 내부의 스태프가 함께 하느냐’의 차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점에서 분업하기는 쉽다고 할 수 있는데, 일본의 경우에는 유통 문제가 어렵습니다. 지금 일본에서 출판사를 만드는 것 자체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책을 유통시키고 판매해서, 그 이익이 다음에 출간할 책으로 이어지게 만들기까지가 무척 어렵죠.
자본의 문제가 가장 큰 단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죠. 반대로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혼자서 정할 수 있다는 거죠. 큰 출판사에서는 자신의 기획이 통과되지 않는 경우도 있잖아요. (출판에) 관여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기 때문에 이익을 얻을 수 없는 책은 세상에 내놓을 수 없는 건데요.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인건비인데, 1인 출판사는 혼자 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1인 출판사이기 때문에 성립되는 출판 기획이 있죠. 큰 출판사에서는 낼 수 없는 책도 타산을 맞춰서 만들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출판사에는 단골이 없다?
1인 출판사를 운영하시는 분들은 능동적, 주체적으로 삶을 사시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리듬에 맞춰서, 자신의 소신을 지키면서,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거잖아요.
다른 사업과 비교했을 때 출판이 가진 특별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그 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건, 많이 팔린다고 해서 꼭 좋은 건 아니라는 겁니다. 말하자면 리피터(リピ?タ?, 단골)가 없다는 거예요. 빵집의 경우에는 빵이 맛있으면 계속 찾아오는 사람이 있겠죠. 그런데 책은 그렇지 않잖아요. 한 권 한 권에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이 책을 만들면서) 그런 일에 자신의 힘을 들여서 일하는 사람들을 취재했는데,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는 모습을 관조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일본의 경우는 동일본대지진을 전후해서 지금까지 자신이 일하던 방식, 살아온 방식을 되돌아보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확실한 실감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거죠. 작아도 확실한 것, 혹은 개인과 개인이 왕래할 수 있는 연결을 추구한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이 개인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강한 울림을 주는 것 같습니다.
단골 이야기를 하시니까 생각나는 출판사가 있습니다. 책에 실린 ‘미시마샤’인데요. 이 출판사에는 서포터 제도가 있다고 하셨어요. 고정 독자층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1인 출판사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시마샤의 서포터 제도는 굉장히 독특한데요. 말하자면 회원에 따라 랭크가 있어서 연회비를 모으는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사실 미시마샤는 소규모 출판사 중에서도 특수한 위치에 있어요. 사장인 미시마 씨의 캐릭터 자체가 독특해서, 뜨거운 영혼을 가진 출판인 캐릭터에 매력을 느낀 사람들이 많고요. 회사 자체의 팬도 있거든요. 미시마 사장과 미시마샤의 활동 자체를 응원하는 서포터가 있는 거예요. 최근에는 잡지가 없어지면서 연재 형태로 콘텐츠를 쌓아나가는 매체가 없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정기 간행물에 소설이나 에세이를 연재해서 그게 모이면 서적화 했죠. 매번 글을 실을 때마다 원고료를 지불하고 서적화하면 인세가 들어오는 형태로 사업을 유지했어요. 지금은 그 대신 웹 연재가 있죠. 미시마샤의 경우에는 콘텐츠를 쌓을 수 있는 매체를 직접 만들고 있는 셈이에요. 웹에서는 무료로 발신하기 때문에 서포터를 통해서 제작비를 메우는 거죠. 잡지가 해온 역할을 대신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시마샤의 서포터 제도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요.
미시마 대표의 책 『좌충우돌 출판사 분투기』는 국내에도 번역 출간됐습니다. 이 책에 실린 1인 출판사들의 책 중에 한국에서 출간된 것이 또 있나요?
이번 책에 이시바시 다케후미(저널리스트) 씨가 쓴 글이 실려 있는데요. 직접 거래 대행업을 하는 회사 ‘트랜스뷰’에 대해 쓰셨어요. 그와 관련된 책(『책을 직거래로 판다』)이 8월에 한국에서 출간됐습니다. 트랜스뷰가 하는 일을 다룬 책이에요. 트랜스뷰의 대표가 구도 히데유키라는 분인데, 출판 유통 부분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직접 거래를 시작했어요. 자신의 회사뿐만 아니라 여러 출판사가 함께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유통 대행을 떠올리게 됐고, 서점과 출판사를 연결하는 사업을 2013년부터 하고 있어요. 말하자면 직접 거래 대행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 노하우를 소개한 책이 백원근 선생님의 번역을 거쳐 한국에서 출간됐습니다.
‘트랜스뷰’가 직접 거래를 대행해 줌으로써 유통 단계가 줄어들고, 그 결과 서점이 가져가는 몫이 늘어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일본에는 3500개 출판사가 있고, 서점과 편의점을 제외하면 12000 군데에서 책을 판매합니다. 1년 동안 신간으로 나오는 책이 약 7만 권이고, 기간은 20만 권이 있어요. 이 책들을 일괄적으로 거래하기 위해서 일본에서는 자동배본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서점의 크기라든지 판매 실적을 보고 자동적으로 나누어서 배본하는 거예요. 문제는 반품률이 40%가 된다는 겁니다. 마음대로 책을 보내고 그 대신 필요 없으면 반품해도 된다는 시스템이기 때문이에요. 여러 가지로 낭비가 많죠.
그렇다면 ‘트랜스뷰’의 시스템은 어떻게 다른가요?
자동배본을 하지 않고 서점이 주문한 책을 바로 바로 보냅니다. 아무래도 자동배본은 큰 서점에 유리한 방식이에요. 서점의 규모나 판매 실적에 있어서 작은 서점이 따라가기 힘들고, 그래서 베스트셀러를 주문해도 그 숫자만큼 책이 오지 않거든요. 그리고 중간 단계를 거치면 책을 빨리 받아볼 수가 없고 3주 정도 걸리는데, 이렇게 느리면 서점에 책을 주문하는 사람이 점점 없어지잖아요. 아마존 같은 경우는 클릭하면 그 다음 날 책이 오니까요. 트랜스뷰는 이런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어요. 출판사들이 신간 주문서를 만들어서 한 달에 한 번 모으고, 그 결과를 반영해서 패키지를 만들어 서점에 보내는 방식이에요. 기존 서점뿐만 아니라 1인 출판사에게도 고마운 곳이죠. 실적이 없는 상태에서는 중개사와 계약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데, 트랜스뷰가 거래 대행을 해줌으로써 책을 낼 수도 있고 유통도 시킬 수 있으니까요.
1인 출판사에 미치는 영향도 있나요?
이시바시 다케후미 씨가 이 책에 글을 써 주실 당시에는 직접 거래 대행업을 이용하는 출판사가 26군데였는데요. 올해 8월에는 65군데가 되었어요. 2년 사이에 2배 이상 늘어난 거죠. 트랜스뷰 같은 직접 거래 대행사가 늘어난 것도 1인 출판사가 증가하는 것을 뒷받침해 주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작아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한국의 경우, 처음 인터넷 서점이 등장했을 때 동네 서점들이 문을 닫는 현상도 생겼습니다. 최근 들어 동네 서점이 다시 증가하는 추세인데요. 이제는 경쟁 관계가 아니라 공존 관계인 것 같아요. 인터넷 서점 덕분에 동네 서점은 모든 책을 구비할 필요가 없어졌죠. 특색 있는 책, 우리 가게에만 있는 책을 선별해서 판매하면 되니까요. 일본의 경우도 그런가요?
일본도 그렇다고 볼 수 있어요. 인터넷 서점 때문에 동네 서점이 망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1인 출판사에서 나온 책을 진열하는 곳은 큰 서점이거든요. 굉장히 세세하게 상품을 갖추고 있으니까요. 1인 출판사에서 나온 책을 전부 망라하고 있는 건 대형 서점이에요. 역 앞에 있는 작은 서점을 지탱하고 있는 건 큰 출판사에서 나온 잡지라든지 대중적인 책 같은 거고요. 저는 인터넷 서점이 동네 서점을 망하게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취향이 점점 세분화되면서 동네 책방도 그 동네의 수요를 세세하게 파악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 같아요. 단순히 책을 파는 것뿐만 아니라, 동네가 필요로 하는 것을 잘 맞춰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동네 책방의 가장 큰 장점은 서로 모일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문화적인 거점이 되는 것도 서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서점만의 장점도 있겠죠?
동네 책방과는 다른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일본에서도 출판 불황이라는 말이 나온 지는 오래 됐는데, 아동서 판매량은 제법 괜찮은 편이거든요. 이와 관련해서 굉장히 좋은 일을 하는 인터넷 서점이 있어요. ‘그림책내비’인데요. 2001년에 창업한 이후로 축적된 독자 리뷰가 총 34만 건이에요. 그림책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지침이 되어주고 있죠. 그리고 출판사가 허가한 책의 경우는 그림책의 전 페이지를 볼 수 있어요.
인터넷으로 책의 전문을 볼 수 있다면, 실제로 구매하는 독자는 줄어들지 않나요?
그림책은 내용을 확인 안 하고 사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내용을 보고 좋으면 사는 거예요. 그래서 판매가 늘어난 것 같아요. 저작권 문제 때문에 책의 전문을 공개할 때는 출판사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 작업을 함께 하려는 출판사가 많다고 해요. 인터넷 서점이 종이책이 판매되는 걸 서포트하는 거죠. ‘그림책내비’는 종이책과 디지털, 출판사와 독자, 인터넷 서점과 리얼 서점 사이에서 역할 분담이 굉장히 잘 이루어지고 있는 한 예가 아닐까 싶습니다. 결국 리얼 서점과 인터넷 서점은 서로 다른 역할이 있는 것 같아요. 각각의 특기를 살려서 독서의 즐거움을 공유해 나가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점점 늘릴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될 것 같습니다.
최근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소설이 출간됐죠. 한국에서도 대형 출판사가 판권 계약을 맺었는데요. 소자본의 1인 출판사는 유명 작가와 계약하기가 힘든 게 현실입니다. 이건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아요. 유명 작가와 계약하는 대신 신인 작가 발굴에 뛰어들고, 그 결과 개성 있는 책들이 탄생하니까요.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고 재밌는 부분이기도 하죠. 서점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의 경우도, 보통은 큰 자본이 있으면 유리하잖아요. 그런데 독자 입장에서 보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도 읽고 싶지만, 이 책이 나온 가와데쇼보신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마니악한 책도 읽고 싶은 거예요. 결국은 다양한 방식으로 둘 다를 읽을 수 있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작은 것도 좋고 큰 것도 좋다고 하면서 공존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제일 좋죠. 작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을 소중히 여기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반드시 많이 팔린 책이 가치가 있는 건 아니잖아요. 옛날에 나왔던 순문학 작품을 요즘에는 무료로 읽을 수 있는 것만 봐도, 책의 가치라는 건 돈으로 쉽게 측정할 수 없는 거죠. 규모의 크기와 상관없이 공평하고 평등하고 다양하고 자유로울 수 있는 새로운 룰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다니카와 슌타로 시인은 일본의 대표적인 시인이죠. 한국에서도 사랑 받는 시인인데요. 소자본 출판사와 작업을 많이 하셨더라고요. 그 이유에 대해 뭐라고 말씀하시던가요?
시인의 세계에는 작은 출판사가 굉장히 많아요. 일본에서는 시집을 내는 출판사는 규모도 작고 존속하기 어려운데요. 다니카와 슌타로 선생님은 작지만 의지가 되는 출판사와 계속 협업해 오셨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알고 계세요. 한편으로는 시인이라는 직업 자체가 독립적인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혼자서 무언가를 한다는 점에서 그렇죠. 다니카와 슌타로 선생님은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을 해왔고, 그걸 즐기는 분이에요. 작은 출판사와 함께 일하면서 좋은 점 중에는 의사소통을 하기가 쉽다는 점도 있어요. 큰 출판사는 담당자가 있고 그 위에 또 관리자가 있고, 단계마다 승인을 받아야 하잖아요. 작은 출판사는 사장과 직접 이야기하기 때문에 빠르게 소통할 수 있죠. 함께 일한다는 일체감도 굉장히 크고요.
책 제작 장인에 대한 책을 준비 중이시라고요. 책을 기획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1인 출판사를 운영하실 계획은 없나요?
이번 책을 만들면서 책 제작 장인에 대한 인터뷰도 넣을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타입이 달라서 다른 책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출간 예정입니다. 1인 출판사 운영 계획에 대해서 물어보셨는데, 사실 저도 트랜스뷰의 유통 시스템에 대해서 내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 지금 기획하고 있는 책이 두 권인 셈인데요. 어쨌든 제가 하고 있는 프리랜서 일과 병행하는 형태가 될 것 같습니다. 독립적인 출판 레벨을 만들어서 책을 낼 계획이기는 합니다. 내년에는 그림책이나 또 다른 형태로 나올 것 같고요. 책 제작 장인에 대한 책도 비주얼 북으로 출간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니시야마 마사코 저 / 김연한 역 | 유유
일본 1인 출판사 대표들의 꿈과 희망, 그리고 말 못할 속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