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 바이 페퍼스, ‘우주 전문 밴드’의 영역
지난해 데뷔한 3인조 록 밴드 '로 바이 페퍼스'(RAW BY PEPPERS)는 뛰어난 연주력과 정교한 음악으로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해외의 슈게이징, 포스트 록 흐름에 닿아있는 이들은 음반에서 명확한 주제, 이야기를 설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데뷔 EP <Spaceship Out Of Bones>와 최근 발매한 정규 1집...
View Article최영미 “내가 시 해설을 시작한 이유”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와 『돼지들에게』그리고 장편소설 『흉터와 무늬』, 『청동정원』을 읽으며 최영미 시인은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운 언어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궁금해한 적이 있다. 그 단서는 자전적 요소를 포함한 첫 번째 소설 『흉터와 무늬』에서 찾을 수 있다. 소설 속 주인공 하경은 학창 시절에 사흘에 한 권꼴로 책을 읽어내는 문학소녀(262쪽)다....
View Article정진호 “디톡스,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 없다”
“우리가 약이라고 믿어온 것은 정말 약일까?” 의미심장한 질문으로 시작한 『위대하고 위험한 약 이야기』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약인 줄 알았던 것이 독이었음이 밝혀지고, 독을 다스려 약으로 삼았던 인류의 역사가 펼쳐진다. 죽음과 질병에 맞서 싸웠던 시간들이 과학과 만나 약으로 남았다. 그 지난한 과정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무엇이 약이 되고 독이 되는지,...
View Article강화길 “말하지 못할 뿐, 너무 흔한 일이에요”
남자친구의 다섯 번째 폭행. 진아는 그를 신고했다. 결과는 벌금 300만원. 그녀는 스스로를 보호할 필요성을 느꼈고 인터넷에 자신의 이야기를 올렸다. 위로와 공분의 목소리 사이로 비난과 질책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유독 눈길을 붙드는 한 줄의 악플. 과거의 자신을 아는 이가 남긴 것이 분명했다. 그를 만나기 위해 고향으로 향한 진아는 대학 시절 지인들과...
View Article강주은 “장점을 먼저 봐요, 짧게 말하고 기다려요”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오래 보고 오래 들으면 지루하다. 그런데 강주은의 이야기는 좀 달랐다. 기꺼이 오래 듣고 싶었다. 이유를 찾는다면 탁월한 배려, 온전히 대화에만 집중하는 눈빛 때문이다. 배우 최민수는 아내가 쓴 책 『내가 말해 줄게요』를 몇 장 읽고는 “아껴 읽고 싶다”며 천천히 책을 보는 중이라고 한다. 강주은은...
View Article주진우 기자 “이 책은 이명박 수사 기획서”
“둑이 무너지고 있다”십 년을 MB만 쫓아온 주진우 기자의 말이다. 아무도 말하지 않고, 아무도 묻지 않고, 아무도 찾지 않은 MB의 돈. 주진우 기자는 그 돈만 쫓았다. 그러면 MB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는 한국 사회가 해결해야 할 적폐, 그 “알파이자 오메가”인 한 사람, MB를 따라 건너온 기자의 우여곡절 십 년...
View Article장석주 “시는 날것, 살아있는 것, 매번 새롭게 읽히는 것”
좋은 시는 지옥에서 올라온 물건, 놀랍고 의외의 것, 예기치 않은 사건이다. 시는 직관으로 직관을, 무의식으로 무의식을 드러낸다. 이 창의성의 총체, 의외의 발상, 관성적 익숙함의 전복! 시가 종이에 쓰이고 종이에 인쇄되는 것이라면 모든 시는 피와 종이의 전쟁이다. 누가 시가 전쟁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있는가?(189-190쪽) “정체성에서 가장 큰...
View Article신현림 “반지하에 살면서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내 인생의 반은 이미 지하로 갔다’고 시인은 말했다. 몸의 절반이 땅 속에 묻힌 채 살아온 10년의 세월, 절망이 찾아든 순간도 있었지만 ‘나는 자살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네가 나를 이해 못 하고 / 내가 너를 이해할 수 없어도 / 우리라는 구름 울타리가 있어 자살하지 않았다”는 것. “쓸쓸한 나와 같은 너를 찾아 / 슬픔에 목메며 / 슬픔의 끝장을...
View Article이한 “비정규직은 정규직 월급의 1.3배를 받아야 한다”
경제를 이야기할 때 성장과 분배 어느 한 편을 택해야 하는 이분법적 사고 안에서, 비정규직 제도는 확대하거나 폐지해야 할 대상이다. 비정규직을 둘러싸고 갑론을박하는 동안 국민 경제에 기여하지 않는 ‘중간 착취자’, 즉 비숙련 노동자를 공급하며 임금을 깎아먹는 도급 부문이 늘어났다. 사람들은 비정규직 문제를 노동자 대 사용자의 밥그릇 싸움이라며 제대로 보지...
View Article배명훈 “소재가 오컬트스러워도 충분히 SF다”
고고학 연구에 도움이 되는 심령현상들을 과학적으로 측정해 역사 연구의 끊어진 고리를 연결해주는 학문, 고고심령학. 외떨어진 천문대 한쪽에서 조용하게 연구를 이어나가던 고고심령학자 조은수는 어느 날 서울의 중심으로 호출된다. 갑자기 나타난 성벽, 어떤 디지털 기기로도 기록되지 않지만 사람의 눈으로는 목격되는 빙의된 성벽 때문이다. 성벽을 목격한 사람들의...
View Article양수경, 방송보다 자신의 목소리로 하는 공연
반가운 이름이다. 양수경. 대중음악이 예술의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만큼 절정이었고 숨 가빴던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반 활약했던 많은 가수 가운데 인기와 이미지 측면에서 단연 전국적 선두였다. 로맨틱 터치의 특급가요 '사랑은 창밖의 빗물 같아요'를 비롯해 '바라볼 수 없는 그대', '그대는', '이별의 끝은 어디인가요', '당신은 어디...
View Article박생강 “인간 관계 속에서도 공허한 게 우리네 삶”
소설가 박진규는 2005년 『수상한 식모들』로 제11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한 뒤, 2014년 『나는 빼빼로가 두려워』에서 필명인 박생강으로 작품을 발표했다. 그리고 2017년, ‘박생강’이라는 필명으로는 두 번째 장편소설을 내놓았다. 제13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인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가 그 작품이다. 이 소설은 헬라홀이라는 멤버십...
View Article이보영 “영어 유치원, 보내지 않아도 됩니다”
외국인이 묻는다. “How are you?” 우리는 대답한다. “I’m fine. Thank you. And you?” 세 개의 문장이 한 세트처럼 흘러나온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외국인의 응답이 돌아온다. 문제는 이때부터다. “Um….” 정적이 흐른다. 뭔가 말하기는 해야겠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용건부터 꺼내자니 너무 서두르는 느낌이고, 무슨...
View Article차현호 “예술의 섬 나오시마 성공 요인은 ‘거리두기 전략’”
『자전거 건축 여행』에서 30일 동안 후쿠오카부터 도쿄까지 1,600㎞를 달리며 일본의 여러 건축을 탐방했던 건축가 차현호가 이번에는 세토내해(???海)를 선택했다. 일본 혼슈와 시코쿠 사이의 바다와 주변 해안지역을 가리키는 세토내해. 이곳에서는 2010년부터 3년마다 ‘세토우치 트리엔날레’라는 국제 예술제가 열리고 있다. 이 특별한 예술제는 ‘베네세’라는...
View Article[독립출판물 저자를 만나다] 책은 공부의 결과가 아닌 시작 - 전기가오리
전기가오리의 ‘스탠퍼드 철학 백과의 항목들’ 시리즈 책은 작고 얇다. 그러나 펼쳐보면 보기와 다르게 진중한 서양 철학에 관한 말이 쏟아진다. 이후 출판한 ‘근대 철학 총서’와 ‘서양 철학의 논문들’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가벼워 보여 가볍게 시작했다가는 큰코다친다.전기가오리는 사실 공부 모임에서 시작했다. 전기가오리 공부 모임 운영자이자 출판사 대표인...
View Article니시야마 마사코 “출판사에는 단골이 없죠”
작은 규모와 적은 인력으로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대표 외에 노동자 3인까지로 구성된 출판사’, 즉 1인 출판사다. 규모의 경제가 압도하는 사회에서 소자본으로 경쟁하는 것이 가능할까 싶지만, 이들은 대형 출판사가 할 수 없는 일을 해냈다. 신인 작가를 발굴하고 독특한 개성을 가진 책을 만들면서 출판계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이다. 일본의 상황도 다르지...
View Article[10월호 커버스토리] 오래, 잘, 재밌게 그리는 허영만
판돈을 대놓고 주식 투자를 해서 실시간 중계로 이 돈의 증, 감을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엄청난 아이디어였다. 이건 묻지 않고 히트할 수 있다는 촉이 섰다. OECD 국가 중 경제 교육이 부족한 편인 대한민국 국민의 관심을 재테크 중의 한 방법인 주식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 <허영만의 3천만원> 1화 중『허영만의 만화일기』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View Article임병걸 “갑도, 을도, 청년도, 버스 운전사도 시를 쓸 수 있다면”
KBS 기자생활 31년, 줄곧 경제 현상을 쫓아온 기자 임병걸은 KBS 보도본부 경제부장과 사회부장을 지낸 바 있는 베테랑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 자신이 또한 10여 년 째 시를 쓰고, 읽어온 시인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시로 읽는 경제 이야기』는 시인과 경제 베테랑이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두 정체성을 가진 저자가 시에서 경제를, 경제에서 시를 발견하는...
View Article이수련 “잘 잃어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도서 검색대에 ‘애착’을 입력하면 2천 400여 종의 책이 뜬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단어 ‘애착’은 “부모나 특별한 사회적 인물과 형성하는 친밀한 정서적 유대”를 뜻한다. 애착육아는 필수 불가결의 선택이라 여겼는데, “어떻게 엄마의 사랑을 잃어야 하는가”를 부제로 넣은 책 『잃어버리지 못하는 아이들』의 가제는 ‘애착육아에 반대한다’였다. 정신분석학...
View ArticleKK(카미키타 켄), 서브컬쳐의 존재감을 드러내다
혹시 우타이테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가수(歌手)와는 다른, 노래꾼에 가까운 의미를 지니는 우타이테(歌い手)는 일반적으로 일본의 유명 웹사이트 니코니코동화에 아마추어 보컬리스트들이 보컬로이드의 곡들을 커버해 업로드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1인 미디어가 활발해진 지금의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고도 할 수 있는 이 콘텐츠는, 거대한 서브컬쳐 신을 형성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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