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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원 “등장인물은 모두 저의 조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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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팔기’, ‘박치기’, ‘말더듬이’, ‘아이씨’.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름들이 등장한다. 힙합이라는 마당 안에서 만나는 친구들이다. 이들은 어른들은 관심 두지 않는 서로의 놀라운 능력을 알아본다. 마음속에 품은 진짜 이야기를 랩으로 풀어낸다. “너만 믿어/ 정말 착해/ 담엔 더 잘해/ 완벽하게/ 칭친 격려로/ 날 옭아맬/ 생각 마 난/ 남이나/ 만족시키려/ 사는 게/ 아냐 난”이라며 세상에 펀치를 날리고, “잘못도 하고/ 망신도 당하고/ 후회도 하면서/ 깨달을 거야/ 내가 뭘 할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나 스스로”라며 당당히 독립을 선언한다. 힙합을 통해 자유로움을 찾아가는 어린이들의 유쾌한 성장기 『4GO뭉치』는 네 명의 어린이가 ‘4GO뭉치’라는 힙합 크루를 이루고 세상 앞에 당당히 서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제이원이라는 이름을 쓴 『4GO뭉치』의 작가는 사실 『좋은 돈, 나쁜 돈, 이상한 돈』으로 제1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기획 부문 대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는 권재원 작가다. 안 하고는 견딜 수 없는 것들이 오면 그것을 몰입해서 한다는 작가, 다양한 시도를, 거리낌 없이 몰입해 하는 작가에게서 ‘4GO뭉치’의 자유로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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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장난이 좋았어요


어린이들의 힙합 성장기, 새롭고 흥미로운 내용인데요. 원래 힙합을 좋아하셨어요?

 

전혀 몰랐어요. 제가 <무한도전>을 보거든요.(웃음) 거기서 정준하 씨가 <쇼미더머니>에 나가는 미션을 했잖아요. 그냥 ‘완전 웃기겠다’ 생각하고 봤는데요. 심사평이 이해가 안 됐어요. 노래는 들으면 잘한 건지 어떤 건지 알겠는데 이건 안 그랬어요. 다 비슷해 보이는데 누구는 떨어지고 누구는 붙으니까 그게 아예 납득이 안 되더라고요. 잘하는 기준이 뭔지 알고 싶어서 다른 외국 랩퍼들 영상도 찾아보고 심사평도 찾아봤어요. 그러면서 흥미를 느꼈죠.

 

그때(2016년) <쇼미더머니>도 처음 보신 거고요?


네, 실은 오디션도 준비했었어요.(웃음) 나는 단어를 많이 아니까 승부를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더라고요. 상금이 1억이라는데 제가 빚이 많으니까 그걸로 갚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진짜 열심히 준비했죠. 책 쓸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랩 학원은 너무 비싸서 독학을 하려고 힙합 이론서를 보면서 공부했죠. 그러다 예선 통과를 하려면 나보다 못하는 사람을 앞에 세워서 상대적 잘해 보이게 하자는 전략을 짰어요. 주변 사람들을 설득하기 시작했죠. 창비의 한 편집자에게도 같이 오디션에 나가자고 전화를 했거든요. 랩 쓴 것도 보여주고, 준비하고 있다고 했더니 그 편집자 분이 너무 웃으면서 자기는 그게 더 웃긴다는 거예요. 함께 오디션에 나가지는 않겠지만 그 이야기를 책을 써보면 어떻겠느냐고요.

 

오디션 우승보다 책 출판이 더 확률도 높잖아요.(웃음)


편집자도 그 이야기를 했어요.(웃음) 그리고 오디션 준비를 하려고 랩을 계속 썼으니까요. 그걸 살짝 바꿔서 책을 쓰게 된 거예요.

 

책으로 계획된 게 아니었군요? 작가의 말에서 ‘더 많은 어린이가 랩을 즐길 수 있도록’ 책을 쓰겠다 결심했다고 했거든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편집자가 책을 쓰라고 해서요.(웃음) 그게 더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고 해서 쓴 거예요.

 

그럼 질문을 약간 바꿔볼게요. 힙합에 매력을 느끼게 된 이유는 뭐였어요?


말장난이 좋았어요. 저는 어렸을 때 언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어요. 여러 나라에서 짧게 지냈거든요. 지낸 나라도 다 다른 언어를 썼고요. 초등학교 직전에 한국에 들어와 정착하게 됐는데요. 이전까지는 저한테 언어가 별로 없었던 거죠. 엄마한테 들은 이야기인데요. 한 번은 친구들이 저를 집에 데려다주면서 제가 말을 못하느냐고 물었대요. 학교에서 몇 달 동안 한 마디도 안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부모님이 저를 웅변학원에 보내기도 하셨죠. 빨리 말을 배워야 하니까 사전을 달달달 외웠거든요. 제게는 그래서 단어가 사전처럼 분류가 되어 있어요. 글씨가 모양으로 보이기도 하고요. 패턴처럼 말이에요. 그런데 랩이 그 패턴을 많이 사용하잖아요.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좋은 랩이라는 게 방금 말씀하신 이른바 말장난을 잘한 랩을 가리키기도 하잖아요.


같은 발음인데 뜻이 다른 것 있잖아요. 그런 걸 쓰는 것도 굉장히 재미있어요. 또 사람들이 행동하는 것도 좋았죠. 다른 사람은 별로 신경 안 쓰고,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자세가 있잖아요. 그게 엄청 좋았어요. 저는 굉장히 자만한 사람이고요. 기본적으로 그걸 고칠 생각이 없거든요. 그런데 지적을 많이 받았죠. 어떻게 인간이 그렇게 거만하냐고요. 그냥 그럴 만하니까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힙합은 그게 허용되는 분위기잖아요. 그래서 되게 좋았어요.

 

그 해방감 때문에 힙합에 빠지는 분도 많은 것 같아요.


저희 부모님은 인성 교육을 엄청 강조하셨었는데요. 그 교육은 제게는 헛것이었어요. 교육을 따르지 않았을 때 그게 제 잘못이라고 비난을 받기도 했거든요. 그렇지만 ‘그 사람들도 만만치 않아’(웃음)라는 생각을 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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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들은 다 저예요


책에도 어른들의 불합리를 의아해하는 장면이 나오죠. ‘“뭐든 열심히만 하면 돼.”라고 말하며 마음이 넓은 척하면서 막상 아이씨가 어른들이 원하지 않는 일(게임이나 땅파기)을 열심히 하면 시간 낭비하지 말라고 한다.’는 대목인데요. 이것은 작가의 생각이기도 했군요.


네, 저는 부모님을 별로 안 좋아해요. 사이가 나쁘진 않은데 부모님과 있을 땐 제 모습을 완전히 숨기죠. 그 모습을 드러내면 바로 시정하려고 할 것을 아니까요. 때문에 자꾸 거리를 두게 되고 그런 건데요. 그러니까 책에 등장하는 이 친구들은 다 저예요. 나의 이런저런 모습이죠. 한눈팔기는 현재의 저고요. 박치기는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판타지의 저죠. 말더듬이도 어렸을 때 말 때문에 힘들었던 저고, 아이씨도 자기를 완전히 감춘 어린 시절의 저예요. 그렇게 이 친구들이 나온 것 같아요.

 

실제로 캐릭터의 배경이나 변화가 꼭 힙합을 하는 맥락이 아니더라도 흥미로웠는데요. 그것이 다 작가의 어떤 면을 갖고 있는 것이었다니 더 재미있게 들리네요.


그래서 편하게 썼던 것 같아요. 이러한 상황에서 이 친구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정확하게 제가 실제로 처했던 상황을 떠올려보면 나오는 것이었거든요. ‘그때 그들이 이렇게 했었지, 그때 난 이렇게 생각했었지’하는 식이었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자녀가 둘 있는데요. 아이들을 보면서도 상기하게 돼요. 저의 어린 시절을 아이들을 통해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되는 거죠.

 

내가 좋아하지 않았던 어른의 어떤 면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된다는 의미인가요?


그런 것도 있고요. 아이들의 반응을 보고 ‘맞아, 나도 어릴 때 저런 반응을 했었어’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 나름대로는(웃음) 아이들과 친한 편이죠. 제 자신이 그렇게 제대로 어른이 되지도 않았고, 그러려는 의지도 기본적으로는 없으니까요. 저를 가장 가까이서 봐온 남편은 제가 초등학생에서 그냥 멈춘 것 같다고 해요. 지식만 확장이 되고, 그 외의 것들은 멈춰 있다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그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죠.

 

나쁘지 않아요.


문제는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문제는 주변 사람들만 불편하지 저는 별로 안 불편한 거거든요. 가령 악의를 품으면 그 악의를 그대로 드러내지는 말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악의를 품으면 굉장히 잘 드러내는 편이에요. 바로 그 자리에서 상대방한테 드러내거든요. 그런 것들이 일단은 문제가 되죠. 제 장점에 대한 반작용 같은 거겠죠. 하지만 편한 것도 있어요. 상대방에서 저를 그냥 잘라버려요. 그러면 서로 스트레스를 안 받는 거죠. 그냥 대충 사는(웃음) 거예요.

 

‘제대로 어른’이라는 표현을 쓰셨는데요. 평균치, 타인의 시선 등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회이기 때문에 그 말이 색다르게 들리는 부분도 있어요.


저는 평균이나 타인의 기준을 강요받는다고 그것을 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닌 것 같아요. 뇌에 그런 부분이 없는 것 같아요. 안 만들어졌나 봐요.

 

다시 상기하면 작가의 그런 면이 힙합이라는 장르와 굉장히 잘 어울리는군요.


제가 랩을 잘하는 건 절대 아니지만, 좋았어요. 그냥 편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왜 이렇게 늦게 만났을까요? 사실 힙합은 굉장히 대중적인 장르고, <쇼미더머니> 같은 프로그램도 일찍부터 화제였는데요.


음악을 싫어하거든요. 엄청 싫어해요. 잘 듣지도 않아요. 바이올린을 십 몇 년 째 하고 있는데요. 음악이 너무 싫고 이해가 안 됐기 때문에 시작한 거예요. 음악을 이해하는 게 어떤 느낌인지 항상 궁금해요. 해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했는데 계속 모르고, 그러니까 더 궁금하고 그래요. 이만큼 했는데 계속 모르면 언젠가 알 수는 있을까, 그게 또 궁금하니까 계속 하게 되고요. 지금은 약간 이해가 된 정도예요. 음악이 뭔지 이해되기 시작했고, 아직 좋아하진 않아요. 딱히 좋아하게 될 것 같지 않기도 하지만요. 이해가 되니까 음악 하는 사람들의 말에 공감할 수 있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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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GO뭉치』, 135쪽

 

안 하고는 견딜 수 없으니까


 

아이씨의 영어랩도 눈길이 가요. 잘 만들어진 랩이에요.


어릴 때 계속 외국에서 지내다가 한국에 들어왔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영어가 불편하지는 않아요. 그런 이유도 있고요. 또 아이씨는 다른 친구들과는 조금 다르니까 언어를 다르게 써서 다른 모습을 더 부각시킨 이유도 있죠. 그리고 아이씨는 어차피 여기에 있다가 외국으로 나갈 아이니까요. 미국으로 보내버렸잖아요.(웃음) 그런 애가 다른 걸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특이하게도 등장인물들에게는 랩네임 외에 이름은 없어요. 주인공 한눈팔기(권재원)를 제외하고 말이에요. 게다가 한눈팔기의 이름은 작가님 본명이잖아요. 이름을 지어주지 않은 이유가 있나요?


굳이 본명을 밝힐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어렸을 때를 생각해봐도 그런데요. 친구들이랑 놀 때 다 그냥 ‘야!’라고 불렀던 것 같아요. 별명도 아니고 그냥 ‘야’였죠. 별로 누군가의 이름을 부른 기억이 없어요. 게다가 저한테는 이름이 그다지 의미가 크지 않거든요. 저희 아이들은 쌍둥이라서 그렇지만 한 명을 지칭할 때를 제외하고는 그냥 ‘야’라고 부르거든요. 사실 이름은 어쩌다가 남이 지어준 거잖아요. 어쩌다가 받아 걸린 게 이름인데 여기에 나온 이름은 스스로 지은 이름이에요. 그래서 받아 걸린 이름은 별로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주인공에게 이름을 붙여준 이유는요?


자기애가 너무 강해서 그냥 넣고 싶어서 넣은 거예요.(웃음) 딱히 아무런 다른 중요한 이유는 없어요.

 

한편 한눈팔기, 말더듬이, 박치기, 아이씨 같은 이름들은 모두 개성 있고, 캐릭터와 잘 맞아요. 이름을 지으면서도 재미있었을 것 같아요.


그냥 이름이 먼저 떠오르면 캐릭터가 그 다음에 나왔어요. 그것 역시 일종의 말장난이었는데요. 저에게 말을 제대로 못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잖아요. 그래서 말이 굉장히 중요했던 것 같아요. 말더듬이가 그런데요. 말을 더듬지만 그것에 개의치 않아요. 게다가 랩을 하죠. 그게 좋았어요. 말더듬이라는 말도 좋았고요.

 

말더듬이가 말을 더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완전히 큰 착각이다. 이 녀석은 말을 하지 않는다. 오로지 랩만 한다. 모든 말을 랩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말더듬이는 아주 희한한 말까지 사용한다. 별의별 말이 말더듬이의 더듬이에 걸려들기 때문이다.(35쪽)

 

주인공 한눈팔기는 여자거든요. 중반 이후에 성별이 나오는데 실은 저도 아차 싶었던 부분이에요. 당연히 남자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대학 들어와서도 사람들이 저를 남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때는 머리를 거의 밀고 다녔거든요. 도서관에 가면 티켓을 받았잖아요. 받아서 가보면 옆자리가 다 남자였어요. 목소리도 굵기 때문에 오해를 많이 받았죠. 폰팅이라고 있었어요. 마구잡이로 번호를 눌러서 전화통화를 하는 건데요. 가끔 여자에게 전화 와서 제 목소리를 듣고 마음에 든다고 하고 그랬어요. 여자라고 해도 믿지 않더라고요. 그런 경험이 많았어요. 남자로 오인 받는 경험인데요. 한눈팔기의 그 모습 역시 저인 거죠. 실제로 그런 차별적인 발언을 들으면 굉장히 분개하면서 대응했거든요. 완전히 저예요. 등장인물은 모두 저의 조각이에요.

 

눈에 띄는 문장이 있어요. 박치기가 소리를 만드는 이유에 대해 ‘안 하고는 견딜 수 없으니까 하는 것이다’라고 하는데요. 이 문장에서 일종의 자유로움 같은 게 느껴졌어요.


그 문장을 쓴 이유가 있어요. 저는 제 인생이 엄청 만족스럽거든요. 제가 하고 있는 게 좋아요. 그렇지만 이런 인생을 계획한 건 아니었죠. 이런 인생이 있는지 몰랐으니까 계획할 수도 없었죠. 그동안은 부모님이 당기는 대로 따라갔는데요. 더 좋은 걸 모른 척 할 수가 없었어요. 쫓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건 그냥 그렇게 되어버린 거예요. 글을 쓸 때도 이게 좋을 것 같으니 쓰자, 가 아니라 머릿속에 생각이 쌓이면 그냥 쓰게 됐어요. 뭔가가 좋아지면 계속 그 생각이 머리에서 안 떠나잖아요. 가령 정말 예쁜 걸 봐요. 의지로 사지 않고 집에 왔지만 계속 그게 생각나서 결국은 얼마 뒤 그걸 사요. 그런 경험과 똑같은 거죠. 진짜 좋아하는 게 들어오면 안 하고는 견딜 수 없는 거예요.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참고 견디는 이야기가 세상에는 더 많아요.

 

많이 듣는 말이 ‘시간만 충분히 되면 좋아하는 걸 좀 더 할 수 있을 텐데’라는 건데요. 시간이 남아도 과연 더 할까 싶어요. 지금 당신에게 그만큼만 의미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요. 진짜 좋았다면 다른 걸 계산하지 못하지 않을까 하는 거죠. 계산한다는 것이 이미 다른 걸 다 무시할 만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인 거잖아요. 물론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요. 시간이 없다는 걸 핑계 삼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런 게 저는 많이 불편해요. 계속 아쉬워하는 것, 말이에요. 정말 하고 싶으면 애매하게 아쉬워하는 건 안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어요.

 

그런가 하면 안 하고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좋아하는 게 무언지 모르는 경우도 있는데요.


그럴 수 있죠, 저도 계속 몰랐어요. 서른까지는 좋아하는 게 없어서 다른 일을 잡다하게 했어요. 좋아하는 걸 모르는 건 잘못이 아니죠. 좋아하는 건 의지와는 별개로 선물처럼 오는 것 같아요. 제게는 글 쓰는 게 선물처럼 온 것이기도 한데요. 일종의 집요한 강박 같은 게 있거든요. 결과물을 내지 않으면 견딜 수 없어 하는 면이 있어요. 역시 성격이죠. 처음에 글을 쓸 때도 출판과는 상관없이 썼어요. 미술을 했었는데 수학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어요. 한 번 그 생각이 들어오니까 나오지 못하고 빠졌죠. 무모한 거 뻔히 아는데 쓰지 않을 수 없었던 거예요. 책이 안 나와도 일단 결과물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게 책을 쓴 시작이 됐죠. 계속 그런 식이었어요.

 

이전에는 없던 욕망이 뒤늦게 생겼다니 그것도 신기하네요. 생애주기에 따른 이유였을까요?


처음으로 돈을 안 벌기 시작했거든요. 할 게 없으니까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헌책방을 갔어요. ‘수학 이야기’ 같은 책을 사서 봤는데요. 우리 수학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그러면 내가 쓸 수 있는 여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죠. 그래서 썼어요. 되게 우연히 쓴 건데 그때 쓰지 않았다면 뭘 했을지는 잘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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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는 당연하지 않은 것들


책으로 준비한 건 아니지만 책이 되고 난 후에 한 생각은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어린이에게 이 책이 다가갈 수 있을까요?


몰라요.(웃음) 그런 건 생각하지 않아요. 어린이 대상으로 책을 쓰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저한테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가 읽는지는 염두에 두지 않아요. 그럴 수도 없는 게 누가 읽을지 어떻게 알겠어요? 그리고 누가 읽었을 때 이걸 어떻게 느낄 것인가, 역시 완전히 제 영역은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나한테 말하는 것, 이것은 그동안 써온 책 모두에 해당하는 건가요?


그렇죠, 저는 약간 그런 식으로 써온 것 같아요. 어떤 지식 때문에 내가 움직였을 때 쓰는데요. 생각 같은 게 움직이면 그 지식이 책이 된 것 같아요. 공부하는 걸 좋아해요. 관심이 가면 어느 정도는 계속 공부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요즘 관심 두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도 궁금해요.


거짓말이에요. 이것 역시 ‘말’이죠. 말이 저한테는 당연한 게 아니어서 무척 중요해요. 기본적으로 편안한 모국어가 없는 상태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의미가 커요. 어떻게 보면 그래서 소위 말하는 상식 같은 것들이 들어오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말이 없으면 잘 형성이 안 되더라고요. 눈치, 분위기를 살피는, 동향파악, 같은 것. 저 사람들한테는 너무 당연한데 나한테는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많아요. 그래서 동음이의어, 말장난이 되게 좋게 다가왔던 것 같고요. 


마지막에 이야기의 막을 내린다면서 ‘일단 내린 거지, 결코 완전히 막을 내린 것이 아니다. 우리는 새로운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잖아요. 다음도 준비하고 계신 건가요?


써놨어요. 그런데 창비에서 내줄지 안 내줄지 몰라서 그냥 갖고 있어요.(웃음) 이 책이 잘 되면 내줄 수 있을 텐데 아직은 알 수 없죠. 망하지 않아서 낼 수 있다고 하면 바로 원고는 보낼 수 있는 상태예요. 아이씨가 빠진 후 임시 멤버를 뽑는 게 다음 번 내용이에요. 잘 모르겠지만요.(웃음)


 


 

 

4GO뭉치J1 글 | 창비
“싫은 건 싫다고 말해, 마음껏 잘난 척해!” 힙합이 알려 주는 자기표현의 짜릿한 즐거움. 이야기의 비트에 빠지는 순간 단숨에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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