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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안 “로맨스 소설 쓰려면 모바일을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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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면서 ‘저건 나도 쓰겠네!’를 외치며 밥숟가락을 내려놓은 사람들에게 혹할 만한 작법서가 하나 나왔다. 제목부터 확실한 『나도 로맨스 소설로 대박 작가가 되면 소원이 없겠네』. <문학바탕>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해 잡지사 기자, 출판사 편집장을 지내다 전업 소설가로 사는 제리안 작가가 로맨스 소설을 쓰는 방법, 그중에서도 ‘잘 되는’ 로맨스 소설을 쓰는 방법을 파고들었다.


웹과 모바일 플랫폼에서 알음알음 명성을 얻은 로맨스 소설은 영화로, 드라마로 만들어지면서 원작의 인기를 한층 더 올려놓았다. 누구나 플랫폼을 기반으로 쉽게 자기 작품을 올리면서 ‘대박 작가’에 도전할 창구가 많아졌다. 그러나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로 상위 1%가 되기는 하늘의 별 따기. 제리안 작가는 잘 나가는 작품이 가진 공통점을 찾아내고, 그것을 ‘법칙’으로 정리해 로맨스 소설 쓰기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따라 하는 길을 열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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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어버린 작가들에게

 

책 표지가 귀엽네요.

 

로맨스 작법서에 웬 고양이 사진이냐고 많이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집에서 제 별명이 ‘뚱냥이’거든요.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는데 그중에서 제가 제일 뚱뚱한 고양이 같다고 신랑이 놀려서 출판사 대표님에게 그 이야기를 했는데, 이렇게 표지를 해주실 줄은 몰랐어요(웃음). 저는 마음에 들어요.


표지에 동물이 들어가면 성공할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광고에서도 3B(beauty, beast, baby)가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저도 기대를 많이 하고 있는데 리뷰를 보면 다들 좋게 읽어주신 것 같아요.


원래 글쓰기 수업을 많이 하셨었다고요.


소설 수업은 아니고, 일반적인 태크니컬 글쓰기나 시 작법 수업, 치유하는 글쓰기 등의 교사 연구를 많이 했었어요. 기자 출신이기도 해서 기사작성법 강의도 했고요. 요즘에는 진로 특강을 다니면서 어떻게 하면 작가가 될 수 있는지 도움을 주는 활동을 해요.


그중에서도 로맨스 소설 작법으로 책을 써야겠다는 계기가 있었나요?

 
로맨스 소설은 웹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순수문학과 너무 다르더라고요. 처음에는 로맨스 소설이 아니라 그냥 일반 연애 소설로 접근해서 썼어요. 운이 좋아서 출판사와 계약은 했지만 발표하고 나니 너무 재미없다고 욕을 많이 먹었죠. 처음 나온 『허니문 트릭』이 순수문학 반, 로맨스 반 어정쩡한 포지션이었다면 그 작품을 토대로 웹 소설화 해서 완전히 다시 쓴 게 『결혼계약』이에요. 쓰다 보니 독자들이 원하는 것과 작가가 쓰고자 하는 방향성이 다르더라고요. 고민하던 차에 저처럼 답답해하는 사람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삽질을 했지만 처음 시작하거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길을 잃어버린 작가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노하우를 공개한 거죠.


꽤 두툼한 노하우 책이 되었어요.


욕심이 많아서 한 권에 모든 걸 다 담고 싶었어요. 『수학의 정석』처럼요. 이 책만 있으면 로맨스 소설이나, 소설을 써보신 적 없는 분이더라도 참고해서 쓸 수 있게요.


로맨스 소설은 언제 쓰기 시작하셨어요?


2013년 즈음 웹 소설이 시작되고 바로 들어간 편이에요. 그때는 다들 웹 소설을 이해 못 하는 시절이었어요. 기존에 있던 콘텐츠가 책을 웹에 올리면 그게 그대로 웹 소설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접근했었는데, 나중에야 다르다는 걸 알게 됐죠.


3, 4년 만에 판이 많이 커졌네요.


규모도 처음에는 몇억 하다가 몇백 억, 지금은 천억 단위로 이야기하니 짧은 시간에 엄청나게 성장한 거죠.


실제로 플랫폼 안에서도 시장이 커졌다는 실감을 하시나요?


플랫폼마다 정말 작품이 넘쳐나요. 포화 상태여도 매일매일 신작이 업데이트되니까 기존에 있는 작가들의 연재도 신작에 묻혀요. 그래서 모든 플랫폼에서 프로모션이나 마케팅이 중요할 수밖에 없어요. 대형 작가 사이에서도 어느 출판사를 만나 어떻게 프로모션 해주느냐에 따라 매출 차이가 크게 나요. 업계 분들이 반 농담으로 백 배 차이 난다고 말할 정도로 수입 차이가 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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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대리만족을 원한다


워낙 한국의 드라마가 ‘기승전사랑’이라는 오명이 많았잖아요. 의학 드라마도 사랑, 법정 드라마도 다 사랑으로 귀결된다면서요. 한국인이 특히 로맨스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우리나라는 사회적인 분위기라든지 남녀 관계에서 낭만이 부족해서 더 갈구하는 것 같아요. 유럽을 보면 길거리에서도 자연스럽게 키스하거나 다정다감하게 굴잖아요. 유교 사상까지는 아니겠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다른 사람들 눈치를 많이 봐요. 결혼하고 신혼 기간이 지나면 ‘가족끼리는 그러는 거 아니다’라고 하고요. 하지만 꿈은 꾸잖아요.


이야기에서 대리만족을 찾는다?


그렇죠.


한국판 로맨스의 특징으로 ‘일편단심’과 ‘해피엔딩’을 꼽아주셨어요. 독자들 반응도 비슷한가요?


저도 처음에는 독자들을 고려하지 않고 막 되는대로 썼었거든요. 최근작 『케미하우스』는 6명의 남녀가 나와요. 처음 기획은 6명끼리 자유롭게 연애하다 나중에 누가 누구랑 커플이 될 것인지 맞추는 식으로 했는데, 출판사 편집자가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게 안 먹힌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사람이 도둑질하면 욕을 안 먹더라도 불륜으로 걸리면 완전히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등 아직 알게 모르게 관습적인 게 있어요. 성공한 로맨스를 살펴보니 역시나 관습적으로 일편단심과 해피엔딩이 나오더라고요. 독자들이 슬픈 결말을 너무 싫어해요. 만일 슬프게 끝났다, 그럼 외전 빨리 올려달라고 댓글을 달아요. 그게 아니라고 믿고 싶은 거죠. 어쨌든 오락으로서 돈 주고서 보는 건데, 왜 독자를 우울하게 만들고 기분 나쁘게 하냐는 항의예요. 생각해보면 만족을 얻기 위해 보는 거니까, 그 말이 맞죠.


부제가 ‘생초보도 5주면 쓸 수 있는 돈 버는 로맨스 글쓰기’예요. 5주로 잡은 이유가 있나요?


30화 완결을 목표로 매일 1화씩 쓰고 나머지 5일 동안 퇴고하면서 마무리한다는 의미로 5주를 잡았어요. 처음부터 70화, 100화를 염두에 두면 완성을 못 하거든요. 처음 쓰시는 분이라도 30화 정도면 써볼 만 하다고 생각해서 체크리스트를 만들었어요.


구체적인 내용으로 넘어가볼게요. 프롤로그는 길게 쓸 필요 없고 티저의 역할로만 활용하라고 하셨는데, 어떤 내용을 보여줘야 하나요?


신인 작가분들이 제일 많이 하는 실수가 프롤로그를 너무 거창하게 푸는 거예요. 아름다운 서사를 한참 읽다 보면 솔직히 지쳐요.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끔 분위기나 배경, 어떤 사건이 일어나겠다는 예고편을 보여주는 건 좋은데, 무엇보다 주인공이 빨리 등장해야 해요. 주인공이 먼저 나와주면 독자들은 이 사람이 주인공이고 이 사람의 시점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라고 받아들이게 돼요. 거기까지만 유인을 하면 캐릭터의 매력이 많을수록, 사건의 폭이 클수록 흥미진진하게 받아들이는 거죠.


특별한 키스 장면을 만들어 내는 방법도 말씀해 주셨어요.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이 있나요?


로맨스 소설을 쓰시는 분들은 드라마나 영화 등 영상을 많이 보실 것을 권해요. 시각적인 자극이 먼저 와야 묘사를 하기 쉽거든요. 오만가지 상상을 평상시에 하면(웃음) 모든 장소에서 소재가 될 만한 게 보이고요. 특별한 키스를 만드는 방법은 의외성이에요. 드라마에서 ‘거품 키스’라든지 ‘OO 키스’라고 만들어내는 방법은 정말로 뜬금없는 장소에서 키스할 만한 상황과 분위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하는 거거든요. 예전에 <시크릿 가든>에서 윗몸일으키기 하다가 키스하는 거, 우리 생각 못했잖아요. (웃음)


로맨스 소설 작법이라고 하지만 다른 소설에도 적용 가능한 내용이에요. ‘로맨스의 3박자’를 소재, 배경, 캐릭터로 잡았다든지요.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로맨스에 최적화된 소재나 배경이 있을 거예요. 사실 우주 공간이 배경이어도 좋은데, 가장 잘 먹히는 배경으로는 사무실이 있어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공간이자 반면에 가장 싫은 공간이기도 하거든요. 회사 가면 무슨 낙이 있겠어요, 매일 소처럼 일만 하고 집에 가도 ‘건어물녀’처럼 쉬고 있을 테고요. 가장 지루한 공간을 어떻게 탈바꿈하느냐에 따라 설렘의 코드로 작용할 수 있거든요. 아니면 더 나아가서 아예 3세계로 나아갈 수도 있죠.


요새 로맨스 판타지가 많이 보이는 것 같아요.


완전 효자 종목이에요. 너무너무 잘 팔리고 있죠. 로맨스 판타지는 10대부터 40대까지 다 보거든요. 40대 넘어서는 소녀 감성을 회복하면서 10대가 볼만한 걸 40대가 합류해서 보니까 매출이 높죠. 10대는 웹 소설보다 웹툰을 훨씬 많이 보지만, 그래도 웹 소설을 보는 인구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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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캐릭터 만들기


‘친구 삼고 싶은’ 여자 주인공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여자 주인공에게 친근감과 호감이 들어야 그의 사랑과 일이 궁금해요. 독자들에게 호감이 안 간다는 건 매력이 없다는 거죠. 읽다 보면 내 이야기 같은, 내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친구 이야기 같은 느낌이 드는 게 친근함의 역할이에요. 그리고 독자들은 그 친구가 그냥 친구가 아니라 자랑스러운 친구가 되길 원하더라고요. 댓글에서 ‘역시 넌 똑똑해’ ‘역시 상황판단이 빠르군’ 하면서 여주인공을 친구로 인식하고 공감하고 몰입하면 성공한 거죠. 다가설 수 없는 캐릭터라면 그런 댓글을 달지 않을 거예요. 또한 친구를 넘어서 자신에게 없는 점이 있고 당차게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대리 만족으로 느끼고 닮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요. 내 이야기이자 내 친구의 이야기, 내가 닮고 싶은 ‘워너비’의 이야기면 사랑을 받는 거죠.


평면적으로 단순한 캐릭터가 효과적이라고 하셨는데, 소설에서 주인공의 성격을 일관적으로 가져가기 쉽지 않아요.


성격이라는 건 사실 그 사람의 속성이기 때문에 변하지 않아요. 주인공이 반응이 달라질 수는 있겠죠. 그건 성격이 변한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속마음이 바뀌면서 반응이 달라진 거죠. 하지만 이 점을 오해하면 뒤로 갈수록 주인공의 성격이 다르게 바뀌어요. 독자들이 갈수록 성격 이상해진다고 댓글을 달게 되고요. 매력은 계속 유지하되 상황에 따른 반응을 다르게 하면서 독자들이 주인공이 질투하는 거라고, 혹은 기분이 나쁜 거라고 짐작할 만한 대사를 써주는 게 좋아요.


반대로 남자 주인공은 완전히 빠져들어야 하는 대상이라고 조언하셨어요. 이런 남자 주인공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섯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사실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인간 성격의 유형이에요. 남자 주인공이 호감을 살 만한 다섯 가지 특징을 다 가지고 있으면 좋겠지만 사람이 그럴 수 없잖아요. 하나만 갖추고 있어도 내용과 분위기가 달라질 거예요.


책을 준비하면서 심리학을 공부하셨나요?


워낙 관심도 많았지만 책을 쓰면서 로맨스가 작법만 공부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고 느꼈어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사람의 마음을 먼저 알아야 하니 공부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주인공과 주인공의 갈등이 왜 일어나는지, 이 두 사람의 마음 속 깊이 들어가서 심리를 내밀하게 들여다보면 보여요. 하지만 처음 쓰시는 분들은 에피소드만 가지고 갈등을 일으키려고 하다 보니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심리학에 관심을 두게 됐죠.


순수문학에서는 그 사람의 내면 묘사가 복잡하다면, 장르 소설은 단순하고 사건 위주로 가야 한다고 조언해 주셨어요. 단순하게 표현하기 전에 공부를 많이 해야겠네요.


순수문학에서는 갈등을 문장으로 풀어요. 문장으로 그 사람의 심리 묘사를 많이 하는데, 로맨스에서는 갈등을 사건과 대사로 푼다는 차이가 있을 뿐 로맨스든 순문학이든 심리에 관심을 두고 접근해야 하는 건 맞아요.


혈액형별 심리나 별자리에 따른 인간 구분이 캐릭터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는 말씀도 있었어요.


절대적인 방법은 당연히 아닌데요, 정말 캐릭터 못 만들겠다 하는 분들은 하나의 방법론으로 참고할 수 있어요. 혈액형은 표면적으로 사람의 유형을 네 가지로 구분해 놓잖아요. B형은 활발하고 A형은 소심하다는 식으로요. 어떤 상황이 일어났을 때 O형의 사람이라면 어떻게 반응할지 대화로 풀어나가 보는 거죠. 별자리 운세를 보면 오늘의 행운 아이템이나 색이 나오는데, 그런 점에 착안해 캐릭터마다 어떤 색을 좋아하고 어떤 스타일로 옷을 입는지 생각하다 보면 전체적인 외형의 이미지도 그릴 수 있고요.


갈등 요소도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캐릭터가 서로 평등한 관계여야 갈등이 잘 일어난다고 하셨어요. 서로 평등한 캐릭터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가장 좋은 방법은 회사 안에서 직급을 너무 떨어뜨리지 않는 방법이 있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남자 주인공이 팀장이라면 여자 주인공은 대리 정도인 거죠. 사장과 평사원이라도 평사원이 사장의 약점이나 볼모를 쥐고 있으면 가능해요.


예전 드라마나 로맨스 소설을 보면 부잣집 남자와 신데렐라 이야기가 많이 나와요. 요새도 적용할 수 있나요?


신데렐라는 불변이에요. 영원한 아이돌이죠.


신데렐라 스토리에서는 어떻게 대립 구도를 형성할 수 있나요?

 

신데렐라는 사회적 위치보다는 일단 예쁜 게 무기예요. 솔직히 평사원이 사장에게 눈에 들 정도면 매우 예쁘다는 뜻이거든요. 그 사실 자체가 갈등의 시작이 될 수 있어요. 사장이 완벽하고 냉정한 사람이었는데 아무에게도 보여주기 싫었던 약한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될 수도 있고요. 계기를 주는 건 무궁무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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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틱 로맨스의 가능성


보면서 웃었던 부분이 있어요. ‘남녀 성기에 이상한 이름을 붙이면 안 된다.’ (웃음) 왜 안 되나요?


이상하잖아요. (웃음) 로맨스에서 한창 러브신에 몰입하고 있는데 갑자기 ‘뿡뿡이’가 튀어나오면 독자들이 읽다가 확 깨는 거죠. 사용하실 거면 분명 러브신 전에 언급이 있어야 해요. 그걸 갑자기 서사로 풀면 독자들이 이해를 못 하죠.


러브신을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지 않나요? 수위가 높아지려면 자주 해야 되는데 늘 다른 표현을 찾기도 쉽지 않고요.


저도 너무 힘들어서 다른 작가는 어떻게 하나 물어본 적도 있어요. 오히려 줄거리를 쓰는 것보다 러브신이 제일 스트레스를 많이 받더라고요. 같은 걸 다르게 표현해야 하는데, 기왕에 쓸 거라면 조금이라도 색다른 표현으로 하면 좋죠. 그래서 깨달은 건 감정과 배경이에요. 감정의 폭을 잘 묘사하면 같은 신이라도 계속 달라져요. 행동의 묘사보다는 감정을 따라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에로틱 로맨스 중에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대 히트를 기록한 적이 있죠. 그런 책이 한국에서도 나올 가능성이 있을까요?


우리나라에서도 에로티카와 에로틱 로맨스 장르가 급성장하고 있어요. 그동안에도 니즈는 있었지만 음지에서 숨어 보던 독자들이 이제는 당당하게 요구하는 시기가 왔고 실제로 구매가 많이 일어나요. 『나도 로맨스 소설로 대박 작가가 되면 소원이 없겠네』라는 책을 썼지만, 솔직히 돈을 벌려면 에로틱 로맨스를 쓰시면 돼요. 월급처럼 안정적으로 구매가 일어나거든요. 유행도 안 타고요. 하지만 대부분 작가가 에로틱 로맨스를 쓰기 망설여하세요. 자기 이름 걸고 쓰는데 부끄럽다 이거죠. 지금은 과도기 아닌 과도기인 것 같아요. 이전에는 풋풋한 로맨스, ‘심쿵’하는 로맨스가 많았다면 지금은 더욱 농염한 에로틱 로맨스로 많이 넘어왔어요. 이 부분이 성장하고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오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같이 히트하는 작품도 나오겠죠. 멀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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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문장력과 방법만 알면 돼요


책을 보면 한 번쯤 ‘나도 써볼까?’하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하지만 시장이 성장 추세에 있더라도 다들 성공할 수는 없잖아요.


그렇죠. 도전하는 분들이 많아졌다는 건 진입장벽이 낮아졌다는 뜻도 있지만, 그만큼 나눠 먹을 파이가 줄어들었다고도 볼 수 있거든요. 그래서 돈을 버는 작가가 반이라고 하면 반은 못 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었어요. 나머지 돈 버는 작가도 스타 작가라는 사람은 100명 안쪽이고 나머지 작가는 한 달에 정산을 얼마 받는지 모르는 거죠. 그래도 제 생각에는 지금의 레드 오션을 얼마든지 퍼플 오션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마추어가 아닌 작가분들 중에서도 정말 좋은 로맨스 작품을 쓰려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독자들도 대단한 걸 바라는 게 아니에요. 소재와 트렌드, ‘심쿵’ 포인트와 약간의 문장력만 있으면 독자들에게 인정받기 쉬워요.


인터넷의 ‘웹소설 10계명’을 소개해 주셨어요. 첫 번째로 모바일 기기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독성이죠. 읽기가 편해야 해요. 같은 분량이라도 플랫폼에 따라서 행간과 자간이 다르기 때문에 읽기 어려울 때가 있어요. 일반소설로 한 문장이 한 줄이라면 모바일 기기에서는 네 줄이 돼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너무 길게 느껴지는 거예요. 종이나 A4용지로 아무 문제가 없던 문장이 모바일 기기로 보면 더 길어져요. 그래서 투고하시기 전에 모바일 판형에 맞춰 퇴고하시면 훨씬 도움이 돼요.

 


웹소설 작가와 전자책 출판사 관계자들이 밝힌 웹소설 쓰기 10계명


1. 독자가 모바일 기기로 소설을 본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마라.
2. 문장은 최대한 짧게 써라.
3. 문단 개념을 잊어라.
4. 한 문장마다 줄을 바꾸고, 한 줄을 띄어 써라.
5. 이야기는 서사 대신 대화 형식으로 진행하라.
6. 영화 시나리오와 유사하게 써라.
7. 독자들은 화면을 내렸다가 다시 위로 올리는 걸 귀찮아한다.
8. 스토리는 시간 순으로, 문장은 이미지가 떠오르게 구성하라.
9. 1화는 5500자면 족하다. 단, 1화 내에 기승전결을 갖춰라.
10. 드라마처럼 마지막 부분에는 다음 회가 궁금하도록 끝내라.

 


지망생이 많아지면서 개인적으로도 글을 봐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올 것 같아요.


너무 많아요. 가끔 블로그에서 무료 첨삭 이벤트를 열 때가 있어요. 그러면 시나리오, 드라마 대본, 소설 등 온갖 장르를 다 보내오세요.


습작을 보면서 안타까운 점이 있나요?


태도나 자세 때문에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별다른 노력을 안 한 채 막연하게 작가가 되면 좋겠다는 분들이 제일 안타깝죠. 무조건 만나달라고 하는 분도 많아요. 제가 만난 적도 없고 생판 모르는 남인데 그걸 봐 드려야 할 의무는 없잖아요. 그 답답함이 안타까움으로 변해서 책을 쓰게 된 것 같아요.


앞으로 습작하시는 분은 이 책을 보면 되겠네요.


제일 많이 질문하는 내용을 넣기도 했고요. 자료가 생각보다 많이 없더라고요. 로맨스 장르 자체를 정리한 책은 거의 없고 정보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많이 답답해하실 거예요.


요새는 무슨 작업 하세요?


신작 로맨스 쓰고 있어요. 코미코의 ‘심야 작가’라는 코너에서 독점 계약으로 오픈할 것 같아요.


하루에 시간을 정해 놓고 쓰시는 편인가요?


예전에는 쓰고 싶으면 쓰고 자고 싶으면 잤는데, 직업적으로 글을 쓰고 나서부터는 정해진 시간에 쓰려고 많이 노력해요. 아침에 남편 출근하고 나서는 저도 집에서 일하는 거죠.


독자가 이 책을 읽고 실제로 도전한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글을 써야지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 오고 멀미가 날 것 같잖아요. 흰 바탕에 커서만 깜박깜박 하고요. 그러면 못 시작해요. 제가 잘 쓰는 방법은, 밤을 자기 전에 상상해요. 꿈을 꾸는 거죠. 드라마 한 장면도 좋고, 가슴 뛰게 하는 주인공들의 키스 장면이라든지 공상을 하다 보면 쓰고 싶은 욕구가 갑자기 생길 때가 있어요. 그 순간에 생각나는 지점부터 써 내려가면 돼요. 1화부터 배경 쓰기 전에 쓰고 싶은 지점부터 자유롭게 쓰는 거죠. 일단은 자기가 설레고 가슴 뛰는 게 로맨스 소설 쓰기의 기본인 것 같아요.


글을 쓴 다음에는 어떻게 출판사에 연락하면 될까요?


자기 성향에 맞게 무료로 연재하는 플랫폼에서 시작하셔도 되고요. 무료로 연재하다 보면 많은 분이 보고 출판사에서도 눈에 띄는 신작은 연락을 할 거예요. 무료 연재의 좋은 점은 곧바로 피드백을 받아볼 수 있다는 거죠. 혼자 쓰는 게 너무 지루하고 자신 없다면 무료로 연재하면서 반응을 보실 수 있어요. 독자 의견을 보면 방향성을 잃을 것 같다, 혼자 쓰는 게 좋다고 하시면 완결 원고까지 다 쓴 다음에 로맨스를 전문으로 하는 출판사에 투고할 수도 있어요.


마지막으로 로맨스 소설에 도전하는 독자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로맨스라고 하면 쓰는 작가도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필명도 이름으로 쓸 만한 필명이 아니라 아무렇게나 짓고요. 많은 분이 직장을 다니면서 두 번째 직업으로 하느라 정체를 밝히고 싶지 않고 싶다고 들었는데, 어쨌든 본인이 로맨스 작가라는 사실을 조금 더 자랑스러워 해도 좋을 것 같아요. 로맨스 분야로 모든 플랫폼이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크기 때문에 문화 콘텐츠를 이끌어 가는 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나도 로맨스 소설로 대박 작가가 되면 소원이 없겠네제리안 저 | 앵글북스
독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끝까지 로맨스 작가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기성작가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똑같은 대답을 들려준다. 다른 작품을 많이 읽어보고, 많이 써보라고. 과연 그게 전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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