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입사 후 3년 미만 퇴사자는 84%에 육박하는 지금, 모두가 퇴사를 말하고 퇴사를 꿈꾼다. 퇴사자를 향해서는 걱정과 충고, 부러움과 축하가 동시에 뒤따른다. 어디라도 들어가면 좋겠다는 취업준비생과 퇴사를 추구하는 직장인은 모순 같아 보이지만, ‘더 나은 삶’ ‘살만한 삶’을 추구한다는 점은 같다.
‘퇴사학교’의 장수한 대표, ‘좀놀아본언니들’의 장재열 대표도 삼성 입사 후 퇴사의 길을 걸었다. 이후 장수한 저자가 교육 플랫폼 ‘퇴사학교’에서 직장인의 연착륙을 도와준다면, 장재열 저자는 청춘상담소 ‘좀놀아본언니들’에서 20, 30대 사람들의 고민을 상담하고 청년 마음 건강의 데이터베이스를 쌓아 왔다. 둘의 접점이 퇴사라는 화두에서 만나 『사직서에는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로 나왔다.
장수한 저자
퇴사 담론은 이제부터 시작
두 분 다 기존 저서가 있었어요. 장수한 저자는 『퇴사의 추억』 ,『퇴사학교』등을 냈고, 장수열 저자는 『오늘도 울지 않고 살아갈 너에게』를 냈었죠. 두 분이 같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있나요?
장수열 :만난 것도 책 쓰는 것도 제가 먼저 연락했어요. ‘좀놀아본언니들’ 상담소를 찾아온 내담자들이 퇴사와 관련한 고민을 말하면서 ‘퇴사학교’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돈을 받고 사람들의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단체에 불신이 있었는데, 만나서 이야기해보니 공통점이 많았어요. 퇴사에 대해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기도 했고요. 2016년에 퇴사 관련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방송사 PD님이나 작가님이 매번 부르는 게 장수한 대표 아님 저였어요. 퇴사 담론이 이제 시작하는 단계인데 청년 당사자 연배에 속하면서 이 담론을 논할 만한 사람들이 많지 않다고 느꼈죠. 책을 낸 건 매체의 한계성에서 벗어나서 조금 더 분명하게 메시지를 형성해보자는 시도였어요.
장수한 :여러 가지 사회적인 요소가 맞아떨어지면서 ‘퇴사학교’가 초반에 많이 조명을 받았어요.퇴사학교 창업한 게 5월이었는데 장수열 저자를 만난 게 7, 8월쯤이었으니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상황이었죠. 지금도 사업 시작한 지는 아직 1년 반밖에 안 됐어요.
생각보다 오래 되지 않았네요.
장수한 :초창기 회사죠. 일 년 반 동안 함축적으로 경험을 쌓으면서 느꼈던 갈급함이 장수열 저자랑 맞았던 것 같아요. 첫 번째로는 우리나라 교육업이나 진로 관련 코칭을 봤을 때 본인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것을 가지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창업을 안 해본 강사나 교수가 창업을 가르치면서 극소수의 성공 사례만 제시하는 게 위험하다고 생각했죠. 두 번째로는 사회적으로 퇴사를 공론화하면서 건강한 퇴사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영리 산업을 하다 보니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러던 와중에 장재열 대표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저한테 없는 공공 영역을 보완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수한저자의 전작은 항상 ‘퇴사’가 키워드였어요. 전작과 연장선으로 보면 책을 내면서 점점 더 사회학적인 시각이 들어간 것 같아요.
장수한 : 첫번째 『퇴사의 추억』 은 회사 생활을 회고하는 개인 에세이였고, 두 번째 낸 『퇴사학교』는 퇴사학교의 철학적인 인문 실용서였어요. 이번에 낸 『사직서에는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는 처음으로 개인이 아니라 사회과학적인 담론을 다룬 거라, 세 책에서 말하는 바는 다 달라요.
책에 충분히 사회적인 메시지가 담겼다고 생각하나요?
장재열 : 처음에는 서울시와 퇴사학교, 좀놀아본언니들이 공동 연구한 연구보고서로 시작했어요. 퇴사를 감수성으로 풀어내는 작업, 상사의 나쁨에 관해 공감하면서 웃어넘기고 월요일을 맞이하는 느낌의 책도 물론 필요한데, 사회과학적인 관점에서 퇴사를 다루는 책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두 단체의 상담 사례를 합해 11,000명의 실질적인 현상 분석 데이터를 가지고 연구의 관점으로 들어가 본 책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봐요. 이 책이 완벽할 거라고 말씀드릴 수 없는 이유는 퇴사 담론이 아직 도입부기 때문이에요. 책을 읽고 어떤 방향으로 퇴사해야 할지 알게 되는 것보다는 퇴사에 대해 더 논의하고 토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충분히 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장재열 저자
도망이 아니라 피난
퇴사를 둘러싼 갈등 중에는 세대 간 갈등이 제일 클 것 같아요.
장재열 : 퇴사하는 이유도 다 다르고 근무 환경, 성격 다 달라요. 하지만 재미있는 건 부모세대의 메시지는 다 똑같아요. ‘나가서 뭐 하려고 그러냐’ ‘부모도 설득 못 시키면서 밖에 나가서 어떻게 하냐’ ‘마음대로 해라. 대신 집을 나가라’. (웃음) 처음 한두 번 사례자를 접했을 때는 부모님이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례가 쌓이면서 모두 같은 패턴으로 반응하는 걸 알게 되니까 호기심이 생기더라고요. 살펴보니 세대 간에 잘산다는 개념의 인식 차이가 핵심이었어요.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면.
장재열 : 부모님 세대가 살아왔던 사회초년생 시기로 돌아가면 지금의 개념과 현격히 다른 거죠. 경제적으로만 봐도 고용 형태에 파견직이 없었고 물가 상승률만큼은 임금이 상승하던 시기, 돈을 불리는 부동산과 예금 체계가 있었던 시기의 기억으로 자녀를 바라본다는 말이에요. 그러니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는 게 제일 안전한데 왜 회사를 나가는지 이해를 못 하는 거죠. 그 세대 사람들에게 퇴사는 돌출 행동인 거예요. 하지만 지금 세대는 꾸준히 있다고 해서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걸 느꼈기 때문에 사실은 도망치는 게 아니라 삶을 형성할 수 있는 곳으로 피난하려는 움직임인 거죠.
세대 갈등도 있지만 동세대에서도 같은 관점으로 퇴사를 바라보지는 않잖아요. 회사를 나간다고 하면 걱정을 하기도 하고요.
장수한 : 회사로 보면 크게 세 부분의 퇴사 포인트가 있어요. 첫 번째는 신입사원 1, 2년 차에 현실과 맞닥뜨리면서 조직문화도 힘들고 롤모델이 보이지 않으니 퇴사하는 시기가 있고요. 두 번째는 5년, 10년 차가 되고 대리, 과장 달았을 때 분기점이 또 와요. 경력도 쌓이고 돈도 모았으니 이직과 창업에서 고민하게 되고요. 저는 두 번째 케이스였는데, 결혼했지만 아이가 없었기 때문에 위험이 적은 상태에서 창업을 시도했었어요. 마지막 포인트로 40, 50대 부장님이 되면 경력과 돈은 있지만 유연하게 적응하는 능력이 떨어지죠. 남느냐, 나가느냐 하는 갈림길에서 새로운 걸 선택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것 같아요. 이야기한 것처럼 회사 안에 롤모델이 잘 보이지 않거든요.
장재열 : 아까 말했던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경제적 성장의 생애 주기적인 차이라고 본다면, 동 세대의 시선 차이는 미디어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퇴사를 축하해주는 유형을 보면 자신은 용기가 없어서 못 나가는데 저 사람은 용기 있고 멋있다는 말을 해요. 그런 것들이 어디서 형성됐나 보면 미디어를 통해 동 세대나 반 세대 위의 성공 사례를 접하거든요. 방송에서는 퇴사하고 망한 사람 잘 안 나와요. 늘 회사 다니다 때려치고 정반대의 일을 해서 성공한 사례만 나오죠. 반면 퇴사를 비난하는 경우는 자기 삶을 손해 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기성세대가 제시한 공교육에서 승리한 사람들은 무언가 얻을 자격이 있다는 메시지를 받고 사회에 입성했는데, 누군가 퇴사하면서 자신이 어렵게 쟁취한 무언가를 놓아버리는 심리를 공감하지 못하는 거죠. 그런 와중에 동 세대에서도 다른 의견이 나타나는 게 아닐까요?
기업에서 현실적인 역량을 제시해야 한다
계속 데이터베이스로 말씀해주셨는데, 저자들의 개인적인 경험도 궁금해요. 사직서를 냈을 때 반응이 어땠나요?
장수한 : 딱히 특별할 건 없었고요. 회사에서는 왜 퇴사하냐고 해서 창업하려고 한다고 하고 나왔어요. 부모님이나 주변에서도 걱정은 많이 하셨지만 믿고 지지해주셔서 오히려 주변의 반응보다는 스스로 결단하면서 내적 갈등이 많았죠.
사직서에 회사의 불합리함에 대해 쓰고 싶지는 않았나요?
장수한 : 쓴다고 바뀌는 것도 아니고, 떠나는 입장에서 굳이 말해야 할 필요도 못 느꼈어요. 기존 조직이 싫어서 떠난다기보다 저와 안 맞다는 걸 알아서 떠난 거라, 회사에 대해 신경쓰기에는 퇴사 이후 제가 뭐 먹고 살지 가장 중요하니까 그런 걸 할 겨를이 없었죠.
장재열 : 남의 눈치를 보느라고 사직서에 진실을 못 쓴다기보다, 우리가 아무도 퇴사의 진짜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모든 퇴사 사유가 진실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제목을 썼어요. 가장 미지의 영역이고, 미지의 상태가 계속됐을 때는 가장 많은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죠.
장재열 대표님은 꽤 일찍 회사를 그만두신 걸로 나와요.
장재열 : 저는 자의적 퇴사도 아니었고, 창업하겠다는 마음도 전혀 없었어요. 우울증 때문에 회사를 다닐 수 없는 상황이라 사표를 쓴 거였죠. 그때까지 학생 시절과 취준생 시절에 늘 1등으로 달려왔었기 때문에 순진했던 것 같아요. 어쨌든 애써서 남들보다 열심히 하면 잘살 거라는 생각으로 살았는데, 회사에 들어가보니 저는 수직구조와 맞지 않는 사람이었던 거죠. 사실 제 경우는 명확히 조직부적응자가 맞아요. 그렇기 때문에 기업이나 그때 당시 조직원에 대해 비판을 하고 싶진 않아요.
장수한 : 5년, 6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퇴사가 드문 사례로 보였는데, 점점 보편화되는 것 같아요. 저도 이십대중반 신입사원을 받으면 그 친구들은 30대가 하는 일이 꼰대처럼 보이는 거예요. 조직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 전반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아요.
장재열 : 예전에는 멋모르고 무조건 대기업으로 갔다면, 지금은 자신이 기업과 안 맞다는 걸 아는데 대안이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원서를 넣는 느낌이에요. 대기업 아니면 스타트업인데 스타트업은 너무 돈이 안나오거나 일을 너무 많이 시키고요.
회사 쪽에서도 채용 시스템에 관해 가치관 정립이 안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어떻게 채용할지 아이디어가 없는 상황이라고 여겨지는데요.
장수한 : 제가 채용할 때도 그렇지만, 서류 접수하고 면접 한두 시간 보고 결정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면접 보는 사람하고 구직자하고 합이 맞았다고 해도 실제 배치에서는 다른 사람과 같이 일하게 되잖아요. 중간 허들을 거치기 때문에 채용 적합성에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고, 큰 조직에 배치되어도 원하는 직무를 하기 어렵죠. 회사 차원에서도 구직자가 원하는 대로 해줄 수 없어요. 기본적으로는 인사담당자가 판을 더 많이 깔고 더 많은 정보를 줘야 하는데 지금 공채 구조에서는 어렵죠.
장재열 : 회사 다닐 때 채용 담당자였는데, 이상적으로 채용하면 채용담당자가 죽어나요. 채용 단계 자체가 유연해지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이상하지만 채용 문화를 바꾸려는 시도는 계속하잖아요. 바이킹 면접이니, 등산이니 하면서요. 채용 방법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원자들이 멋모르고 지원하는 걸 방지할 필요가 있어요.
어떤 식으로 방지해야 할까요?
장재열 : 30대 기업 사이트를 들어가 보면 인재상이 똑같아요. 도전하는 인재, 협력하는 인재, 창의적인 인재, 몇 가지 좋은 단어가 돌려막기로 쓰여 있어요. 그 인재상대로라면 S그룹에 맞는 인재는 H그룹에도 맞아요. 그래 놓고 지원자가 너무 많으면 영어 성적으로 올려버리는 형태적인 허들을 높이는 거죠. 적어도 인재상이나 직무 소개 말고 직무에 필요한 사람들의 역량이 현실적으로 제시될 필요가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지원자도 로또처럼 찔러넣고 보는 구조가 되거든요. 그게 채용 시스템을 바꾸는 것보다 비용이나 시간 면에서 훨씬 적고 빠르게 적용할 수 있어요.
현실적인 역량은 어떻게 표현 가능한가요?
장재열 : 이를테면, 채용담당자는 냉철한 사람이어야 된다는 걸 일하면서 처음 느꼈어요. 교육담당자가 보모의 역할이라면 채용담당자는 문지기의 역량이 필요해요. 인사가 다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만 급여 담당자, 인사배치 담당자, 교육 담당자는 완전히 성격이 달라요. 단순히 창의적인 인재라고 써 놓으면 멋있죠. 하지만 기업이 멋있어 보이지 않더라도 실제 일하는 직군마다 필요한 현실적인 역량을 오픈해 줄 필요가 있어요.
미디어에서 퇴사를 좋게만 포장하고 미시적인 걸 보여주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었어요. 퇴직자의 고민과 실제 사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장수한 : 기성 매체가 놓친다기보다, 그냥 대중 매체의 속성인 것 같아요. 대중 매체는 정해진 시간에 모든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잖아요. 뉴미디어나 개인 미디어, 저희 같은 사람이 활동하는 걸 봤을 때 그것도 일종의 미디어가 되는 거죠. 그런 다양한 매체가 생겨나면 보완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장재열 : 사람은 누구라도 다면적 정보를 주면 자기 나름대로 가치 있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믿는 편이에요. 정보가 주어지지 않아서 편향성이 있을 뿐이죠. 퇴사하고 망한 사람과 잘된 사람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갓 퇴사하고 기초 단계에서 애쓰는 사람들의 정보가 제일 부족한 것 같아요. 성공이나 실패의 과정은 재미없고 지지부진하기 때문에 날려버리고 성공한 모습만 보여주는데, 실제 퇴사자에게는 그런 정보가 필요하잖아요.
장수한 : 그래서 퇴사학교에서 그런 정보를 주는 일을 하고 있어요. (웃음)
장재열 : 사업가들은 이렇게 노출의 포인트를 놓치지 않아요. (웃음)
청년이 고민을 덜할 수 있는 환경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에 퇴사 욕구를 대입한 그래프가 흥미로웠어요. 자기 욕구를 안다는 것이 어떤 식으로 성공한 퇴사에 도움이 되나요?
장재열 : 정말 못 살 정도로 일을 시키거나 월급을 너무 조금 주기 때문에 퇴사한 사람도 다들 나만의 길을 창조하는 쪽으로 가려고 해요. 다들 그렇게 하니까요. 하지만 월급을 많이 안 줘서 퇴사한 사람이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작업을 하면 자리 잡을 때까지 돈이 안 나와요. 그런 사람들은 퇴사를 후회하고 인생이 망했다고 생각하죠. 자기가 어떤 욕구가 있냐에 따라 퇴사 이후 대비책이 달라요. 욕구에 따라 정말 급여가 적거나 쉴 시간이 없는 직장이라면 퇴사 이후 급여가 다른 곳을 가거나, 근무 시간이 적은 곳으로 이직해서 자기 가치가 일정한 소득으로 올라왔을 때 다른 곳으로 뛰어드는 게 필요하거든요. 결핍된 욕구를 확실하게 생각하지 못하면 타인의 방정식을 끌어오려고 시도하고 패착을 두게 된다는 거죠.
직무와 맞는 코어 핏(core fit)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사실 자기 역량을 찾는 과정은 어렵고 힘들잖아요.
장수한 : ‘코어 핏’이라고 표현했지만 큰 범위에서는 커리어 관리의 영역인 것 같아요. 조직에서 채용을 신경 써야 한다면, 개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적성과 맞는 걸 찾아서 커리어를 쌓아야 한다는 거예요. 회사 생활 자체가 퇴사 이후를 준비하는 학교라고 생각하거든요. 자기가 하고 싶고 잘하는 일만 하는 게 회사생활이 아니잖아요.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요소의 퍼즐을 한두 개만 찾아가도 된다는 거죠. 열 가지 일 중에 한두 가지는 재미있는데 나머지 여덟 가지는 재미없고 안 맞을 수 있어요. 그래도 한두 가지 일로 실력을 쌓고 월급을 벌면서 최대한 많이 경험해보면 자신의 핵심 역량이 늘어나겠죠. 그런 퍼즐이 충분히 쌓였을 때 퇴사해서 창업이나 창직으로 나오는 걸 조언해요.
정작 퇴사학교에서는 퇴사하라고 안 한다면서요?
장수한 : 준비되지 않으면 퇴사하지 말라고 이야기하죠.
퇴사학교에서 집중하는 건 뭔가요?
장수한 : 70%는 회사 안에서, 30%는 회사 밖에서 승부를 봐야 해요.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고 전자라면 타이밍이 올 때까지 핵심 역량을 준비하라고 전해요. 30대나 40대도 자기 타이밍 따라 일찍 퇴사해야 할 때가 있으니 세대와 상관없이 메시지는 똑같아요. 퇴사 이후 1, 2년은 수입 없이 고생하면서 역량을 쌓으면 2, 3년 차부터 수입이 조금씩 올라오죠. 성공적인 퇴사를 위해서는 흔히 풀타임으로 3년, 파트타임으로는 거기에 4를 곱한 기간이 필요하다고 전해주고는 해요.
퇴사학교나 좀놀아본언니들 모두 청년층에 메시지를 집중하는 것 같아요. 저자들의 경험을 담다 보니 그런 건가요, 아니면 어느 세대보다 청년층에게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인가요?
장수한 : 퇴사학교는 30대가 중심이고, 그 이유는 제가 30대기 때문이죠. 제 철학은 해보지 않거나 경험하지 않은 걸 말할 수는 없다는 거예요. 대신 저는 40대나 50대 선생님을 섭외해서 그분들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죠.
장재열 : 상담소에서는 주로 20대가 많이 와요. 퇴사학교는 퇴사로 주제를 잡고 나잇대를 다르게 둔다면, 좀놀아본언니들은 20, 30대 연령에서 퇴사나 연애 등 다양한 문제를 상담하죠. 두 집단의 수직 수평이 맞는 지점이 청년층의 퇴사인 것 같아요. 중년의 퇴사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한 건 똑같지만, 왜 일어나는지는 다 알잖아요. 하지만 청년의 퇴사는 상사도, 부모도, 심지어 자신도 왜 자기가 퇴사했는지 몰라요. 그만두는 친구도 왜 다른 사람들은 버티는데 자신은 못 버티는지 힘들어하고요.
앞으로도 두분 다 접점 안에서 활동 계획이 있나요?
장재열 : 퇴사에 대한 담론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고 원하든 원하지 않든 계속 볼 일이 생길 거예요. 아마 궤적이 조금씩 달라지고 넓어지면서 주기적으로 만나지 않을까 싶어요.
퇴사학교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장수한 : 책으로 소개하는 콘텐츠와 퇴사학교의 방향성이 같이 가는 것 같아요. 초반에는 개인의 고민과 퇴사 이후 자아 탐색에 집중했다면 그다음 단계로 구체적인 해결 방법으로 넘어가겠죠. 퇴사학교 선생님들을 공개 오디션으로 모집하는데, 수업 개수를 늘려가는 만큼 롤모델이나 퇴사 이후 시대에 대한 대안을 갖춰나간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올해는 한 명이라도 더 퇴사 이후 성공사례를 많이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좀놀아본언니들은 어떤가요?
장재열 : 저희도 같아요. 처음에는 청년들의 고민에 대해 멘토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다가, 지쳐있기 때문에 멘토링보다는 공감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도와주는 역할을 했었죠. 이 책을 기점으로 그들의 목소리를 모아서 어딘가로 확장시키는 역할을 할 것 같아요. 작년 말까지 31,000명 정도를 상담했는데, 어느 순간 생각해보니까 청년의 마음실태에 대해 이만큼 데이터베이스를 가진 조직이 없더라고요. 청년들이 고민을 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앞으로 가야 할 시민단체로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사직서에는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장수한, 장재열 저 | 스노우폭스북스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사회적으로는 반드시 필요한 시스템 보완을 지적하고 개인에게는 미처 깨닫지 못한 퇴사에 대한 막연한 꿈에 현실적 잣대를 제시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