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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 저자를 만나다] 가게를 내기 전 읽어야 할 책 – 조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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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잡지를 내게 되었나요?

 

증권사 리서치 센터에서 일할 무렵, 단골로 다니던 카페들이 하나둘 없어지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손님도 많고, 장사도 잘되고, 커피도 맛있는데 어느 날 휙 사라지더라고요. 사장님도 저렇게 열심히 했는데 망한다면 이 사업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 정보가 제대로 돌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든 거죠. 현실적으로 회사에서 꿈꿔왔던 기업 분석을 하기 어렵다고 느끼던 차에, 회사 바깥에서 제가 좋아했던 커피숍, 빵집, 서점 같은 작은 가게들에 대해 분석하는 보고서를 써보고 싶었어요.

 

개업한 지 3년 이하 가게를 기준으로 동네 빵집, 서점, 제주도 이주민의 가게를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어요.


이미 자리 잡은 가게에 자영업의 어려움을 묻는다 한들 독자들이 현실에 적용하기는 어려워요. 성공한 가게의 예시는 결과론적으로 흐르기 쉬운 것 같아요. 물론 사장님이 운영을 잘해서 성공하기도 했지만, 시기나 환경, 개인의 경력에 따라 잘된 걸 수도 있거든요. 로컬 숍을 이해하려면 자리를 잡아나가야 하는 가게들의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개업 3년 이하라면 건물 재계약을 앞두거나 재계약을 한 번 거치며 겪은 자영업자로서의 고민이 가장 잘 드러날 것 같아 기준으로 잡았어요.

 

3호 부제가 ‘솔직히 정말 책이 팔릴 거라고 생각했나?’예요. 자영업과 관련해 궁금한 점을 직접적으로 물어보는데요.


기존 미디어에서 퇴사 후 자영업의 긍정적인 면만 보여주니까 그것에 반기를 들겠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하지만 진행하다 보니 콘텐츠를 전달하려면 밝은 부분을 강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긴 해요.

 

인터뷰이는 어떻게 섭외했나요?


창간호 빵집 인터뷰는 오히려 쉬웠어요. 소비자들이 로컬 베이커리의 빵을 비싸다고 생각하는데 왜 이 가격이 합리적인지 알리고 싶다고 잡지의 취지를 설명했더니 공감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인지도 없는 잡지라 오히려 사장님들이 더 적극적으로 인터뷰해주기도 해요. 거절할 수도 있는 매체인데, 나와서 이야기해준다는 건 이야기를 깊게 나눌 의지가 있다는 뜻이거든요. 인지도가 없는 게 오히려 콘텐츠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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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컬리』 를 만드는 사람들이 궁금합니다.


전업으로 하는 사람은 저 혼자이고요. 디자이너는 광고 회사 다니면서 남는 시간에 도와주고, 사진작가는 프리랜서 하면서 도와주고, 편집자는 프리랜서 통번역사로 활동하면서 도와주고 계세요. 처음에는 예산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한번만 해보자고 간청해서 시작했는데, 다들 너무 일이 커져서 후회하고 있을 거예요.(웃음) 인건비도 입지에 비해 적게 받고 시작했고요. 출판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실제 출판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가제본을 100만 원어치는 한 것 같아요. 처음에는 컴퓨터 화면으로 본 색이 왜 인쇄를 하면 그대로 안 나오는지 이해가 안 됐어요. 디지털 인쇄와 오프셋 인쇄 차이도 몰라서 허둥댔고요. 창간호는 고급스럽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엠보싱이 들어간 종이를 썼다가 잉크가 번져서 파본이 300부 넘게 나왔어요. 제가 만든 책이니까 허섭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자존심이었는데, 책의 역할을 하기에는 개인의 자존심만 세워서는 안 되겠더라고요.

 

어려움을 뚫고 개정판을 냈습니다. 초판 판형은 컸던 걸로 기억해요.


처음 만든 책이고 인지도가 없으니까 판형이 크면 독자들 눈에 잘 띌 수 있겠다는 판단이었어요. 그리고 당시에는 제가 정말 열심히 만든 보고서니까 들고 다니면서 읽지 말고, 집에서 스탠드 켜놓고 진지하게 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3호째 만들고 나서 생각을 바꿨죠. 내용을 전달하는 게 중요하지 어떤 식으로 읽으라고 기획자가 요구하는 건 디자이너에게도 독자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어렵더라고요. 제가 할 일은 전달하려고 하는 정보를 잘 담아내는 거고, 나머지는 독자가 만들어갈 영역인 것 같아요.

 

인쇄 부수는 어느 정도였나요?


창간호를 1,000부, 2호는 1,500부, 3호는 1,300부 찍었어요. 개정판으로 1호부터 4호까지 2,000부씩 다시 냈고요.

 

생각했던 것보다 제작 비용이 많이 나왔나요?


그것보다는, 훨씬 많이 팔 수 있을 줄 알았어요.(웃음)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든 건데 1,000~2,000부만 팔려고 내놓는 건 너무 억울하다 싶었던 거죠.

 

그래서인지 다른 독립 출판물보다는 많이 발행했어요.


독립 출판이라는 카테고리로 특별히 염두에 두고 시작한 건 아니라서요. 제가 만든 정보로 전업을 삼지 못하면, 어떻게 보면 취미 활동이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좋아하는 일이긴 하지만 밥벌이가 되어야 진정한 의미에서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생각이에요. 제작 단가를 내린 것도 그 때문이에요. 취미 활동이라면 만들고 싶은 대로 비싸게 만들었을 텐데, 제가 이걸 업으로 삼았다면 제 경제 상황에 맞는 형태로 제작하는 게 맞을 것 같아서요. 마감도 최대한 빠르게 하려고 하고요.

 

다음 호 계획을 말씀해준다면.


머릿속에는 후보가 몇 개 있는데 말을 하기 조심스러워요. 금방 만들 거라고 말하고 나서 항상 늦었거든요. 전체적인 방향을 이야기한다면 자영업 관련 콘텐츠, 직장을 그만두고 가게를 내는 게 용기 있고 행복한 길이라는 편집보다는 자영업과 관련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한다는 마음으로 계속 해보고 싶어요.

 

어떤 잡지로 만들어나가고 싶나요?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해서 꼭 행복한 건 아니에요. 자기가 어떤 일을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는가도 중요하니까, 『브로드컬리』 가 그 관점을 짚어주는 잡지가 되었으면 해요. 회사를 그만두고 자영업을 하면 당장 예쁜 집에서 예쁜 가게를 낼 거라고 생각하는데, 자영업은 구덩이에 가까워서 실제 구덩이에 뛰어들어가 자신이 예쁜 집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거든요. 구덩이와 깊이와 모양새를 볼 수 있는 잡지가 됐으면 해요.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편집부 | 브로드컬리
서점 매출 다각화의 득실을 따져본다. 재정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전문성 확보에 부담은 없는지, 차라리 음료를 중심에 두지 왜 굳이 돈도 안 되는 책에 공을 들이는지 묻는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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