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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진 “특별히 남자 분들이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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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손을 잡고 바깥공기를 쐬었다.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가 마음을 달래주었다. 시간이 지나니, 그래도 이 모든 관심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아내도 그렇다고 말했다. 백사장에 나란히 서서 그림자를 보며 함께 웃었다. 이렇게 밤늦게 집에 돌아갈 생각 없이 도란도란 술잔을 기울이며 함께 얘기할 수 있는 시간. 이것이 허용된다는 것이 참 좋았다. 물에 반사된 조명이 아내의 탐스러운 볼에 아른거렸다.(23쪽, ‘밤늦게 집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

 

2017년 4월 30일부터 2018년 4월 30일까지. 꼭 1년의 일기를 책 한 권에 담았다. 아나운서이자 배우로도 활동하고 있는 ‘아나테이너’ 오상진의 『당신과 함께라면 말이야』는 새신랑이 된 오상진과 그가 바라본 아내 김소영의 사소하고도 빛나는 찰나를 담은 달콤한 신혼일기다. 아니, 어떤 신혼이 마냥 달콤하기만 할까. 둘이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서로에게 마음 상한 이야기, 그러다가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화해한 이야기, 그 동안 읽은 책에 관한 이야기와 이들이 몸담은 사회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까지 오상진의 일기는 꽤나 솔직하다. “솔직하지 않은 건 안 담았”다고 말하는 오상진. 서로의 자리를 존중하며 손잡고 걷는 오상진과 김소영의 생활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따로 또 같이’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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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게 생각해요


얼마 전 <채널예스>에 이 책을 편집하신 김지향 달 편집장님의 편집 후기가 올라왔어요. 두 분의 오랜 인연과 책 뒷이야기가 재미있더라고요.

 

편집자님께서 5년 전에 출간 제안을 하셨어요. 당시는 저도 개인적인 고민이 많던 시기였거든요. 그때 글을 쓰고 싶었던 건 제 스스로에 대한 위로 차원이었어요. 그렇게 시작을 했는데 개인적인 위로가 글로 묶여서 나오기 쉽지 않았어요. 쓰다 보니 그렇더라고요. 쓰다가 엎고, 원고 한 번 갔다가 접고, 그러느라 5년이 걸린 거죠. 책 후기에도 썼는데요. 책 계약을 하고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린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감사하죠. 하지만 이제야 책이 나온 게 저한테는 다행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처음 쓰려고 했던 글이 아니라 『당신과 함께라면 말이야』 에 담긴 글로 책 나오게 된 것이 더 다행이라고요?


두 가지 생각이 있는데요. 먼저 많이 부족한 글인 건 확실하죠. 한편 이렇게 나오게 된 데에 대한 뿌듯한 마음도 있고요. 『당신과 함께라면 말이야』는 결혼 직후에 쓰기 시작한 일기 형식의 글인데요. 일기라는 형식과 결혼 1년을 담는다는 의무가 있었기 때문에 책으로 묶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에요.

 

뒷표지에 김소영 씨의 짧은 글이 있어요. 보니까 일기 형태의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김소영 씨는 몰랐던 것 같아요.


저희 생활에 시차가 있어요. 저는 아침에 빨리 일어나고요. 소영 씨가 조금 늦게 일어나는데요. 그 시간에 글을 썼어요. 소영 씨는 제가 글을 쓴다는 것, 책 계약이 되어 있다는 것까지는 알고 있었는데요. 이런 형식이었던 것은 몰랐던 거죠. 공교롭게 출간 시기가 비슷하게 겹칠 수 있어서 둘이 조율하던 때가 있었고요. 그때야 이런 글을 쓰고 있다는 얘기를 했어요.

 

화자를 오상진 씨라고 하면 김소영 씨는 굉장히 중요한 등장인물, 주인공에 해당하는 인물일 텐데요. 이 책을 읽고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요?


팩트체크를 해주더라고요.(웃음) 제가 기억한 장인어른과의 대화가 실제로는 이런 것이었다, 하는 식으로 확인해준 부분이 몇 군데 있어요. 그런 몇몇 부분은 수정하고 그랬죠. 사진 정도 검열을 받았고요. 그밖에 특별한 말은 없더라고요.

 

김소영 씨의 글에서 “기억보다 훨씬 생생하게 우리의 시간들이 눈앞에 펼쳐진다”라는 부분이 있거든요. 서로 새롭게 알게 된 것들도 있었던 것 같은데요.


그나마 저희는 굉장히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사실은 아주 다른 존재가 만나는 게 결혼이잖아요. 그러니까 얘기를 더 많이, 자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서 저희는 꽤 성실하게 대화를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 있었던 일을 제가 이렇게까지 생각한 줄은 몰랐던 거죠. 아내는 그런 걸 새롭게 알게 됐던 것 같아요. 남편이란 사람이 이런 일을 이렇게까지 생각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한 것 같고요. 저로서는 참, 솔직하게 내 속내를 다 보여줬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2018년 4월 30일, 마지막 일기에 “읽어내려가며 느낀 감정은 감사함이었습니다.”(297쪽)라고 하셨어요.

 
일단은 부끄러워요. 사실 그렇죠.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독자로서 책을 접해왔잖아요. 제가 만나온 수많은 훌륭한 책들에 비해 제 책이 많이 부끄럽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어색하고, 이래도 되나 싶고 그렇죠. 그러면서도 내 생각을 말하고 독자와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서는 감사하게 생각해요. 부족하지만 글을 쓸 수 있게 응원해주신 주변 분들에게도 감사하고요. 일기를 이렇게 성실하게 쓰기 쉽지 않잖아요. 이 기회에 일기 쓰기가 좋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죠. 스스로 돌아볼 수도 있게 되고, 잊고 있던 것을 다시 보면서 그날 이런 일이 있었구나, 생각하게 되기도 했어요. 그런 면에서 조금이나마 기록을 해왔던 것에 대한 뿌듯함, 나 자신에 대한 뿌듯함 같은 것도 있었어요. 글을 주로 아침에 썼는데요. 아내와 있었던 일을 쓰면서 개인적으로는 많이 반성했죠.(웃음) 덕분에 조금 더 성숙할 수 있던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면서 그런 면을 읽었던 것 같아요. 자기반성의 태도 같은 것이 있었어요.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일상 자체를 정리해보니까 좋았어요.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깊이 있게 들어가 보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주로 든 생각이 반성이었죠.(웃음) ‘내가 잘못했다’라기 보다는 ‘이럴 때는 이렇게 하는 게 낫지 않겠나’ 하는 발전의 의미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생각을 솔직하게 썼어요.

 

 

솔직하지 않은 건 안 담았어요


지난 1년을 돌아볼 때 달라진 면도 많이 있나요?


제가 되게 무뚝뚝해요. 생각을 많이 하고요.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불합리하더라도 일단 속으로 삭이는 편이었는데요. 싫거나 좋은 것을 분명히 하는 태도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그걸 잘 못했거든요. 분노의 감정을 막 표현하면 좀 그렇겠지만 조금 더 적극적으로,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다는 얘기를 조금 더 표현하게 된 것 같아요. 특히 아내한테는 그렇죠. 조금 더 제 감정에 충실해질 수 있었다는 부분이 예전의 저와는 조금 달라진 면인 것 같아요.

 

결혼 생활 안에서도 많이 배우는 편인 것 같더라고요. 일기를 쓰면서도 물론 그랬겠지만 생활을 하면서도 관계, 갈등의 이유 등을 살펴보는 일을 계속 해나가죠.

그런 걱정은 돼요. 며칠 전 북토크에서도 한 얘기인데요. 결혼은 다 하는 건데, 왜 네 얘기를 읽어야 하느냐, 오상진이 쓴 일기를 왜 봐야 하느냐, 라는 생각을 하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서점에서 보면 이렇게 훌륭하신 분들 사이에 내가 꽂혀 있어도 되나 싶고요. 그렇긴 하지만요. 이게 비단 결혼해서 우리 이렇게 행복하게 잘 살아요, 라는 내용만이 아니니까요. 제가 여러 과정 속에서 느낀 교훈들이나 주변에 있었던 여러 일들에 대한 저의 의견들, 가치관들이 담긴 거니까요. 솔직하게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에 사적인 일기에 불과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시사적인 내용이나 영화, 책에 대한 감상도 있고요. 저를 많이 드러냈기 때문에요. 신변잡기에 불과한 일기가 아니라 나를 담아낸 책이라는 생각이 있어서 그래도 이렇게 출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말하자면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당신들은 어떻게 생각하나요?”였던 거네요.


그렇죠. 일기가 사실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쓰는 글은 아니잖아요. 내가 나를 바라보는 글인데요. 책은 어느 정도 의식하고 쓴 거죠. 읽으실 분들을 생각하고 쓴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생각을 조금 순화한 부분도 있고요. 사실은 글이 너무 세서 싣지 못한 글도 있어요. 어쨌든 기본적으로는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것을 전제로 하고 썼어요.

 

솔직함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쓰면서 갖고 있던 중요한 기준이 있었다면 들려주세요.


솔직하지 않은 건 안 담았어요. 다만 편집자님께서 전체적인 글과 안 맞는다고 판단하셨던 글들은 날아간 것도 있고요. 고집은 안 부렸어요. 프로 작가가 아니니까요.(웃음)

 

솔직한 이야기를 쓰는 것이 부담되지는 않았나요? 고민이 있었다면요?


크게 고민한 건 없었고요. 저는 미디어에 노출된 지 13년 된 사람이라서 그런 부분이 익숙한 편인데요. 아내는 그렇지 않잖아요. 물론 김소영 씨도 입사한 지 꽤 오래된 사람이지만 저에 비해서는 덜 익숙하겠죠. 그런 면에서는 선을 유지하려고 했어요. 알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던 것 같고요.

 

전반적으로 상쾌하게, 산뜻하게 써내려간 느낌이네요.


네, ‘이게 뭐 어때서?’하는 느낌이 있죠.

 

지금까지 쓰면서 좋았던 이야기를 많이 말씀하셨는데요. 어떤 점이 힘이 들던가요?


많이 배웠고, 즐거웠죠. 하지만 역시 제가 책을 쓰기 전에 많이 읽었던 사람으로서 과연 이렇게 책을 써도 되나, 싶은 생각이 많았어요. 세상에 빛을 더 비춰야 하는데 어둠을 드리우는 게 아닌가(웃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게다가 어떤 의견이나 생각이 인쇄 되어서 나온다는 것 자체가 되게 두려운 일이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과거에 썼던 글 때문에 다시 회자가 되기도 하고요. 책을 통해 저 자신이 세상 앞에 나오는 거니까요. 그런 여러 가지가 두렵긴 했었는데요. 많은 분들이 용기를 주셨어요. 쓰는 과정이 힘들기도 했지만 즐거웠고요. 이제 책이 나왔으니까 부정적인 면을 안 보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책 반응도 좋다고 들었어요.


저는 인터넷 기사 댓글은 잘 안 보거든요. 그런데 책 서평은 보게 되더라고요.(웃음) 제일 와 닿았던 글이 ‘당신이 쓴 일기를 왜 봐야 하느냐’는 내용이었어요. 저도 어떤 정당성에 대해서는 굉장히 고민을 했으니까요. 그 말에 공감이 되거든요. 어떤 연예인이 결혼해서 책 썼다는데 그걸 왜 봐야 하는지,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죠. 그런 것 때문에 자신감이 떨어지다가도(웃음) 좋은 반응들을 보면서 하루, 하루 치유 받는 중이에요.

 

어떤 글은 여행기처럼 읽었고요. 독서일기처럼 읽히는 부분도 있어요. 물론 반성문 같은 면도(웃음) 있었는데요. 전체적으로는 조금 새로운, 편안한 글쓰기를 하셨어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한 거예요. 즐겁게, 재미있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독자로서 저는 무거운 책, 어려운 책도 좋아하지만요.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려면 조금 가벼워야 하잖아요. 내려놓기도 해야 하고요.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이것도 만약 5년 전, 제가 날이 서 있던 30대 초반에 글을 썼다면 많이 달랐을 것 같아요. 이렇게 온화한 책은 안 나왔을 것 같아요.(웃음) 그래서 다행이에요.

 

자꾸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그때의 글이 어땠는지 무척 궁금해지네요.


궁금하시죠?(웃음) 안 나온 데에는 다 이유가 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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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되어서 알게된 것들


지난 1년을 돌아봤을 때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들도 있겠죠?


아무래도 가장 큰 일은 소영 씨가 MBC를 떠나고 새로 동네 책방을 연 일이겠죠. 그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개인적인 아픔을 겪는 입장, 곁에서 지켜보는 입장 모두 힘들었죠. 퇴사를 하고, 해본 적도 없는 책방이라는 곳을 연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특히 책방이라는 게 요즘 같은 때에 엄청난 부담이 있는 선택이니까요. 곁에서 열심히 돕고, 지켜보는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냥 책을 좋아할 뿐 아니라 책에 큰 애정을 갖고, 책을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나는 기쁨을 찾아가는 모습이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저라면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고요. 우선 가게 하나를 열기까지 굉장히 많은 일들이 있잖아요. 그런 모든 일들, 제가 몰랐던 것들을 척척 해나가는 모습이 멋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김소영 씨 혼자 힘들어했던, 오상진 씨는 뒤늦게 알았던 어려움도 있었잖아요.


소영 씨 퇴사 당일 기사도 그랬어요. ‘오상진 아내 김소영 퇴사’ 같은 제목이 많았어요. 그런 걸 보면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죠. 그래서 앞으로 소영 씨가 더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생기고요. 특히 책방 공간은 정말 전부 스스로 했거든요. 홀로서기를 하기 위해 열심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까 남편으로서는 조심스럽게 돕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항상 주장하는 게 저는 아르바이트라는 점입니다.(웃음) 사장은 소영 씨예요. 그렇게 본인만의 공간과 새로운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응원하고 있어요. 잘 해나가는 모습이 참 뿌듯하고 그래요.

 

“언젠가 ‘김소영 남편 오상진’이라는 기사를 보고 싶네요. 모쪼록, 아내의 건승을 빕니다.”(233쪽)라고 쓰셨죠.


네, 반쯤은 맞고요. 반쯤은 그냥 하는 말이에요.(웃음) 일단 누구의 아내, 누구의 남편이 아니라 각자 홀로서기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야죠. 사실 그렇잖아요. 결혼이라는 것이 남자보다 여자에게 더 큰 결정이라고 많이 생각하는데요. 현실적인 인식, 사회적인 면을 나 혼자 바꿀 수는 없는 것이고, 그런 부분에서 많이 고민을 하게 되더라고요. 결혼을 해보니까 나는 참 모르는 어려움이 있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남편이 아니라 그냥 선배, 후배였으면 그냥 힘들겠다, 잘해봐라, 라고 했겠지만 아내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니까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들을 더 많이 알게 됐어요. 관련된 책도 읽게 되고요. 그러면서 또 많이 배웠죠.

 

여성의 어려움에 대해서라면 특별히 결혼 이후에 생긴 관심사인가요?


결혼 전에도 나름의 평등에 대한 인식은 있었는데요. 이제는 그것을 완전히 나의 이야기처럼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거죠. 아내가 생기니까 그렇더라고요.

 

조금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어떤 부분이 힘들어 보이던가요?


책에도 썼는데요. 편하게 외출했을 때 저는 지나가는 분들과 편하게 사진도 찍고 그러거든요. 그런데 여자 방송인들은 힘들죠. 여성분들도 여성 방송인들의 외모 열심히 보잖아요. 평가도 하고요. 단편적인 예로 그런 거고요. 아내는 신혼여행에 가서도 그런 것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쓰더라고요.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었는데 남편이 되니까 보이기 시작했어요. 너무 무심했구나, 싶어서 미안하기도 했고요. 좀 더 아내의 입장, 여성의 입장에서 많은 이슈를 생각해야겠다, 했어요.

 

『처음 읽는 여성 세계사』와 같은 책을 읽은 것도 그 연장선이군요?


저도 배우는 과정이고, 아직 결론에 도달한 것은 아니에요. 『처음 읽는 여성 세계사』도 재미있었는데요. 현재의 관점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제가 주로 생각하는 부분이거든요. 그밖에 『나쁜 페미니스트』『맨 박스』  같은 책들도 흥미롭게 읽었어요. 요즘 관련한 책이 워낙 많잖아요. 읽고 있는 중이에요. 공부하는 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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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많이 생각해요


책 속의 오상진 씨는 ‘완벽해 보이는’ 쪽보다 ‘행복한’ 쪽에 더 중심을 두려는 모습이 있어요. 


저 대학에 가면 행복하겠지, 저것을 가지면 되게 좋겠지, 저 자리에 올라가면 좋겠지, 라는 생각을 하잖아요. 사실 저도 대부분의 인생을 그렇게 보냈는데요. 제가 내년이면 마흔이거든요. 지금 보니까 어떤 이상적인 것을 만들어놓고 그 틀에 나를 맞추는 것보다는 그냥 살면서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들에 충실하고, 진짜 이것이 내가 원하는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끊임없이 찾아가는 것이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이가 들면서 이런 교훈을 서서히 얻었던 것 같긴 한데요. 요즘은 행복에 대해 굉장히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책 안에서도 그랬던 것이 일기를 쓰면서 하루를 돌아보다 보니까요.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하면서 행복에 가까이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책을 쓰면서 정말 많이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아직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내 행복에 대해서 조금씩 윤곽을 만들어가고 있지 않나 생각해요.

 

많은 분들이 공감하는 생각일 거예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랄까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같은 말들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잖아요.


책에도 썼지만 한국 사회가 지나치게 경직된 면이 있는 것 같은데요. 저는 현재 뭔가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봐요. 산업사회에서 지식 정보의 사회로 넘어가면서 생기는 특징이기도 할 텐데요. 집단적인 사고보다는 개인의 사고 쪽으로 가고 있잖아요. 균형을 맞춰가는 시기라고 생각하고요. 과거에는 개인이 희생해서라도 성과를 내고, 거기에서 개인도 보람을 느끼기도 했지만요. 지금에 와서는 관점이 변화하다보니까 일과 삶의 균형도 찾아가고, 자신의 행복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탕진잼’ 같은 것도(웃음) 하면서 하루의 행복을 찾아보는 거고요. 그런 변화의 과정이 지금 존재한다고 생각하고요. 저도 그 안에 있다고 보고 있어요. 앞으로 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해 하고 있고요.

 

독서일기도 여러 편 되잖아요. 『한국이 싫어서』 , 『신경 끄기의 기술』과 같은 베스트셀러도 눈에 띄고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자서전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도 있었어요. 요즘도 책을 많이 읽으시죠?


책을 읽고는 있어요. 지금은 책 마무리 작업에, 관련 행사도 많고 그래서 조금 소홀히 하고 있는 건 사실인데요. 꾸준히 읽고는 있죠. 하지만 추천은 안 하고 있어요. 열심히 제 책 홍보해주시는 분들이 계신데 제가 남의 책 홍보하기는 좀 그렇잖아요.(웃음) 목록을 모아두고 있는 중이에요.

 

『총, 균, 쇠』도 언급이 됐고요. 분야도 안 가리시는 편인가 봐요.


네, 광범위하게 읽는 편이에요. 이슈가 되는 책은 웬만해서는 다 봐요. 지금 태영호 씨 책이 화제잖아요. 너무 읽고 싶은데 아직 못 읽고 있어요. 게다가 요즘은 소영 씨가 책방을 하니까 입고 대기 되어 있는 책도 보게 돼요. 그런 책들도 쌓아두고 한두 시간 씩 읽고 그러죠. 심지어 요즘은 서평 의뢰도 많이 들어오거든요. 아예 출간 전에 제본만 된 상태로도 받아보기도 하고 그런데요. 다양한 경로로 책을 접하고 있어요. 사실 예전에도 그냥 틈나면 서점에 가서 책 보고 그랬어요. 매일 갈 데 없으면 한 번 씩 서점에 꼭 들르고 했어요. 그렇게 구입하기도 하고요. 참새가 방앗간 들르듯 온 김에 가자, 하고 서점에 가곤 했죠.

 

김소영 씨와 함께 출연한 <신혼일기>에서도 두 분 나란히 책 읽는 모습이 많이 나왔었죠.


저희가 모범 답안은 아니겠죠. 이런 모습이 있으면 저런 모습도 있을 테고요. 그게 저희 사는 모습인데요. 각자 따로 책도 보지만 서로의 책도 돌려 보고,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생각이 다르면 토론도 해보고 해요. 그게 좋아요. 저희 둘 다 그런 과정을 즐기는 사람들이거든요. 제가 느꼈던 재미와 소영 씨가 느낀 재미가 다르기도 하고, 그런 것들을 발견하면서 대화를 또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서 좋아요. 소영 씨와는 그런 면이 잘 맞는 게 아닌가 싶어요.

 

책 외에 같이 공유하고 있는 관심사가 있나요?


사실 지금은 둘 다 너무 바빠서요. 취미를 함께 나누고 있는 건 많지 않고요. 둘이 앉아서 하루 일과를 정리하는 대화를 하루 30분 이상은 꼭 하려고 해요. 늦더라도 저녁에는 꼭 대화를 하죠.

 

특별히 이 책을 어떤 분들이 읽어주었으면, 하세요?


이 책을 보시면서 나는 이날 이런 일이 있었지, 하면서 각자의 생각도 해보게 될 것 같아요. 그것도 어떻게 보면 이 책의 의미가 되지 않을까 싶고요. 아무래도 신혼이신 분들이 읽어주시면 좋겠어요. 저와 비슷한 또래의, 결혼을 방금 했거나 곧 할 예정인 분들이 봤으면 좋겠고요. 특별히 남자 분들이 읽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볍게 읽고, 함께 읽고, 얘기도 해보고 이 책을 둘의 화제로 올려도 좋을 것 같아요.


 

 

당신과 함께라면 말이야오상진 저 | 달
두 사람을 관통해온 안팎의 여러 사건들을 겪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어떻게 의지가 되고 힘이 되어주었는지, 더욱 단단해질 수 있었던 사랑과 신뢰의 마음을 짐작해보고도 남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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