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혁 “을의 세계관으로 본 시내버스 이야기"
버스기사의 책이니 버스에서 책을 읽었다. 평일 오전 6시 40분에 탄 시내버스, 기사님이 내 책 제목을 슬쩍 보았나? 웬일인지 급정거 한 번 없이 1시간을 달려 회사에 도착했다. “정말 열심히 살아야, 겨우 살아진다”는 시내버스기사 허혁의 이야기. 몸으로 빚은 글을 읽으며 5분마다 마음이 풀썩 내려앉았다. 30개의 정류장을 지나치기가 무섭게 수십 개의...
View Article색소포니스트 김오키가 앨범을 만드는 방식
2013년 첫 앨범을 발표한 이래로 색소포니스트 김오키는 국내 재즈계에서 가장 파격적인 인물로 활동해 왔다. 동시에 그는 지난 5년 동안 가장 앨범을 많이 낸, 다작하는 뮤지션 중 한 명이다. 최근 그는 자신의 일곱 번 째 앨범 <퍼블릭 도메인 포미>를 발표했다. 소위 아방가르드 파에 속한 그가 발표한 첫 발라드 앨범이다. 과거 앨버트 아일러의...
View Article이범 “청년들이 정치를 해야 하는 이유”
여러분의 눈앞에는 극단적인 저출산으로 인한 ‘장기 파국’과, 노동 시장 진입 인구의 증가로 인한 ‘단기 파국’이 겹쳐서 펼쳐져 있습니다. 일단 단기 파국을 막아 내지 못한다면 출산율은 더 떨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장기 파국을 막을 가능성은 더더욱 멀어집니다. 그럼 여러분의 나이가 50대쯤 되었을 때 우리나라가 망하는 꼴을 보게 될 가능성이...
View Article[커버 스토리] 김소영, 책을 향한 좋은 편견
책을 읽으며 기다리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시기가 있었다. 방송으로 바빴던 시절에는 한 번도 내려가본 일이 없던, 사내 도서관에 매일같이 출근 도장을 찍었다. 출판사별 세계문학전집을 섭렵하는 시간을 지나 방송 출연 금지 1년을 두 달쯤 남겨두었던 어느 날, 김소영은 ‘MBC 아나운서’라는 타이틀을 조용히 버렸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될 텐데...
View Article[독립출판물 저자를 만나다] 모순을 끌어안는 정병일지 - 백세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제목이 인상적이에요.제목이 제 이야기였어요. 저는 자살 충동을 굉장히 자주 느끼는 편이고, 자살 충동만큼 배고픔도 잘 느껴요. 항상 뛰어내리는 상상에 골몰했는데, 친구가 떡볶이를 먹으러 가자고 그러면 신나서 떡볶이를 막 먹는 제 자신이 너무 싫었던 거죠. 왜 죽고 싶은데 떡볶이 먹어? 하면서 스스로 자책하는 거예요....
View Article이상은 “대화가 어려울 때는 아래에서 위로 바라보세요”
유난히 빠르게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는 사람들이 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감정을 읽어낸다. 한 번의 손짓으로 상대를 집중시키고 호소력을 높이는 이들도 있다. 소리 없는 커뮤니케이션에 강한 사람들. 그들은 단지 ‘감’이 좋은 것일까? 『몸짓 읽어 주는 여자』에 따르면, 그들은 비언어적인 메시지를 읽고 활용하는 데 능통한 사람들이다. 시선, 손동작, 자세에...
View Article오상진 “특별히 남자 분들이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무작정 손을 잡고 바깥공기를 쐬었다.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가 마음을 달래주었다. 시간이 지나니, 그래도 이 모든 관심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아내도 그렇다고 말했다. 백사장에 나란히 서서 그림자를 보며 함께 웃었다. 이렇게 밤늦게 집에 돌아갈 생각 없이 도란도란 술잔을 기울이며 함께 얘기할 수 있는 시간. 이것이 허용된다는 것이 참 좋았다. 물에 반사된...
View Article로버트 파우저 “인류는 무슨 이유로 외국어를 배우게 되었을까”
언어가 여행을 떠난다. 발이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지만 언어는 더 멀리 가고 또 가 지구를 몇 바퀴나 돈다. 그 언어의 여행이 꿈 같은 크루즈 여행이나 느긋한 리조트의 휴식 같은 것이었으면 좋았겠지만 불행히도 그렇지 못했다. 언어의 여행은 어떤 점에서는 폭력이었으며 어떤 점에서는 전쟁이었다. 외국어는 권력을 위해 전파되었다. 종교와 같이 전파되었고,...
View Article김중석 “바람 쐬고 오면 더 잘될 거야”
일이 쌓여있는데, 만사태평인 누군가가 밖에 나가 놀자고 꾄다면 당신의 선택은? 김중석 작가의 그림책 『나오니까 좋다』는 특별할 것 없는 하룻밤 캠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뭐든지 어설픈 고릴라와 툭툭 신경질을 내면서도 고릴라의 곁을 살뜰히 지키는 고슴도치. 마치 우리 아빠, 엄마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다가, 문득 밖으로 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View Article안선영 “엄마가 되고 잃어버린 ‘나’를 찾는 다이어트”
MBC 공채 개그우먼으로 데뷔했다. 그녀의 나이 스물다섯. 누군가는 꿈을 고민할 나이에 안선영은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종횡무진 활동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그때부터 그녀는 한시도 쉬지 않고 방송을 했다. 때로는 MC로, 게스트로, 연기자로 분한 그녀를 TV에서 만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예쁘장한 신인 개그우먼에서 대한민국 대표 골드미스가 되기까지...
View Article송영주, 재즈 피아니스트의 발자취
송영주는 명실공이 국내 재즈계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다. 지난 2005년을 시작으로 그녀는 지금까지 모두 11장의 음반을 발표했고 그 음반들은 모두 팬들과 평론가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아왔다. 이렇듯 그녀의 꾸준한 활동은 척박한 국내 재즈의 환경 속에서 전대미문의 족적을 남기고 있는 중이다. 특히 최근에 발표한 그녀의 첫 피아노 독주 앨범 <Late...
View Article김경일 “나를 까다롭게 만들 필요가 있다”
일이 잘 풀려 좋은 결과를 얻을 때가 있다. 이때 우리는 열심히 노력도 했고 주위에 도와준 사람도 많아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다시 비슷한 일을 하게 됐을 때 지난 번과 똑 같은 방법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주위 사람의 도움을 받아 일을 처리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최악의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분명 지난 번 성공했던...
View Article신용목, 안희연 “또박또박한 문장으로 쓴 아버지”
시요일은 상황에 따라 시를 추천하고 매일 시를 배달해주는 큐레이션 검색 앱이다. “위축되어가는 장르인 시를 최소한 하루에 한 편이라도 읽게 하고, 시에 관심을 가지게 된 독자 대중이 더 많은 시 콘텐츠를 손쉽게 향유하게 만들겠다”는 포부로 시작해 이제까지 20만 명이 시요일을 이용했다. 시요일 론칭 1주년을 맞아 펴낸 『당신은 우는 것 같다』에서는 그동안...
View Article이가라시 미키오 “보노보노는 작품인 동시에 나의 인생”
키워드는 ‘일상’이었다. 1986년부터 꾸준히 연재를 이어가고 있는 『보노보노』의 이가라시 미키오는 거듭 일상을 강조했다. 만화에서도, 삶에서도 일상은 그에게 가장 중요한 관심사였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시간에 출퇴근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한다는 이가라시 미키오는 정돈된 일상에서 생기는 작고 미세한 변화들을 포착하고 그것을 이야기로...
View Article김태균 “조금 먼저 아팠던 거라고 생각해요”
“22살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암 판정을 받으면서 처음으로 ‘인생…, 이 더러운 자식…’이란 생각을 한 이후로 운명은 정말이지 창의적인 방법으로 꾸준히 저희 태클을 걸고 있지만, 그래도 저는 나름대로 운이 좋은 20대를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잘생김은 이번 생에 과감히 포기’해야 했어도 잘생김보다 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요.”...
View Article이기호 “당신의 환대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요?”
‘용산’과 ‘바다’ ‘침몰’ 이후 한국 사회 구성원들은 모두 부끄러웠다. 피해를 막지 못해 좌절했고, ‘착하고 애꿎은’ 사람들에게 비난을 들이대는 게 참담했고, 약자에게 손을 내밀고는 이 행동이 위선이 아니었는지 혼란스러웠다. 소설가 이기호도 마찬가지였다. ‘유머리스트’ ‘재담꾼’이라는 그의 수식어는 이번 단편집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View Article명진스님 “믿음이 아닌 '행위'로 내 삶을 결정해야 한다”
명진스님은 종교면보다는 사회면에서 좀 더 자주 등장하는 종교인이다. 근대 이후 기독교에 비해 사회 참여가 약했던 불교지만, 명진스님은 사회적 현안에 거침없이 발언을 해왔다. 특히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부를 비판한 책이었다. 그 뒤로 7년이 흘렀고 『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가 나왔다. 이번 책에서도 스님은 사회적...
View Article강태식 “55세기에도 인간의 삶은 지금과 비슷하지 않을까”
올해로 4회째를 맞는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은 『리의 별』이다. 이 작품은 서기 55세기를 배경으로 지구와 한 행성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행성 이름은 플랜 A. 원래는 유원지로 개발된 곳이나,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폐허가 된 곳. 그곳에 리라는 사람이 홀로 쓸쓸하게 관람차를 타며, 지구인에게 전화를 걸고 있다. 그 전화를 받은 지구인들이...
View Article번역가 김남주 “번역은 늦가을 낙엽 쓸기 같아요”
사람들은 굶어죽을 위기에 놓였다. 겨울이 왔고, 먹을 것이 없었다. ‘그위친 부족’의 족장은 그간 부양하던 ‘두 늙은 여자’, ‘사’와 ‘칙디야크’를 버리고 떠나기로 한다. “사람들도 생존을 위해 이따금 짐승의 방식을 따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19쪽) 이윽고 황량하고, 잔인하게 추운 겨울 벌판에 외로이 남겨진 사와 칙디야크. 이들은 부족에 대한...
View Article이영미 “몸이 강해지면 많은 것들이 해결 돼요“
출판 편집자를 떠올리면 책상 앞에 앉아 글 읽는 것이 업이고, 저질 체력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람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마녀체력』 의 이영미 저자도 26년 동안 편집자로 평생 책상 앞에서 책을 만들었다. 30대 중반에 유전으로 물려받은 고혈압으로 약을 먹기 시작했고 늘 등과 어깨가 무거웠다. 글을 읽어야 하는 직업인데 어느 순간부터 글을 읽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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