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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달 “『안녕』, 괜히 혼자 쓸쓸해 하면서 그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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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수영장』으로 유명한 그림책 작가 ‘안녕달’이 신작 『안녕』을 펴냈다. 소시지 할아버지의 삶과 죽음을 그린 이번 작품은 우리가 흔히 쓰는 인사말 ‘안녕’을 모티프로 세상에 홀로 남겨진 존재들에 관한 이야기다. 소시지 할아버지의 탄생부터 시작해 사후 세계의 별에서 지내는 소시지 할아버지의 모습까지. 4부가 시작되기까지는 온전히 그림만으로 서사 되는 이 작품은 총 662컷의 그림으로 구성된 264쪽의 거대한 그림책이다. 그림책 평론가 김지은은 『안녕』을 두고 “미래 그림책의 서사를 예고하는 작품이다. 사랑은 가장 외로운 곳에서 시작된다. 『안녕』은 그 사실을 고요하게 전한다. 오래도록 천천히 울리는 종소리 같은 그림책”이라고 평했다.

 

『메리』 이후 1년만에 독자를 찾아온 안녕달 작가를 서면으로 만났다. 담담한 문체로 전하는 『안녕』의 출간 뒷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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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만남과 헤어짐에 관한 이야기

 

올해 어떻게 보내셨는지 안부를 여쭙고 싶습니다.

 

여름이 오기 전까지 끝날 듯 절대 끝나지 않던 『안녕』을 마감하느라 계속 바쁘다가 여름이 시작할 때쯤 책 작업이 거의 끝나서 지금은 휴가 중이에요. 몇 년 동안 평소보다 너무 열심히 일한 것 같아서 스스로에게 아주 큰 포상 휴가를 줬어요. 오랜만에 노니까 너무 좋네요.

 

『메리』  이후의 책입니다. 1년이 좀 안 된 시점에 나온 다섯 번째 책인데요. 아마도 지난번 인터뷰 때, 겨울에 나오려고 했던 책이었을까요?

 

맞아요. 사실 작년 겨울에  『안녕』  작업을 끝냈어야 했는데요. 『메리』를 출간한 뒤 제가 너무 방전이 된 상태였고 『안녕』은 원고가 완성된 상태에서 계약이 된 것이라 저는 그림을 전부 다시 그려야 될 줄은 몰랐는데 새로 다시 그려야 되는 상황이 되었어요. 그래서 한숨 쉬고 다시 그리느라고 반년 정도 늦게 작업을 끝내게 되었어요. 계약서에 나온 작업 기간을 못 맞추는 게 처음이라 혼자 조금 안절부절못했는데요. ‘3월에는 끝낼 수 있겠지?’ 했는데 못 끝내고 결국 7월이 되어서야 작업이 끝났어요. 제가 저의 작업 속도를 과대평가한 것 같아요.

 

『안녕』 은 어떻게 출발한 작품인가요? 처음 제목도 ‘안녕’이었나요?

 

정확하게 어떻게 원고를 시작했는지는 아득하고 처음 원고의 가제로 쓴 건 ‘만남’이었어요. 3장과 4장으로 이야기를 짜다가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생기고, 이야기에 자꾸 살을 붙이다 보니 2장이 만들어지고 이후에 1장이 붙으면서 꽤 두꺼운 책을 만들게 되었어요. 그림책의 제목을 정해야 될 때쯤 다양한 만남과 헤어짐에 관한 이야기로 정리가 되어서 두 의미를 다 담은 ‘안녕’ 이라는 제목을 쓰게 되었어요.

 

작품을 완성하는 데 얼만큼의 시간이 걸렸는지 궁금해요.

 

몇몇의 캐릭터가 제가 구상하던 다른 이야기에서 넘어와서 정확하게 말씀드리긴 어려운 것 같아요. 원고를 처음 시작한 시점은 조금 애매하지만 『수박 수영장』이 책으로 나오고 그해 겨울에 『안녕』 콘티를 짜기 시작했어요. 2015년 말에 시작해서 2016년 가을쯤까지 책과 애니메이션의 형태로 네 개의 이야기를 완성했는데요. 출판사와 원고를 계약한 후 한 권의 책 구성으로 다시 그려서 올해 여름에 책이 나오게 되었어요.

 

주인공이 ‘소시지 할아버지’입니다. 왜 ‘소시지’였을까요?

 

개와 소시지 할아버지 캐릭터를 놓고 보면 조금 이상한 조합이라고 여기시겠지만 제가 이야기를 만들 때 왠지 소시지가 개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두 캐릭터를 그려 나가면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만들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소시지 할아버지 캐릭터를 그릴 때, 소시지가 앉으면 통통한 배가 접히는 게 너무 귀여워서 배에 두 줄을 그리면서 혼자 항상 좋아했어요.

 

색감을 특히 신경을 많이 쓰셨을 것 같아요. 우리가 즐겨 먹는 분홍 소시지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다른 작품을 그릴 때보다 뭔가 더 간결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평소보다 연필을 적게 쓰셨을 것 같기도 하고요.

 

원래 대충 그린 그림을 보는 것도 좋아하고 그리는 것도 좋아하는데요. 그동안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할 때는 돈을 받고 일하는 건데 대충 그리면 안 될 것 같아서 차마 못했는데 『안녕』은 처음에 출판을 염두에 두고 그린 이야기는 아니어서 다른 그림책보다 더 자유롭게 그렸어요. 그림은 간결해졌지만 제 나름대로 등장인물이 사는 별마다 미묘하게 다른 채색 방법을 쓰고 싶어서 소시지 할아버지가 사는 별은 연필을 적게 써서 표현했어요. 그림이 단순하고 배경이 적게 들어가서 자연스럽게 색도 적게 쓰게 되었고, 색을 적게 쓰니까 오히려 색을 쓸 때 의미를 담아 쓰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소시지 할아버지를 채색한 분홍색을 이야기의 중요한 장면들을 표현할 때 고민을 많이 해서 썼어요.

 

‘탄생’, ‘개와의 만남’, ‘개와의 이별’, ‘사후 세계에서의 할아버지’ 등 총 4개 장으로 이뤄져 있는데요. 어떤 장면을 그릴 때 가장 신나고, 또한 가장 힘들었나요?

 

가장 신났던 부분은 1장에서 소시지 할아버지의 엄마가 소시지 할아버지를 낳는 부분이요. 그림이 단순해서 금방 그리기도 했고 그 장면이 희한하지만 귀엽다고 생각해서 그릴 때 즐거웠던 것 같아요. 힘들었던 장면은 쓸쓸하고 슬픈 장면들을 그릴 때 모두 힘들었어요. 제가 그림을 그릴 때 저도 모르게 그리는 대상이랑 똑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그리게 되는데 등장인물들이 슬픈 표정을 지을 때는 저도 같이 슬퍼하면서 그리는 바람에 그런 부분을 그릴 때 우울해서 힘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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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그적느그적 걸어 다니는 게 더 잘 맞아요

 

그림책을 다 읽고 나니, ‘돌봄’이라는 글자가 생각나더라고요. 쓸쓸하면서 다정한 느낌도 들었고요. 작가님은 다른 작품과 비교해서, 어떤 감정이 많이 드셨나요?

 

굉장히 기분이 가라앉은 상태에서 그렸어요. 전에 그린 것보다 덜 밝은 이야기라서 괜히 혼자 쓸쓸해하면서 그렸어요. 그게 힘들어서 다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밝은 걸 그려야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 저도 아무 생각 없이 밝은 마음으로 그리지 않을까 싶어서요.

 

‘가져 가세요’라는 팻말이 계속 나오는데요. 이 글자를 쓰자면, 왠지 쓸쓸해졌을 것 같습니다.

 

씁쓸한 장면인데 제가 실제로 봤던 장면이기도 해요. 대학가에 살았을 때 번잡한 골목에 있는 가로수에 강아지가 묶여 있고 그 위로 가져가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어요. 사람들이 강아지가 귀여우니까 만지면서 안타까워하고 데려가지 않았어요. 다들 작은 원룸에 사는 자취생들이니 강아지를 덥석 데려가 키울 수는 없으니까요. 다행히 그다음 날에는 강아지가 그 자리에 없었어요. 전에 큰 마트 입구에서 토끼와 햄스터를 파는 것도 본 적 있어요. 한 토끼가 유독 그곳에 오래 있으면서 쑥쑥 자라고 있었어요. 저는 그 토끼가 너무 커지면 유리창 너머에서 더 이상 지내지 못할 것 같아서 걱정스럽게 지켜보다가 저희 집에 데려오는 상상을 했어요. 그 토끼 또한 다행히 어떤 주인을 만나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았어요.

 

강아지를 보면서, 『메리』 를 떠올려도 될까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개를 그리면 자꾸 저희 할머니 집 개 ‘메리’화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개여서 그런 것 같아요. 반성하게 되네요.

 

‘폭탄 아이’는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궁금해요. 폭탄과 아이, 두 조합을 어떻게 떠올리셨을까요?

 

폭탄 아이는 아주 예전에 구상했던 캐릭터예요. 취직할 생각으로 3D 디자인을 배울 때 폭탄 아이를 입체 캐릭터로 디자인한 버전도 있어요. 폭탄 아이와 불 캐릭터를 만들어 놓고 둘의 관계로 이야기를 짜다가 그만두었는데 두 캐릭터 모두 『안녕』에서 개의 친구로 등장하게 되었어요. 함께 기차 놀이를 하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폭탄 아이는 머리카락이 하나만 나 있어서 친구들과 어울리기 힘든 아이인데요. 얼굴이 폭탄 모양을 닮아서 모두에게 ‘폭탄 아이’라고 불리는데 저는 이야기 속에서 폭탄 아이의 머리카락이 불이 붙어 끝까지 타더라도 폭탄처럼 터질지 안 터질지는 모른다고 생각하고 그렸어요.

 

그림으로 쭉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뒷부분에 가서야 글이 등장해요. 저는 끝까지 글이 나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요.

 

원래 제가 혼자 완성한 『안녕』의 이야기는 1장이 플립북, 2장과 3장이 그림책, 4장은 애니메이션 형태였어요. 처음 이야기를 만들 때는 움직이는 이미지에 음성도 들리는 애니메이션의 특성을 잘 활용해 보고 싶었어요.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을 통해서도 이야기를 들으면 좋겠다 싶어서 애니메이션에 내레이션을 넣었어요. 나중에 네 개의 이야기를 한 권의 그림책에 담아 작업할 때도 내레이션의 느낌을 살리고 싶어 마지막 장에 글이 들어가게 되었어요.

 

요즘 즐겁게 보신 그림책이 있다면 한 두 권 소개해주세요.

 

‘토닥토닥 잠자리 그림책’ 시리즈의 『오늘아, 안녕』 에서 아이가 자기 전에 오늘 있었던 일을 잠자리 친구 토닥이한테 이야기하는데 나른하고 귀여워서 좋아해요. 그리고 『꽃에서 나온 코끼리』라는 그림책은 설명하기 힘든데요. 읽으면 평화롭고 좋아서 종종 꺼내 보고 있어요.

 

올해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요즘도 게으른 일상을 살고 계신가요?

 

계획은 제가 저에게 준 휴가 동안 하루에 한 번씩 산책을 나가서 조금 건강해지려고 하고 있어요. 제가 너무 집에서 누워만 있는 걸 좋아하고 일할 때만 책상에 앉는데 제가 집중을 하면 요상한 포즈로 일을 해서 척추 건강을 잃었어요. 친구가 조깅을 하면 허리가 건강해진다고 해서 비싼 조깅용 신발을 사서 조깅을 한번 따라 나갔다가 너무 힘들어서 바로 그만두고 산책으로 바꾸었어요. ‘느그적느그적’ 걸어 다니는 게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홈페이지에서 독자 분들과 소통하고 계세요. 오프라인 행사는 하실 생각이 없으신지요?

 

네…. 제가 낯을 많이 가리기도 하고 독자 분들 대하기를 조금 더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홈페이지의 방명록에서도 친구가 남긴 글에는 쉽게 대답하면서 독자 분이 남긴 글은 짧은 답글도 어떻게 써야 할지 너무 오래 생각하고 대답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오프라인 행사는 거절할 수 있을 때까지 안 하고 싶어요.

 

후속작의 힌트를 주신다면요.

 

다음으로 나올 이야기는 ‘쓰레기통의 요정’ 이라고 발랄한 쓰레기통에 사는 요정 이야기예요. 예전에 그렸던 더미를 수정하고 있어요. 또 하나는 ‘눈 아이’가 있는데 서늘하고 쓸쓸하지만 조금 따뜻해지는 이야기예요


 

 

안녕안녕달 글그림 | 창비
소시지 할아버지의 탄생부터 소시지 할아버지와 개의 만남과 이별 그리고 사후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까지 거침없이 이야기가 펼쳐져 뛰어난 이야기꾼으로서 작가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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