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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순 “인간 삶이 별 게 아니라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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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임성순을 몰랐던 사람이라면 세 가지 지점에서 놀라게 된다. 첫 번째, 여성이 아니라 남자다. 둘째, 발표한 작품마다 소재와 문체, 관통하는 정서가 다 다르다. 셋째, 꼼꼼한 자료 조사 없이는 나올 수 없는 글이라는 느낌이 바로 올 정도로 내용이 탄탄하고 문장이 촘촘하다.

 

임성순 작가의 6번째 장편 소설이 세상에 나왔다. 전작이 주로 자본주의 작동 방식과 그 속에서 노동하는 사람(『컨설턴트』 , 『문근영은 위험해』,  『자기 개발의 정석』 ), 인간의 폭력성(『오히려 다정한 사람이 살고 있다』 , 『극해』 )을 다뤘다면  『우로보로스』는 세계를 주제로 한다. 이번 작품은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주제는 거대하다.

 

로봇이 인간의 자리를 대체한 미래가 시대적 배경이다. 일자리를 뺏긴 인간은 사이버 세계에서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존재로 전락한다. 한 연구소에서는 태초 우추의 탄생을 재현하려는 실험이 한창이다. 작가는 서로 관계가 없어 보이는 여러 인물을 등장시키고 현대 물리학 이론과 인간성을 두루 살피면서 근원적인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세계란 무엇인가, 인간은 누구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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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한 우주에 비하면 인간의 삶은 얼마나 사소한가

 

요즘 어떻게 지내셨나요?

 

『우로보로스』  교정 봤고, 아마 10월 말쯤에는 에세이가 나올 거예요. 그 에세이 수정 작업했어요. 1980~1990년대 서브컬쳐라고 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일 듯합니다. 어린 시절 좋아했던 만화나 오락실 게임에 관한 이야기죠. 그리고 또 개인적으로 작업하는 게 있어서, 그 작업을 하고 있고요.

 

지난 번  『자기 개발의 정석』  때 인터뷰에서 집필 중이라고 밝히셨던 SF 소설이 『우로보로스』죠?『문근영은 위험해』의 표현을 인용하자면 "물론 그 의미를 알지 못했다"라고 할 만한 작품이었습니다. 제게는 다소 어려웠습니다.

 

구성 자체는 난해한데, 작품을 꿰뚫는 정서는 어렵지 않아요.  『엘리건트 유니버스』『코스모스』 와 같은 물리학 책을 조금 본 독자라면 다 읽고 나서 느끼는 부분이 있을 거예요. 넓은 우주에 대해서 과학적 이야기를 하는 책인데요. 우주라는 게 광대한데, 인간의 삶은 별 게 아니죠. 그래서 느껴지는 안도감, 서글픔 같은 감정이 있습니다. 제가 쓰면서 둔 목표는 그런 감정을 소설에서 독자들이 느낄 수 있게 쓰는 것이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이 어렵거나 이해 안 되는 용어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런 감정을 독자들이 무리 없이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죠. 잘 됐는지는 모르겠네요. (웃음)

 

소설 후반부 등장 인물인 연구원 엄마와 딸의 이야기가 그런 부분이었군요.

 

네, 그렇죠. 앞부분에서는 세계가 실제하느냐 아니냐, 실제하지 않는다면 우리 삶은 어떤 의미가 있느냐를 서로 관계가 없는 듯 보이지만 관계 있는 각 캐릭터를 통해서 보여줬다고 생각하시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겠네요.

 

이야기 처음으로 돌아가자면, 수도사가 등장하는 첫 장이 아름다웠습니다. 누구도 없는 곳에 갇힌 채, 주어진 사명에 충실한 캐릭터인데요.
 
첫 번째 장은 시지프스 같은 이야기죠. 세상이라는 건 계속 무너지고, 부숴집니다. 거기에 인간은 계속 도전하죠. 세계라는 틀 속에서 개인은 무의미한 일을 끊임없이 반복해요. 부조리함 속에서 찾을 수 없는 답이라고 해도, 답을 찾아내려 하는 게 인간이죠. 이런 게 아마 인간이 지닌 몇 안 되는 미덕 중 하나가 아닐까요. 그런 맥락으로써 마지막 연구원 이야기와 첫 번째 수도사 이야기는 이어져요. 엄청난 스포일러인데, 엄밀히 말하면 첫 번째 주인공은 인간은 아니에요. 인간 정신인 건 맞지만요.

 

 

미래나 지금이나 개인은 무기력

 

애초 법의 의도와 달리 인간은 로봇도 하지 않는 더럽고, 힘들고, 부가가치 없는 일만 했다. 남겨진 일이 그 모양이니 당연히 인간들은 더더욱 노동을 기피했고 그 결과 노동수당이 만들어졌다. 어떤 형태든 노동을 하는 이들은 임금과 별도로 정부로부터 받는 기본수당의 두 배를 추가로 받을 수 있었다. (중략)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본수당에 만족했고, 젊은이들은 일을 할 바에는 이계라 불리는 가상 세계의 삶을 택했다. (81쪽)

 

"행복한 지옥"이라는 표현이 등장하죠. 미래에 로봇이 일자리를 차지하고, 인간은 기초소득에 의존하고 그 돈을 가상 세계에서 소비하는 묘사에서는 인간의 미래를 어둡게 그렸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4차 산업혁명, 가상 세계, 이런 묘사가 약간 어둡긴 하지만 이야기 자체가 어둡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세계와 개인 관계를 놓고 그림을 그릴 때, 세계에 대해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어요. ‘아톰’이라는 장은 어떻게 보면 무기력한 관계를 보여주는 에피소드인데요.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한다기보다 SF가 그러하듯, 지금 개인이 사는 삶을 미래라는 틀을 빌려와서 보여준 거죠. 아까도 잠시 말했듯 『코스모스』 나  『엘리건트 유니버스』 를 읽고 나서 사람 삶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우울하진 않잖아요.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이렇게 사는 게 크게 의미가 있진 않구나, 내 고민이 심각한 게 아니었구나, 이런 자기 객관화의 위로가 생기거든요.

 

전작에서 몇 차례 다룬 주제인 자본주의 속 노동하는 인간에 관해서도 묘사를 했습니다. 인간이 로봇으로 대체되지만, 윤리적 책임이 필요한 일자리는 가장 마지막까지 남을 거라고요.

 

그 부분을 쓰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미래에는 인간이라고 정의내려지는 지점이 지금보다 많이 모호해지고 원하는 역할이 많이 변할 거라고요. 마르크스가 지적한 것 중 하나가 정말 정확한 게 하나 있거든요. 상부구조는 하부구조의 지배를 받는다고요. 경제적 기반이 변했을 때 미래는 이런 형태이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며 썼죠. 이를테면 부가가치가 되는 건 로봇, 인공지능이 하겠죠. 부가가치가 크지 않거나, 투입되어 생산되지 않는 건 인간의 몫으로 남겨질 겁니다. 결국은 인간에게는 윤리적인 책임을 묻는 역할이 남겨질 거예요. 이 에피소드가 우주에 관한 이야기와는 직접적으로 연관이 안 될 수도 있어요.

 

다시 앞서서 이야기했던 내용입니다만, 우주라는 스케일로 놓고 봤을 때 인간의 삶이 사소하고 별 볼 일 없어요. 여기서 오는 안도와 위안이 있는데요. 어찌 보면 디스토피아일 수밖에 없는 미래를 보여주면서도 이 부분에 주안점을 뒀어요. 만약에 일상이라는 게 부재하고 가상 생활에서 일상을 찾는 시대가 온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일상이야말로 소중하다는 걸 느꼈으면 해요. 사실 우리가 누리는 일상이 인간사 전체를 놓고 보면 오히려 예외거든요. 이 모습이 계속 유지된다는 법도 없고요.

 

SF 중에는 로봇이 인간을 정복하거나, 인간을 노예화하는 내용도 있는데요. 이 작품에서는, 로봇의 인간 정복에 관한 비효율성을 이야기했죠.

 

정말 로봇이 인간보다 뛰어난 시대가 온다면, 인간이 로봇과 같은 형태로 대체되거나 로봇이 굳이 인간을 없애려고 노력하지 않을 거예요. 인간은 스스로 소멸하는 종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양자역학, 불확정성의 원리, 컴퓨터 공학 등 과학 이론이 많이 등장합니다. 자료 조사에 공을 들였을 것 같습니다.

 

어릴 때부터 세상이 왜 이런가에 대해 의문이 많았어요. 물리학과 사회과학에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죠. 이 책을 쓰기 위해서는 정보 관련 이론을 더 공부했어요. 그리고 제가 수포자였거든요. 수포자였기 때문에, 수학을 잘 몰라요. 이 작품을 쓰기 위해서 방학 때 열리는 8강짜리 수학 특강 들으러 다니기도 했죠. 평소에 물리학 개론서는 몇 권 봤고, 특별히 물리학 관련해서 읽은 건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 라고, 파인만이 칼텍에서 1학년을 가르친 내용을 담은 교재인데요. 쓱 봤어요. 어려운 수학 이론과 물리학 공식을 증명하라고 하는 책인데, 제가 증명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쓱’ 봤죠. (웃음)

 

현대 물리학이 내용 중에서는 불확정성 원리와 같이, 얼핏 보면 직관과 반대되는 내용이기도 하잖아요. 세계에 대한 객관적인 지식을 인간은 얻을 수 없다거나, 그런 점이요.

 

글쎄요. 인간의 직관과 물리적 세계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해서 특별히 좌절할 이유는 없을 거 같아요. 오히려 공부해보면 의외로 아름다워요. 이 소설을 쓴 동기 중 하나이기도 한데요. 인간이 만든 세계의 미학이 지닌 아름다움 말고, 개별적으로 흩어져 일어나는 물리적 사건이 사실은 어떤 내부 규칙성이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드는 미학적 느낌이 있거든요. 그런 걸 소설에서 보여주고 싶었죠. 굉장히 무리한 시도를 했죠. 그래서 이런 무리한 책이 나오게 된 건데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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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순은 게으른 편, 작가 임성순은 다른 자아

 

'지도에 대한 열정'은 「과학에 대한 열정」의 오마주 격인 장인데요. 보르헤스가 임성순에 지니는 의미는?

 

보르헤스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과학에 대한 열정」은 실제와 가상이 있고, 가상이 실제를 대체할 수 없다는 보르헤스의 철학을 담은 내용입니다. 이런 명제가 플라톤 이후부터 장 보드리야르까지 이어지면서 서양사에서 내려온 거죠. 진짜가 중요하냐, 가짜가 중요하냐, 이런 화두를 보여주는 짧은 소설이에요.

 

물리학이 다루는 실제성 이야기를 하면서, 이 장을 슬쩍 끼우면 좋겠다 싶었어요. 한편으로는, 완충 역할을 할 장을 넣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우로보로스』가 내용상 어려운 것도 있지만 각 장이 지닌 구조 때문에 읽기 괴로운 지점이 존재하거든요. 독자가 머리 비우고 쓱 읽어도 좋겠다 해서 넣었죠.

 

재밌는 게, 움베르토 에코도 ’제국의 현척 지도를 만드는 것의 불가능성에 대하여」라는 글을 썼거든요. 그러니까 저는 보르헤스에 대한 인용에 대한 인용을 단 거예요. 소설상 필요로 집어넣은 장이기도 하고, 비현실적 이야기에 현실성을 덧붙이는 사족으로서 기능도 하고 여러 가지 기능을 하는 장이에요. 보르헤스를 좋아하는 작가가 재밌게 노는 장이었구나, 생각해도 될 거예요.

 

'아톰'에 등장하는 인물이죠. 병원 접수대에서 일하는 여성이 밖에 나가기는 싫지만 벌이가 있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일은 하고, 번 돈으로 가상 세계에서 현질하는 사람입니다. 『문근영은 위험해』의 등장 인물이 떠오르기도 했는데요. 이런 인물을 즐겨 그린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즐겨 그린다기보다는, 그런 인물들을 사람들이 최근에 원하는 것 같아요. 초등학생이 가장 하고 싶은 게 유투버라고 하잖아요. 직업 이야기 하다가 "작가라서 집에서 글만 씁니다"라고 하면 사람들이 의외로 엄청나게 부러워하거든요. 작가라는 걸 부러워하진 않는데, 집에서 글만 쓴다는 부분을 굉장히 부러워해요. 다른 사람에게 그만 치였으면 좋겠다 하는 욕망이 있는 듯해요. 소설에서는 가상세계를 이계라고 표현했고, 의도적으로 쓴 이유가 있어요. 최근에 라이트노벨, 이계물이 엄청나게 번역되어 들어오잖아요. 일본에서 팔렸기 때문에 들어오기도 하지만, 현실에서 어딘가로 떠나고 싶고 타인으로부터 고립되고 싶은 욕망이 많은 듯해요. 그런 욕망을 반영해서 이 캐릭터로 만든 거예요.

 

『문근영은 위험해』에 직접 등장하셨는데요. 작가님이 그린 임성순은 히키코모리, 오타쿠 성향이 짙은 인물로 나옵니다. 실제로 비슷한가요?

 

그 소설을 내고 다른 매체에서 인터뷰할 때 밝혔는데, 주변에 오타쿠 친구는 많았지만 제가 그 정도로 열정을 가진 사람은 아니에요. 어떨 때는 숨쉬는 것도 귀찮아 할 정도입니다. 오타쿠는 정말 열심히 파헤치고, 몰두하고, 알아보잖아요. 저는 게으른 편이에요. 글만 쓰면서 굶어 죽지 않는 것도 스스로 대견해 하고 있을 정도로요. (웃음) 

 

『우로보로스』 도 그렇지만 전작  『극해』와 같은 작품은 배경 지식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나올 수 없는 작품이고, 전반적으로 임성순 작품에는 작가님의 지적 호기심이 느껴졌습니다. 게으른 편이라니 의외입니다.

 

소설 쓸 때는 달라요. 독서는 독자들의 기회 비용과 시간을 뺏는 일이에요. 저도 책을 읽으니까 이 점을 스스로 잘 알고 있죠. 독자들이 책을 읽는 데 적게는 5시간, 10시간씩 쓰기도 하는데요. 최저임금으로 따져도 적지 않은 돈입니다. 물론 돈 벌 시간을 포기하고 책 볼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여하튼 기회비용 측면에서 그런 걸 뺏는다고 생각하면 저 개인을 위해서는 안 알아보겠지만, 글 쓸 때는 하나라도 더 찾아보려고 노력하죠.

 

이 작품에 관해 하실 이야기가 더 있을 것 같아 마지막을 폈는데, 작가의 말이 없었습니다.

 

 『자기 개발의 정석』  때도 없었어요. 작가의 말 쓰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 왜냐하면 아까 말했듯 독자 시간을 뺏는 일이 독서이니까요. 제 근황까지 독자에게 알려주면서 시간을 뺏고 싶진 않거든요. 제가 독자가 알아야 할 정도로 모범적인 삶을 사는 것도 아니고요. 작가의 말과 책 뒤에 추천사까지는 가능하면 출판사에 부탁해서 안 싣는 걸로 하고 있습니다.

 

 

늘 새롭게 쓰는 건 스스로 재밌어서

 

지난 인터뷰 때 필모그라피 엉망으로 관리했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고 하셨잖아요. 늘 새로운 문체, 소재에 도전했고 이번 작품도 새롭습니다. 임성순의 작품들을 AI에 분석하면 쓴 사람을 못 맞힐 거 같아요. 왜 계속 새롭게 쓰나요?

 

제가 재밌으니까요. 게으른 사람인데도 계속 글 쓰는 걸 보면 이 일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제가 소설 써서 먹고 사는 게 아니거든요. 소설은 제게 경제적인 도움이 거의 안 되죠. 어차피 작가로서 돈을 벌거나 성공하기는 힘들다는 걸 깨닫고 난 뒤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겠구나."였어요. 물론 독자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쓴다는 건 아니에요. 독자의 귀중한 기회 비용을 빼앗고 있다는 건 늘 자각하죠. 그렇지 않으면 작가가 아니죠. 쓰고 싶은 걸 쓴다에서 멈추면 돈을 받으면 안 되거든요. 전 돈을 받고 팔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 작가로서의 기본적인 직업 윤리를 지키는 선에서는 개인적인 즐거움을 위해서 작업하고 있어요. 다만 저는 지금까지 쓴 걸 지키면서 발전시키고 미학적으로 완성시키는 쪽이라기보다는 이걸 써 봤으니까 다음에는 다른 걸 해 봐야지 하는 식으로 하는 거라 전혀 다른 소설이 나왔습니다.

 

기존의 소설을 다시 보기 힘들다는 의미일까요.

 

언젠가는 예전에 썼던 느낌의 다른 작품을 쓸 때도 있겠죠. 가능성은 열어두죠. 앞으로도 아마 비슷한 느낌의 소설을 쓸 때도 분명히 있을 거예요. 아직까지는 그런 적이 없었고 최소한 앞으로도 2~3년 안으로는 없을 것 같긴 해요.

 

제일 좋아하는 느낌의 작품을 꼽아 달라는 것도 무의미하겠네요.

 

그때 그때 재밌어서 한 작업이니까요.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꼽는 건, 크게 의미가 없어요. 다 제 자식들이니까.

 

젋은작가 수상, 컨설턴트 연극화 등 2018년니 작가님에게는 좋은 해였을 것 같습니다.
 
컨설턴트 연극화는 기쁜 일이고 젊은 작가상도 좋은 일이었죠. 그런데 올해 제가 뭔가를 해서 얻은 성과라기보다는 그 전에 했던 게 여러 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나온 결과였습니다. 사실 올해는 참 일이 안 풀린 해였어요. (웃음) 올해는 뭔가 일이 잘 안 풀리고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쟤가 드디어 일어나기 시작했어!” 이런 해처럼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네요. 불상사가 많았다기보다는, 글이 원하는 퀄러티로 잘 안 써졌어요. 개인적으로 준비하는 작업도 썩 만족스럽게 풀리지 않았고요. 올해는 엎고 다시 쓰고 이런 상태가 계속되었습니다. 젊은작가상 수상작에 단편이 뽑힌 건 기쁜 일인데 그 뒤로 단편 써달라는 데는 어디도 없었네요. (웃음) 한 해, 한 편은 쓸 줄 알았는데 아 올해도 단편을 못 쓰고 넘어가는구나.... 에세이도, 초고를 쓴 건 작년이었는데, 올해는 고치는 해였어요.  『우로보로스』도 이렇게 어렵게 쓰면 독자가 안 사 볼 텐데 하면서 고치고 고치고 이런 한해였고요. 뒷수습 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해였네요. 그래서 정신적으로는 힘든 한 해였습니다.

 

지금도  『컨설턴트』  등단했을 때 습관 그대로 쓰시나요?

 

그때는 4시간 쓰고 3시간 고치고, 이런 식으로 7시간씩 일했는데, 지금은 4시간 정도 일해요. 몸이 못 버텨요. 최근에는 한 시간 정도 자료 찾고 워밍업 하고, 글 쓰는 건 두 시간. 그리고 한 시간 정도 고치죠.

 

글이 막힐 땐 어떻게 하시나요?

 

자거나 산책하거나 영화 보거나 게임 하거나 음악 듣거나 딴짓하면서 보내죠. 어차피 매일 하는 일이니까, 안 풀려도 무조건 써요. 자리 앉아서 쓰죠. 그런데 만족스럽지 않죠. (웃음) 등단 이후로 작업하던 방식을 쭉 유지했더니 너무 피곤한 것 같아요. 좀 쉬어야겠구나, 생각도 최근 들어서 하게 되어요. 어쩌면 글이 마음에 안 드는 것보다는 피곤한 것일 수도 있겠구나, 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 안 팔리는 작가라 벌이가 시원치 않다 보니 계속 열심히 써야 되고, 쉴 수가 없네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네요.

 

안 팔리는 작가라고 해도 팬덤이 있지 않나요. "임성순 작품을 한 편도 안 읽은 독자는 있지만, 한 편만 읽은 독자는 없다."는 평도 있고요.

 

글쎄요. 그런데 『우로보로스』는 이 작품만 보면 다시 안 볼 사람이 있을 것 같긴 해요. (웃음) 한국에 없던 유형이긴 한데, 아 이래서 없던 유형이구나. 아 이래서. 독자들을 괴롭게 하는 소설을 쓰면 안 되는데, 독자를 괴롭게 하는 소설이라. 현명한 작가들이 안썼던 거죠. 저는 왜 이런 걸 안 하지, 해볼까, 아무 생각 없이 뛰어든 거죠.

 

지금 쓰고 있는 이야기는 ‘젊은 작가상 수상집’ 작가 노트에서 밝힌 대로, 뉴욕에 관한 소설인가요?

 

아직 준비 중이고, 쓰기 시작한 건 아니에요. 한국인이 전혀 나오지 않는 이야기고요. 악당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루어지지 않을 법했던 큰 선이 이루어지는 그런 소설입니다.


 

 

우로보로스임성순 저 | 민음사
고도의 지식 체계가 갖추어진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는 시대의 다종다양한 욕망, 좌절, 갈등을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해 질문하는 이 소설에서 ‘우로보로스’는 중요한 나침반이 되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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