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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홍 “아름다움의 비결? 내 안에서 찾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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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장소에 들어섰을 때, 차홍은 테이블에 앉아 무언가 쓰고 있었다. 인터뷰가 시작되고, 책에서 인상 깊게 본 사진에 대해 물었다. 처음 헤어디자이너가 되었을 무렵부터 고객, 지인들과 나눈 2천여 통의 편지가 책장을 빽빽이 채우고 있는 사진이었다. “요즘도 고객에게 편지를 쓰나요?” 차홍이 답했다. “사실 지금 편지를 쓰고 있었어요. 11월에 결혼을 앞둔 신부님들께 드리려고요.”


『당신을 아름답게 하는 것들』을 통해 차홍은 자신을 아름답게 하는 데 기여한 사물, 시선, 추억, 습관에 대해 이야기한다. 거창한 것은 없다. 어린 시절부터 해온 일기 쓰기, 손글씨 편지 보내기, 꾸준한 기부, 스태프 시절부터 사용해 온 파우치에 얽힌 사연 등이다. 이 모든 것은 ‘따뜻한 마음’과 ‘한결같음’으로 귀결된다. 그녀가 써 내려간 글을 따라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아름다운 사람이 되는 비결은 결국 마음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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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며 얻은 뜻밖의 위안


헤어디자이너가 아닌 작가로 인터뷰하는 것은 처음이죠?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헤어 스타일링 책을 펴냈을 땐 사인회만 했었거든요. 뷰티 관련 인터뷰는 자주 하지만 책에 관한 건 처음이에요.

 

첫 에세이집이에요. 소감이 어떤가요?


일기와 비슷한 것 같아요. 쓰고 나니 다시 들여다보기가 부끄러워요.(웃음) 저는 제가 출연한 프로그램도 창피해서 잘 못보거든요. 물론 책이 나온 게 창피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어쨌든 부끄럽고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요.

 

에세이 출간은 어떻게 이루어진 건가요?


시드페이퍼 출판사와 이전부터 뷰티 콘텐츠에 관한 교류가 있었는데, 대표님과 이야기하다가 언뜻 “에세이를 한번 써보고 싶다”고 말했던 게 현실이 됐어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쓰기 시작했죠. 워낙 바쁘기도 하고, 이런 종류의 책을 쓰는 건 처음이라 출간까지 2년 정도 걸렸어요.

호흡이 긴 글을 쓰는 작업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고등학교 때 문예반 활동도 했었고, 짧은 수필을 종종 써보곤 했기 때문에 쉽게 생각했는데 너무 어렵더라고요. 진도가 안 나갈 때는 강연을 하거나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듯이 혼자 말하는 걸 녹음해서 그걸 들으며 글로 옮기기도 했어요. 스케줄 이동 중이나 잠자기 전 한 시간, 출장 가는 비행기 안에서 등 짬 날 때마다 조금씩 쓰다 보니 흐름이 계속 끊어졌어요. 그래도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이렇게 책이 나왔네요.(웃음)

 

출간 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시간을 많이 뺏기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책을 쓰는 게 의외의 힐링을 가져다줬다”고 말했어요.


저는 스스로 10대와 20대 초반이 불우하다고 생각해왔어요.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아서 어딜 놀러 갔던 추억도 없고, 누군가와의 정서적 교류도 별로 없었거든요. 그런데 책을 쓰면서 어린 시절을 들여다보니 아름다운 순간이 꽤 많더라고요. 그게 저를 다독여주는 느낌이었어요. 사실 책 쓰는 동안 감정의 변화가 심해서 잠을 잘 못 이뤘거든요. 글을 쓰려면 깊숙이 숨어 있던 나의 모습, 꾹꾹 눌러 두고 들춰보고 싶지 않았던 내 모습을 자꾸 마주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그 경험이 다시 한번 저를 돌아보게 하더라고요.

 

어린 시절부터 책을 무척 좋아했다고 했어요. 애독가 차홍에게 ‘책’은 어떤 존재인가요?


성격이 외향적이지 않아서 일을 할 때 빼곤 거의 집에 있는 편이에요. 많은 분들이 제게 밝고 친절하다고 말씀해주시지만 사실 전 낯을 많이 가려요. 이 책에는 정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제 내면을 많이 오픈한 거예요.(웃음) 그렇다 보니, 저는 책을 통해서 모든 만남이 이루어져요. 외로울 땐 힘과 용기를 주고, 심심할 땐 친구가 되어 주고, 때로는 스승 같기도 하고 가족 같기도 하고요. 책은 어떤 하나로 규정할 수가 없어요. 모든 관계, 모든 의미인 것 같아요.

 

 

아름다움, 나를 바로 아는 것이 먼저


‘내 마음 사랑법’과 ‘내 몸 사랑법’ 두 파트로 나누어 전개돼요. 개인적으로 ‘내 마음 사랑법’ 부분만 확대해 따로 출간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외면을 가꾸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흔하지만, 내 마음 사랑법’에 솔직하게 써 내려간 이야기는 오직 차홍만 할 수 있는 거니까요.


처음 에세이를 쓰고 싶다고 마음을 먹은 이유가 ‘아름다움’이 아웃뷰티에만 집중되는 게 안타까웠기 때문이에요. 제가 현장에서 일하면서 명확히 깨달은 건 ‘내면이 아름답지 못하면 외면도 아름다울 수 없다’는 사실이거든요. 실제로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스스로에 대한 사랑이 깊은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내면의 아름다움을 글로 정리하다 보니 되게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몇 개월을 흘려보내다가 결국 ‘내 안의 이야기를 써보자’고 마음먹었어요. 쓰고 나니 너무 내 이야기를 많이 했나 싶어서 부끄럽더라고요.(웃음) 전면에 ‘내 마음 사랑법’이 들어가 있는 게 저에게는 부담인데, 독자 분들은 어떻게 느끼실지 모르겠어요.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2천여 통의 편지였어요. 요즘도 고객에게 편지를 쓰나요?


사실 지금 편지를 쓰고 있었어요. 11월에 결혼을 앞둔 신부님들께 드리려고요. 제 취미생활 중 하나가 편지지를 모으는 거예요. 외국 출장을 가면 꼭 편지지, 엽서, 스티커 등을 사서 가지고 다니다가 생각나면 편지를 써요. 평소에는 너무 바쁘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을 못 할 경우가 많은데, 편지에는 노골적인 내 마음을 다 담을 수 있어서 좋죠. 얼마 전에는 한 제자가 10년 전 제게 받은 편지를 가지고 왔더라고요. ‘우리 브랜드의 아름다운 씨앗이 되어 주어서 고맙다’고 쓴 편지였는데, 얼마 전 지점을 오픈하면서 “이 편지 덕분에 씨앗이 성장했으니 원장님께 다시 돌려드리고 싶다”면서 편지를 내미는 거예요. 너무 감동을 받았어요. 손글씨가 담긴 편지는 참 좋은 선물인 것 같아요. 직접 쓴 편지를 버릴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예요.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팁 중, 이것 하나만큼은 꼭 지켰으면 좋겠다고 추천할만한 뷰티 습관은 무엇인가요?


머리 손질을 할 때가 되지 않았는데, 헤어숍을 찾는 손님들을 보면 대게 스트레스가 많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스트레스를 관리하지 못하면 그게 몸으로 나타나요. 우리는 스트레스가 외적인 곳에서 온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내 안에서 그 문제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때가 훨씬 많거든요.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잘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저는 일기쓰기를 권해드리고 싶어요. ‘뷰티와 일기가 무슨 상관이야?’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일기를 쓰면 하루의 열띤 감정이 고이고이 펴지고 나에 대해 잘 알 수 있거든요. 실제로 많은 분들이 본인에 대해 잘 모르고 살아요. “어떤 계절을 좋아하세요? 쉬고 싶을 때 주로 어디 가세요?”라고 물으면 머뭇거리곤 하죠. 그런데 친구가 무슨 계절을 좋아하고, 어떤 장소를 자주 가는지는 너무 잘 알아요.(웃음) 나에 대해 생각하고, 알아가는 건 무척 중요해요. 내가 이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잘 모르니까 외부의 모든 자극이 스트레스로 느껴지는 거죠. 

 

외모를 아름답게 가꾸는 게 왜 중요하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어요.


나를 아름답게 가꾸고, 들여다보는 건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에요. 집의 커튼 하나만 바꾸어도 기분이 무척 좋아지잖아요. 외모를 꾸미는 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나를 더 아름답게 꾸미는 행위는 삶을 굉장히 풍요롭게 만들어요.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고, 표현하는 가장 큰 방법은 외모를 아름답게 가꾸는 거라고 생각해요.

 

차홍을 아름답게 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아무래도 직업인 것 같아요. 누군가를 더 아름답게 만들고, 보살피는 일이잖아요. 전 제 일이 너무 좋아요. 헤어디자이너는 정말 멋진 직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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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홍을 차홍답게 하는 것들


차홍이라는 이름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방송에서 ‘셀프스타일링 비법’을 전수한 덕분이에요. 지금은 뷰티 정보를 나누는 게 워낙 활성화돼 있지만, 당시에는 신선한 일이었어요.


처음 셀프스타일링 비법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15년 전쯤이었어요. 제가 파마를 예쁘게 해드린 고객을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서 만났는데, 차마 인사를 못 했어요. 산발이 된 머리를 질끈 묶고 계시더라고요. 그때 ‘아 나는 미용실에서만 예쁜 머리를 하고 있구나’하고 충격을 받았어요. 생각해 보니 365일 중 사람들이 미용실을 찾는 횟수는 5일 정도밖에 안 되더라고요. 그럼 남은 날들은 다 고객이 스스로 손질을 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머리를 잘 말리고, 예쁘게 스타일링 하고, 제품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 블로그에 정보를 올렸어요. 그게 유명해져서 SBS ‘스타킹’에서 섭외가 왔었죠. 초반에는 헤어디자이너 분들이 너무 많은 정보를 알려준다고 민감하게 반응했어요. 그런데 저는 대중에게 정보를 전달할수록 뷰티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늘어나고, 폭이 훨씬 넓어질 거라 생각했어요.

 

차홍을 이야기할 땐 언제나 ‘긍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와요. 매사에 긍정적일 수 있는 원천이 무엇인가요?


저는 어떤 문제가 생기면 종이를 반으로 나눠서 이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순간’과 ‘최상의 순간’ 써 봐요. 쓰다 보면 신기하게도 두 내용이 맞물려요. 예를 들어 성격이 내성적이라 사람을 폭넓게 만날 수 없는 단점이 있다면, 대신 누군가를 깊게 사귈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처럼 어떤 단점도 단점으로만 존재하지 않고, 장점으로 보이는 것도 때로는 단점일 수 있더라고요. 이걸 깨달은 뒤로는 무슨 일이 생겨도 좋은 쪽으로 생각해요. 아직 책장을 다 넘기지도 않았는데 ‘주인공은 죽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잘 될 거야’라고 생각하는 게 낫잖아요. ‘안 될 거야’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 이유가 순식간에 100개도 넘게 떠올라요. 하지만 ‘잘 될 거야’라고 생각하면 잘 될 수밖에 없는 방법들이 떠오르죠. 저는 그걸 실천할 뿐이에요. 어차피 살아야 할 인생이라면 최대한 좋은 마음으로 살고 싶어요.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웠어요. 어머니께서 머리를 직접 잘라주셔서 고등학교 때까지 미용실을 가본 적이 없었다고요.


저에게는 트라우마예요. 그 현장을 못 봐서 그런지 다른 분들은 이걸 로맨틱하게 생각하시더라고요. 엄마가 그냥 집에 있는 큰 가위로 싹둑싹둑 잘라주셨으니, 마음에 들 리가 없잖아요. 가위선이 다 보이고 너무 안 예뻤어요. 섬세한 사춘기 소녀의 감성을 무시한 일이었죠. 심지어 바가지까지 씌웠다니까요.(웃음)

 

지금은 반대로 어머니 머리를 손질해주시겠네요. 기분이 남다를 것 같아요.


그렇죠. 다른 게 하나 있다면 어머니는 제 머리를 망가뜨렸고, 저는 예쁘게 해드린다는 것?(웃음) 그런데 멀리 떨어져서 생각하니 목에 보자기 두르고, 형제들이 오순도순 모여있던 방에서 머리를 자르던 그 풍경이 되게 아름답게 느껴져요. 당시에는 삐뚤삐뚤한 내 머리카락만 보였다면 지금은 그 따뜻한 교류가 그립네요. 아프고, 예민했던 옛 추억들이 마냥 나쁜 순간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자연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색을 떠올리며 헤어 염색 시술을 한다.(154쪽)’고 했어요.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랐던 경험이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되나요?


정말 큰 도움이 돼요. 사람들이 신선해하는 제 유머코드도 시골 생활에서 얻어진 거예요. 제가 “도토리, 솔방울 닮았다”, “머리카락이 단풍잎 같아서 너무 예쁘다”라고 하면 다들 당황스러워하며 웃으시거든요. 저는 어릴 때부터 물뱀이나 곤충, 다람쥐 같은 것들을 가까이에서 봤고 예쁘게 들여다봤기 때문에 자연스레 나오는 칭찬인데 도시에 살던 분들은 이게 낯선가 봐요.(웃음) 그때 느꼈던 하늘, 공기, 여유 이런 것들이 너무 좋았어요. 대보름 때는 강강수월래 하고, 모닥불 피워서 고구마 구워 먹고, 냉이 캐와서 된장찌개를 끓였는데 너무 맛이 없었던 기억들.(웃음) 그 씁쓰름한 기억들이 감성이 되었나 봐요. 도시에서 힘들 때 어린 시절을 많이 생각하며 버텼어요. 뷰티 업계는 송곳같이 예민하고 무척 빠르거든요. 이 공간에서 휘둘리지 않고 저만의 감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시골생활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헤어디자이너 생활을 한 지 20년이 다 되어가요. 국내의 대표적인 톱 헤어디자이너로 인정받고 있는데, 20년 전을 돌아보는 감회가 어떤가요?


처음 스태프 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너무 생경했어요. 저만 빼고 다 세련된 느낌이었거든요. 유학을 다녀온 친구들도 많아서 늘 ‘나는 정말 부족하다. 몇 배는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마치 제가 낙엽 밑에 깔린 도토리처럼 보잘 것 없이 느껴졌는데 그 감정 때문에 정말 열심히 노력했어요. 그러다 보니 확실히 남과 비교하지 않고 저만의 길을 가게 되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때보다 말이 많아졌고, 목소리가 커졌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 좀더 쉽게 다가가요. 그 외에는 비슷해요. 그때나 지금이나 분주하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고요.

 

『당신을 아름답게 하는 것들』을 만날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세상에 내가 하나밖에 없다는 건 명확한 진실이에요. 그래서 우리 모두는 특별하고 독창적이고 아름다워요. 누구도 나를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걸 아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 생각을 한 후부터 삶이 많이 바뀌었거든요. 스태프 생활을 오래 했고, 무척 느리게 성장했지만 흔들리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나는 하나뿐이다’라는 생각 덕분이었어요. 누군가를 닮으려 노력해도 결코 그 사람이 될 수 없으니까요. 내가 없으면 세상도 없어요. 그러니 나를 먼저 위로하고, 들여다보고, 잘하고 있다고 북돋아야 해요. 아름다움은 결국 나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하는 거예요.


 

 

당신을 아름답게 하는 것들차홍 저 | 시드페이퍼(seed paper)
무작정 트렌드를 따라가는 데만 집중하는 대신 자기 자신의 외면은 물론 내면까지 면밀하게 들여다보며 스스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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