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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향, 20대 CEO라는 화려한 이면에 숨겨진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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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에 드러난 백조의 모습은 우아하지만, 물 속에 있는 백조는 움직일 때 다리를 바쁘게 움직인다. 그래서 ‘백조의 발’은 우아함 뒤에는 숨은 노력이 있다는 사실을 가리킬 때 쓰이곤 한다. 그런 면에서 『스물여덟, 구두를 고쳐 신을 시간』의 저자 김진향과 ‘백조의 발’이라는 표현은 꽤나 어울린다. 그녀를 위해 ‘백조의 구두’라고 표현해도 될 성 싶다.


김진향. 나이는 스물 여덟. 본업은 수제화 브랜드인 ‘브이너스’ 대표 겸 디자이너. 본업 외에 부업 혹은 특기를 살린 직업으로 모델, 봉사활동가, 라디오 CJ, 가수 등으로 활동 중이다. 비록 처음으로 낸 책이라 출판계에는 생소하나 페이스북에서 그녀의 이름은 유명하다. 1만 명이 넘는 친구가 매일 그녀의 글과 사진에 ‘좋아요’를 누른다. 그녀의 이러한 모습은 우아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고, 화려하다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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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서른도 넘기지 않은 내가 구두 디자이너라고 소개하고, 신사동에 숍이 있다고 말하면 “부모 잘 만나서 어린 나이에 폼 나는 일하며, 그림 그리고 여행 다니는, 별 고민 없는 여자애겠지.”란 반응이 오기도 한다. (중략) 내게 풍족한 자산이 있다면, 그건 내가 겪은 수많은 경험들뿐이다.

나의 아버지는 10여 년 이상을 병상에 누워 계시다 내가 수능시험을 마친 후 이제 가도 되겠다는 듯 돌아가셨다. 엄마는 나와 내 동생들을 키우기 위해 노점에서 분식을 팔았다. 난 학창시절부터 아르바이트를 해왔으며… (중략) 다단계의 유혹에 빠진 적도 있고 2,000만 원이 넘는 사채를 써서 두려움과 눈물의 나날을 보낸 적도 있으며, 살던 집이 무너져 내린 적도 있었다. (프롤로그 중)


책에서 고백했듯, 김진향의 우아함 뒤에는 눈물과 땀으로 이루어진 노력이 있었다. (실제로, 눈물이 많은 그녀는 인터뷰 중 여러 차례 글썽였다.) 김진향이 쓰고 그린 첫 번째 책 『스물여덟, 구두를 고쳐 신을 시간』은 그녀가 흘린 눈물, 땀에 관한 기록이다. 모든 인생이 그렇듯, 그녀의 삶에도 행복했던 순간이 있고 슬펐던 시절도 있다. 이에 관한 기록을 블로그에, 페이스북에 차곡차곡 모은 게 어느덧 책이 됐다.


인생은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


첫 번째 책 출간을 축하합니다. 책 내고 어떻게 지냈나요?


11월 일정이 꽉 찰 만큼 바쁜데, 재미있죠. 불러주는 곳이 많아 감사하죠. 강의도 많고, 토크 콘서트 같은 행사도 있고요. 책이 나오고 섭외를 위해 연락 주는 분도 있어요.


제목인 ‘스물 여덟, 구두를 고쳐 신을 시간’에 담긴 의미가 궁금합니다.


스물여덟까지 운동화 끈을 꽉 메고 달려 왔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일을 했고 다른 사람이 본다면 뭔가를 이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요. 제 인생은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입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다시 구두를 고쳐 신겠다, 앞으로 전진하겠다, 이런 의미를 담았습니다.


책을 쓰면서 많이 울었다고 들었어요.


아무래도 자전적인 이야기잖아요. 아빠, 엄마 이야기도 담았고요. 카페에서 주로 원고를 썼는데, 쓰고 나면 갈색 휴지가 수북이 쌓였죠. 책에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구두와 관련해 쓴 글 외에도 정보도 담았어요. 구두 만들면서 도움 받은 책 목록 같은 코너요. 소설 같은 짧은 글도 실었고요. 의외로 ‘진향이의 연애소설’ 꼭지가 반응이 좋더라고요.


‘구두 제작에 관해 공부할 수 있는 책들’을 보니, 평소에도 책을 꾸준히 읽을 것 같아요.


돈이 안 들게 배우는 걸 좋아해요. 책도 읽게 되죠. 쇼핑몰 만들 때도 따로 돈 들이지 않고 주변에 조언 구하며 만들었거든요. 그래도 모를 때는 책에서 찾고요. 좋아하는 작가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입니다. 어릴 때 『개미』,『뇌』, 『나무』등을 재미있게 읽었어요. 




상경, 퇴사 그리고 바이탈 커뮤니케이터


사투리 억양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김진향의 목소리에서 그녀의 고향이 울산이라는 사실은 추측하기 어렵다. 사춘기의 마지막을 울산에서 보내던 그녀에게 어느 날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진향아, 서울로 와”. 이 한 마디에 그녀는 짐을 싼다. 서울에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어서다.


서울로 가야겠다, 이렇게 결심한 계기가 있었나요?


울산도 좋지만,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려면 서울로 가야겠더군요. 노래, 연기, 모델 쪽 일을 하고 싶었거든요.


서울에서 회사 생활도 꽤 했잖아요. 보장된 월급을 버리고, 독립을 결정한 이유가 있나요.


여러 가지 일을 했습니다. 낮에 모델일 하며 동대문에서 매장 관리도 했고요. 광고 회사 다니다, 토지개발 쪽 총무 비서 일도 하고요. 회사생활을 3~4년 했네요. 회사생활도 좋았으나 울산에서 올라왔을 때 하고 싶었던 꿈이 생각나더라고요. 외부활동을 좋아하는데, 회사 다니면 시간이 안 나니 하기가 쉽지 않고요. 아침에 일어나서 회사로 출근하는 생활이 안정되고 좋지만, 이런 생활이 원하는 삶은 아니었어요. 좋아서 한다기보다는 의무감에서 한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서울 올 때 품었던 꿈을 좇아야 하지 않을까, 하면서 회사를 관뒀죠.


바이탈 커뮤니케이터라는 명칭은 어떻게 생겼나요?


직업이 계속 바뀌다 보니,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하더라고요. 우리나라에는 직업과 사람을 같이 생각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고민을 했죠. 마침 브랜딩 전문가 한아타 작가가 ‘바이탈 커뮤니케이터’가 어떻겠느냐고 제안하더라고요. 제가 하는 일 중에 강연, 노래, 봉사활동 등이 사람들에게 활력을 주는 행위니까, 활력(vital)으로 소통하는 사람(communicator)이 어떻겠냐고요. 다소 길어서 고민했는데, 뜻이 좋아 쓰기로 결정했죠.


직관적인 김진향닷컴, 김진향닷넷, 이런 이름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안 그래도 진향컴퍼니를 준비 중입니다. (웃음) 제가 하던 활동을 확장해서 문화, 교육, 패션 이 세 분야로써 활력을 나누는 게 목표에요. 1회로 부산에서 바이탈 쇼를 열었고요. 11월 11일, ‘커피 한잔 할래요’와 좀 더 깊게 ‘김진향 쇼’를 기획하고 있어요. 하루 수면 시간이 2~3시간 정도로 거의 안 자는 편인데도, 이제는 사람이 필요할 것 같아요. 여러분의 재능 기부가 필요해요. (웃음) ‘나꿈소’라는 강연에서도 말했지만, 최종 목표는 활력이 넘치는 지구 만들기에요. 진향컴퍼니가 잘 되면 확장, 확장해서 최종 목표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아직 20대인데 또래보다 많은 걸 겪으셨잖아요. 회사도 다녔고 창업도 해 봤고, 사채도 써 봤고요. 직접 겪어 보니 한국사회는 어떤가요?


뭔가를 할 때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아니라, 주변 시선을 의식해요. 저도 많이 그랬고요. 안타깝죠. 외국은 본인이 하고 싶은 걸 즐겁게 하잖아요. 우리 사회도 그렇게 만들고 싶은 게 꿈이죠. 뭔가를 하고 싶을 때, 주변에서 지지하고 응원하면 잘 할 수 있잖아요. 서로 응원해주면 좋겠어요.


라디오 CJ라든지 모델, 노래 이쪽은 연예계와 밀접한 분야잖아요. 연예계에서 활동할 욕심은 없나요?


라디오는 잠시 멈춘 상태고요. 연예 기획사로부터 간혹 제안이 오긴 합니다만, 어디 소속되어 활동하기보다는 혼자 움직이는 게 좋아요. 재밌기도 하고 활동 폭도 넓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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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은 남을 위해서, 나를 위해서 하는 일


다양한 활동을 하지만 나눔은 김진향이 생각하는 주요한 가치 중 하나다.


봉사활동에도 애착이 많잖아요.


기독교가 사랑과 섬김, 나눔을 중요하게 여기니 저를 기독교인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요. 종교는 없습니다. 절에도 가고 교회에도 가죠. 어디든 배울 게 있으니까요. 어릴 때 풍족하지 않아서, 주변으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나누려고 하는 면도 있고, 나누면 스스로가 치유가 되죠. 그 행동 자체가 매력 있고 뜻 깊어요. 나눔은 남을 위해서 할 수 있지만, 자신을 위해서일 수도 있어요. 행사 기획에 나눔이라는 요소를 꼭 넣으려 해요. 그림을 어릴 때부터 그렸는데요. 컵에 그림을 넣어 판매해서 일정 수익금을 기부한 적이 있어요. 지금도 초상화는 요청이 들어오면 그려 드립니다.


롤 모델은 누구인가요?


책에도 적었듯, 오드리 햅번이에요. 젊은 시절의 아름다움도 좋지만, 노년에 많이 나눴잖아요. 제가 추구하는 삶이에요.


활력 넘치는 지구가 최종 목표라고 했어요. 이것 외에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게 있다면요.


어머니께 집을 사 드리고 싶습니다.


이 말을 마치고 그녀가 잠시 울먹거렸다. 꿈 많고 활력도 많지만, 눈물도 많은 김진향이었다. 끝으로 채널예스 독자를 위해 한 마디를 부탁했다.


“제가 잘난 사람이 아닌 걸 압니다. 『스물여덟, 구두를 고쳐 신을 시간』은 잘난 척 하려고 쓴 책이 아닙니다. 김진향이 했다면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이걸 보여 주고 드리고 싶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희망을 갖고 도전하셨으면 좋겠어요.”


다소 생뚱맞지만 글 처음에 꺼냈던 ‘백조 발’에 관한 이야기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것처럼 백조는 물에 떠 있기 위해 갈퀴질을 열심히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물 위에 떠 있을 때는 부력만으로 가능하다. 갈퀴를 움직일 필요가 없다. 다만,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힘찬 갈퀴질이 필요하다. 그러니 ‘백조의 발’은 현상 유지가 아니라 전진을 상징하는 표현인 셈이다. 구두를 새로 신고 전진을 준비하는 김진향, 그녀의 비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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