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될 사람은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은 ‘연예견’에게도 적용된다. 어렸을 때부터 백호는 사람들의 관심이 좋았다. 난생 처음 간 병원에서 무서움 하나 없이 발랄하게 돌아다녔던 백호는 산책을 나갈 때마다 인간을 발견하면 달려가 자신을 만지라고 요구했다. 백호 누나는 SNS를 통해 백호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했고, 갓 다섯 살이 된 진주 강씨 26대손 강백호는 산책회 공지가 나가면 400명 이상의 산책자들을 동원하는 당당한 셀러브리티 강아지가 되었다.
얼떨결에 백호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한 백호 누나는 출판업계로부터 쏟아지는 러브콜을 받았다. 수익을 내려고 시작한 SNS가 아니어서 정중히 거절했지만, “아마존의 종이가 아깝지 않게 알차게 만들겠다”는 출판사의 설득에 마침내 백호와 함께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린다. 『이웃집의 백호』 에는 백호의 어린 시절 입양 이야기부터 미공개 사진, 견주를 위한 인테리어 조언, 백호의 칫솔질 방법 등 SNS에 담을 수 없었던 자세하고 유익한 이야기를 담았다.
백호는 백호 누나를 만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웰시코기’가 되었고, 백호 누나는 백호를 만나 더 넓은 세상을 알았다. ‘이웃집의 백호’ SNS 계정을 운영하면서 백호 누나는 적극적으로 반려동물의 처지를 개선하는 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때 귀여운 외모와 특유의 짧은 다리로 유행을 탔던 웰시코기는 하루에 한 마리 이상씩 버려지고 있다. 모든 반려견은 백호만큼 행복해질 수 있었기에, 『이웃집의 백호』 인세 일부는 유기동물을 위해 기부할 예정이다.
인터뷰 자리에는 백호와 백호 누나가 함께했다. 백호 저자는 성실히 대답하다 (정확히 말하면 원활한 인터뷰를 위해 준비한 소고기를 맛있게 받아먹고 ‘백호 안녕’에 답하여 크게 세 번 짖었다) 오후 낮잠에 빠져들어 인터뷰는 백호 누나와 주로 진행되었다.
만장일치로 진주 강씨 강백호가 됐어요
출판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떤 마음이었나요?
출간 제의를 많이 받았는데, 다 거절했었어요. 제가 책을 쓸 만한 사람도 아니고, 굳이 SNS에 있는 이야기를 짜집기한 책을 만들고 싶지 않았거든요. 굳이 저까지 책을 보탤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거절하다 출판사에서 종이가 아깝지 않도록 글자수 제한에 걸려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충분히 담겠다고 오랫동안 설득을 해주셨어요.
책을 처음 받아봤을 때는 어땠나요?
너무 꿈같은 느낌이랄까요? 책을 좋아해서 일주일에 한 번은 오프라인 서점을 가거든요. 항상 다른 분이 쓰신 책을 설레는 마음으로 펴서 저자 소개 글을 보는 걸로 시작하는데, 이 책은 제가 내용을 다 알고 있는 책이잖아요. 책 포장을 뜯는 기분이 정말 오묘하더라고요. 한 이틀 정도는 안 믿겼던 것 같아요.
주변 반응은요?
처음으로 받은 책 서평이 스크롤을 몇 번씩 내려야 할 정도로 장문이었어요. 그걸 읽고 나니 책을 쓸까 말까 고민했던 순간이 싹 사라지더라고요. 책을 쓰고 나서도 괜한 일을 한 게 아닐까, 출판사분들에게 폐를 끼친 게 아닐까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래서 작가님들이 책을 쓰시는구나 싶었어요.
백호의 어린 시절부터 차례대로 소개하는 책이에요.
백호가 처음 왔을 때 몸무게가 650g이었어요. 한 손으로 들고 다닐 수 있었거든요. 이제는 온몸으로 안아줘야 하는 크기가 되었는데, 저는 지금이나 그때나 백호가 작아 보여서 크기 차이는 실감을 못 했어요. 출간을 위해 사진을 정리하는 데 어릴 때 사진 보면서 옛날 생각이 많이 났어요. 평소에는 그런 생각 잘 안 했는데, 출판을 계기로 좋은 추억을 남긴 것 같아요.
시추를 키우다가 하늘나라로 보내고 백호를 입양하기까지의 과정이 나와 있어요.
애완견이라는 인식이 생기고 처음으로 펫샵이 성업하던 때였어요. 맞벌이 부부들이 혼자 있는 자녀들이 안쓰러워 강아지를 펫샵에서 사주는 경우가 많았던 걸로 기억해요. 저도 그랬고요. 잘못된 행동인데 그때는 아무도 몰랐죠. 당시에는 강아지에 대한 정보가 전무하다시피 해서 사료 선택이 넓지도 않았고, 백호처럼 매일 산책을 시켜준 것도 아니었어요. 스무 살이 되고 나서 이제는 시간도 많아졌고 경제적으로 독립했으니 잘 키워줘야지 했는데 그때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어요. 가족 모두 펫로스 증후군을 극심하게 겪었죠. 길거리에서 산책하는 시추만 봐도 울었어요. 그러다 한참이 지나 사회생활 연차도 쌓이고 여유도 생길 무렵, 친한 친구가 다시 개를 키우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했어요.
알고 보니 친구의 치밀한 계획이었다고요.
친구는 자취방에 살아서 여건이 안 됐는데, 저희 집은 넓고 1층인데다 주변에 좋은 공원도 있어서 잘 키울 것 같으니 당시 자기가 키우고 싶었던 웰시코기 사진을 한 장씩 보내주는 거예요. 그때는 웰시코기가 유행하던 때도 아니었어요. 제가 키우면 자기는 놀러 와서 구경하려고 했었던 거죠. 그러다 보니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웰시코기라는 종을 알고 공부를 통해 익숙해졌어요.
백호는 어디에서 입양했나요?
가정견이었어요. 백호 엄마는 2014년에 백호를 낳고 바로 중성화를 하고, 백호 형제가 두 마리 있었는데 입양을 갔다 둘 다 파양돼서 백호 엄마네에서 키우세요. 백호가 뱃속에서 제일 끝에 밀려있던 애라 영양분을 거의 못 받아서 몸집이 작았어요. 너무 작다는 이유로 끝까지 분양이 되지 않다가, 제가 보자마자 입양을 결심하고 데리고 와서 이렇게 크게 만들었죠.
백호의 다른 이름 후보도 있었나요?
만화 주인공 이름을 붙이고 싶었어요. <에반게리온>의 카오루를 따서 지으려고 했는데 가족들이 세 글자는 이름으로 부르기 너무 어렵다고 했어요. 부모님도 아는 두 글자 이름으로 찾다 보니 슬램덩크의 강백호가 떠오르더라고요. 또 제가 강 씨거든요. 어차피 저는 결혼도 안 할 거고 결혼해도 제 성을 물려주진 않으니, 만장일치로 진주 강씨 강백호가 됐어요.
호적부터 정리하고 들어온 거네요.
비공식 호적 5번이에요. (웃음)
가족이 백호를 혼자 두지 않기 위해 서로 스케줄을 공유한다고 들었어요.
백호를 키우겠다고 결정한 이유이기도 한데, 아버지와 오빠, 제가 모두 각자 개인 사업을 해요. 그러다 보니까 아무래도 직장에 다니는 분들보다는 스케줄 조정이 쉬운 편이에요. 분리불안 훈련은 시키되, 강아지는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짧으니까 언제든 가족 한 명은 같이 있으려고 해요. 개인 사무실에 갈 때는 백호를 데리고 가고, 거래처 분들이 오지 않는 출장에는 전부 백호와 동행해요. 산책도 거르지 않고 누구라도 데리고 나갈 수 있게 하려고 가족끼리 대화를 많이 하죠. 백호가 오기 전에는 가족끼리 단체 카톡 방도 없을 정도로 대화를 많이 할 일이 없었죠.
조금 있으면 백호가 사업도 배우지 않을까요? 이미 저서도 한 권 낸 인물… 아니 견물이에요.
그래서 백호 굿즈 전용으로 BH(백호) 코퍼레이션이라는 사업체도 만들었어요.
백호 굿즈 사업과 본업을 같이 하려면 힘들진 않나요?
일 년에 두 번 진행하는 거라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제가 이걸 다 팔아서 마진을 남겨야겠다는 마음이면 못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제작비도 사비로 다 내고, 다 안 팔려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가족들이 다 프로가 되었어요. 아빠는 박스 접기, 엄마는 에어캡 싸기, 오빠는 전산, 저는 검품 담당으로 일해요. 굿즈가 비록 커피 한 잔 값이지만 학생들은 용돈을 모아서 사는데 얼마나 고마워요.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질은 높게 돈은 낮게 하고 있어요.
들으면 들을수록 백호는 운이 좋네요.
제가 백호를 만났던 것도 운이 좋고 백호가 이런 성격인 것도 운이 좋았어요. 모든 것이 다 운이 좋았기 때문에 지금의 결과가 나온 거라고 생각해요. 백호가 산책도 좋아하고 사람도 좋아하고 먹는 것도 좋아했기 때문에 파생된 모든 것에 감사해요. 백호를 사랑해주시는 분들께도 항상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해요.
제일 무서웠던 것
SNS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백호를 데려오는 차 안에서부터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어요. 시추를 키울 때는 핸드폰 카메라가 없던 시절이라 필름 카메라로만 찍었는데, 필름도 이사하면서 사라지고 강아지 사진이 하나도 없다는 데 충격을 먹었거든요. 외장하드도 어느 순간 망가질 수 있으니까 외부 매체에 남겨놓으면 나중에 혹시 사진 자료가 없어지더라도 제가 추억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해서 시작했어요.
영향력이 커지면서 힘들진 않았나요? 사람들이 메시지도 많이 보내게 되고요.
제일 무서웠던 건, 백호를 보고 자기도 웰시코기를 키우는데 왜 자신의 강아지는 유명해지지 않냐고 묻는 메시지였어요. 일부러 차를 타고 백호가 산책하는 공원까지 와서 어떻게 SNS를 크게 키울 수 있는지 물어보는 분도 있었어요. 제가 백호 사진을 올리고 굿즈를 만드는 게 어떤 사람에게는 돈으로 보이는구나 싶어서 정말 무서웠어요. 사람이야 상처받아도 극복할 수 있다지만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해서 데려왔다 파양당한 개들은 아니잖아요. 자기는 개를 못 키우겠으니까 제가 데려가라고 하는 메시지가 한두 개가 아니었어요. 잊을 만하면 와요.
웰시코기도 금방 유행이 지나면서 유기된 개들이 많아졌어요.
지금은 평균 하루에 한 마리 이상 버려져요. 매일 포인핸드(유기동물센터에 들어오는 동물을 모아 보여주는 앱)에 들어가 입양이 안 되는 아이들은 SNS로 홍보하기도 해요. 유기당한 동물도 분명 백호처럼 살 수 있었을 텐데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파요. 그래서 웰시코기의 좋은 점을 말하기보다는 사고 치고 말썽 부리는 걸 보여줘요. 제가 이웃들에게 어떻게 하는지, 산책을 어느 정도나 하는지 이야기하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에요. 귀엽다고 데려오면 생각지 못하게 힘든 점이 너무 많거든요.
SNS로도 밝혀주셨지만, 책에서도 백호가 파괴했던 모든 것들이 상세히 나와 있어요.
아기 때는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을 피해가는 게 아니라 물어서 부수고 지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워낙 활동량이 많은 친구다 보니까 벽지가 조금이라도 삐져나와 있으면 다 찢어내거든요. 그래서 백호를 데려올 때 가족들에게 백호가 더 이상 집을 물어뜯지 않을 만한 나이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집 인테리어를 새로 다 하겠다고 약속했어요. 물론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부수긴 했죠… 좌탁을 물어서 다리를 다 부숴버렸고, 마호가니로 맞췄던 제 화장대도 끝장냈어요.
(백호 누나는 백호를 아련하게 쳐다보았다)
이제는 좀 나아졌나요?
이제는 자기도 벽을 찢으면 크게 혼난다는 걸 알아요. 대신 적당히 눈치를 보다가 가방을 열어요. 지퍼 손잡이에 이빨을 걸어서 열고는 중요한 물건을 꺼내는 거예요. 그걸 물고 뛰어가서 발 밑에 놓고 간식을 주지 않으면 없애버리겠다고 협박을 하는 거죠.
그걸 다 받아들여주시잖아요.
이 아이한테는 하나의 놀이라서, 인간이 조심해야죠. 중요한 물건은 알아서 치우게 됐어요.
백호를 들여오시기 전에 공부를 많이 했던 건, 예전에 시추를 키웠던 경험 때문이었을까요?
그런 것 같아요. 처음에는 너무 모르고 키우다 보니 못해줬던 것들만 마음에 남는 거예요. 강아지한테는 제가 주는 게 세상의 전부인데, 제가 모르면 해가 되는 일을 그냥 하게 될 수도 있어서 정말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 싶었어요. 백호를 데려오기 6개월 전에 입양을 결심하고 용품부터 습성까지 확실히 공부했어요. 그래도 막상 강아지가 오면 또 새롭게 배우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웰시코기라는 종에 대해서도 공부를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공부하면서 꼬리가 있는 웰시코기를 데려오고 싶었는데, 백호는 마지막까지 분양이 안 되어서 단미 수술(꼬리를 자르는 수술)을 이미 끝낸 상황이었어요. 제가 입양을 안 하면 백호는 또 누군가를 기다려야 하니까 백호를 데려왔어요. 나중에 SNS 계정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계속 웰시코기에 대해 이야기했죠. 많이 짖는다, 운동량이 많다, 털이 많이 빠진다부터 시작해서 원래 웰시코기는 꼬리가 있는데 그저 인간이 귀여워서 꼬리를 자를뿐이다…. 예전에는 웰시코기가 목양견이라 소와 양 사이를 뛰어다닐 때 꼬리를 밟히면 상처에 염증이 생길까 봐 잘랐다고 하는데, 지금 반려견으로 키우는 웰시코기들은 소를 본 적도 없어요. 꼬리를 자를 이유가 전혀 없는 거죠. 제가 아무리 단미한 웰시코기를 키운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말할 순 없더라고요. 잘못된 건 계속 잘못됐다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처럼 벌어서 개에게 쓴다’는 문장도 있었는데, 백호를 키우기 위해 얼마나 드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항상 강아지를 키우는데 어느 정도의 여유자금이 있어야 하는지 늘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편이에요. 제가 돈이 많다고 자랑하는 게 아니라, 비용이 들어간다는 걸 알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거든요. 이번에 백호 이빨이 깨져서 400만 원 이상 나왔어요. 모두가 이렇게 하라는 소리가 아니에요. 이번에 백호 치료비는 백호가 치료를 할 수 있는 상태였고 집에서 병원까지 다닐 정도의 거리가 됐기 때문에 쓸 수 있었던 거예요. 여건이 안 되고 상황이 좋지 않아서 치료를 못 해줄 때가 더 많아요. 하지만 이런 방법이 있다는 걸 알아두시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말씀드리는 거예요. 정말 치료를 해주고 싶은데 정보가 부족해서 못 했다면 견주분들이 죄책감에 시달리시잖아요.
랜선으로 사람들이 귀여워해 준 것과, 산책회에서 실제 사람들을 만난 건 다른 느낌이었을 텐데요.
서울에서 처음 산책회를 했을 때 선물을 200개 준비해 갔는데 300분 넘게 오셨어요. 우리 개를 보러 여기까지 오셨다고 생각하니 너무 놀라웠어요. 그래도 서울이라 이 정도 오시는구나 생각했는데, 부산에서 한 두 번째 산책회에서는 400분 넘게 오셨어요. 어떤 학생은 백호를 보자마자 공중으로 펄쩍펄쩍 뛰고 만세를 부르시는 거예요. 그걸 보면서 저는 남의 개를 이렇게 사랑해줄 수 있다는 게 놀랍고, 그 개가 제 개라는 게 믿기지 않았어요. 랜선 누나 형들이 열정이 넘치셔서 이번에는 출판 기념회를 빙자한 저자 구경회를 할 생각이에요.
백호도 사람들을 좋아하는 천성이 있는 것 같아요.
어릴 때는 백호가 사람 많은 곳에 가는 걸 무서워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집 근처에 터미널과 백화점이 있어서 주말에는 사람들이 천천히 걸어야 할 정도로 사람이 많은데, 백호는 매일같이 번화가를 가자고 그쪽 산책길 앞에 앉아있어요. 광장에 가면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면서 반겨주시는데 정말 뿌듯한 표정을 짓고는 한 분 한 분 다 냄새를 맡아요. 그걸 보고 ‘진짜 난 놈이구나’ 싶었어요. 저는 사람 많은 게 너무 싫어서 번화가로는 절대 안 가는데, 백호는 사람이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거예요. 저는 얼굴이 드러나는 게 싫지만 백호가 좋아하고 백호를 좋아하시는 분이 원하시다 보니 안 할 수가 없더라고요.
백호는 하이마트 사원증도 받았어요. 어떻게 받게 됐나요?
동네에 있는 하이마트에 백호가 늘 산책하면서 들락날락했어요. 일부 단독형으로 된 매장은 반려견 입장이 가능하대요. 가족도 덩달아 백호 따라서 매일 둘러보다 보니까 직원분들과 너무 친해져서 그 매장의 신입 직원은 모두 백호에 대해 교육을 받으신대요. 매일 매장을 들리는 사진을 올리다 보니 본사에서 백호가 매일 출근하니 명예사원증을 보내주겠다고 하셨어요. 백호는 이제 직원 휴게실도 들어갈 수 있어요. (웃음)
자식을 키워놨더니 대기업에 입사했네요. (웃음)
어머니도 역시 애는 키워봐야 아는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심지어 관광공사에서 공익광고가 들어와 실제로 백호가 일을 하기도 했어요. 국내에도 강아지 데리고 갈 데가 많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서울부터 부산까지 전국을 다 돌았어요. 네이버에서 유기동물보호소로 기부하는 해피빈 이벤트의 광고모델로 선정되기도 했고요.
백호 덕분에 반강제로 붙임성이 좋아지셨다고요.
동네 사람들이랑 이야기도 안 하고 인사도 안 하고 있는 듯 없는 듯 살았는데, 백호가 매일 카페에 들어가서 엉덩이를 흔드는데 이웃분과 인사를 안 할 수 없었어요. 단골집이 엄청 많아지고, 어딜 가든 백호는 어디 갔냐고 물어보시고, 기부하고 나눔 하려다 보니 다른 분들과도 친하게 지내게 되더라고요. 동네에서 백호 누나 하면 엄청 싹싹한 사람으로 소문이 났는데, 다 백호 덕분이에요. 운동도 엄청 싫어했는데 백호 덕분에 이제는 방구석 곰팡이에서 양지로 나가 강제로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 있어요.
개가 외과 의사고 고양이가 정신과 의사라는 말도 있잖아요.
맞아요. 이제 고양이까지 와서, 이제 저는 과로만 빼면 어떤 병원도 갈 이유가 없어졌어요.
(최근 백호네 집에는 고양이 ‘호랑이’가 새로 들어왔다)
백호랑이네 일상
고양이 ‘호랑이’가 새로운 가족이 되었어요. 백호에게는 동생이 생긴 셈이에요.
호랑이는 양계장에서 태어났어요. 할머니가 고양이들에게 목줄을 해놨는데, 근처 사시던 구조자 분이 우연히 보고 호랑이를 구조해 왔어요. 백호와 색이 똑같아서 유난히 눈길이 가더라고요. 구조자 분이 보내주신 사진이 계속 꿈에 나오는 거예요. 안 데려오면 평생 가슴에 남겠다 싶어서 가족과 협의를 거쳐서 데려왔어요. 또 공부를 엄청 했죠. 방묘문 설치하고 캣타워 설치하고 사료도 종류별로 사놓고요. 백호가 힘들어할까 봐 백호한테도 관심을 평소보다 많이 주고 있어요. 지금은 둘이 장난도 치고 잘 지내요.
가족은 일이 두 배가 되겠네요.
고양이는 혼자 둬도 된다고 하시는 분도 있는데, 혼자 있어서 괜찮은 동물은 없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가서 귀찮게 하지 않는 선에서 항상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더욱 바빠졌어요. 부모님이 집에 오시면 서로 바꿔서 저랑 오빠가 백호와 산책을 나가고 있어요.
백호와 호랑이를 합하면 ‘백호랑이’예요.
처음에는 백호니까 ‘주작’과 ‘청룡’을 고민했어요. <슬램덩크>에 나오는 다른 인물도 생각하다가 가족들이 백호도 호랑이니까 그냥 호랑이라고 하자고 했어요. 성을 붙여서 강호랑이라고 불러도 괜찮고요. 아직 이름을 부르면 잘 모르는데 백호가 물먹는 걸 옆에서 봐서 물 하나는 진짜 잘 먹어요. 고양이의 3대 효도 중 하나를 하고 있어요.
한 달 전 시작한 유튜브로 호랑이 소식을 알았어요. 유튜브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유튜브 해달라는 요청도 많았었어요. SNS 두 개 운영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 거절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백호 입양을 권유한 친구의 동생이 영상을 해보고 싶다고 해서 시작했어요. 그 친구도 저를 너무 잘 알고 평소에도 같이 놀던 사이라 자주 이야기하면서 평소에 하던 대로 영상 찍으면서 부담 없이 하고 있어요.
책과 유튜브까지, 앞으로 할 일이 많으시겠네요. 백호를 사랑하는 랜선 누나와 랜선 형 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려요.
다들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은데 못 키우는 분들이 많잖아요. 그런 분들이 편하게 보면 좋겠다는 마음에 이 책을 썼어요. 누구든지 강아지 키우시는 분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아닌 분들은 이렇게 사는구나 하고 친근감 느끼실 수 있도록, 우리 이웃집에 이런 강아지가 산다는 걸 편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낮잠 자다 일어난 백호와 막간 포토 인터뷰!
나는 잘생겼다. 나는 귀엽다. 어서 나를 쓰다듬어라
백호 누나한테 안겨있을 때가 제일 좋아
(옆에서 간식을 흔들었다)
이제 됐지? 다 찍었지? 나 간다?
아니네...
이웃집의 백호백호 누나, 백호 저 | 위즈덤하우스
백호 누나가 자주 받는 Q&A까지 망라해 백호의 모든 것을 담고 있고 백호 누나의 일상에 뭉클한 감동과 배꼽 잡는 웃음을 더해주는 천방지축 백호의 이야기가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