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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성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낙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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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강사 최태성은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라고 말한다. 그가 강의를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의 한복판에는 늘 ‘사람’이 있다. 단순히 숫자로 치환될 수 없는, 짧은 몇 개의 문장이 다 담아낼 수 없는, 누군가의 삶을 들려준다. 연도와 사건을 짝지어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무엇을 꿈꾸면서, 어떤 선택을 하고, 무엇까지 감내했는지’ 이야기한다. 그의 강의를 듣다 보면 뜨거운 무언가가 가슴께를 훅 치고 올라온다. 수많은 학생들이 ‘랜선 제자’를 자청하면서 ‘큰★별쌤’을 따르는 이유다(‘큰별쌤’은 제자들이 붙여준 애칭으로, 저자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길을 잃고 방황할 때마다 나는 역사에서 답을 찾았다”고 말하는 최태성 저자는, 자신이 역사를 통해 얻은 22가지의 통찰을 모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제목은  『역사의 쓸모』 . 단단하게 버티고 선 다섯 글자가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역사를 배우는가’. 저자 또한 역사를 공부하고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묻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책에 담긴 것은 그가 구한 답일지 모른다. 최태성 저자는 1997년부터 2016년까지 백영고등학교와 대광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쳤고, 현재 EBS 교육방송과 이투스교육에서 역사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MBC <무한도전>, KBS <역사저널 그날>, KBS 라디오 <박은영의 FM 대행진> 등 다양한 방송에 출연하면서 ‘조금 더 쉽고 친근하게 한국사와 만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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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서 얻는 ‘경청의 힘, 겸허의 힘’


‘역시 최태성 강사의 책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의를 들을 때처럼 가슴이 뜨거워지는 순간이 있었거든요. 아마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어 보시면 ‘사람’이라는 단어가 반복해서 나온다는 느낌을 받으실 거예요. 많은 분들이 ‘역사는 사실 대로 암기해서 시험 문제를 푸는 과목’이라고 오해를 하시는데요. 사실은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라는 게 본질이거든요. 많은 사람들의 발자취를 모아놓은 결과물이잖아요. 그러니까 ‘사람 이야기’인 거죠. 사람을 만나야 제대로 된 역사를 만났다고 할 수 있는데, 우리가 자꾸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아요. 시험 결과, 점수에만 집착하다 보니까 그런 모습이 많이 보이는데요. 강의를 할 때도 그랬고, 이 책에서도 본질을 놓치고 싶지는 않았어요. 역사 속에서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을 통해서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해볼 수 있거든요. 잠깐이라도 그런 생각을 하는 것과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은, 전혀 다른 종착점에 이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사람의 이야기를 많이 한 게 아닌가 싶어요.

 

“우리는 참 재미없게 역사를 배웠습니다”라고 쓰셨어요.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시면서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나요?


요즘 학생들을 만나보면서 느끼는 게, 많이 외로워하고 지쳐있다는 거예요.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에 대한 방향성이 없다 보니까, 하루하루 버티는 삶을 사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런 친구들한테 진짜 멘토가 될 수 있는 분들이 역사에 너무 많거든요. 그런 분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역사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단순히 점수를 따기 위한 과목으로만 접근하니까, 역사와 학생의 삶이 따로 있는 거죠. 그 점이 아쉽고 안타까워요. 힘들어하는 청춘들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부분들이 역사 속에 많이 있거든요. 그게 모든 걸 다 해결해줄 수 있는 해결책은 아니겠지만, 하루를 조금 더 힘차고 당당하게 버틸 수 있는 무언가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것들과 만나는 접점 자체가 많지 않은 것 같아서 안타깝죠.

 

‘정도전’에 대해서 쓰신 부분이 떠오르네요. 정도전도 인생이 참 안 풀렸던 사람이잖아요. ‘세상이 정말 엉망이다’라고 생각했는데,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그럼 내가 바꿔볼까?’ 생각하죠.


정도전에 대해 읽으면서 저도 깜짝 놀랐어요. 살기 힘들고 지치면 ‘왜 세상이 이 모양이지?’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고 ‘나는 안 되는구나’ 하고 자학하면서 무너질 수도 있잖아요. 정도전도 참 꼬이고 안 풀리는 인생이었어요. 그런데 세상에 자신을 맞추려고 하지 않고 ‘나한테 세상을 맞춰보자’ 하고 발상의 전환을 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세상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것도 나쁜 건 아니지만, 그 세상이 불합리한 모습들로 가득 차 있다면 내가 세상을 바꿔보려고 노력하고 시도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의 우리에게는 정도전이 갖고 있지 못했던 강력한 무기가 있잖아요. 바로 투표라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소극적인 시도일 수 있겠지만, 저는 투표 용지에 우리 청춘들의 시대 정신을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함으로써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제2의 정도전’, ‘제3의 정도전’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실패한 혁명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 깊었어요. 갑신정변, 동학농민운동을 예로 드셨죠. 두 사건 모두 후대에 영향을 미치면서 결국 세상을 바꾸는 데 이바지했다고요.


그럼요. 내가 지금 하는 행위가 실패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이 시도가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 역사 의식이라는 거예요. 그런 방식으로 역사에 접근하고 공부하면, 행위에 대한 결과보다 과정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요. 내가 하는 행위가 역사의 발전에 부합되는 것인지 아닌지를 인식하고, 만약 부합한다면 그 행동의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는다 할지라도 ‘나의 이 행동은 언젠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믿고 나아가는 거거든요. 그런 것들을 역사를 통해서 미리 학습하는 거죠. 그런 사례가 없으면 힘이 빠지잖아요. ‘실패할 게 뻔한데, 내가 지금 이걸 왜 하고 있나?’ 싶을 거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훌륭한 성공 사례들을 보고 있는 거예요. 그러면서 ‘지금 나도 역사의 진보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행위를 하고 있다’라는 생각으로 무장하고 힘을 비축하게 되는 것이고, 그러면서 역사에 무임승차하지 않는 거죠.

 

‘미투’로 상징되는 페미니즘 운동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셨어요.


요즘 여성 인권과 관련된 내용들이 많이 있는데 엄청난 저항들도 있잖아요. 우리나라에서 페미니즘 운동이 엄청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그 본질과 시대정신은 100년 200년 뒤에 너무 당연한 모습이 될 거라고 확신해요. 역사는 계속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인지하고서 이런 현상들을 바라보면, 조금은 더 넉넉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역사를 공부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 사회의 갈등이나 대립들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얻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역사적 맥락에서 살펴봐도 이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하셨죠. “느닷없이 주장하는 요구도 아닐뿐더러 지금 당장 면피만 하면 조용해질 문제도 아니”라고요.


그게 역사가 주는 힘인 것 같아요. 역사의 맥락 속에서 오늘이 있는 거지, 오늘이라는 게 갑자기 뚝 떨어진 게 아니거든요. 맥락을 쭉 훑어보면서 현재를 바라보면 ‘저 사람들이 왜 저런 주장과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폭 자체가 넓어져요. 갑신정변, 동학농민운동도 당시에는 소수 의견이었어요. 그게 지금은 다수의 의견이 되어 있는 거죠. 마찬가지로 우리 시대의 소수 의견들도 100년, 200년 뒤에는 너무 당연한 다수의 주류 의견이 될 수도 있는 거예요.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그 가능성을 학습하는 거죠. 그러니까 소수의 의견이 무엇인지 경청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거예요. 저는 역사가 우리에게 경청의 힘, 겸허의 힘을 끊임없이 주는 게 아닌가 생각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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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현대사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역사는 자유의 확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도 하셨는데요. 이렇게 긍정적으로 해석하시는 이유가 뭔가요?


저뿐만 아니라,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을 공통적으로 낙관적이에요. 잠깐만 생각해 봐도, 100여 년 전까지 우리는 신분제 사회에서 살았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죠. 물론 지금도 우리가 해결해야 될 문제점들이 많이 있지만, 앞으로도 우리 사회는 자유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바뀔 거라고 생각해요. 인간이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 끊임없이 싸워온 이야기가 역사 속에 너무 많은 거예요. 그 결과물이 지금 우리에게 있고요.

 

책에서 인용하신 나혜석의 글이 있죠. “경희도 사람이다. 그 다음에 여자다. 그러면 여자라는 것보다 먼저 사람이다.” 소설 「경희」 속의 한 문장인데요. 어떻게 보면 나혜석 이후로 세상이 변한 것도 없는 것 같고 회의감이 들기도 해요.


본질적으로는 변한 게 없을 수도 있겠지만, 조금씩이나마 시스템들이 바뀌어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제일 대표적인 게 ‘호주제 폐지’죠. 몇 백 년 동안 내려왔던 제도가 폐지된 거잖아요. 그러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들이 쌓이고 쌓이면, 어느 순간 본질적으로 달라져버릴 거라고 생각해요. 양질 전환의 법칙이라는 게 있잖아요. 물이 끓기까지는 계속 열이 가해져야 하지만, 100도가 되는 시점에는 갑자기 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인 거죠. 지금도 그런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언젠가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어갈 거라고 생각하고요.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는 거죠. 그렇게 바꿔내는 것도 역시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을 믿는 거예요.

 

현대사에 대한 해석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고, 그래서 누구도 섣불리 시작하지 못하고 있잖아요. 그에 대한 갈증이나 가려운 부분은 없으세요?


먼저 우리 현대사가 어떤 역사인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어요. 개인적으로 저는, 진짜 현대사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보통 우리가 광복 이후부터 현대사가 시작된다고 보는데, 광복 이후에 우리는 분단됐고 지금까지 분단 체제가 이어지고 있어요. 사실 우리는 분단이라는 왜곡된 상황 때문에 이성적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전쟁을 겪었던 세대가 공존하고 있는 사회잖아요. 그 분들에게 전쟁, 사회주의, 북한 같은 대상을 이성적, 객관적으로 바라봐 달라고 이야기하는 건 무리예요. 그 분들이 겪은 삶이 있기 때문이죠. 그 삶에 대해서 ‘극복하셔야 됩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건 너무 가혹한 거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분단 체제 속에서 이성적인 판단으로 결론을 내려서 끝장을 보겠다고 하는 건, 그게 오히려 비이성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대로 된 평가는 통일 이후에나 가능할 수 있겠네요.


남북이 하나가 되었을 때 비로소 우리 현대사의 첫 페이지가 넘어가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때까지는 과도한 진영 논리에 빠져서 소모적 갈등을 거듭하는 건 지양할 필요가 있을 것 같고요. 그런데 양쪽 진영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다 나름의 이야기가 있거든요. 지금 우리 시대에 해야 할 일은, 그런 것들을 평가하려고 달려드는 것보다는, 그 분들의 행적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들이라고 생각해요. 나중에 현대사의 첫 페이지가 되었을 때 빠르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는 거죠. 그게 지금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역사적 평가에 진영 논리가 개입한 사례가 최근에도 있었죠. ‘약산 김원봉’과 관련해서 논란이 있었어요.


지금 우리가 김원봉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것은, 오히려 갈등만 더 증폭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게 분단 체제 속에서 우리가 갖게 되는 한계라는 거죠. 사실 김원봉에 대해서는 영화 <암살>이 나오면서부터 조금씩 알기 시작한 거거든요. 우리가 해야 될 일은 김원봉 같은 사람들이 무엇을 했는지, 그것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거기에 너무 감정을 실어서 함부로 평가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며칠 전에 어느 분께서 김원봉에게 ‘그 놈’이라는 표현을 쓰셨더라고요. 그런 것들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 분에 대해서 과대한 평가를 내리는 것도 그렇지만, 그렇게 막말을 하는 것도 지양해야죠. 일제강점기에 자신의 청춘을 바치면서 싸워왔던 분들한테 우리가 감히 ‘그 놈’이라는 표현을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 그런 모습은 건강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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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으로 답했다”고 말하고 싶어요


“한 번의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 이회영 선생의 말인데요. 『역사의 쓸모』에 반복해서 등장해요. 이 말에 큰 영향을 받으셨죠?


어떻게 보면, 제 삶은 이회영 선생의 그 말 ‘한 번의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는 생각이 들어요. 삶에서 정말 중요한 선택을 해야 되는 순간에 그 말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전까지는 참 바쁘게, 열심히 살아왔어요. 그런데 한 번도 ‘내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냥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왔지, 이게 ‘한 번의 인생 속 하나의 과정’이라는 걸 생각해본 적 없는 거예요. 그 문장을 만나는 순간 ‘진짜 딱 한 번이네, 언젠가 나는 점점 작아지고 흙으로 가겠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죽음이라고 하는 것을 살아가는 과정 속으로 끌고 오는 질문이더라고요. ‘남은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큰 화두를 던져주었던 질문인 것 같고요. 이회영 선생은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하셨거든요. 저도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질문에 대한 답은 찾으셨나요?


저도 언젠가 눈을 감을 텐데, 그때 스스로 물어볼 거예요. ‘너는 어떻게 살았어?’라고요. 답은 이미 만들어놨어요. 이회영 선생과 똑같이 ‘일생으로 답했다’라는 건데, 중요한 건 그 말을 할 수 있냐는 거죠.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남은 시간을 살 수 있느냐가 문제인 거예요. 그런 답을 할 수 있도록 저의 남은 삶을 디자인해가고 있다고 생각돼요. 제가 갖고 있는 능력 중에서 제일 잘하는 거라면, 역사의 사실과 인물들을 정리하고 거기에 삶의 의미를 잘 첨가해서 콘텐츠로 전달하는 일 같아요. 누구나 무료로 그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사이트나 채널을 만드는 게 제 꿈이에요. 대학 시절에 가졌던 부채의식이 있는데, 그걸 제 나름대로 갚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부채의식이요?


제가 대학 다닐 때 ‘87항쟁’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었어요. 과 동기들은 거리에 있는데, 그때 저는 도서관에 있었어요. 친구들을 정말 존경했는데 함께할 수는 없었어요. 빨리 직장 구해서 돈 벌어야 된다는 생각이 강했거든요. 광장에 나오고 있는 동기들을 보면 죄스럽고 너무 미안했어요. 그때 다짐한 게 ‘사회에 나가서 자리를 잡으면 저 친구들이 했던 말과 행동을 잊지 말아야지, 나도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지’라는 거였어요. 완전 자기합리화죠. 도서관에 앉아있는 게 너무 고통스러우니까, 그걸 상쇄시키기 위한 자기 합리화를 했던 거예요. 그러나 지금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모든 강의를 무료로 제공하시더라고요. 방송사나 학원과 계약하실 때 조건으로 제시하시는 거예요?


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버는 게 나쁜 건 아닌데, 중요한 건 그게 제 궤적에는 들어와 있지 않다는 거예요. 그렇게 돈을 버는 케이스도 많이 있지만, 저와 같은 케이스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양질의 콘텐츠를 접하지 못하는 친구들도 아직 많이 있거든요. 제 깜냥이 그만큼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제 궤적은 그렇게 한 번 그려보고 싶어요. 제가 ‘일생으로 답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궤적을 그려놨는데, 거기에는 유료 강의라고 하는 게 들어가 있지는 않은 거예요.

 

나중에 생각이 바뀌어서 유료 강의를 하시면, 어떤 사람들은 ‘변했다’고 비난할 지도 모르겠어요.


강의를 유료 또는 무료로 하는 건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에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겠다는데 누군가 비난을 한다면 ‘왜 비난을 하지?’라고 생각될 수도 있어요. 그런데 나중에 제가 눈 감을 때, 진짜 딱 한 번의 인생인데 내가 세웠던 중심에서 이탈했다는 걸 스스로 용납 못할 것 같아요. 그래서 이 부분만큼은 변하지 않을 것 같고, 변하고 싶지도 않아요. 오히려 이렇게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게 제 의지를 더 굳게 만들어주는 것 같기도 하고요. 

 

최근에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에 출연하셨어요. 방송 중에 ‘큰★별쌤의 랜선 제자 일동’이라는 아이디의 시청자가 1,919만 301원이 기부했어요.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서요.


제 교재를 보시면 특이한 점을 발견하실 텐데요. 책의 앞 페이지가 뒤쪽에 있어요. 뒤쪽에 붙는 광고가 앞 페이지에 있고요. ‘나눔’이라는 광고인데요. 우당 이회영 선생, 거상 김만덕 등 우리 역사의 위인들 중에서 나눔을 실천했던 분들의 이야기가 실려요. 책의 제목보다는 나눔의 이야기를 공유해보자는 차원에서 그렇게 앞뒤를 바꿔놨어요. 그리고 인세의 일부는 좋은 곳에 쓰겠다고 약속을 했어요. 저는 되도록 역사와 맥락이 있는 곳에 쓰고 싶고, 그 날 방송에서도 인세가 기부된 거예요. 아이디를 ‘큰★별쌤의 랜선 제자 일동’이라고 했고요. 재작년에는 ‘나눔의 집’과 ‘굿네이버스’에 1억을, 작년에는 탑골공원 주변에 ‘3.1운동길’을 만드는 데 3100만 원을 기부했어요. 저는 그냥 랜선 제자 분들과 약속한 걸 실천으로 옮기는 거예요.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거고요.

 

 

 

 

*최태성

 

성균관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역사 교사가 되었다. 2008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상을 수상했으며 EBS 역사 자문위원, 국사편찬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2001년부터 시작한 EBS 강의로 역사가 외워야 할 것이 많은 골치 아픈 과목이 아니라 웃음과 교훈이 가득한 감동 스토리임을 알리며 전국 학생들에게 ‘믿고 듣는 큰별쌤’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MBC 〈무한도전〉, KBS 〈역사저널 그날〉, tvN 〈수업을 바꿔라〉, KBS라디오 〈박은영의 FM 대행진〉 등에 출연하여 일반인에게도 역사 공부의 재미를 전하고 있다.

 

그의 강의는 단편적인 사실 관계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역사의 본질을 파고든다. 넘치는 에너지, 균형 잡힌 관점, 그리고 눈물을 쏙 빼게 만드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로 역사가 암기 과목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라는 것을 깨닫게 만든다. 모든 강의의 1강을 ‘역사는 왜 배우는가’라는 화두를 던지는 것으로 시작하는 그는 “역사를 공부할 때는 무엇보다 먼저 ‘왜’라고 묻고, 그 시대 사람과 가슴으로 대화하며 답을 찾아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진정성 넘치는 태도로 듣는 이의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누구나 쉽고 편하게 역사 강의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2017년 교단을 떠나 무료 온라인 강의 사이트 ‘모두의 별★별 한국사’와 유튜브 무료 강의 채널 ‘별별 히스토리’를 열었다. 역사 대중화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온라인 강의뿐만 아니라 방송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역사의 쓸모최태성 저 | 다산초당
수백 년 전 이야기로 오늘의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세상에서 가장 실용적인 역사 사용 설명서다. 억압으로부터 자유롭고 역사 앞에서 떳떳한 삶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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