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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강창용 “절대로, 함부로 충치 치료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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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MBC 불만제로>, 2015년 <SBS 스페셜> 등을 통해 치과의 과잉 진료를 고발한 치과의사 강창용이 ‘치과 사용 설명서’인  『치과의 거짓말』  로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냈다. 과잉 진료 사례보다 환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실천적으로 환자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지난 몇 년 간 여러 해외 자료를 공부하고, 방법을 찾아왔다. 누적 조회 수 600만 회에 달하는 유튜브, 여러 해외 자료를 찾아 올린 블로그가 스마트폰의 기능 설명서라면 이 책은 스마트폰의 문제 증상과 해결 방법을 다룬 안내서다. 환자를 향해 “절대로, 함부로 충치 치료를 하지 말라” 고 말하는 치과 의사 강창용은 치과를 향해서도 “치료가 아니라 예방으로”(9쪽) 중심을 옮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때까지 비전문가인 환자는 적어도 두 곳 이상의 치과를 비교해서 치료를 결정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며 그는 “제발”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과잉 진료와 싸워온 7년의 시간을 고스란히 담아낸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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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건 비교하는 것


책에서 가장 중요한 한 문장을 꼽는다면 “과잉 진료를 피하는 첫 번째 방법은 절대로, 함부로 충치 치료를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적어도 두 곳 이상의 치과에서 진단 받기 전에는 치료하지 않아야 합니다.”(135-136쪽)가 아닐까 싶어요.


그동안 유튜브, 블로그를 통해 치과 지식을 전해왔는데요. 그것으로 환자 분들이 충분히 아실 줄 알았어요. 아니었던 거죠. 환자는 의사가 아니잖아요. 문득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 걸 알았어요. 사진 보는 법을 알려줄 게 아니라 실천적으로 환자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겠더라고요. 가장 중요한 건 비교하는 거거든요.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전문가 A, 전문가 B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보고 비교해보는 거예요. 만약 암에 걸렸다고 한다면 어때요? 다른 병원도 가보고, 또 검진을 받아보고, 치료 방법을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치과는 어떤가요? 이가 시큰해서 갔는데 “안 아프게 해줄게요”하더니 이를 뚫고는 “50만원입니다”가 되잖아요. 환자는 무슨 치료인지 모르고 치료를 받아요. 심지어 치아는 한 번 깎으면 돌이킬 수 없거든요. 그렇다면 더 자세한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는 거예요. 그런데 치과에서는 유독 안 되고 있는 거죠.

 

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얼결에 치료까지 받고 온 경험, 많은 분들이 하셨을 거예요.


치료하겠다는 의사에게 “치료 하지 마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때문에 저는 환자가 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곧바로 치료를 하지 않도록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환자가 이런 생각을 갖고 치과에 간다면 “오늘은 검진만 하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되니까요. 절대로 충치 치료를 하지 말라고 한 말은 그래서 2가지 의미가 있어요. 지금 상황이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더 심할 수 있다는 것과 이 말을 통해 환자가 좀 더 합리적인 의심을 하고, 확인하는 절차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죠. 환자가 확인할 기회가 있었다면 과잉 진료를 조금은 덜 걱정해도 될 거예요. 이런 말로 강한 자극을 환자들에게 주고 싶었어요.

 

북유럽 국가들이나 호주 등의 사례를 들면서 국내 치과 치료가 ‘예방 치과’쪽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잖아요. 그것이 국민 구강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요. 그런데 현재 한국은 ‘치료’쪽에 중심을 두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작은 것도 빨리 치료해야 돈도 적게 들고, 안 아프다고 얘기를 하죠. 그런데 보세요. 미국 치과 교과서를 보면 초기 충치는 환자가 관리를 잘한다면 지켜보고, 관리를 잘 못하면 불소도포 하는 식이에요. 심지어 조금 진행된 충치더라도 환자가 양치를 잘하면 지켜보고, 아니면 치료하라고 되어 있어요. 반면 우리나라 치과 교과서는 치료를 권장하는 내용이 있는 건 아니지만, 하지 말라는 내용도 없거든요. 더 의사의 자율에 맡기니까 초기에도 치료를 하는 의사가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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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itt's Fundamentals of Operative Dentistry』, 강창용 의사 제공

 

 

아셔야 할 것은, 충치는 구멍 난 것과 아닌 것이 있어요. 구멍 난 건 양치가 안 되니까 진행 속도가 빠르고 이미 깊게 진행됐을 확률이 큰 거예요. 구멍 안 난 건 충치가 깊지 않을 수 있고, 깊다 하더라도 진행 속도가 느린 거죠. 그런데 사진을 찍으면 둘 다 충치로 나올 뿐이잖아요. 2018년에 이 자료들을 발견하고 너무 놀라서 알려야겠다, 생각한 거예요.

 

2018년에서야 아셨다고요?


저는 그전까지는 충치가 멈출지도 모르니 초기 치료는 하지 마세요, 라는 정도였어요. 충치가 조금 있는데도 치료를 하려면 실제로 치아를 많이 파내야 하니까요. 그런데 미국이나 북유럽에서는 이미 교과서에 이런 내용이 있었던 거예요. 심지어 스위스는 과잉진료 가이드라인이 있어요. 법랑질 충치까지는 지켜보라고 되어 있죠. 법랑질 충치를 치료하면 과잉진료라고 명시되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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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치 진단은 의사마다 다르다?


국내에는 이러한 가이드라인이 왜 없나요?


요리사를 예로 들어볼게요. 요리법이 다 있지만 모두가 그 방법대로 하지 않잖아요. 똑같아요. 치과의사도 자신만의 전문영역이 있어서 내 진단, 내 판단으로 치료를 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그런데 가이드라인이 있다면요? 환자가 그 매뉴얼을 들고 온다면요? 그래서 의사들이 매뉴얼 자체를 싫어해요. 그러면서 충치 진단은 의사마다 다른 거라고 말하죠. 물론 다를 수 있어요. 하지만 충치 진단 개수가 너무 많이 차이 나는 게 문제죠. A의사와 B의사의 진단이 5-6개씩 차이가 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얘기예요.

 

책에서 치과의사들의 “이기적 집단 성향”(102쪽)을 말하기도 하셨는데요. 왜 유독 치과에서 이런 문제가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보세요?


간단해요. 전에는 사거리에 보면 내과 한 곳, 이비인후과 한 곳, 치과 한 곳 있었잖아요. 지금은 치과만 세 곳이에요. 단일 과(科)가 이렇게 많은 경우가 별로 없거든요. 물론 많아서 좋은 점도 있죠. 환자가 치과 서비스를 더 쉽게 받을 수 있다는 점인데요. 치과 입장에서는 경쟁이 치열해지는 거예요. 과연 치과 환자가 국내에 그렇게 많을까요? 과거처럼 안 닦고, 치과 안 가는 시대도 아닌데 말이에요. 그런데 치과는 많아요. 수익 목표가 있는데 환자가 줄어드니까 수익 목표를 조절하는 게 아니라 수익 낼 방법을 찾아요. 예를 들면 교정을 더 할 수도 있고, 덤핑을 해서 임플란트를 더 할 수도 있고요. 그것마저 안 되면 충치의 진단 기준을 낮추는 거예요. 현재는 과거에 비해 충치 진단 기준이 굉장히 낮아졌어요. 그러면서 합리화를 하죠. 충치가 심해질지도 모르고, 환자가 양치를 잘 안 할지도 모른다는 식으로요. 하지만 외국 사례 보셨잖아요. 진단 기준을 높이고, 지켜보라고 나오잖아요.

 

그래서 충치 치료를 조기에 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문을 하셨잖아요. “충치 조기 치료를 해서 충치 환자가 줄었는지요?”(44쪽)라고요.


북유럽 국가는 지난 30년 동안 예방 교육 쪽으로 접근을 했어요. 그 결과 충치 환자를 90%나 줄였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치료 빨리 해야 한다고 해요. 양치는 예방일 뿐이라고요. 그렇지 않아요. 치약의 효과는 충치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거예요. 그것 역시 ‘치료’죠. 종양이 있다고 할 때 지켜보기도 하잖아요. 충치도 마찬가지예요. 충치를 무조건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만으로도 치료예요. 또 우리가 상처에 딱지가 앉은 걸 떼어내지 않잖아요. 충치를 치아가 무기질 성분을 잃어서 푸석푸석해진 뼈라고 한다면 그 자체로도 충분한 방어막 역할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구멍이 있는지 없는지를 봐야 하고요. 구멍이 없다면 양치질만 잘해도 이 자체가 방어막이 되는 거죠. 

 

치과 치료가 반영구적이지 않다는 점도 중요할 것 같아요. “치과 치료는 평균 8년을 넘기기 어렵습니다”(174쪽)라고 하셨잖아요.


충치가 조금 있다고 파내고, 때우다 보면 다음에는 충치가 더 깊은 곳에서부터 시작하게 되겠죠. 사실은 고속도로를 만들어주는 거예요. 치과 재료는 붙이는 재료거든요. 붙인 틈이 뜨면 걷잡을 수 없어요. 또 치과 재료는 한 번 해서 20-30년 쓰는 게 아니에요. 10년 이내로 또 바꾸는데 바꿀 때마다 더 파내야 하죠. 그런 특성 때문에 외국에서는 충치를 최대한 지켜보고, 치료시기를 늦추려고 노력하는 거예요. 관리를 잘하면 충치는 진행이 멈출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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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긴장 관계를 만들자


충격적인 과잉 진료 사례를 많이 봐오셨을 텐데요. 기억나는 사례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과잉 신경치료를 당하고서도 소송 당한 분이 있어요. 치과에서 아랫니를 신경치료 하고는 윗니도 하려다가 환자에게 걸린 거죠. 환자가 서울대까지 가서 확인을 해보니까 안 해도 되는 치아였어요. 그제야 아랫니도 의심이 되잖아요. 신경치료를 받은 치과에 가서 따졌더니 아무 말을 못 하더래요. 그래놓고 환자가 과잉진료라고 하니까 고소를 한 상황이에요. 제 유튜브와 블로그에 가면 이 사례가 있어요.

 

너무 어렵네요. 환자가 의사의 치료를 의심해봐야 하는 상황이라는 게 말이죠. 이에 “치과의사와 환자 사이에 이런 팽팽한 긴장 관계가 유지되어야 의사에게도, 환자에게도 결과적으로 더 좋은 일이 될 것”(111쪽)이라고 하셨죠.


제가 왜 환자가 의사를 의심하게 만들겠어요. 그게 아니고, 합리적인 긴장 관계를 만들자는 거예요. 의사도 그런 긴장 관계를 통해 자신을 업그레이드 하면 좋고, 다른 의사는 어떻게 하는지 보면 좋겠어요. 피드백을 의사도 끊임없이 해야죠. 제 진단기준도 틀릴 수 있고, 잘못 판단할 수도 있거든요. 꾸준히 다른 의사의 진단을 보고 제 진단과 비교해봐야죠. 저는 환자가 오면 다른 의사의 진단을 미리 얘기하지 말라고 해요. 먼저 제가 진단을 내리고 비교해 봐요. 제가 틀리면 당연히 창피하죠.(웃음) 하지만 왜 틀렸는지 분석해보면 제게도 도움이 되잖아요. 

 

“과잉 진료와 싸운 7년의 시간은 제게 일상이었습니다”(6쪽)라고 하셨는데요. 선생님 자신에게도 공부가 엄청 많이 된 시간이었겠어요.


의외로 공부 못했어요. 7년 중 5년은 과잉 진료 사례를 알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어떤 경우에 과잉 진료가 발생하는지 알리면 고칠 거라 생각했는데요. 해결 방도를 알리지 않고 과잉 진료만 얘기하니까 “거짓 선동”이라는 말까지 들은 거예요. 그래서 외국 자료를 찾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앞서 말씀 드린 내용들을 찾게 된 거고요. 본격적으로 외국 교과서를 찾아보고 공부한 건 2018년부터였어요. 하지만 공부를 하면서는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죽을 수도 있다고요?


과잉 진료 사례는 몇 개 보여주면 돼요. 누가 봐도 나쁜 사례니까요. 사람들이 금방 저를 옹호하죠. 그런데 외국 교과서 자료를 보여주면 어떻게 될까요. 외국 책 몇 권 가지고 그렇게 얘기하면 안 된다고 저를 비판해요. 그렇게 치과 의사 100명이 비판을 하면 일반 분들은 제가 오버한다고 생각하겠죠. 지지를 못 받는 거예요. 점점 어려워져요. 하지만 죽을 각오로 하고 있어요. 언제까지 과잉 진료 사례만 얘기하겠어요. 그런다고 해결이 되나요? 수년 동안 문제만 제기하고 대책은 안 내놓을 건가요? 저는 이렇게 문제 제기를 하면 누군가 대책을 내놓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치과 의사들이 욕만 할 뿐 스스로 반성을 안 하는 거죠. 반성을 해야 개선이 될 텐데 말이에요. 그래서 계속 하고 있는 거예요.

 

블로그, 유튜브 등에서도 굉장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신데요. 그 이유도 여기 있겠네요. 이번에 책을 쓴 이유도 그렇고요.


제 유튜브에 업로드 한 게 200개가 넘어요. 너무 많아서 무엇부터 봐야 할지 모르겠다는 댓글이 있었어요. 그래서 책으로 정리를 해야겠다, 생각한 거예요. 유튜브가 자세한 설명서라면 이 책은 부록처럼 붙은 문제 해결 방도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4년 전에도 출판 제의가 있었지만 그때 내지 않은 게 너무 다행이에요. 그때 책을 썼다면 ‘과잉 진료가 너무 많다’는 얘기가 됐겠죠. 지금은 그동안 공부한 것도 있고, 유튜브도 준비되어 있죠. 책을 보고 구체적으로 궁금한 것이 있다면 유튜브에서 찾아보실 수 있거든요. 유튜브 내용은 책보다는 좀 더 전문적이에요. 지금 블로그에도 치대생들을 위한 포스팅을 계속 하고 있거든요.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내용도 올리고 있어요.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한 전문 치과 지식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결국 하고 싶은 건 그거예요. 치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서 지식을 전달하는 것. 지금 학생들은 책 위주로 배우고 있거든요. 제가 배운 게 그거예요. 그래서 초기 충치는 지켜봐야 한다는 걸 저는 경험으로 익혔어요. 하지만 모든 치과 의사가 경험을 쌓을 때까지 환자가 기다려서는 안 되잖아요. 유튜브, 블로그가 있다면 좀 더 찾아보고 배울 수 있어요. 그게 목적이에요. 유튜브 내용 가운데 정말 치대생들이 봤으면 하는 내용을 블로그로 옮기는 작업을 요즘은 계속 하고 있죠. 환자에게 필요한 게 이 책이라면 좀 더 알고 싶은 분들에게 필요한 게 유튜브, 블로그예요. 

 

독자에게 이것만큼은 꼭 당부하고 싶다, 하는 내용이 있다면요?


늘 안타까운 게 있어요. 저희 치과에 이미 치료를 받고 오시는 거예요. 치료를 받은 다음에 과잉 진료 같다고 하시는데 그러지 마시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방법은 하나, 다른 치과에 가서 다른 의사의 얘기를 들어보고 비교하는 거예요. “다음에 올게요”라는 말 하는 것에 부담을 갖고 계신 것 같은데요. 이제는 그러한 풍토가 되어야 해요. 치과에 가시면, 제발 곧바로 치료 받지 마시고요. 적어도 두세 곳 이상의 치과에 가보시고 비교해보세요. 의심하라는 게 아니에요. 비전문가인 환자가 자기 치료를 결정하는 데 이것은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치과의 거짓말강창용 저 | 소라주
윤리 강령에는 “의사로서 인격이나 자격에 명백한 결함이 있거나, 허위 또는 기만 의료 행위를 자행하는 의사들을 동료 의사가 거침없이 폭로하여야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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