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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박상영, 페이지터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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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호호 끊임없이 웃으면서 끝날 줄 알았다. 소설가 박상영의 인터뷰. 검은색 반팔 티셔츠에 짧은 러닝 팬츠, 백팩에 러닝화를 신고 온 그는 갓 튀긴 감자튀김을 맛있게 먹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1988년생 젊은 작가 박상영은 대학에서 프랑스어문학과 신문방송학을 전공, 대학원에서는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졸업 후 첫 직장은 잡지사, 이후 광고 회사에서 기획자로, 컨설턴트로도 일했다. 회사에서는 특별한 존재감 없이 조용히 할 일만 하는 캐릭터, 언제나 ‘직장은 부업, 본업은 소설가’라고 생각했다. 박상영의 트위터 계정은 @cityzoo88 인스타그램 계정은 @novelistpark 도시와 소설가, 이 두 단어를 일찍부터 마음에 품고 있었던 그는 인터뷰 말미에 “소설가가 되지 않았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이라는 말했다. 무엇이 박상영을 오직 써야만 하는 존재로 만들었을까. 왜 그는 두 번째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  에 사인을 하며 “우주적으로 행복”하라는 말을 남길까. 여름 한낮, 박상영의 하하호호 속 내밀한 속내를 듣고자 귀를 쫑긋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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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순서대로 읽어주세요

 

2018년 9월 소설집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를 내고,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대도시의 사랑법』이 출간됐어요. 만 1년 사이에 2권의 책을 내는 일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첫 책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쓴 것 같아요. 청탁이 오니까 한편 한편씩 쓰는 느낌으로 썼는데, 두 번째 책은 한 권의 모양을 구상하면서 썼어요. 작품의 형태를 생각하면서 썼기 때문에 의미가 좀 남달라요. 첫 책을 쓸 땐 불안이 컸거든요. 인지도도 없는 상태였으니까요.

 

반응이 대단해요. 출간 1주일 만에 4쇄를 찍었죠.

 

첫 책을 읽어주신 분들이 많이 사주셨어요. 출판사에서 힘을 많이 써주셔서 더 많이 팔리길 바라고 있어요. (웃음) 기대보다 못할까 봐 걱정돼요.


최근 출간된 국내 소설 중에 가장 빠른 반응이 아닐까 싶어요.

 

더 많은 반응을 원해요. (웃음) 어느 기자 분께서 ‘박상영의 마지막 청춘 소설’이라고 써주셨던데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주제도 그렇고 스토리에 있어서도 그렇고. 정치적으로 읽힐 수 있는 사회적인 소재를 적극적으로 차용했으니까요. 이번 소설은 구성할 때부터 촘촘하게 그림을 그렸어요. 그래서 특별히 많이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 커요. 전투적인 마케팅 덕분에 제 동료들은 이미 제 SNS를 언팔한 것 같아요. (웃음) 

 

‘연작 소설’이라고 구체적으로 밝히셨어요.

 

한 권의 완성된 장편으로 읽힐 수 있도록 처음부터 작정하고 썼거든요. 글을 많이 쓴다고 모든 작가가 성장하는 건 아니겠지만, 이전보다 문학적으로 정확한 글을 쓰려고 노력했어요. 구조적으로 완결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과잉을 많이 줄였어요.

 

표지 그림도 직접 고르셨다고요?

 

편집자 분께 제안을 드렸어요. 동네서점 에디션을 한정판으로 만들었는데, 제 오랜 친구이기도 한 전나환 작가의 그림 ‘올랜도를 위한 기도’(Pray for Orlando)를 표지로 썼어요. 2016년에 미국 올랜도의 한 클럽에서 발생한 총기 사건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작품이에요.

 

요즘 일상은 어떤가요?

 

인터뷰하러 많이 다니고요. 출간 북 토크도 하고 최근에는 독서클럽 운영도 하게 돼서 좀 바쁘요. 제가 불면증이 심해서 하루에 3,4시간밖에 못 자거든요. 회사를 그만둔 후부터는 버릇을 고치려고 하는데 잘 안 돼요. 아직도 새벽 5시가 되면 눈이 떠져요. 그래서 오후엔 아무것도 못하고. 불면증 때문에 오래 깨어 있는 건데, 마치 성실의 화신인 것처럼 인터뷰에 나오더라고요. (웃음) 오해입니다.

 

리뷰를 찾아보니 “작가님, 저랑 사귀어요”라는 글도 보이더라고요. 리뷰의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어요.

 

감사하게도.(웃음) 리뷰를 많이 보려고 노력해요. 소설 제목으로 해시태그 검색해서 열심히 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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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4편이 실렸어요. 연작 소설이고요. 작품 발표 시기를 보면 2018년 가을부터 올해 봄까지예요. 4개 문예지(『자음과모음』, 『창작과비평』, 『문학과사회』, 『문학동네』에 발표했던 작품이고요.

 

그런데 원고를 많이 고쳤어요. 각자의 작품이 단독적으로 완결성이 있으면서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하니까요. 「우럭 한점 우주의 맛」에 언급된 재희도 많이 달라졌고, 재희의 군생활에 관한 묘사도 완전히 바꿨고요. 이미 잡지에서 발표된 소설을 읽었다고, 안 읽은 작품부터 읽는 독자들이 계시는데 꼭 순서대로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야만 마지막 장을 읽을 때 이 소설의 의미를 아실 수 있거든요. 이 책을 가장 재밌게 보는 방법은 순서대로 읽는 거예요. 작가가 의도한 것을 완벽히 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에요.

 

출간 후 인터뷰를 정말 많이 하셨어요. 신기한 기사 제목도 있더라고요?

 

제가 정말 많이 소비됐죠? 음. 기사는 간혹 제가 하지 않은 말이 실리기도 하고. 하면 할수록 종잡을 수 없는 것 같아요.

 

‘퀴어’를 빼놓을 수 없고요.

 

포지셔닝이 됐으니까요. 첫 소설집은 퀴어가 등장하지 않는 작품도 있었는데, 모두 퀴어만 말하죠. ‘작가의 말’에도 썼지만, 이번 책을 쓰고 고치는 1년 남짓 동안 아주 많은 게 바뀌었어요.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조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져 이제 더 이상 낙태 ‘죄’가 유효하지 않고. HIV prep(프렙: 노출 전 예방요법)을 위한 약물 처방이 식약처의 승인을 받았고, 감염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의료보험이 지원되기 시작했죠. 제 책을 읽고 프렙의 존재를 처음 알았다는 분이 많더라고요.

 

작가의 말(“책에 수록된 네 편의 소설 속 화자인 ‘영’은 모두 같은 존재인 동시에 모든 다른 존재이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인 동시에 어쩌면 나와는 아주 동떨어진 인물이고, 당신이 잘 알고 있는 누군가이기도 하며, 심지어는 너무 힘겨워 외면하고 싶었던 당신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다.”) 때문일까요? 자전적 소설로 받아들인 독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자전적 색채가 전혀 없는 소설이 있을까요? 저는 없다고 생각해요. 저자로서는  『대도시의 사랑법』이 2010년대의 통속화처럼 읽히길 바랐어요. 하지만 언론에서 ‘이 소설은 무엇이다’라고 정의해버리면 기정사실화가 되잖아요. 독서의 여지를 닫아버리게 되죠. 저는 한번도 제 성적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는데, 언론에서 단정지어 버리면 작품으로서 해석의 여지가 닫힐까 봐, 그게 계속 우려돼요.

 

책에 실린 강지희 문학평론가의 해설을 두고 “완벽한 해설”이라고 말씀하셨더라고요.

 

우선 강지희 평론가님의 글은 잘 읽히잖아요. 너무 어려운 단어를 많이 안 쓰시고요. 저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단어를 알고 있는지를 해설을 통해 밝히려는 글을 좋아하지 않아요. 강 평론가님 글은 그렇지 않아서 좋고요. 그래서 부탁 드렸어요. 물론 완벽한 해설이란 존재하지 않을 거예요. 누구도 할 수 없겠죠. 하지만 주로 퀴어 문학으로서 평가 받았던 제 소설의 지정학적인 요소를 발견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소설에서 규호의 공간이 제주, 인천, 서울, 상해로 넓어지는 것, 모두 의미를 갖고 설정했거든요. 공간에 따른 감정의 변화를 잘 짚어 주셔서 감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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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을 지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해요

 

『대도시의 사랑법』  이라는 제목은 일찌감치 정했나요?

 

「재희」는 너무 일반적이고 「우럭 한점 우주의 맛」은 너무 길고요. 첫 책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가 너무 길고 어려웠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르게 가고 싶었어요. 네 작품을 포괄할 수 있는 제목이라고 생각했고, 화자의 질병을 마지막에 공개하고 싶었고요.

 

작품 속 화자 ‘영’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박상영의 어린 시절도 궁금해지더라고요.

 

글 쓰는 걸 좋아했어요. 문예창작으로 대학을 갈 생각도 했는데 일반 대학에 붙어서 서울로 갔죠. 대학 때부터 아카데미를 다녔고, 소설 부문으로 대학 문학상도 받았어요. 27살 때 잡지사 기자를 하다가 때려치웠는데, ‘나는 남의 글을 쓰고 싶은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그 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어서 문지문화원 사이를 다녔어요. 2012년이었나, 그 때부터 소설을 쓰는 친구들이랑 스터디하면서 소설을 썼죠. 그 때 만난 친구 중 한 명이  『항구의 사랑』  을 쓴 김세희 작가예요. 비슷한 시기에 같이 주목을 받고 있어서 너무 좋아요. 그러다 더 공부를 해보고 싶어서 동국대 대학원 문예창작과에 진학했고 그곳에서도 친구들을 많이 만났죠. 최근에  『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  라는 소설집을 낸 송지현 작가도 그 중 하나고요. 소설 진짜 좋아요.

 

대구에서 태어나셨고, 대학 때부터 서울에서 쭉 생활하고 있어요. ‘도시’라는 공간에 소설가 박상영에게 주는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저에게 도시는 또한 아주 많은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자, 사랑을 찾기 쉬운 곳이에요. 동시에 한없이 외로워지기 쉬운 공간이기도 한데요. 모두 사람이 많기 때문이죠. 많은 사람들에게 특히, 뭔가 마이너리티적 요소를 삶에 품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시’는 익명으로 숨어버릴 수 있는 공간이자 한없이 나 자신일 수 있는 공간인 것 같아요. 익명성을 통해서만 획득될 수 있는 '나'의 존재도 있고요.  

 

독자의 성비가 남성이 꽤 높다고요.

 

인터넷서점에 책을 검색하면, 책을 구매한 독자들의 성비가 나오잖아요. 다른 소설에 비해 남성 독자가 많은 편이라고 하더라고요. 20,30대 남성 독자가 10%가 넘거든요. 행사에 가도 남성 독자들이 그렇게 적지 않고요. 퀴어 당사자 분들도 많이 봐주시는 것 같고요.

 

첫 소설집이 나오고 “이런 책을 써줘서 고맙다”는 쪽지를 많이 받으셨다고 들었어요.

 

소설을 쓰기 전에는 세상 천지에 나 혼자 남아 있는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누군가 나처럼 세상을 보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 큰 위안을 얻었어요. 사실 누군가로부터 이런 리뷰를 듣는 순간을 제외하면 소설을 쓰는 시간은 매우 힘들어요.

 

“규호랑 연애하고 나온 것 같다”는 리뷰도 읽었어요. 주인공 ‘영’의 엄마에 관한 이야기도 많고요.

 

전통적인 모성애 관점으로 해석하지 않았으니까요. 퀴어 당사자가 아니라면, 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은 분들이 읽기에는 어려운 소재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에 무리없이 이입하신 분들의 피드백을 들으면, 의도한 바를 이뤘다는 생각이 들어요. 낙태, 성적 자기 결정권, 종교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도 좋겠고요. 예전에는 소설이 품고 있는 사회적 영향을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요. 아주 적은 사람이라도 내 소설을 읽고 뭔가 영향을 받는다면, 책임을 지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어요.

 

박상영이 창조한 인물들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 작가가 인물에게 갖는 과한 연민이 없어서 오히려 독자들이 편안한 것 같아요. 몰입하면서도 살짝 거리감을 두고 지켜보게 돼요.

 

슬플 때 슬프다고 말하는 건 멋이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슬플 때 웃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언제나 자기 연민을 피하려고 노력해요. 스무 살 무렵, 상담 치료를 오랫동안 받았어요. 자살 고위험군이었거든요. 고등학교 때는 제가 나름 인싸였거든요? 반장도 하고 친구도 많은 편이었고요. 그런데 알고 보니 주변에서는 저를 많이 걱정했더라고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서울로 대학 간다고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을 찾아갔는데, 선생님이 “난 네가 자퇴할 줄 알았다”고 하셨어요. 정신적으로 벼랑 끝에 있었는데, 상담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서 많이 좋아졌죠. 그 때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어요. 소설을 쓰는 과정과 치료를 받는 과정이 비슷해요. 타인의 시선을 통해 내 생각을 읽는 거잖아요. 합평의 과정도 상담과 다르지 않은 거예요.

 

그 때부터 내 감정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겠네요.

 

자기 연민이라는 감정이 가면이 씌어진 감정일 수 있겠다는 걸 알게 됐죠. 그 때부터 제 내면의 상황, 풍경을 바라보게 됐어요. 아마 웃음이 저의 방어 기제일 거예요. 매일매일 저는 제 머리 위에 카메라가 떠 있는 것 같아요. 소설을 쓰면서도 그래요. 내가 실제로 겪지 않았어도 깊이 체험하려고 노력하면서 쓰니까요. 내 안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소설을 쓰고 있기 때문에 쓰면 쓸수록 저도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집필 외의 작가 생활이 저를 정신적으로 쇠약하게 만드는 부분도 있지만요. 소설을 쓰면 쓸수록 저에 대한 이해가 조금씩 생기는 것 같아요.

 

지금도 상담을 받고 있나요?

 

아니요. 미국 여행을 가기 전까지 했는데요. 몇 달 전에 갔더니 “박상영 씨는 이제 꾼”이라고. 이제 올 필요가 없다고 해서 혼자 해결하고 있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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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맛은 내가 느끼는 모든 맛

 

혼자 있을 때, 진짜 내 모습이 나온다고 하잖아요. 겉으로 보면 달변가이신데, 혼자 있을 때는 완전히 다를 것 같아요.

 

다르죠. 사람은 누구나 여러 가지 페르소나가 있고, 저 역시 마찬가지예요. 모든 게 제 모습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글을 쓰고 있을 때 한없이 제가 좋거든요. 내가 내 자신이라서 좋아요. 글쓰기가 직업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데, 점점 그 이상이 되고 있어요. 자아실현도 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어느 한 지점에 너무 많은 걸 걸어 놓으면 안 되니까요. 최대한 더 많은 걸 걸지 말아야지, 생각해요.

 

매일매일 소설을 쓰나요?

 

그럼요. 등단하고서 연애도 한 번 못하고 친구들도 잘 못 만나고. 인간관계가 점점 더 협소해지고 있어요. 1년 365일 중에 350일을 글을 쓰니까요. 집에서도 쓰고 스타벅스에서도 쓰고, 매일 써요. 저는 좀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진짜 많이 고치거든요. 효율성이 좋은 작가는 아닌데, 다른 작가들을 보면 이틀 만에 막 80매도 쓰고 그러더라고요. 저는 하루에 1장 이상을 잘 못 써요.

 

<한겨레>에 ‘박상영의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칼럼을 연재하고 있어요.

 

조만간 연재가 끝나요. 올해 말쯤 산문집으로 묶을 예정이에요. 음식에 관한 이야기지만 직장 생활의 애환을 다룬 에세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다이어트에 성공한 서사를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거든요. 대개의 직장인들이 계속 버티면서 직장을 다녀야 하잖아요. 저처럼 박차고 나오는 사람은 소수고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곧 단편을 마감해야 한다고요. 사랑 이야기인가요?

 

가족 이야기에 더 가까워요. 의존에 관한 이야기인데 사랑이 배제될 순 없겠죠. 의존이 제 인생의 어젠다거든요. 중독이 다 의존에서 비롯된 거잖아요. 관계, 음식 같은 것도 모두 의존하기 때문에 중독이 생기는 거니까요. 이런 문제에 관심이 많아요. 장편은 올해 말쯤 연재에 들어갈 것 같아요. 10대 이야기인데 IMF 시대를 관통하는 정서를 표현할 생각이에요. 정신없이 읽다 보면 그 시절을 같이 살아나온 느낌을 주고 싶어요. 전 재밌는 소설을 쓰고 싶어요. 더 좋은 페이지터너가 되고 싶은 마음인데요. 잘 읽히는 동시에 기억에 남는 작품을 쓰는 게 목표예요.

 

단편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는 미국 문예지 ‘WWB(World Without Borders)’에 연재됐어요. 이번  『대도시의 사랑법』  도 곧 번역될 예정이라고요.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가 소속된 ‘Tilted Axis Press’와 계약했어요. 장편으로 소개하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이전 작품을 번역해준 퀴어 번역가 분이 맡으실 예정이에요. 궁합이 잘 맞았거든요.

 

사인 옆에 “우주적으로 행복하세용”이라는 문구를 적으시잖아요. ‘우주적’이란 무엇을 의미하나요?

 

소설에 나온 그대로입니다. 아주 넓고 거대하고 광활한 것이 ‘우주’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 인간도 우주의 일부이므로 결국 우주의 맛은 내가 느끼는 모든 맛이라고 볼 수 있어요. 혹은 내 삶의 맛일 수도 있고요. 우주적으로 행복하라는 것도, 거창하고 거시적이고 대단한 뭔가 이루기 힘들어보이는 행복과 아주 사소한 행복을 동시에 의미하는 말이에요. 우주는 우리 존재이자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니까요.

 

소설의 쓸모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소설, 문학의 거창한 역할이나 기능은 잘 모르겠어요. 적어도 제게 있어서 소설은 천지에 혼자인 것 같은 외로움에 사로잡혔을 때 세상 어딘가에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고독을 느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매체죠. 누군가 제 소설을 읽고 그런 기분, 위로 같은 것을 받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아요.

 

 

*박상영

 

소설가. 2016년 문학동네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두번째 소설집이자 연작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을 펴냈다. 2019년 「우럭 한점 우주의 맛」으로 제10회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했다.

 

 

 


 

 

대도시의 사랑법박상영 저 | 창비
규호와 방콕에서 함께한 찬란했던 한때를 곳곳에서 떠올리는 화자의 발걸음이 중심을 이루는 이 소설은 함께 실린 여타 소설과 다르게 유독 웃음기를 거두고서 상실과 고독의 정서에 집중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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