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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 “가짜 정보에 속지 않고 내 아이 키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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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보면 두려운 게 많아진다.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기 때문이다.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모든 부분에서 혹시 아이에게 해가 되는 건 아닌지, 사소한 것 하나하나 돌아보고 살피게 된다. 그런데 아이를 더 잘 키우기 위해 온갖 정보를 찾다 보면 더 큰 두려움에 맞닥뜨린다. 해열제와 항생제는 몸에 좋지 않고, 예방접종은 부작용이 많단다. 챙겨 먹여야 한다는 영양제만 두 손가락 가득. 도무지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까?

 

미신과 상업주의의 덫에서 허우적대는 부모를 위해 강병철 소아과전문의가 『툭하면 아픈 아이 흔들리지 않고 키우기』  를 펴냈다. 해열제, 항생제, 예방접종, 비타민 등 아이 건강에 대한 오해와 진실부터 감기, 변비, 비만, 성조숙증 등 질병에 대처하는 방법까지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궁금해할만한 부분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담았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떤 기준으로 아이를 키워야 할지 혼란스러운 부모라면 꼭 곁에 두고 봐야 할 지침서가 되어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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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정보의 기준은 과학에 있다


<채널예스>에 연재했던 「육아의 정석」 칼럼 일부가 묶인 책입니다. 부모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고 싶으셨다고요.


서민 교수와 함께 쓴 책 『서민과 닥터 강이 똑똑한 처방전을 드립니다』  출간 후 인터뷰를 하면서 칼럼 연재 제의를 받았어요. 당시에는 자신이 없어 거절했고, 저는 원래 살고 있는 캐나다로 돌아갔죠.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에서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사태가 터진 거예요. 말도 안 되는 주장으로 아이들이 피해를 입은 모습에 너무 화가 났습니다. 특히 동료 의사들에게 화가 났어요. 이런 사람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데 왜 진실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까 싶어서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의사들은 바쁘잖아요. 자기 일과를 소화하고 그런 일까지 에너지를 쏟을 여유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으면 나 같은 사람이라도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아이를 키울 때 꼭 알아야 할 ‘기본’이 정리된 책이라 좋았어요. 비단 건강뿐 아니라 육아를 대하는 태도에 관해서도요.

 

아이를 키울 때 필요한 건 ‘육아법’이 아니라 ‘생각법’이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거든요. 요즘은 정보가 넘치는 세상이에요. 책뿐 아니라 유튜브, SNS 등을 통해 온갖 정보가 순식간에 전달되죠. 그러다 보니 좋은 책을 낸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더라고요. 아무리 좋은 정보를 담아도 독자들이 책의 존재를 모르면 소용이 없으니까요. 이제 출판은 발견의 문제가 됐어요. 그래서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 들어요. 제대로 된 콘텐츠를 만드는 것보다 이목을 끄는 데 집중하다 보니 자꾸 자극적인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그중 하나가 권위에 싸움을 거는 거죠. 그럼 주목받기 쉽거든요. 그러면서 ‘의사들이 하는 말은 다 틀렸어’ ‘제약회사가 돈을 벌기 위해 억지로 예방주사를 맞히는 거야’ 같은 거짓말까지 하기에 이른 거예요. 사실 진실은 너무 단순해요. 건강하려면 음식 골고루 먹고 잘 자고 스트레스 적게 받고 예방접종 하면 끝이에요.(웃음) 그 이상 할 말도 없고, 아주 특별한 비밀 같은 건 없어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하면 나쁜 정보에게 밀려요. 그래서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가 글을 쓸 때 가장 큰 고민이었고요. 기존에 나온 육아서들보다 더 기본적인 것, 어떤 기준으로 우리 아이를 위한 정보를 받아들이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육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매 편마다 담으려 노력했어요.

 

책에서 지적하신 것처럼, ‘의사’라는 저자 소개를 내세우고 홍보를 하는 책들이 적지 않습니다. 사실 독자들은 의사들이 하는 말이니까 쉽게 책의 내용을 믿게 됩니다. 어떤 기준으로 올바른 정보를 가려내야 할까요?


중요한 기준은 과학에 있어요. 이렇게 말하면 “과학이 다 옳으냐”고 반론을 제기하는 분들이 계신데, 그건 학창시절에 배운 과목으로서의 과학을 생각하기 때문이고요. 여기에서 과학은 누군가가 나에게 들려주는 정보가 근거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의 근거로 삼아야 한다는 거예요. 그 관점에서 보면 답이 나옵니다. 일단 저자들이 이야기하는 근거가 너무 개인적이에요. 근거에도 품질이 있는데 가장 낮은 질의 근거가 ‘경험’이에요. 인간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어떤 방법이 누군가에게는 잘 들어맞았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걸 치료의 기준으로 삼을 순 없죠. 일화적 경험을 모은다고 데이터가 되진 않는다고 하잖아요. 반면 과학은 객관적 데이터를 모아서 우리가 선택한 길의 한계와 능력을 정확히 아는 거예요.

 

기존의 정설과 다른 정보를 말하고 있다면,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겠네요.


우리가 어떤 정보를 들으면 일차적으로 그 정보가 맞는지 틀리는지를 생각하잖아요. 한 책에서 해열제를 먹으면 면역력이 떨어지니 먹지 말고 버텨야 한다고 해서 무수한 갑론을박이 이어졌잖아요? 이런 정보가 있으면 옳고 그름을 따지는 데 매몰되지 말고, 한 걸음 물러서서 ‘왜 이 이야기를 지금하지?’라는 걸 생각해보시면 좋겠어요. 열이 날 때 해열제 먹는 건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육아법이잖아요. 그런데 그 문제를 왜 들고 나왔는지 생각해보시면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의 의도가 보일 거예요.

 

그리고 민감한 이야기이지만, 외국에서 자격을 따서 '내세우는' 사람은 '조금'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버드대학에서 어떤 과정을 마쳤다면서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들이 수료한 과정을 보면 돈을 내고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교육 과정인 경우가 많죠. 외국에서 수료한 어떤 자격을 가지고 우리나라에서 뭔가를 하려는 사람들, 특히 책을 내거나 사설 치료센터를 차리는 경우에는 반드시 권위 있는 기관에서 검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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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건강에 대한 오해와 진실


‘엉덩이 주사의 유일한 효능은 엉덩이가 아프다는 것(31쪽)’이라고요.


백신, 성장호르몬 등 근육주사를 반드시 맞아야 하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흔한 질병으로 맞는 엉덩이주사는 아무 효과가 없어요. 제가 서귀포에서 병원을 운영했을 때, 부모님께서 일을 하니 보통 할머니들이 아이를 데려오셨거든요. 엉덩이 주사를 안 놔주면 절대로 안 가세요.(웃음) 그래서 맞으면 안 된다고 설득하는 데 30분씩 걸렸어요. 그런데 제 말을 믿고 그냥 가셔도 아이가 낫거든요. 그런 분들이 점점 늘면서 병원 환자들 사이에 주사를 안 맞아도 괜찮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어요.

 

일단 주사를 많이 놓게 된 데는 일차적으로 의사들의 책임이 있어요. 잘 설명하고 안 놔야죠. 그런데 달리 생각하면 환자가 계속 놔달라고 요청할 경우에는 끝까지 거부할 재간이 없거든요. 설득할 시간도 없고 자칫하면 싸움이 되니까 그냥 놔주게 되는 거예요. 엉덩이 주사를 없애려면 환자와 의사 양쪽이 다 노력해야 하죠.

 

그럼 효과도 없는 주사가 왜 처방되었던 건가요?


첫째는 자꾸 비과학적인 사고를 해서 그래요. 우리는 많은 희생을 치르면 그에 상응하는 보답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죠. 그래서 일단 보호자들이 주사 맞기를 선호합니다. 그런 사고방식이 생기게 된 연원을 추적해 올라가면 재미있는 역사가 있어요. 아주 옛날에는 주사기 한 대가 현재 가치로 천만 원가량 했어요. 2개 이상 가진 병원이 드물 정도로 굉장히 비싼 의료장비였죠. 그 당시 결핵을 치료하는 스트랩토마이신이 개발됐는데, 먹는 약이 없어서 주사로 맞아야 했거든요. 결핵으로 다 죽어가는 환자가 주사만 맞으면 살아나는 거예요. 주사기는 엄청난 귀물이고요. 그러다 보니 ‘주사를 맞으면 산다’는 개념이 생겨버렸죠.

 

두 번째는 제가 초등학교 때 병원을 딱 한 번밖에 못 가봤거든요. 너무 비싸서요. 1974년도에 진료비가 만 원이었으니, 지금 가치로는 몇 십만 원일 거예요. 그 비싼 돈을 내고 병원을 갔는데 천 원 받는 약국과 똑같은 진료를 하니 환자들의 불만이 많아지잖아요. 결국 약국과 차별화되는 병원만의 특별한 치료는 주사이니까 주사를 놓게 됐고, 아프면 주사맞아야 한다는 게 상식처럼 내려온 거죠.

 

영유아에게 열이 나면 해열제 대신 해열주사를 놔주는 경우를 보았어요. 해열주사가 더 효과적이라며 선호하는 부모들도 있고요. 해열주사도 효과가 없는 건가요?


제가 병원을 운영할 때 하루 평균 300명 가까이 되는 환자를 봤지만, 열이 난다고 해열주사를 놔준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그건 위험해요. 해열주사는 맞으면 안 됩니다. 해열제를 먹이는 게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이에요.

 

아이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예방접종 스케줄을 꼼꼼히 체크할 텐데요.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에 포함되지 않는 선택접종은 생략하는 경우가 있어요. 선택접종 중 꼭 맞아야 하는 게 있다면요.


전부 다 맞아야 해요. 선택접종은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국가에서 지원할 예산이 없어서 선택접종이라고 하는 거예요. 실제로 저는 백신이란 백신은 다 맞아요. 우리 아이들한테도 다 맞추고요. 그게 제일 값싸고 확실한 질병 예방법이거든요.

 

만약 접종 시기를 놓쳤다면 늦게 병원을 찾아도 괜찮은가요?


상관없습니다. 바쁘다보면 아이 접종 스케줄을 놓칠 수도 있고, 접종에 대한 괴담 때문에 께름칙해서 시기를 지난 경우도 있을 텐데 어떤 경우든 의사와 상의하시면 됩니다. 접종이 늦었을 때 맞히는 방법이 있거든요. 새로운 스케줄에 맞춰 다시 접종하면 아무 문제없어요.

 

책에도 쓰셨지만 특히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은 특히 괴담이 많아요.


사실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백신보다 더 끔찍한 백신은 DPT(디프테리아, 백일해, 파상풍)백신이었어요. 이 백신을 맞고 죽은 사람도 많고요. 그런데 자궁경부암 백신이 이렇게 화제인 이유는 포스트인터넷시대에 출현했기 때문이에요. 괴담이 눈덩이 구르듯 마구 불어나며 확산될 수 있으니까요. 앞서 말했듯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사람들이 권위를 공격하기 위해서 의사는 다 나쁘고, 제약회사가 돈 때문에 백신을 놓는 거라 주장하는데요. 물론 의사들 잘못하는 거 많고 제약회사가 돈 때문에 파렴치한 행동을 하기도 해요. 그런데 ‘제약회사를 응징하기 위해 백신을 안 맞히겠다’고 해버리면 섞일 수 없는 개념들이 섞여요. 자신의 신념과 일치한다고 해서 비과학적인 말을 믿고 따르시면 안 됩니다. 그렇게 하면 의사나 제약회사가  손해를 보나요? 아니요. 우리 아이가 아파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아이를 키우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는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는 방법만 찾으면 돼요.

 

실제로 호주에서는 자궁경부암 백신을 남녀 모두에게 접종해왔고, 현재 자궁경부암이 거의 사라졌어요. 2030년까지 자궁경부암을 완전히 퇴치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고요. 인류가 백신으로 지구상에서 멸종시킨 병이 천연두가 있죠. 적어도 호주에서는 자궁경부암도 완전히 사라지는 병이 될 거예요.

 

현재 우리나라는 만 12세 여아에게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지원하고 있어요. 그런데 필수예방접종이 아니다 보니 남자 아이들도 맞아야 한다는 걸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당연히 남자 아이들도 다 맞아야 하는 백신이에요. 궁극적으로는 국가에서 남자 아이들까지 지원하는 쪽으로 가야겠죠. 다만 처음 그 백신의 가시적 효과가 자궁경부암 예방이고, 자궁경부암은 여성의 병이니 여자 아이들에게만 접종이 이루어졌던 건데요. 국가 예산을 바꿔야 하는 일이라 쉽진 않겠지만 몇 년 내에는 백신 스케줄이 바뀌지 않을까 싶어요. 이제 남녀 간 성 접촉으로 옮기는 병이라, 남자도 맞아야 한다는 지식이 주목받고 있으니까요.

 

항생제도 내 아이에게 먹이기 두려운 것 중 하나입니다. 내성이 생길까봐 상태가 호전되면 남은 항생제는 버리곤 했는데, 끝까지 다 먹지 않으면 오히려 내성균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에 놀랐어요.


균은 세대가 이어지는 기간이 엄청나게 짧아서 하루가 지나면 70대손이 나와요. 느리게 분열하는 균이 20분에 한 번, 빨리 분열하는 균은 6분 30초에 한 번씩 분열하거든요. 우리가 항생제를 개발하는 시간이 균의 분열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어요. 또 아무리 강한 슈퍼항생제를 개발해도 균은 버티고 살아남는 법을 금방 알아내서 그 방향으로 진화하죠. 예를 들어 1만 마리 균에게 항생제를 쓰면, 그 공격을 받은 균은 모두 항생제를 이겨낼 궁리를 하거든요. 그때 그 균을 다 죽이면 문제가 안 생겨요. 그런데 10번 먹어야 하는 항생제를 5번만 먹고 끊어서 1만 마리가 거의 다 죽고 10마리만 살아남았어요. 이 균들은 또 순식간에 분열하거든요. 그럼 그 안에서 항생제를 이길 균주가 나올 가능성이 커요. 물론 항생제를 다 먹지 않아도 병은 나아요. 1만 마리였던 균이 10마리로 줄었고, 그건 우리 면역계가 잡아먹으니까요. 그런데 남은 균을 가지고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서 놀잖아요. 재채기도 하고, 장난감도 만지며 놀아요. 그렇게 균을 옮기게 되고, 그 균은 금방 새끼를 쳐서 내성균을 만들죠. 이런 식의 패턴이 반복됐기 때문에 이제 페니실린이 더 이상 듣지 않는 거예요. 일단 항생제의 맛을 본 균은 그걸 피하는 법을 알기 전에 다 죽여야 해요. 그래야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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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길은 아주 평범한 데 있어요


엄마들은 아이의 영양이 부족할까봐 비타민이나 보약 등을 챙겨주게 되는데, 사실 꼭 먹이지 않아도 된다고요. 


물론 모자라면 채워줘야겠죠. 그런데 과하면 탈이 날 수 있어요. 비타민을 먹어서 더 건강해졌다거나,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증거가 확실한 연구결과도 없고요. 무엇보다 음식으로 섭취하는 비타민과 합성 비타민제로 섭취하는 비타민은 달라요. 비타민을 고르고 사 먹일 정성과 비용이면 균형 잡힌 식단을 고민하는 게 더 좋죠.

 

유산균은 면역력을 위해 꼭 먹이는 엄마들이 많아요. 특히 아이가 집단생활을 하면 반드시 먹여야하는 것처럼 알려져 있어요.


제가 면역에 관해 거의 책의 한 파트를 할애해서 썼는데, 면역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에요. 단순히 뭘 먹는다고 면역이 강화되지 않아요. 건강기능식품이 주장하는 바를 보면 어디를 어떻게 강화시킨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고요. 또 면역계는 우리가 도와주지 않아도 힘이 너무 세요. 예를 들어 면역세포 중에는 B세포와 T세포가 있는데 B세포는 적이 침입하면 12시간 만에 1개가 2만 개로 늘어나요. 그리고 항체라는 무기를 초당 2천 개씩 쏩니다. 삽시간에 쑥대밭이 돼요. T세포는 주로 암세포와 싸우는데 T세포 하나가 10만 개의 암세포를 죽여요. 우리 면역계는 힘이 세서 문제예요. 강화시키는 것보다 조절하는 게 중요하죠. 그러니까 결국 ‘면역을 강화시킨다’는 말은 허구이고요.

 

우리 몸에 사는 균이 면역계와 연관이 있는 건 확실해요. 그런데 이 미생물들 중 어떤 것이 우리 몸의 어느 기관에 도움이 되는지는 아직 아무도 몰라요. 우리 장 속에는 미생물이 몇 천 종류가 있는데, 그럼 대체 뭘 먹겠다는 건가요?(웃음) 그리고 설사 A라는 미생물이 면역과 관계가 있다는 게 확실시된다 해도 모든 사람에게 다 써도 되는지,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는 아직 아무도 몰라요. 미생물총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거든요.

 

균주를 골고루 유지하기 위해 유산균을 주기적으로 바꿔가며 먹여야 한다는 말도 있는데 전부 상술이었네요.


당연하죠. 아무 것도 모르고 파는 거예요. 누가 먹어도 문제가 안 될 만큼 아주 조금만 넣으니 허가가 나오는 거고요. 약으로 허가를 받으려면 정말 힘들거든요. 임상시험은 돈이 한두 푼 드는 게 아니고, 시간도 몇 년씩 걸려요. 그걸 다 통과해서 이게 인간에게 비교적 안전하고, 목표로 하는 병을 치료하는 데 써도 괜찮겠다는 판단이 돼야 허가가 나오거든요. 그런데 건강기능식품은 허가가 쉬워요. 예를 들어 500ml를 넣으면 약 허가를 받아야하는 성분을 100ml만 넣으면 건강기능식품으로 허가를 받을 수 있죠. 그렇게 해서 파는 거예요. 함량이 적으니 만드는 비용 덜 들고, 허가는 쉽게 받고, 제일 중요한 건 비싸게 팔 수 있어요. 그리고 잘 팔려요. ‘이건 약이 아니라 식품이니 먹어도 돼’라면서 사람들이 사먹거든요.

 

변비 등에 보조적 도움을 받는 것도 효과가 없나요? 


유산균 말고도 이미 알려진 방법이 많잖아요. 섬유소가 많이 든 채소와 과일 먹고 운동하고 물 많이 먹으면 돼요. 굳이 비싼 돈 주고 그런 제품을 사 먹일 필요가 없어요.

 

그럼 수족구, 구내염 등의 유행성 질병을 예방하는 방법은 역시 손을 잘 씻고 개인위생을 깨끗이 하는 것일까요?


맞아요. 아주 놀라운 방법을 알려드리면 좋겠지만, 올바른 길은 아주 평범한 데 있어요.(웃음) 사실 아이들이 유행성 질병에 자꾸 걸리는 가장 큰 이유는 어린 시절부터 집단생활을 하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중이염이 잘 생기는 아이들의 경우 예방접종을 할 수도 있고, 귀에 튜브를 넣는 수술을 할 수도 있는데, 이도저도 안 되고 계속 재발하면 어린이집을 3개월 정도 쉴 것을 조심스럽게 권하기도 해요. 돌봐줄 사람이 정 없다면 규모가 작은 곳으로 옮기는 게 좋고요. 그러면 정말 씻은 듯이 낫는 경우가 많아요. 어쨌든 지금은 아이들이 집단생활을 안 할 수가 없는 환경이잖아요. 그러니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손 잘 씻고, 개인위생에 신경 쓰는 것밖에 없죠. 면역력을 키우면 병에 안 걸린다? 전혀 그렇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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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늦게 움직여도 돼요


세 딸의 아버지이신데요. 자녀를 키우며 꼭 지키는 육아 원칙이 있나요.


‘모든 사람은 다르다’ ‘모든 사람은 존귀하다’에서 육아가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기에서 ‘모든 사람’에는 내 자식도 들어가죠. 결국 자식은 내 삶에 들어온 손님일 뿐이니 아이의 삶을 기획하지 않으려 해요. 이걸 둘째아이 초등학생 무렵에 깨달았어요. 아이의 키가 크지 않아서 성장호르몬을 맞히느냐 마느냐를 놓고 한 달을 고민했거든요. 당시 소아과를 하고 있었으니 언제라도 약을 살 수 있고, 주사를 놓을 수 있고 부작용도 모니터링 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아이의 키가 크면 좋은가?’ ‘키 작은 사람보다 행복한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니, ‘아이의 삶에 내가 의학적으로 개입한다면 이 아이의 다른 측면이 내 성에 차지 않을 때도 전부 개입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건 아이가 아이의 삶을 사는 게 아니잖아요. 그때부터 모든 걸 내려놨어요. ‘아이에게 잘해준다’는 게 뭔지부터 다시 생각했죠. 

 

사실 그걸 알면서도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문득 불안해지는 게 부모인 것 같아요.


그렇죠. 특히 우리나라는 기준이라는 것에 굉장히 민감하잖아요. 그런데 사회적 기준은 전부 남이 만든 거예요. 그걸 만족시키려고 애쓰면 그렇지 못했을 때 자꾸 밀려나는 기분이 들어요. 어떤 기준에 맞춰 완벽한 아이를 만들겠다는 욕망이 생기는 순간 불안하고 절박해지죠. 그럼 ‘이렇게 하면 아이 키가 클 거야’ ‘이렇게 하면 똑똑해질 거야’ 같은 말에 자꾸 속아요. 옳은지 그른지 판단할 여유가 없으니까요. 저는 아이들에게 딱 한 마디만 해요. 남의 욕망을 욕망하지 말라고요. 뭘 원하는지는 스스로 깨달아야 하고, 그건 엄마아빠가 찾아줄 수 없다고 말하죠. 부모는 아이가 되도록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돼요. 안전한 범위 내에서 아이가 최대한의 경험을 할 수 있게 울타리를 넓게 쳐줄수록 더 좋은 부모라고 생각해요.

 

아이가 조금이라도 아프면 부모는 자책하게 돼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들려줄 말씀이 있을까요.


저는 육아에서 가장 나쁜 감정이 죄책감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본인에게도 해롭지만 아이에게도 해로워요. 아이는 절대로 우리가 원하는 대로 크지 않아요. 아이의 삶에 부모가 미치는 영향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적고요. 『위대한 남자들도 자식 때문에 울었다』는 책을 보면 간디 자식도 형편없었대요.(웃음) 그러니 본인이 아이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며 죄책감 느낄 필요도 없고요. 다만 아이가 커가면서 맞닥뜨리는 사회의 모든 것에 영향을 받으니, 환경과 사회의 문제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내 자식만 바라본다고 내 자식이 잘 되는 게 아니니까요. 남녀가 평등한 세상, 빈부격차가 적은 세상, 미세먼지가 없는 세상에서 우리 아이가 자란다면 훨씬 행복하고 훌륭하게 자라지 않겠어요? 그러니 좋은 육아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를 바꾸는 데 동참하는 젊은 부모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당부의 말씀이 있다면요.


유연하게 생각하시길 바라요. 예를 들어 ‘항생제는 나쁜 것이다’라고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거죠. 칼도 강도짓을 할 땐 나쁘게 쓰이지만, 외과의사의 손에서는 생명을 구하잖아요. 맥락이 중요하지 어떤 것 자체가 좋고 나쁜 건 없어요. 실제로 항생제를 발견하고 나서 인류의 수명이 배가 늘었잖아요. 이분법적 사고로 ‘이건 나쁘니 안 해야지’라고 하면 손해는 다 본인에게 와요.


마지막으로 한 발짝 늦게 움직여도 된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소아과 의사들 사이에 ‘새로운 약이 나오면 제일 먼저 쓰는 의사가 되지 말고, 가장 마지막으로 쓰는 의사도 되지 말라’는 말이 전해 내려와요.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약을 파는 사람의 말만 믿고 연약한 아이에게 약을 써서는 안 되고, 이미 안전성이 다 검증 되었는데도 옛 치료방식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부모가 접하는 지식도 마찬가지예요. 요즘은 유튜브만 켜도 온갖 건강정보가 쏟아져 나오잖아요. ‘천연비타민이 좋다’ ‘노니비누를 써야 한다’ 그런 말을 들으면 한 번 생각해보세요. 노니비누 같은 거 옛날엔 안 썼던 거잖아요. 그럼 몇 년 기다리세요. 그래도 전혀 손해 보지 않아요. 지금까지 그게 없어도 아무 문제없이 살았다면, 새로 나오는 걸 열심히 쫓아갈 필요 없습니다. 그냥 살던 대로 살면 돼요. 내가 못 쫓아가서 우리 아이가 손해 보면 어떡하냐고요? 대신 그동안 맘 편히 살았잖아요.(웃음)


 

 

툭하면 아픈 아이, 흔들리지 않고 키우기강병철 저 | 김영사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데 전문지식은 없고,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지식을 습득할 여유도, 시간도 없는 부모들에게 꼭 필요한 과학적 지식과 확고한 육아 철학을 전하는 필독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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