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실수로 거액을 잃을 수 있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위험을 매일 마주하는 사람이 있다. 포지션을 가지고 주식 또는 채권을 거래하거나 시세를 예측하는 트레이더. 오르락내리락하는 차트를 앞에 두고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분투하는 트레이더의 일은 흡사 전쟁터에 나간 군인과 같다. 『나는 나를 어떻게 할 것인가』 ,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을 쓰고 2007년 미국 부동산 시장 붕괴와 경기침체를 전망한 트레이더 김동조는 ‘나는 늘 시장이 두려우면서도 좋았다’고 말한다. 원칙을 세우고 때로는 실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자신을 날카롭게 벼려온 시간과 그로부터 얻은 보상이 있었기에 가능한 고백이다.
어떻게 원칙을 세워야 할지 모르겠다면 당신은 지금까지 제대로 된 승부를 해본 적이 없는 것이다. 원칙을 세웠다면 그 원칙을 고수할 것인지 변경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좋은 원칙은 사수하고 잘못된 원칙은 개선해야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또 승부를 해야 한다. 압도적인 승리와 패배는 시간 낭비다. 그러니 승리에 오만하거나 패배에 고통스러워할 필요가 없다. 필생의 승부는 드물고 당신은 원칙을 위한 몇 개의 경기를 이제 막 끝냈을 뿐이다. (87쪽)
『모두 같은 달을 보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꾼다』는 트레이더 김동조가 자신의 유료 블로그 ‘김동조닷컴’에 2015년 중순부터 2018년까지 올린 글을 정리해 묶은 책이다. 독자들은 월 11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구독료를 지불하고 김동조의 글을 본다. 과연 그들은 무엇을 위해 기꺼이 ‘김동조닷컴’의 유료 구독자가 되는 걸까. 시장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부터 정치적 견해, 서평, 일상에서 길어 올린 단상이 담긴 이 책을 읽고 알았다. 모든 이야기를 관통하는 트레이더 김동조의 원칙과 사유, 태도를 배우기 위해서다.
너무 어려운 이야기는 뺐어요
딱딱한 느낌의 사무실에서 정장을 입고 일할 것 같았는데 예상과 달라서 놀랐어요.
그런 말 자주 듣습니다. (웃음) 트위터로 저를 알게 된 분들은 실제로 보고 놀라시더라고요. 트위터에서 분석이나 비평을 많이 하다 보니 까칠한 이미지를 예상하시는 것 같아요.
제목도 의외였어요. 트레이더의 마켓 일기라기엔 인문학적이랄까요.
편집자가 권한 제목은 ‘나는 마켓이 두렵지만 좋았다’였어요. 부제가 ‘마켓 일기’인데 제목에 마켓을 또 언급하기는 싫어서 선택하지 않았고요. 제가 일관되게 이야기하는 게 선택의 문제인데요. 같은 상황이어도 누구는 사고 누구는 팔잖아요. 그래서 ‘같은 달을 보지만 다른 꿈을 꾼다’라는 말이 좋았어요. 한쪽이 잘못됐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다른 원칙, 다른 결정이 있을 수 있고, 문제는 본인이 그걸 어떻게 납득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제목을 골랐는데 편집자는 굉장히 의외였다고 하더라고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블로그 ‘김동조닷컴’에 쓴 글을 모은 책이에요. 어떤 기준으로 글을 골랐나요?
‘시황’이라는 카테고리에 있는 글을 모은 책인데요. ‘시황’은 시장의 움직임을 보면서 그에 맞는 코멘트를 쓰는 카테고리에요. 현재 시장 상황에 대해 유료 독자들에게 내가 보기엔 이런 거 같고, 이렇게 대응해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거죠. 그런데 계속 그런 내용만 쓸 수는 없거든요. 저도 제 멘탈을 추스르기 위해서 이런 포지션이 있는데 꼬인 것 같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써요. 그러는 중에 좋은 일 있으면 공유하기도 하고, 일상의 단상이나 정치적 이벤트에 대한 생각도 쓰고요. 그중에서 핵심만 추려서 책으로 묶었어요. 너무 어려운 이야기, 직설적이거나 특정인이 언급된 내용은 뺐고요. 채우는 것보다 빼는 게 힘들더라고요. 다행히 담당 편집자가 잘 추려줬죠.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일반 독자들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기본적으로 트레이더로서 일하면서 어떤 선택을 내릴 때 했던 고민이나 생각이 많이 담겼어요. 경제나 금융시장의 문제가 정치나 사회, 문화적 사안과 분리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도 있을 수밖에 없고요. 일기 형식으로 나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원래의 글이 날짜별로 되어 있기도 하고 편집자가 일기 형식이 좋겠다고 해서 그렇게 했어요. 기획 방향뿐만 아니라 구성 등 모든 영역에서 편집자를 믿고 맡겼는데 결과물을 보니까 정말 좋더라고요. 앞으로는 무조건 젊은 편집자의 의견을 따라야겠구나 싶었어요.
김동조닷컴은 유료 블로그잖아요. 주로 어떤 분들이 구독하나요?
60% 이상은 금융계에 있는 분들이고 10% 정도는 금융계 종사자만큼 알고 싶은 일반인인데 대체로 전문직 종사자들이에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트레이더나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처럼 금융권에서 일하는 분들이 일을 더 잘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김동조닷컴의 목표거든요. 그래서 내용이 쉽지 않아요. 제가 금융계에 있지 않은 일반 회원들에게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자산 운용이든 재테크든 내 힘으로 하고 싶다면 공부해야 한다는 거예요. 이 바닥 자체가 어려운데 어려운 걸 쉽게 할 수 있다고 하면 거짓말이잖아요. 블로그를 운영한 지 5년 정도 됐는데 이제 일반 회원들의 내공도 상당해요. 질문이 달라졌어요. 가끔 제가 틀리게 쓰거나 오타를 내면 다 잡아주셔서 깜짝 놀라요. 처음에는 비금융권 분들에게는 너무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역시 하면 되더라고요.
어떤 댓글들이 달릴지 궁금하더라고요. 회원분들과의 유대감이 클 것 같아요.
약관에 블로그에 있는 내용을 유출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어요. 그래서 굉장히 편하게 써요. 다른 데서 못하는 이야기도 블로그에서는 하죠. 서문에서 지난 3년 넘게 같이 읽어주신 회원들에게 고맙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에요. 일부 댓글을 책에서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기본적으로 회원들의 수준이 높아서 댓글을 통해서 배우는 것도 많아요. 회원의 1/3 정도는 얼굴도 알아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이 사무실에서 북클럽도 하고요.
김동조닷컴의 오프라인 모임이군요.
지금까지 세 번 했는데 다들 좋아하시더라고요. 저도 많이 배우고 ‘책 하나를 이렇게 심층적으로 읽는 게 이렇게 좋구나’라고 자주 생각해요. ‘나중에 결과물을 모아서 책으로 내면 어떨까?’ 싶기도 했고요.
책은 어떻게 선정하세요?
한 번에 3시간 정도 하니까 그 정도로 이야기할 거리가 있는 책을 선정해요. 첫 번째 책은 피터 자이한의 『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 였고 두 번째는 박상준의 『불황터널』, 『불황극복』을 같이 했어요. 가장 최근에는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도시의 승리』 로 했는데 전부 이야기할 거리가 많은 책이라 참여하는 분들의 반응도 좋았어요.
일관되게 잘하려면 원칙이 있어야 해요
원칙에 관한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원칙을 굉장히 중시하는 것 같았어요.
트레이더는 매일 터닝 포인트 앞에 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이게 큰 결정일지도 몰라’ 또는 ‘정말 큰 투자일지도 몰라’하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요. 실제로 2007~2008년도에 일어난 세계 금융 위기처럼 세상이 뒤집힐만한, 시장이 흔들리는 변화가 있었고요. 트레이딩은 한번 잘하거나 잘못하는 걸로 끝나지 않아요. 야구선수로 치면 오늘 잘해도 내일 또 등판해야 하고 일주일 있다가 또 나가야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긴 시즌에서 일관적으로 잘하려면 원칙이 있어야 해요.
최근에 추가하거나 수정한 원칙이 있다면요?
매일 새로운 원칙을 만들거나 수정하는데요. 최근에는 충동적으로 포지션에 안 들어가려고 해요. 대체로 어떤 사건이나 지표를 예상하고 들어가거나 나온 다음의 반응을 보고 들어가거든요. 예전에는 반응만 보고 바로 들어갔다면 지금은 반응을 보고 그 반응이 미치는 가격대를 확인한 다음에 기다렸다가 원하는 지점에 왔을 때 들어가려고 해요. 이게 말은 쉬운 데 정말 어렵거든요. 마치 인어들이 노래를 불러 선원들을 유혹해 잡아갔다는 어느 신화 속 이야기 같아요. 가격의 흐름을 보고 있으면 홀려요. 지금 들어가면 벌 것 같거든요.
고민하고 망설이는 걸 아주 싫어하시더라고요. (웃음)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주인공이 우유부단하면 잘 못 봐요. 주인공이 피도 눈물도 없고,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해서 칼같이 끊고 이러면 몰입해서 보고요. 잘 훈련받은 군인 이야기나 영화 ‘본 시리즈’를 보면 주인공이 어떤 상황에서 도망쳐야 할지 싸워야 할지 신속하게 판단하잖아요. 트레이더가 그래야 하거든요. 매 순간 비용 편익을 따지면서 선택해야 해요.
그 부분에서 조금 뜨끔했어요. 내 원칙은 뭔지 생각해 보게 됐더라고요.
요즘 더 절절히 느끼는 게 있는데요. 어떤 일을 할까 말까 고민이 되면 일단 해야 한다는 거예요. 많은 분이 공감하신 이야기인데요. 예를 들어 내가 미용사인데 요리를 하고 싶어서 고민이 되면 일단 요리를 해야 해요. ‘요리하면 지금까지 익힌 미용 기술을 썩혀야 하고...’ 등의 계산을 하게 되는데 일단 해야 ‘역시 나한테는 미용이 맞는구나!’ 또는 ‘내 천직은 요리야’하고 알게 되잖아요. 그런데 고민하는 상태에서 머무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하나를 선택했을 때 생기는 문제는 에너지를 써서 풀면 돼요. 그런 에너지를 사용하는 게 인생의 즐거움이고 묘미라고 생각하고요.
현재 애인과 헤어지고 다른 애인을 만나기로 결심했다는 건 그로 인해 생기는 많은 문제를 처리해가는 것을 의미한다. (중략) 이 문제가 고통과 고난처럼 보이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거야말로 삶이 주는 성취와 즐거움의 본질이기도 하다. 삶은 우리가 당면한 문제의 크기와 길로 결정될 뿐이다. (268쪽)
이야기를 들을수록 트레이딩이든 인생이든 절제와 판단이 관건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훌륭한 트레이더, 투자자 중에서 방임과 방종으로 돈을 번 사람, 우연히 돈을 번 사람은 없을 거예요. 트레이딩하다 돈을 벌고 있으면 기분이 좋을 것 같잖아요. 안 그래요. 회한이 사무쳐요. ‘더 들어갔어야 되는데..’ 하고요. 예를 들어 하루에 3천만 원을 벌면 ‘아 3배를 했으면…’ 하는 자괴감에 빠져요. 반대로 터질 때는 ‘내가 미쳤구나! 왜 이렇게 많이 들어갔을까?’ 아니면 ‘나눠서 살걸’하고요.
자신과의 싸움이네요. (웃음) 모든 트레이더가 이런 과정을 거치는 거겠죠?
경험을 쌓으면서 자기 스타일을 알게 되죠. 마켓 유저들하고 미국에서 유명한 트레이더들만 인터뷰한 책이 있는데 그 책을 보면 경제학을 공부하지 않아도 트레이딩을 잘하는 사람이 있어요. 반대로 박사까지 공부해도 못해서 자괴감에 빠지는 사람도 있고요. 정말 다양해요. 그래서 트레이더를 일반화하기 어려운데 딱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누구나 한 번씩 깊은 자괴감에 빠져 본 적이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근본적으로 자신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하게 돼요. 인간은 자기 충동이나 본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트레이딩을 하다 보면 여기서 자유로워지는 게 중요하거든요. 오르면 팔고 떨어지면 사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돼요. (웃음) 간혹 추세가 길게 나오면 오를 때 사고 내릴 때 팔아야 할 때가 있거든요? 이걸 분간해야 해요. 이게 감각이고 지성인데 기본적으로 본능에 반하는 액션이라 진짜 두려워요. 그렇지만 한 번 하고 나면 ‘아 오늘 내가 정말 아름다운 트레이딩을 했구나’ 싶죠. 이런 경험이 쌓여서 노하우가 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주식을 한 종목 사서 돈을 벌려면 운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시장을 설명하고 포지션을 잡는 건 특별한 애정이 필요하다. 얻어터지면서도 다시 링에 오르는 것과 똑같다. (50쪽)
앞으로 많은 직업이 AI로 대체된다고 하잖아요. 트레이더도 그럴까요?
상당히 많은 트레이더가 이미 대체됐고요. 트레이딩에도 여러 가지 스타일이 있어서 다를 수 있는데 아마 워런 버핏 같은 스타일은 대체되기 어려울 거예요. 다른 회사들이 들어올 수 없는 경쟁력 있는 회사를 발굴하고 게다가 그 회사가 싸야 하고 그 회사가 싸질 때까지 기다릴 인내심이 있어야 하고 그 회사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때까지 기다리는 능력과 자본력이 있어야 하거든요. 이런 건 AI가 판단하기가 어렵죠. 그런데 가격의 흐름을 보고 시장의 반응에 대응해서 트레이딩하는 스타일은 대부분 대체될 거고 아주 많은 절제와 인내심, 과감함이 없는 트레이더들은 대체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그걸 극복하려는 사람들이 무수히 생겨날 거예요. 바른 결정을 한다면 초등학교만 나온 사람이건 박사학위가 있는 사람이건 전혀 상관없는 게 이 시장이 가진 장점이거든요.
‘SF’는 폭발적으로 성장할 장르
트위터 팔로워 수가 상당해요. 반응도 좋은데 혹시 SNS 중에서 트위터만 하는 이유가 있나요?
짧아서요. 블로그 외에 다른 곳에는 긴 글을 못 쓰겠더라고요. 그리고 페이스북에는 댓글이 달리잖아요. 제가 댓글을 무시할 만큼 셀럽이 아니기도 하고 가장 큰 이유는 와이프가 페이스북을 해요. 전략적 협상 끝에 서로의 우주를 분리했어요. 저는 트위터, 와이프는 페이스북으로 (웃음). 서로 들여다보는 건 괜찮은데 댓글 달고 그러지 말자고 했죠.
이번 책을 내면서 직접 출판사를 세웠어요. 이유가 있나요?
저한테 세 가지 목표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투자회사를 잘 운영해서 크게 키우는 거예요. 이건 회사에 투자하신 분들에 대한 의무이기도 하죠. 두 번째 회사는 리서치 회사에 관한 건데요. 처음에는 취미처럼 생각하고 시작한 건데 예상보다 인원이 많아져서 앞으로 더 잘됐으면 좋겠어요. 세 번째가 출판 사업이에요.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출판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평소에 책을 많이 읽기도 하고 독자로서 읽고 싶지 않은 수준의 저작물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물론 그건 시장에서 판단하는 거지만요. 제가 만든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을 쭉 보면 상당히 재밌거나 유익하거나 지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느낌이 들게 하고 싶더라고요.
실제로 서평도 많이 올리시잖아요. 어떤 책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한 문장만 봐도 밀도가 있고 내면이 튼튼한 책들을 좋아해요. 그런 책을 만나면 트위터에 엄청나게 홍보해요. 『직업의 지리학』 을 정말 좋게 읽어서 틈날 때마다 소개했더니 출판사에서 고맙다고 연락을 주기도 했어요. 나중에 보니 그 이후에 1쇄를 더 찍었더라고요. 제 책을 소개하는 트윗보다 다른 책을 추천하는 트윗에 대한 반응이 훨씬 좋아요.
최근에 읽은 좋은 책은 뭔가요?
『바바리안 데이즈』라고 윌리엄 피네건이 쓴 책이요. 표지가 멋있어서 샀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이런 책을 만나면 너무 기뻐서 많이 홍보해요. 『존 치버의 일기』도 좋았고요. 편집자가 일기 형식으로 책을 내자고 할 때 반신반의하면서도 따른 이유 중에 『존 치버의 일기』 영향도 있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의 일기를 몰래 본다는 사실이 굉장한 쾌감이 있더라고요.
출판사 이름 지을 떄도 고심했을 것 같아요. ‘아웃사이트’는 어떤 의미인가요?
금융시장에 있다 보니 인사이트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요. 인사이트가 보이지 않는 내면을 바라보는 일이라면 아웃사이트는 밖에 놓인 현상을 보고 판단하는 능력이에요. 인사이트의 상대어라고 할 수 있죠. 아웃사이트를 가지면 인사이트도 생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그렇게 지었어요.
요즘은 어떤 책 읽으세요?
한국에 사는 콜롬비아인이 쓴 『한국에 살고 있습니다』라는 에세인데요. 솔직해서 좋아요. 한국을 이해하려고 쓴 책은 아니고 스페인어로 문학을 하는 작가가 이방인의 시선으로 본 아주 주관적인 한국의 모습, 편견 없는 상식적인 인간의 모습을 소개한 책이에요. 내가 만약 외국인으로 한국에 살고 있으면 이런 책을 쓰지 않을까 싶었어요.
책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요?
미리 보기로 보고 문장이 탄탄하면 사요. 표지가 예쁜 책도 사고요.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당연히 사고요. 한국 문학 작가 중에서는 정세랑 작가를 좋아하는데요. 『피프티 피플』나오기 전부터 ‘이분은 왜 못 뜨지?’ 싶었는데… 지금은 완전 유명해지셨죠. (웃음)
또 전망하셨군요. (웃음)
이게 약간 버릇이 된 것 같아요.
앞으로 아웃사이트에서 나올 책이 기대되는데요. 어떤 책들이 나올까요?
요즘 추리 소설이나 스릴러를 일부러 많이 봐요. 아웃사이트에서 순수문학을 할 생각은 없거든요. SF나 환상 문학, 스릴러 쪽을 생각하는데요. 만약 제가 투자 회사로 많이 벌면 원고료를 많이 걸고 공모전을 열까 싶기도 해요. SF나 환상 문학 분야의 상상력이 개발되지 않았을 뿐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한류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약간의 시너지만 만들어주면 폭발할 장르라고 생각하고요. 아마 SF나 환상 문학, 스릴러는 이미 많은 사람이 군침을 흘리고 있을 거고 5년 안에 폭발할 거예요. 터지기 전에 숟가락을 놔야 하는데…(웃음)
어떤 분들한테 이 책을 권하고 싶으세요?
금융시장에서 일하는 분들이라면 대체로 좋게 읽으시는 것 같아요. 비슷한 경험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으니까요. 다른 분들은 어렵거나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좋은 선택을 내리기 위해서 고민했던 이야기라서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모두 같은 달을 보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꾼다김동조 저 | 아웃사이트(OUTSIGHT)
저자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시장을 보며 썼던 글을 한데 모은 것이다. 어떤 날은 그저 순수한 기쁨이 느껴지고, 어떤 날은 지독한 자기반성과 성찰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