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정은 실제의 '균형'을 원한다. 가수에게 필요한 대중적 인기도 분명 인식하지만 스스로 곡 쓰고 자신의 것을 축조하는 '자주'도 요구하고 있다. “하고 싶어서 음악을 한다!!” 선우정아가 곡을 쓴 인디 감성의 신곡 '화분'은 솔직히 아이돌 가수와 쉬 부합하지 않는다. 모험을 할 줄 아는 이런 약간의 도발이 아이오아이와 구구단 세정이 아닌 '솔로 세정'의 입지를 확장해주고 있다.
인터뷰 중에 그가 주로 동원한 어휘는 솔직함, 진심, 공감 그리고 자기 위로였다. 이번 미니앨범은 '힐링 뮤지션'의 본격 시작점. 대화 시간 내내, 자신의 음악과 닮아서 미디어가 붙여준 수식 '힐링 웃음'은 조금도 놓치지 않았다.
다섯 곡의 미니 앨범이지만 내용은 실하다. 작업과정을 알려 달라
제일 처음 만든 곡은 '오늘은 괜찮아'에요. 재작년 말부터 작년 초에 만들었으니 꽤 오래 걸렸죠. 태연 선배님의 'U R'처럼 잔잔하고 예쁜, 희망을 줄 수 있는 메시지의 수록곡을 생각했어요. 이 곡을 타이틀로 가자는 이야기도 많이 나왔답니다. 하지만 제 기준으로 이 노래는 수록곡이라고 봤어요.
타이틀 욕심이 없었나
모르겠어요. 확 성이 차지 않았다고 할까? 예술성의 측면에서 완벽하지 않다고도 봤고, 타이틀 곡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었어요. 그렇게 해서 이어서 만든 곡이 'SKYLINE'과 '오리발'이에요.
'화분'을 제외한 모든 곡의 작사 작곡에 참여했다.
처음에는 '오늘은 괜찮아' 한 곡만 자작곡으로 수록하고 나머지 노래들은 다른 분들께 받을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이 곡을 타이틀로 하자는 얘기를 듣고 나니, 멍해지더라고요. “이대로 있지 말자. 더 좋은 곡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더 많이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SKYLINE', '오리발', '꿈속에서 널' 세 곡은 동시에 작업한 곡이에요. '오리발'의 1절까지 써놓은 상태에서 작업을 미루게 됐습니다. 이후 객관적인 시각으로 작업을 돌아볼 수 있었고 다시 준비해서 앨범 < 화분 > 을 완성했어요. 정말이지 자작곡이 모두 수록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웃음)
'화분'은 선우정아가 곡을 만들고 바버레츠의 안신애와 함께 노랫말을 썼다. 타이틀곡도 욕심을 냈을 법한데..
작업을 하며 전문가의 터치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내심 타이틀곡만은 전문가에게 받았으면 했죠. 그러던 중에 회사 A&R 팀에서 먼저 관심있는 아티스트가 있냐며 제안을 주셨어요.
일부에선 타이틀곡 '화분' 대신 'SKYLINE'을 타이틀곡으로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목소리도 있던데 들어봤나
'SKYLINE'을 계속 끌고 갈까 고민도 했어요. 회사에선 '화분'을 밀었어요. 타 솔로가수와 차별화되는 지점도 있고, 좀 더 세정다운 색이 '화분'에 담겨있다고 본 것 같아요. 저도 물론 그렇게 생각했고요. 'SKYLINE'이 보다 대중적인 건 맞아요. 웅장하고 벅차오르는 느낌도 있죠. 다만 가슴 깊은 곳을 울리는 찡한 감정은 '화분'이 더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와 회사 모두 '화분'이 주는 주제와 느낌, 봄이라는 계절감, 시작의 의미 모두가 하나로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더라도 노랫말은 세정이 해낼 수도 있었을 텐데.
선우정아님께서 곡을 쓰실 때 세세히 정확하게 계획을 세워두셨더라고요. '여기에는 이 음이 들어가고, 이 가사가 들어가야 하고,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여기다.' 모든 게 이미 짜여 있었죠. 제가 이 곡의 가사를 수정하거나 멜로디를 만지게 되면 전체적인 의도와 내용을 오히려 흐트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에도 '화분'은 도식적인 다른 발라드들과 다른, 조금은 도발적 터치가 있다. 아이오아이와 구구단, 지금까지 솔로 활동과 견줄 때 새롭다. 사실 이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인데..
회사는 '꽃길', '터널' 그리고, '화분'으로 이어지는 '굳히기'의 의도로 '화분'을 제안한 것 같아요. 사실 '터널'까지만 이런 위로의 이미지와 주제를 가져가려 했는데, 아직 '세정의 노래는 이거다'라는 대중의 인식이 약하지 않냐는 의견을 주셨죠. 저도 앨범 단위의 작품은 또 없었기 때문에 수긍했고요.
아이오아이와 구구단 활동과 달리 세정의 솔로 커리어는 발라드 장르로 진행되고 있다.
틀에 갇히고 싶진 않아요. 제가 판단하기에 제 목소리의 장점은 목소리만 들어도 어떤 노래를 할지가 연상되는 개성보단, 각 장르에 맞춰 다양하게 부를 수 있다는 점이라 생각해요. '세정의 음악', '세정의 노래'가 사람들 사이서 감이 잡히게 되면, 빨리 장르를 넓히고 싶어요.
2018년 작사 작곡의 의사를 처음 내비쳤던 한 매거진과의 인터뷰를 기억한다. 왜 작사 작곡을 하려고 한 것인가
처음에 벽을 너무 높게 잡아서 시작하는 데 굉장히 오래 걸렸어요. 미디도 다룰 수 있어야 할 것 같았고, 믹싱도 제가 할 줄 알아야 될 것 같았죠. 그렇다고 어설프게 시작하고 싶진 않았어요. 할 거면 제대로 배우고 싶었죠.
2년 전쯤 회사 내부에 저만의 자그마한 공간이 생기고 나서부터 본격적으로 작곡을 시작했어요. 작가님들께 부탁해서 장비를 구하고, 프로그램 세팅을 부탁드렸죠. 처음에는 다른 가수분들의 모르는 곡의 인스트루멘탈(연주 대목)에 제 멜로디를 얹으면서 시작했어요. 그렇게 혼자 신나서 몇 곡을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작가분들께 들려주니 세상에 괜찮다는 거예요, 참… 그리고 나서 회사 내 송캠프 시스템을 추천 받아 본격적으로 들어가게 됐죠. 심장이 뛰고 너무 재미있는 거에요!(웃음). 그렇게 만든 첫 곡이 '오늘은 괜찮아'였어요.
'꽃길', '터널', '화분' 모두 위로의 주제를 담고 있다. 갑자기 든 생각인데 자기를 위로하기 위해 노래 부르고 작곡하는 것 같다.
어릴 때 저는 진짜 제 상태를 모르고 살아왔던 거 같아요. 모든 걸 다 긍정적으로, “뭐든 이겨낼 수 있어, 해낼 수 있어!”라 받아들였죠. 그러다 보니 가슴 한 켠에 이상한 무언가가 생겨났어요. 현실을 제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좋은 부분만 보려고 한 거에요. 그 닫힌 부분을 확인한 게 스물 두 살 때였을 거예요. 이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아픈 부분은 치유해야 하구나, 외면하면 병이 나는구나…'. 그러면서 나에 대한 위로, 공감에 시선을 두게 됐어요. 그렇게 저의 솔직한 진심을 마주하고 나니, 이것만은 모든 사람들에게 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어요. 솔직하게 제가 느낀 점을 말하고, 진심을 전하면 공감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모든 걸 음악에 담고 싶었고요.
앨범 속지 속 수록곡 옆에 직접 쓴 에세이를 담고, 팬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동봉한 것도 그런 의도에서인가.
곡을 만들며 가사로 풀어내기 힘든 생각을 담았죠. 왜 제가 이 곡을 쓰게 됐는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항상 글을 쓰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회사에서 편지 아이디어를 줬어요. 글을 통해 제 진심을 더 느껴주셨으면 해요. 솔직한 진심이요.
< 화분 > 을 준비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오늘은 괜찮아'는 후반부 진한 가성이 잘 안 나와서 힘들었어요. 'SKYLINE'은 작업 과정에서 편곡을 많이 바꿔서 그 점이 어려웠고요.
아이오아이와 구구단 활동을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사랑의 소중함을 배웠어요. 아이오아이를 하면서는 사람들이 왜 저를 좋아해 주시는지, 어떤 점에서 제가 대중성을 갖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됐죠. '항상 긍정적이고 밝아야 한다.'는 잘못된 결론을 내리기도 했지만요 (웃음). 구구단을 하면서는 더 노력하게 됐어요.
가수로서 세정의 롤모델은 누구인가.
늘 아이유 선배님이에요. 어렸을 적에는 인순이 선배님. 인순이 선배님처럼 오랜 시간 음악하고 싶다는 마음을 아주 오래 갖고 있었어요. '오리발'이 그 내용을 담고 있어요.
사람들이 미니 앨범 < 화분 > 을 어떻게 들어줬으면 하나.
취향 따라 골라 듣는 '위로의 뷔페'? 꼭 전곡을 다 안 들어도 돼요. 오늘은 이런 위로의 메시지가, 내일은 저런 위로의 메시지가 필요할 수 있잖아요.
마지막으로 세정이 자주 들었던, 세정의 인생에서 중요한 노래들을 꼽아달라.
폴 뷰캐넌(Paul Buchanan)의 'Mid air'는 가장 좋아하고 많이 본 영화 중 하나인 <어바웃 타임>에서 주인공이 처음 사랑에 빠질 때 나오는 노래에요. 이 노래를 들으면 마치 내가 운명의 상대를 만나, 시간 속에 그 사람과 단둘만 남은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요.
린의 '…사랑했잖아…'는 중 2때 운동장에서 연습했던 저의 첫 곡이에요. 이 때 '제대로 실용음악 학원을 다녀야겠다'라고 마음을 먹었어요.
옥상달빛의 '괜찮습니다'도 추천해요. 옥상달빛은 저에게 인디라는 장르를 눈 뜨게 해주신 분들이자, 인디 음악을 어색하게 느꼈던 저에게 인디의 담백하고 솔직함을 깨닫게 해주신 분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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