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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방언 “야구광, 의대 졸업생 맞지만 내 이름은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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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피아니스트, 프로듀서… 사실 그의 활동영역은 단순히 ‘음악’이란 단어로 설명하기 힘들다. 클래식, 락, 재즈 등 장르는 물론, 때론 음악적으로 전혀 다른 분야 간 경계를 넘나들며 매번 다른 이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도전을 두려움 없이 펼쳐왔기 때문이다. 2002년 부산 아시안 게임 공식 주제가이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프런티어’, 임권택 감독의 영화 <천년학>을 비롯해 다수의 영화음악,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 음악감독, 국립극장 예술감독과 같은 이력은 그의 상상을 뛰어넘는 필모그래피 중 일부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가 독특한 예술가로서 삶을 살아가기까지는 수많은 장애물을 넘어야했다. 이를테면 재일 한국인 2세로서 태어나 유년기 겪었던 독특한 환경, 아버지의 바람과 대척점에 있던 자신의 꿈 사이에서 겪어야 했던 방황과 고민 같은 것들이다. 평범하지 않았던 상황 속에서 그는 스스로 ‘경계인’임을 인식했다. 이후 그는 음악이라는 꿈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경계 속의 삶에서 다시금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음악과 함께한 인생의 긴 여정에서 그가 경험한 축복과 깨달음은 과연 무엇일까? 생애 첫 악보집 『양방언 피아노 콘서트』펴낸 피아니스트 양방언을 만났다.




공연은 내 삶의 카타르시스

얼마 전 성공적으로 개최된 <크리스마스 피아노 판타지> 공연이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는데요. 어떤 공연이었는지 궁금하네요.

기존 공연과 음반은 오케스트라가 들어가고 많은 음악적 장르들이 무대에서 합류하는 방식이었어요. 영상이 포함되거나 웅장함을 강조하는 콘셉트였다면 이번 공연은 좀 달랐죠. 이제 30년으로 접어드는 음악인생을 한번쯤 정리한다고 할까요? 악보집 출간을 공연 즈음으로 한 것도 그 때문이에요. ‘내 음악의 내면을 바라보고자’하는 의도였어요. 음악자체가 갖고 있는 핵심적인 부분을 가장 표현하기 쉬운 피아노로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는지를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죠. 그래서 피아노와 기본적인 현악기만으로 구성을 했던 것이고요. 그런 점에서 기존 제 공연에서 볼 수 있었던 영상 같은 것도 의도적으로 배제했어요. 부드럽고 깊이 있는 공연을 추구했죠.

공연을 치러 낼 때는 아무래도 평소보다 스트레스가 적지 않을 텐데, 그런 순간에 선생님만의 마인드 컨트롤 법이 있으신가요?

평소보다 다른 것은 확실히 맞아요. 하지만 특별한 마인드 컨트롤이랄 게 없어요. 공연을 준비한다는 것은 무대 위의 순간을 위해서 달려가는 거잖아요. 그 순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거죠. 솔직히 말하면 걱정할 여유조차 없어요. 참여하는 연주자가 많으면 악보도 준비해야하고 미리 편곡도 해야 하고…, 정말 달려가는 거죠. 그런 준비가 힘들기는 해도 무대 위에서 좋은 공연이 펼쳐지는 순간에는 승화가 되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거죠.

한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요즘 같은 시기는 많은 사람들을 설레게 하는데요. 선생님께 2013년은 어떠했는지, 또 2014년의 시작을 어떤 마음으로 맞이하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2013년은 지난 30년 음악생활을 이번 악보집과 공연, 앨범을 계기로 정리하는, 나의 내면으로 돌아가는 한해였죠.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아리랑 판타지’라는 곡을 작곡해 연주하기도 했고, 국립극장에서는 한 달간 여우락페스티벌에 예술감독을 맡기도 했고요. 다른 영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많이 시작했던 해이기도 해요. 덕분에 2014년은 음악을 통해 할 수 있는 영역이 더 많아질 듯해요. 일본에서 대형 영화의 음악을 담당하게 될 것 같고, 1월에 열리는 큰 행사에 참여를 할 예정이죠. 중국의 온라인 게임 음악이나 일본의 애니메이션 음악 작업도 해야 하고요. 다양한 음악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는 해가 될 거예요.

계속 언급하고 계시는 것처럼 이번 악보집 『양방언 피아노 콘서트』출간은 꽤 의미가 있으실 듯 한데요. 어떻게 준비하셨는지 듣고 싶네요.

실은 이전에도 몇 번 악보집 제작 제의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때는 제 스스로 납득이 안 갔죠. 마음이 끌리지 않았어요. 아직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이번에 음악세계의 제안은 조금 달랐어요. 이제까지 제가 제작한 모든 작품을 대상으로 선곡을 한 악보집을 내자는 것이었죠. 문득 해 볼만한 작업이겠다 싶더군요. 그래서 시작하게 된 거에요. 기본적인 선곡은 음악세계에서 제안을 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제 나름대로 더하고 빼기를 했죠. 나름대로 즐거운 작업이자 고민스러운 작업이기도 했어요. 편곡을 하는 과정도 그렇고요. 오래 음악을 했으니까 예전 곡도 있고 새로운 곡도 있는데, 오래된 곡은 시간이 지나고 지금 시점하고 그 시점하고 생각과 이미지가 다르게 다가오더군요. 그래서 원곡의 느낌을 살리면서 조금 변화를 줬죠. 그런 것이 지금까지 해 보지 않았던 작업인 듯해요. 그런 작업이 아주 좋았죠.

25곡이 담겨 있다고 알고 있는데, 각각의 곡마다 개인적인 추억, 사연들이 있을 듯 합니다. 그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 있다면?

하나만 고른다는 건 정말 어려워요. 그럼에도 굳이 말하자면 일단 제 대표곡, 양반언의 곡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프런티어’죠. 그 곡은 태평소와 오케스트라 연주가 들어가는 웅장한 곡인데 그것을 어떻게 피아노로만 표현할지 꽤 고심했거든요.

악보집을 ‘여러분에게 선사하는 음악 팔레트’라고도 하셨는데, 여러 가지 의미가 있을 듯합니다.

팔레트라고 하면 좀 회화적이죠. 평소에 제 음악은 회화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애니메이션이나 영상적인 느낌이 컸죠. 그러나 피아노 판타지 프로젝트만은 회화적이라고 생각했어요. 피아노로서 어떻게 깊이 그리는지. 또 시간이 흘러가는 동영상이 아니고 찰나의 순간이 담겨있는 회화적 감성을 어디까지 깊게 표현할 수 있는지를 고민했거든요. 또 하나는 이 악보집이 일종의 소재라는 점이에요. 각 개인의 음악 팔레트가 있거든요. 팬들이 『양방언 피아노 콘서트』로 단순히 피아노를 치는 것뿐만 아니라 양방언의 음악에 자신의 음악을 덧입히는 과정을 경험해봤으면 하는 바람도 있죠.




경계 위에 선 삶

다양한 호칭으로 불리고 있는 그지만, 이번에는 이왕이면 ‘피아니스트’, ‘작곡가’ 정도로만 불러달라고 했다. 넓은 영역에서 활동해 오긴 했지만 이번 악보집 『양방언 피아노 콘서트』를 만들며 초심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문득 그가 처음 음악을 접했던 시절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졌다. 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면 그 이전의 삶 또한 궁금해지는 것이 인지상정 아닐까?

음악을 처음 접한 기억은 언제로 거슬러 올라가나요?

누님이 클래식 피아니스트를 꿈꿨던 덕분에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접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당시에는 음악보다 야구를 더 좋아했죠(웃음). 그런데 중학교 들어갔을 때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팝에 빠지게 됐어요. 그때까지 들었던 음악과 이 음악이 같은 것인가라는 충격을 받으면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게 됐죠. 그때부터 밴드활동을 시작했어요. 하지만 아버지의 바람에 따라 의사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음대를 가고 싶었지만, 의과대학에 들어가야 했어요. 그리고 대학시절부터 프로로서 음악을 시작했죠. 의대는 중간에 그만두고 싶었지만, 아버지와 약속 때문에 의사 면허까지 받고 1년간 의사로 근무하기도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1년 간 근무한 경험 덕분에 결단을 빨리 내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떤 결단이었냐고요? ‘역시 난 음악이 좋다’였죠(웃음).

아버님은 어떤 분이셨는지 궁금하네요.

재일교포 1세로 고생이 많으셨죠. 일본에 오셔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살기 위해서는 일본사람과 공존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셨고, 저희 오남매 자식들에게도 힘겨운 삶을 지워주지 않기 위해 의사가 될 것을 바라신 분이셨어요. 하지만 결국 전 딴따라가 됐죠(웃음). 결국 의사를 그만둘 즈음에는 가출을 했어요. 아버지에게 음악은 취미로도 충분한 것이었고, 제 선택은 ‘왜 사서 고생을 하냐’는 비판밖에 받을 수 없었거든요. 경제적으로 초기에는 고생했지만, 한편으로 마음은 편했어요. 그때까지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과 의사로서 현실 사이에서 갈등을 해왔거든요. 그 고민이 해소되니 마음이 편해졌던 거죠.

우여곡절 끝에 음악을 하면서 처음부터 목표가 남달랐을 듯 한데요.

아니에요. 처음에는 바보 같았어요.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큰 기쁨이었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좋아하는 것을 하면 할수록 환경이 달라지는 거예요. 다른 아티스트와 협업을 하게 되고, 좋은 제안들이 많이 들어왔죠.

재일 한국인 2세라는 수식어는 지금까지도 항상 붙어 다니는데, 그 말 속에는 한국 사람들이 쉽게 알지 못하는 힘겨움이 깃들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없다고는 할 수 없죠.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은 굳이 그런 것을 강조하고 싶지는 않다는 거예요. ‘재일 한국인 2세이니까 이렇다 저렇다’ 생각하기보다는 제 관심은 오로지 ‘양방언이라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음악을 통해 대중들이 어떤 감정을 갖고 어떤 그림을 그리는가’ 뿐이에요. 가끔 나오는 재일 한국인 2세들이 겪는 어려움, 물론 없었던 것은 아니에요. 그러나 제게 향하는 시선이 그런 것에 초점 맞춰지는 것은 탐탁지 않아요. 전 그저 다른 재일 한국인 2세와 비슷한 정도의 어려움을 겪었을 뿐이고, 그것이 그리 특별할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재일 한국인 2세 분들의 말을 들어보면 좋을 때는 양쪽에서 환영받지만, 때로는 본의 아니게 양쪽의 공격을 받을 때도 있다는 말씀들을 하시는데요. 선생님의 경우는 어떠신가요?

그런 경우는 많아요. 그러나 그것도 다르지 않아요. 하나하나 인식을 해서 부정적인 것을 쌓기보다 긍정적인 면을 생각하는 것이 좋죠. 사진작가 배병우 선생님께서는 제게 “경계라기보다 중간자”라고 얘기해 주시더군요. 중간에 있는 사람은 양쪽을 볼 수 있고 한쪽에 속한 사람보다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거죠. 중간에 있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거예요. 저는 그 장점을 최대한 발휘해서 ‘나만의 색깔과 개성이 담긴 음악’을 만들자는 생각을 늘 해요.




음악으로 살아가는, ‘삶은 계속된다’

지난 시간을 돌이키며 그는 변화해 온 자신의 과정을 담담히 이야기했다. 20대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가득했고, 30대는 음악을 선택함으로서 만나게 된 다양한 인연과 기회의 순간이었다. 40대는 자신만의 음악을 솔로활동으로 풀어가며 양상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을 음악과 접목하는 시도를 해왔다. 이제 30년이 된 음악인생이라고 하지만, 갈 길은 여전히 끝이 없다.

음악으로 추구하는 다른 가능성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최근에는 음악을 통해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일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있어요. 몇몇 의과대학생들이 악기를 배우고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아픈 이들을 위해 연주를 해오고 있는데 지난해 초 그 오케스트라가 저를 초대했죠. 그 친구들과 함께하며 실력은 둘째치더라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지난 크리스마스 공연에도 그 친구들을 불러 함께 공연하고 관객들에게 소개시켰죠. 젊은 시절에는 음악 하나에만 몰입했다면 지금은 음악으로 할 수 있는 다른 많은 가능성을 추구하고 있는 셈이에요.

문득 피아노는 선생님께 어떤 악기인지 궁금하네요.

아내보다 항상 가까운 곳에 있는(웃음), 하지만 작곡, 제작이 많아지면 피아노 치는 시간이 많지 않을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어느 때는 가까이 다가오지만 또 어느 때는 히말라야처럼 저 멀리 있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해요. 그럼에도 지금처럼 제가 이야기를 할 때는 반드시 빼놓지 않고 말할 수밖에 없는 존재죠.

작곡을 할 때 영감을 얻는 선생님만의 비결이 있으신가요?

보통 영감을 얻는 다고 할 때는 그림을 본다든지 자연을 느낀다든지 하는데, 제 경우는 그런 것을 ‘영감을 얻기 쉬운 자신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더 중시해요. 열려있는 상태죠. 우리는 살아가며 영감을 접할 수 있는 많은 계기를 만나는데, 닫혀있는 사람은 그런 계기를 그냥 보내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저는 13년 전에 산속의 집으로 이사를 했어요. 해발 1천m 정도의 마을로 글을 쓰고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죠. 거기서 스튜디오를 짓고 작업을 해오고 있어요.

일 자체가 즐거움일 수도 있겠지만, 선생님께서 즐기시는 다른 즐거움은 없는지 궁금한데요.

실은 요즘 여가를 즐길 여유가 좀 없어요. 최근에 배철수 씨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그래서 인지 저보고 너무 재미없다고 하더군요(웃음). 굳이 떠올리자면 우리 집에 오래 키운 개가 있어요. 요즘은 늙어서 달릴 수는 없지만 시간이 나면 함께 산책하곤 하죠. 산 속의 집에 있는 것 자체가 좋아요. 공기가 좋고 무엇보다 시간을 자기가 관리할 수 있죠. 도시에 있으면 미팅, 인터뷰…, 물론 필요하고 좋지만, 피하고 싶을 때도 있거든요.

책도 자주 읽으신다고 알고 있는데요. 최근에 본 책 중 채널예스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일본 책이라도 좋을까요? 저는 요즘 시게마츠 기요시라는 소설가의 책을 읽고 있어요. 예전부터 이 작가의 책을 좋아했죠. 아이러니하게도 올해 초에 이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의 음악을 담당하게 됐어요. 이 작가의 책을 읽으면 가끔씩 눈물이 나는데, 저는 음악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듣는 순간 눈물이 나는 음악이죠.

이번 악보집을 접할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오랫동안 음악을 했지만 처음으로 직접 편집한 악보집이에요. 같이 나온 음반과 함께 들으시면서 피아노를 쳐보시기도 하고, 여러분 각자의 ‘음악’을 풍부하게 하는 팔레트로 활용해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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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국적과 의사 포기하고 선택한 음악 - 양방언
-양방언, 임권택의 백 번째 영화 <천년학>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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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방언 피아노 콘서트: Piano Fantasy양방언 저 | 음악세계
“피아노로 말하는 남자, 양방언이 직접 편곡한 생애 첫 악보집!” 솔로, OST 등 장르를 불문한 베스트 곡을 양방언이 직접 피아노 솔로를 위하여 편곡한 연주곡집이다. 새롭게 녹음한 베스트 앨범 「Piano Fantasy」 에 수록된 10곡 이외에 15곡이 더해진 25곡의 양방언 피아노 연주곡이 감각적인 비주얼의 화보와 함께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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