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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체헐리즘? 기자가 체험을 한다고 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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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그런 자극적인 기사를 안 봐, 제대로 취재해서 기사 써! 그래야 많이 봐.” 남형도 <머니투데이> 기자가 가장 하고 싶고, 듣고 싶은 이야기. 그래서 2018년 여름부터 ‘남기자의 체헐리즘’ 연재를 시작했다. ‘애 없는 남자의 육아 체험’, ‘소방관 하루 체험’, ‘폐지 수집 동행’, ‘유기견 봉사’ 등 여성, 취업, 장애인, 노동에 관한 사회 이슈를 직접 체험해 기사를 썼다. 올해로 3년차에 접어든 이 연재는 <네이버> 기자 페이지 구독자수 1위를 만들었고, 에세이 『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을 탄생시켰다. ‘체헐리즘’은 체험과 저널리즘(journalism)을 합친 표현으로 남형도 기자가 붙인 제목이다. 



첫 마음을 간직하려 노력한다

기자가 책을 쓰면 기사화가 잘 안된다. 

(웃음) 정말 그렇더라. 책을 내고 알았다.

책은 언제부터 준비했나? 

연재 6개월에 접어들었을 때 출간을 제안 받았다. 그후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러 책이 나왔으니, 나로서도 꽤 기다린 책이다. 책을 내기까지 고민을 좀 했는데, 기사를 다 모아서 보고 싶다는 독자들의 이야기에 힘을 얻었다. 책 리뷰가 올라올 때마다 긴장이 되긴 하지만, 감사한 마음이 크다. 

얼마 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도 출연했다.

‘직업의 세계’ 시리즈였는데 확실히 사람들이 TV를 많이 보시더라. 인사를 많이 받았다. 방송 출연이 처음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었다. 다행히 상금을 탔는데, 유재석 씨의 제안처럼 예산이 부족해서 취재할 수 없었던 체험을 기획해보려고 한다. 

<네이버> 기자 페이지 구독자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기자 소개글을 “쓰레기를 치우는 아주머니께서 쓰레기통에 앉아 쉬시는 걸 보고 기자가 됐습니다. 시선에서 소외된 곳을 크게 떠들어 작은 변화라도 만들겠다면서요. 9년이 지난 지금도 첫 마음 간직하려 노력합니다.”라고 썼다. 굉장히 큰 다짐으로 읽히는데.

스스로 기억하려고 남긴 글이기도 하다. 스물넷 대학생 때 학교 도서관에서 청소하는 아주머니를 보았다. 그런데 아주머니가 쉬시는 곳이 쓰레기통 위였다. 우리 주변을 가장 깨끗하게 치워주는 사람이 쉴 곳이 마땅치 않아 가장 더러운 곳에 앉아 있는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이메일에 ‘human’이라는 단어를 넣은 것도 늘 소외된 사람을 생각하고 싶어서다. 

‘남기자의 체헐리즘’ 연재를 시작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이었나?

수습기자 때 수동 휠체어를 처음 탔다. 장애인의 시선으로 온종일 서울 곳곳을 다녔는데, 이미 내가 알던 세상이 아니었다. 평소에도 장애인의 이동권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었던 터라 내가 직접 체험을 해본 후 기사를 쓰면 독자들이 더 주목해주지 않을까 싶었다. 그냥 관심을 갖고 쓰는 기사와는 차별성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부서를 옮긴 후 기획해볼 수 있었다.

가장 주목을 받은 기사는 아무래도 ‘브래지어, 남자가 입어봤다’ 편이었나?

화제성으로 따지면 그렇다. 아이템을 발제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는데, ‘남기자의 체헐리즘’을 많은 사람에게 알린 꼭지다. 이외에도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해봤다’도 반응이 좋았다. 

최근에는 치마를 입어보는 체험도 했던데. 

여름을 맞아서 기획했던 아이템이었다. 하체가 뚱뚱한 편이라 의자에 자꾸 양반다리를 하고 앉으니까 바지가 자꾸 터지더라. 아내가 치마를 입으면 편하다고 해서 이틀 동안 치마를 입고 생활해봤다. 통풍이 잘되는 점은 좋았지만 남자가 치마를 입었다는 불편한 시선을 받아내야 하는 일은 곤란했다. 체험할 때 내가 착용한 건 주로 고무줄로 된 편한 치마였는데, 기사가 나간 후 정장 치마를 입는 경우에는 조금도 편하지 않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내가 놓친 부분이었다. 

‘체헐리즘’ 기사로 인해, 폐지를 함께 주웠던 최진철 씨가 치과 진료를 받게 됐다. 가장 보람된 순간이 아니었을까?

그렇다. 정말 기사를 써서 다행이다 싶었다. 최진철 씨는 치아 상태가 많지 안 좋아 식사도 잘하지 못했다. 매일 1만 원 벌이라 치과에 갈 수 없는 형편이라 댓글로 치과 치료를 도와줄 사람을 찾았다. 며칠에 걸쳐 메일 200여 통이 왔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분, 고등학생, 기초생활수급자 등 생활이 넉넉하지 않은 분들이 많은 도움을 주셨다. 



좋은 이야기를 자꾸 접하게 되면

기사를 굉장히 쉬운 문체로 쓴다. 의도한 듯하다.

작정하고 쉽게 쓴다. 기자 생활을 시작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초등학생이 읽어도 이해가 되도록 써야 한다는 것이 지침이었다. ‘체헐리즘’ 기사의 경우 막힘없이 읽어 내려갈 수 있어야 감정이입이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독자 연령이 더 낮아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대한 쉽게 쓰려고 노력한다. 최근에 한 독자분이 “초등학교 4학년 딸이 읽었다”는 리뷰를 전해 주셔서, 다행스러웠다. 

어떤 독자가 ‘행동하는 또라이’라는 댓글을 남긴 적이 있다고. 

(웃음) ‘체헐리즘’ 연재를 시작했을 때는 “그게 기사가 되겠냐?”고 말하신 분들도 있었는데, 그냥 “기사로 보여주자”고 생각했다. 그래도 꾸준히 독자들로부터 반응이 있으면서 조금씩 믿어주신 것 같다. 

집배원, 소방관 등 직업 체험을 많이 했다. 거절 당한 사례도 있었나?

많다. 직원들은 상사나 조직의 눈치를 보고, 또 괜히 안 좋은 시선으로 주목을 받을까 봐 걱정하신다. 

거절을 당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다면, 꼭 도전하고 싶은 체험은 무엇인가?

국회의원? 어쩌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또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평범한 분들을 찾아가보고 싶다. 용접하시는 분들의 하루도 꼭 취재하고 싶었는데, 섭외가 너무 어려웠다. 언젠가 꼭 체험해보고 싶다. 



현재 디지털컨텐츠부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주 업무는 무엇인가?

회사에서 온라인을 강화하는 추세라 팀을 따로 만들었다. 나는 기획 파트를 맡아 기획 기사의 데스크 역할을 하고, ‘남기자의 체헐리즘’을 격주로 연재하고 있다. ‘체헐리즘’은 거의 혼자서 진행한다. 사진기자와 함께 갈 때도 있지만 대부분 혼자 취재한다. 직업 체험의 경우, 많은 취재진이 가면 부담스러워 하시기도 하고 하루 종일 함께 있기도 어렵다. 

회사에서는 어떤 캐릭터인가?

글쎄, 잘 모르겠다. 특별한 시선을 받고 있진 않는데, 체헐리즘을 할 때 비쳐지는 모습은 다를 것 같다. 치마 입고 회사에 가고, 청각장애인 체험을 할 때는 일부러 귀마개를 하고 간 적도 있으니까. 

체험을 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나?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고 생각하는지? 

그래도 살만하다는 쪽으로 믿고 있다. 좋은 취지로 쓴 기사를 두고 끊임없이 악플을 다는 분들을 보면 하루에도 수십 번 회의가 들곤 하지만, 격려의 댓글도 많다. 자신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다고 이야기를 해주실 때가 가장 기쁘다. 댓글을 보면 시야가 넓어진다. 반성의 계기도 되고.

만약 직업 선택의 자유가 주어진다면, 어떤 일을 해보고 싶나?

다큐멘터리 PD를 하고 싶다. 수의사가 꿈인 적도 있었고 라디오 PD도 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다. MBC 라디오 <푸른밤, 옥상달빛입니다>에 분기별로 출연한다. 계절 게스트라고 불리곤 하는데, 가끔 나가서 그동안 했던 체헐리즘을 소개한다. 책에도 실린 ‘30년 친구에게 사랑한다고 했다’ 편은 라디오에서 청취자분들과 이벤트를 한 다음에 너무 좋아서, 확장했던 아이템이다. 



“글의 선한 힘에 중독돼” 기자를 9년째 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사람, 어떤 기자가 되고 싶나?

사람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너무 심플한 이야기이긴 한데, 사람으로 태어났으니까 사람답게 살고, 사람답게 상대를 대하고 싶다. 한 신부님으로부터 “사람에게는 좋은 마음과 나쁜 마음이 있는데, 좋은 이야기를 자꾸 접하게 되면 좋은 마음이 많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따뜻한 이야기를 많이 들려줄 수 있는 기자가 되고 싶다. 사람들이 전해주는 좋은 마음으로부터 희망을 얻고 싶다. 



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
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
남형도 저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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