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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향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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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부터 줄곧 작가가 되고 싶었던 정지향은 2014년 제3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에 장편소설 『초록 가죽소파 표류기』가 선정되며 문단에 데뷔했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김미월 소설가는 “이 분 십오 초”만에 만장일치로 수상작이 결정된 과정을 전하며, 정지향이라는 이름을 회상했다. 2008년 청소년 잡지에 실린 단편에 반해 유심히 들여다보았던 이름을 6년 뒤 심사하게 된 일. 그로부터 다시 6년이 흐른 지금, 필연처럼 정지향의 단편소설집 『토요일의 특별활동』이 출간됐다. 작가가 “육 년간 느리게 쓴 소설”에는 10대~20대 여성의 삶과 고민이 녹아 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관계, 사랑, 폭력, 상실 같은 것들이 솔직하고 진득하게. 



일상 속 특별활동 같은 순간들

2014년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 이후 펴낸 첫 책이에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대학생 때 등단을 해서, 아무래도 단편집을 엮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 것 같아요. 그 사이에 학교도 졸업하고 어떤 이야기들을 쓸 수 있을지 고민도 많이 했어요. 그래도 꾸준히 발표한 작품들이 이렇게 모였네요. 오래 준비한 책이라, 기쁘고 좋아요. (웃음)

여름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 많더라고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저에게 여름은 어떤 일들이 생겨나는 계절인 것 같아요. 들뜨고, 덥고, 활기찬 여름의 분위기가 있잖아요. 낮이 길고, 그래서 더 많은 일이 일어나고, 종잡을 수 없는 계절의 분위기 속에서 생겨나는 이야기들을 곱씹어보는 게 좋아요. 또 소설 속 등장인물이 대부분 10대 후반~20대 초반인데요. 나에게 일어난 일이 당시에는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지만,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풋풋한 그 시기가 여름이라는 계절과 잘 맞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올해 여름은 줄곧 이 책 작업을 하며 보냈겠어요. 

맞아요. 늦봄부터 시작해서 여름 내내 책 작업을 했어요. 올해는 계속 마스크를 끼고 다녔고, 비가 많이 와서 여름을 체감할 새가 없이 훅 지나간 것 같은데요. 그래도 여름에 책 작업을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이제껏 지나온 많은 여름들을 다시 생각하면서, 한 곳에 모으고 있다는 느낌이 직관적으로 들었거든요. 사실 책에 묶인 것보다 더 많은 작품을 발표했는데, 그중에서 어떤 단편들을 함께 묶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다듬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고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주로 어떤 고민이 있었어요?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여러 단편을 썼는데, 그 사이에 제가 많이 변했거든요. 단편집을 만들면서 주저함이 있었다면, 그런 부분이었어요. ‘나는 이렇게 변했는데, 이전에 쓴 이야기와 이후에 쓴 이야기가 한 자리에 묶여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좀 더 깊게는 ‘그렇다면 내가 변해가는 방향은 어떤 곳일까. 이전보다 나은 방향이 맞을까?’하는 고민도 있었고요. 과거에 쓴 작품들을 보면 삶에 대한 열정도 훨씬 많고, 더 많은 일이 생길 거라는 기대가 제 안에 있었던 것 같아요. 반면 지금 쓰는 이야기들은 ‘과연 그런가?’하면서 되묻는 순간이 많아요. 가볍지 않은 고민을 안고 작업을 진행했는데, 그래도 책이 예쁜 옷을 입고 나와서 위로가 되었어요. 

표지가 산뜻하고 귀여웠어요. 

보자마자 바로 마음에 들었던 표지예요. 디자이너님이 들려주신 설명이 정말 좋았거든요. 달콤한 이야기들인데, 마냥 예쁘고 달기만 한 게 아니라 진득하게 흘러내리는 소설인 것 같아서 이런 디자인을 생각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 말이 너무 좋아서 당장 이걸로 하겠다고 했어요. (웃음) 제가 쓴 소설보다 훨씬 따뜻하게 해석해주신 것 같아요. 

표제작은 2016년 발표한 「토요일의 특별활동」이에요. 이 작품을 표제작으로 결정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여기에 실린 단편들은 일상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소설 속 순간들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 중 특별한 순간들이잖아요. ‘특별활동’이라는 단어가 가진 느낌이 그걸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단편 「토요일의 특별활동」은 관계를 발견하는 이야기인데요. 이 소설에 전반적으로 나오는 이야기들 또한 관계를 재발견하는 순간들이라서, 한데 묶는다면 가장 적합한 제목이 아닐까 싶었어요.



결국, 관계에 대한 이야기 

토요일의 특별활동에는 두 여중생 ‘나’와 ‘정민’이 등장합니다. 특별활동 ‘적성연구부’에서 만난 둘은 우정인 듯, 사랑인 듯한 관계를 이어가는데, ‘적성연구부’라는 명칭이 절묘해요. 

실제로 제가 학창시절에 그런 부서를 했거든요. 정확히 ‘적성연구부’라는 이름은 아니더라도, 자기 적성을 탐구하고 개발하는 부서에 들어간 적이 있는데, 그 시절을 떠올리며 썼어요. 어릴 때부터 관심분야가 정확히 있어서 좋아하는 특별활동을 하는 친구들도 많은데 저는 왜 하필 그런 부서에 들어갔을지 생각해보는 거죠.(웃음) 제가 중학생이었을 때를 돌아보면 나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고, 설명하고 싶어 하는 청소년이었거든요. 타인과 내가 어떻게 다른지 정확하게 구별하고 싶은 욕구가 많았던 것 같아요. 

단짝 친구인 동시에 첫사랑 같기도 한 나와 정민의 관계가 잔잔하게 드러나서 여중, 여고를 나온 독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동성 친구 사이에서 모호한 호감을 느끼는 감정은 실제로 많이 존재하는데, 밖으로 말해지지 않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이후 김세희 작가님의 『항구의 사랑』 같은 작품이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다뤄지긴 했지만, 제가 이 단편을 쓸 당시에는 ‘이런 이야기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과거를 스케치하는 정도의 짧은 소설이지만, 세상에 잘 이야기되지 않은 소녀들의 일상을 쓰고 싶었어요. 

2018년 발표한 「한나」의 주인공 ‘진아’도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어요. 진아는 대학교 문예창작과 창작 수업에서 과거 온라인 문학회 회원으로 함께 활동했던 한나를 다시 만나죠.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진아는 한나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뒤늦게 알아차려요. 

문학을 공부하는 그룹 안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난 기운이 있어요. 서로 응원하고, 진심으로 좋아하는 친구 사이지만, 동시에 나에게 없는 재능을 가진 친구를 볼 때 말 못 할 질투와 선망을 느끼기도 하거든요. 글을 함께 읽는 사이라서, 상대의 생각과 경험을 아주 깊숙이 알 수 있게 되고요. 문학을 함께 공부한다는 건 마냥 애정도 아니고 시기도 아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모종의 감정이 생겨나기 좋은 조건인 것 같아요. 

특히 「한나」를 쓸 때는 ‘이게 퀴어 서사인지, 우정에 머무는 이야기인지 굳이 결정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이성과의 만남에서도 오롯이 사랑 혹은 우정 한 가지만 있진 않으니까요. 크고 작게 뒤섞이는 감정이 생기는 건, 사람의 관계에서 당연히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한나」를 읽으면서 2017년에 일어난 ‘#문단_내_성폭력’ 운동이 생각났어요.

그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저는 예술고를 나왔고, 대학에서 문예창작학을 전공해서 당시 불거진 문제들을 전혀 몰랐던 건 아닌데요. 이러한 일들을 세상에 소리 내어 말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걸 자각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여자 친구들끼리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바깥에 이야기했을 때 이 정도의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 일인 줄은 모른 채 살았던 거죠. 동시에 우리가 인식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일이 만연하다는 것도 몰랐어요. 대부분의 여성 그리고 한국문학을 사랑해주신 독자 분들이 그랬듯이, 저도 그 운동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어렴풋이 느꼈던 기분 나쁜 감정, 내 친구들이 겪은 일들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돌아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2019년에 발표한 「베이비 그루피」의 ‘나’가 떠오르네요. 예술고등학교에 다니는 ‘나’는 친구 ‘초’와 한 밴드의 공연장에서 만난 뮤지션에게 그루밍 성범죄를 당하는데, ‘베이비 그루피’라는 언어를 찾으면서 비로소 자신이 당한 게 폭력이었다는 걸 깨닫잖아요. 

그렇죠. 「베이비 그루피」는 페미니즘 앤솔로지 『새벽의 방문자들』 청탁을 받고 쓰게 된 소설인데요. 페미니즘을 주제로 쓰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지만, 소설로 많이 다뤄지지 않은 내용이 뭘지 고민하다가 이런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실제로 ‘그루피’라는 단어를 검색해봤는데 해외에서는 “이 단어가 가진 의미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내용의 반성적인 기사가 많이 뜨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는 이야기더라고요. 그러다가 한 블로그를 찾았는데 그루피에 대한 편견이 적혀 있었어요. “가수 혹은 유명인을 쫓아다니면서 몸을 주는 것도 아까워하지 않고 옆에 있는 여성을 일컫는 말”이라고 비하하는 내용이었죠. 그걸 보고, 한번 다뤄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슷한 일을 겪은 ‘나’와 ‘초’가 다시 만나 그 일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장면이 좋더라고요. 

처음 소설을 구상했을 때부터 꼭 두 명의 소녀를 등장시키고 싶었어요.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끼리 만나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는 지점이, 현실에서 일어나는 트위터의 해시태그 운동이나 미투 운동 등과 비슷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과거에 일어났던 일이지만, 그게 다시 이야기되었을 때 비로소 세상에서 이해되고, 받아들여지는 문제들이 있잖아요.  

2017년에 쓴 「아일랜드 페스티벌」은 호텔을 주제로 한 앤솔로지 『호텔 프린스』에 실린 단편이에요. 호텔에 마련된 집필 공간에 투숙하며 소설을 썼다고요. 

호텔 체인 회사인 ‘호텔 프린스’에서 처음으로 레지던시 사업을 시작하면서, 작가들에게 룸을 작업실로 빌려 주는 지원을 했거든요. 그때 1기 작가로 합류하게 돼 지원을 받았는데요. 호텔 측이 소유한 제주 별장과 명동의 레지던스 호텔 중 머물 곳을 정할 수 있어서, 저는 제주로 내려가서 지냈어요. 「아일랜드 페스티벌」은 오래전 헤어진 연인이 엉망진창이 된 페스티벌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잖아요. 실제로 제가 이렇게 엉망이 된 페스티벌을 경험했던 적이 있어서 언젠가 꼭 소설로 써야겠다고 생각했던 소재예요. 

태국 성관광에 대해 다룬 「리틀 선샤인」도 경험에서 비롯된 이야기인가요? 신인 작가인 주인공 ‘나’와 작가님의 모습이 겹쳐 보였어요. 

직접 겪은 일은 아니지만, 관심이 많은 주제였어요. 새로운 세대의 성 관광에 대해 써보고 싶었거든요. 이전 세대의 성 관광이 가이드를 통해 이루어지는 구조였다면, 지금은 자유여행의 형태이고 성을 사는 관광객의 연령도 무척 낮아요. 일상화되어 있고요. 「한나」에 쓴 문장처럼 “소문이 이렇게나 넉넉히 흘러다니는데 어떻게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을 수 있을까.(51쪽)” 싶었어요. 단단한 막이 있어서 그 이야기가 이쪽으로 넘어오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조사를 해봤는데, 성매매에 대한 정보를 너무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게 끔찍했어요. “형이 어떻게 하는지 알려 줄게”라는 식으로 버젓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도 많더라고요. 실제로 방콕에 머물면서 한국의 젊은 남성들이 많이 간다는 클럽과 업소를 투어하기도 했는데요. 이 이야기는 꼭 긴 이야기로 다시 써보고 싶어요. 

단편이 실린 순서도 기억에 남아요. 「토요일의 특별활동」을 시작으로 「휴가」에 다다르면서 점차 성장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그렇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모두 관계에 대한 이야기잖아요. 「한나」와 「아일랜드 페스티벌」, 「알레르기」 같은 작품이 관계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라고 한다면 「베이비 그루피」와 「휴가」 등은 좀 더 먼 시선에서 객관적으로 자신을 둘러싼 관계를 해석해보려는 시도가 있으니까요.



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 같아요 

이번 단편집에는 재회하는 인물이 많았어요. 지나간 시절을 자주 되새기는 편인가요?

그러네요. 제가 좀 질척거리는 사람인가 봐요. (웃음) 특히 10대, 20대 초반의 시절들이 그럴 텐데요. 이렇게 미성숙한 시기에 겪은 일들은 지나고 나서야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는 일이 참 많은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조금 더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그 인물들이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현실에서는 아무리 과거를 그리워해도 거의 못 만나잖아요. 혼자 묻어둘 수밖에 없고요. 

만약 다시 10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으세요? 

네, 다시 가고 싶어요. 그 당시에는 너무 바쁘고, 생각할 게 많았어요. 내 생각에만 깊이 빠져 있느라 주변을 살피거나 폭넓게 이해하지도 못했던 게 아쉬워요. 다시 돌아간다고 해서 더 잘할 거 같진 않은데요.(웃음) 그래도 다시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특히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나요? 

「베이비 그루피」요. 쓰면서 많이 배웠어요. 저를 극복하는 느낌이 들었죠. 이야기를 끌어가는 동안 자꾸 자기검열을 했거든요. 그루밍 성범죄를 당하는 10대 소녀를 그리면서 ‘이렇게 계속 뮤지션을 만나주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이 아이에게도 잘못이 있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하지만 다 쓰고 난 뒤에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어린 여성을 상대로 교묘하게 감정을 이용하고, 연애와 관련된 환상을 팔아가며 성을 착취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고, 이건 엄연한 범죄잖아요. 그런데도 ‘이 아이가 좀 더 똑똑하게 대처해야 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제 자신을 극복하는 게 좋더라고요. 제가 좀 더 성숙해질 수 있었던 작품이에요. 

좋아하는 인물이 있다면요. 

「알레르기」의 ‘수주’요. 해명할 수 없는 울음을 몰래 우는 수주가 안쓰럽고 마음에 남아요. 「한나」의 ‘한나’도 너무 좋죠. 역시 말을 아끼는 주인공이니까요. 구구절절 말하지 않아서 마음이 쓰이는 인물들이에요. 

2018년 발표한 「알레르기」는 권태로워진 연인에 대한 이야기예요. 주인공 ‘댄’의 인스타그램 클립에 적힌 문구 “people are getting old with inexplicable tears.(해명할 수 없는 울음을 울 때 사람은 조금씩 늙는다.)”는 문장에 밑줄을 그었어요. 

어린 시절의 치열한 관계 속에서는 우는 이유를 설명할 때 주저함이 없잖아요. 그런데 어느 시점을 지나면 「알레르기」의 권태로운 연인 ‘댄’과 ‘수주’처럼 되어버리곤 하는 것 같아요. 서로 사랑하고, 아끼지만 더 이상 자기의 울음이나 감정을 해명할 힘은 남아있지 않은 거죠. 하지만 그럴수록 그 관계와 자신을 망치게 된다고 생각해요. 분명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울음에 대해서, 스스로에게든 상대에게든 적극적인 해명을 하며 살아갈 텐데, 그렇지 못한 사람은 조로(早老)하는 게 아닌가 싶은 거죠. 관계가 빨리 늙어버릴 수도 있고요.


 

고등학생 때부터 문학을 전공하고, 줄곧 작가를 꿈꾸며 성인이 되셨잖아요. 이제 작가라는 호칭을 갖게 되었는데 어떤가요? 

그저 신기해요.(웃음) 중학교 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고 문학을 공부하며 소설을 점점 더 좋아하게 되었거든요. 계속 공부를 하는 와중에 데뷔를 했는데 꾸준히 단편을 발표하다 보니 어느새 단편집까지 내게 되었어요. 제 앞에 계단이 계속 나타나게끔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등학교 때 문학을 전공하지 않았으면 문예창작과를 가지 않았을 테고, 문예창작과를 갔더라도 데뷔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지 않았으면 대학소설상을 수상하지 못했을 테니까요. 우연과 노력이 절묘하게 만나서 저를 여기까지 데려다준 것 같아요. 

소설을 쓰는 마음가짐이 달라지기도 했을까요? 작가의 말에서 “나는 이제 겨우 다른 사람의 표정을 제 것인 양 흉내내지 않을 수 있게 된 것도 같다”고 했어요.

데뷔를 하고 나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뭘까, 그게 있을까, 나는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할까?’라고요. 이건 제가 20대 내내 했던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 하지?’ 라는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요. 막연하게나마 답을 찾은 것 같아요. ‘아직 확신은 없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의 목소리나 표정, 할 말을 내 것인 양 따라하지는 않게 된 것 같아.’ 딱 이 정도의 심정이에요. 제가 어떤 작가가 되어야 하는지 깨달았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제 목소리가 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주인공이 모두 10대~20대 초반의 여성이에요. 작가님의 고민이 맞닿아 있는 인물들이기 때문일까요? 

맞아요. 제가 잘할 수 있는 이야기는 저와 제 주변 사람들이 겪은 일들에 대한 것일 테니까요. 그래서인지 서른을 넘기지 않고 이 단편들을 한데 묶게 돼 좋아요. 제가 20대 내내 했던 고민들이 다 녹아있거든요. 물론 30대가 되었다고 해서 그동안 했던 생각들이 무 자르듯 사라지는 건 아니겠지만, 여성 청년의 이야기로 더 늦기 전에 소설집을 낼 수 있었던 게 의미 있는 일이에요.

요즘 자주 하는 고민은 무엇인가요? 앞으로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제일 어려운 질문인데요.(웃음) 「베이비 그루피」처럼, 일상에 만연하지만 겉으로 이야기되지 않은 이슈들에 대해 좀 더 써보고 싶어요. 또 20~30대 여성의 자살률이 높아졌다는 뉴스가 자주 보이더라고요. 청년 자살, 그리고 이후에 남겨진 친구들과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도 해볼 생각이에요. 자살 이후의 이야기는 금기시되는 분위기가 있잖아요. 이에 대해 소설로 써보려고요. 관련된 단행본 출간 계획도 있어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수많은 책 중 「토요일의 특별활동」을 만나주신 것만으로도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들어요. 인생에서 가장 치열했던 날은 되새기기 힘들잖아요. 하지만 소설 속 인물들은 다시 그 시절로 기꺼이 돌아가서 뭔가를 말해보려고 하는 사람들이에요. 이 책을 읽으신다면 우리가 겪은 가장 치열했던 시간, 고되게 관계를 배우고 나를 알아갔던 기억들을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정지향

199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명지대 문예창작과에 재학중이다. 2014년 장편소설 『초록 가죽소파 표류기』가 제3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에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우수 어린 감수성으로 동시대 젊은이들의 현실을 날카롭게 포착하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토요일의 특별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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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향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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