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만은 않았습니다”라고, 그는 적었다. 어릴 적부터 꿈꿨던 아나운서가 되었지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프리랜서 방송인이 되었고, 엄마가 되는 일은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 어느새 ‘문지애’는 사라지고 한 아이의 ‘엄마’만이 자리한 것 같은 날들 속에서 크게 앓았다.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지만, 그렇기에 살아볼 만한 것이 되기도 하는 걸까. 그는 예상치 못한 길목에서 그림책을 만나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
“가끔은 그림책이 제 영혼의 동반자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힘든 시기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위로를 건네는 그림책들이 있었으니까요. (중략) 그림책이 저를 아주 용감하게 만들어준 게 분명합니다.” (5~6쪽)
그림책과 사랑에 빠진 후 그는 유튜브 채널 <애TV>를 시작으로 ‘그림책학교’의 원장이 되었고, 이제는 그림책 키트 배송 서비스(애TV 앳 홈)까지 운영하고 있다. 그림책 속에서 아이를 키우고, 더 많은 아이들과 만나고, 다른 부모들과 교감하며, 그 안에서 자신을 찾고 성장시킨 시간들이었다. 그 동안의 이야기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니까』에 담겼다.
문지애는 문지애
프롤로그에 “내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리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습니다”라고 쓰셨어요.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을 바꾸신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었나요?
제일 중요한 계기가 됐던 건 (‘그림책학교’에서 가졌던) 엄마들과의 만남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 엄마들이 어렵게 꺼냈던 자기의 이야기들, 공유할 수밖에 없었던 비슷한 고민, 그림책을 읽으면서 다 같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던 풍경들, 그런 모습들이 되게 인상적으로 남아 있었던 것 같거든요. ‘이걸 그냥 날려버리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한 장, 한 장씩 써내려가기 시작한 게 책의 형태로 만들어졌던 것 같고요. 만약에 제가 그림책학교를 열지 않았다면 이 책이 나오지는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림책학교라는 작은 공간에서 만나왔던 수백 명의 사람들 안에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제 생각들이 조금 정리가 되면서, 책 한 권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애TV 그림책학교’에서 ‘엄마책학교’도 운영하시죠. 엄마들이 가장 좋아했던 그림책은 『엄마 셋 도시락 셋』이었다고요.
“날마다 많은 일을 하지만 때때로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기분이 든다”라는 문장이 있는데, 엄마들한테 제일 크게 공감이 됐던 것 같아요. 그 대목에서 엄마들이 다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끄덕였거든요. 엄마들은 다 아등바등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워킹맘과 육아맘의 차이가 아니라, 아이를 키우면서 내 삶을 꾸려나가는 엄마들이라면 모두가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뭔가를 하고 있는데 뭐 하나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것 같은 기분에 불안하고 두렵고, 스스로 조금 죄책감도 느끼고,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엄마 셋 도시락 셋』의 그 구절을 읽을 때, 엄마들이 ‘나도 그런데 당신들도 그렇구나, 이 작가도 그렇구나, 다행이다’ 하면서 안도하는 느낌을 저는 받았던 것 같아요.
작가님은 어떠셨어요? 엄마가 된다는 게, 많이 힘드셨나요?
좀 힘들었어요. 그 정도로 힘들고 고민이 깊을 거라는 얘기를 주변에서 아무도 안 해줬던 것 같아요. 이전에는 제 이야기가 아니어서 주의 깊게 듣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저는 아기가 태어난 후에 갖게 되는 심리적인 부담과 체력적인 한계가 너무 느껴졌어요. 그러면서도 엄마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그냥 나로서 살고 싶은 욕심은 계속 남아 있는 거죠. 어쩌면 그 내적 갈등 때문에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시작하고 이루고 싶다는 욕심이 컸기 때문에 그림책학교 같은 공간을 시작해보면서 결국 이렇게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생각돼요.
그렇게 고민하고 힘들어하실 때 『민들레는 민들레』를 만나신 거예요?
그렇죠. 그림책으로 뭔가를 해본다는 계획도 없을 때였고, 그림책이라는 건 그냥 그림책 육아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을 때였어요. 아마 아기를 낳고 몇 달 안 지나서였을 것 같아요. 그때는 정말 꼼짝을 못 하니까, 동네 서점에 가서 아기한테 읽어줄 그림책 훑어보고 사서 돌아오는 게 바람 쐬고 머리 시키는 유일한 해방구였어요. 밤에도 아기 우는 소리에 스프링처럼 일어나서 아기 방에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잠이 깨요. 숙면을 못 취하죠. 그때 『민들레는 민들레』를 보니까 전혀 다르게 읽혔던 거죠. 온전히 저에게 해주는 이야기로 느껴졌어요. 이번 책에서도 첫 번째로 『민들레는 민들레』를 소개했는데, 그만큼 저한테는 굉장히 의미 있고 특별한 책인 것 같아요.
책에서 ‘우리 아이 독서 습관 기르는 방법’도 조언해주셨는데요. 아들 범민 군의 독서 습관은 어떻게 키우셨는지 궁금해요. 규칙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책을 읽나요?
하루도 빼놓지 않고 그렇게 한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책 읽는 시간이 정해져있기는 해요. 저는 그 시간이 꼭 저녁이어야 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유치원이 끝난 뒤에든 엄마의 일이 끝난 시간이든, 그건 전혀 관계없는 것 같고요. 하루에 15~20분 정도 읽고 싶은 책 두 세 권 정도는 반드시 읽는 시간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가능하면 아이가 조금 침착하게 잠들기 위해서 책 한 권을 같이 읽어주면서 잠들고요. 책만 읽고 끝나는 것에서 흥미를 못 느끼면, 읽은 후에 할 수 있는 스케치라든지 쓰기라든지 그림 그리기 같은 걸 해보면서 끝내요. 그 정도는 비교적 매일매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책 읽는 습관을 기르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있죠. (웃음) 어른들은 한 장씩 넘겨서 스토리를 다 전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애들은 그렇지 않거든요. 자기가 꽂혀 있던 그림을 먼저 본다든지, 사실 애들한테는 순서라는 게 없어요. 저도 처음에는 책 한 권을 잘 읽어야 ‘다 읽었다, 책 육아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을 만나고 또 제 나름대로 공부도 해보니까 그건 아니더라고요. 하루에 15분 정도 아이가 책이랑 가까워지고, 아이가 직접 책의 물성을 만져보고, 그림 하나와 책 제목 정도를 기억할 수 있으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오히려 책 육아를 하면서 ‘책을 몇 권 읽어야 돼’라는 부담을 내려놓고 조금 더 편안해질 수 있었어요. 책을 읽어주다 보면 아이는 딴 곳에 가 있거나 안 듣고 있는 경우도 많은데, 계속 엄마가 책을 잡고 있으면 다시 돌아오더라고요. 어찌됐건 다시 돌아와서 ‘우리 오늘은 이 책을 읽었다, 책의 제목은 무엇이다’ 하고 끝내면 그날의 책 육아는 마무리되는 거죠.
“멋있게 졌어?”
읽기 습관을 길러주려면 ‘읽는 시간을 즐겁게 느끼도록’ 만들어줘야 할 것 같아요.
어른들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어른들도 자신의 읽기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은 베스트셀러나 필독서라고 해도 안 읽고 싶고 재미가 없어지잖아요. 제일 중요한 게 ‘아이의 첫 책으로 어떤 책을 골라서 보여주느냐’, ‘어떤 책을 함께 읽느냐’인 것 같아요. 그 결과 아이는 책을 ‘재미없는 것, 어려운 것’ 또는 ‘재미있는 것, 쉬운 것’으로 구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마찬가지였지만 엄마들이 아이의 책을 선택하는 과정을 가장 어려워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 부분에 조금 도움이 될까 싶어서 (이번 책에) 간략하게 적어놓은 내용들이 있어요.
아이와 같이 책을 읽으실 때, 주로 어떤 질문을 던지면서 대화를 이끌어내시나요?
요즘의 컨디션을 많이 물어보는 것 같아요. 저희 아이 같은 경우에는 자존심이 강하고 승부욕도 강한 편이에요. 제가 볼 때는 분명히 강한 아이가 아니거든요. 집에서는 큰 소리를 내지만 밖에 나가면 어떤 공격을 받았을 때 당황스러워서 말을 잘 못하거나 얼어버리는 아이란 말이에요. 그리고 어떤 불편한 감정을 느꼈을 때 그걸 누구에게 이야기를 하는 아이가 아닌 것 같아요. 다른 얘기는 다 하면서 불편했던 감정에 대해서는 저한테 이야기하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혹시나 그런 부분들을 계속 감추거나 아이한테 스트레스가 될까 봐 책을 읽으면서 요즘 가장 속상했던 일이나 너의 마음은 어땠는지, 이런 마음의 컨디션을 체크하는 걸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요. 사실 엄마들이 그림책 육아를 하는 목표는 두뇌 발달 같은 거라기보다는 정서적인 안정이 제일 크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그 부분을 가장 놓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 이유로 『화가 나서 그랬어!』가 오랫동안 범민 군의 책장에 꽂혀 있으면 좋겠다고 하신 거죠?
네, 그렇죠. 아이의 컨디션을 묻는 게 일상적인 엄마였으면 좋겠어요. 어느 정도 크고 나면 꼭 그림책을 통해서 묻지는 않겠지만 ‘요즘 기분이 어떤지, 힘든 건 없는지’를 묻고 답하는 게 아주 자연스러운 관계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림책 육아도 ‘나와 내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제가 그림책을 읽으면서 어떤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던 건, 공통적으로 하나로 모아졌었던 것 같아요. 책의 내용은 다 다르지만 결국 아이가 하고 싶은 말은 엄마의 관심과 사랑과 행복인데, 그 행복이 자기만의 행복이 아니라 우리의 행복인 거죠. 그래서, 이게 굉장히 뻔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엄마로서 부모로서 행복한 모습을 가지고 있을 때 아이의 꿈을 이루는 것이기도 하고요. 아이의 행복도 함께 보장되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여러 가지 그림책을 통해 결국 얻은 것은 아이에게는 우리의 행복을 지켜줘야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엄마의 행복도 잘 지켜나갈 수 있을 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충족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늘 해왔던 것 같아요.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를 소개하시면서, 남편 전종환 아나운서와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굉장히 뭉클하던 데요.
남편도 저와 범민이 때문에 그림책을 제법 보게 되는 편인 것 같아요. 가끔 서점에 가면 좋은 그림책을 잘 골라오기도 하고, 쌓여있는 아이의 책 중에서 ‘나는 이 책이 좋더라’ 하고 보여줄 때도 있어요. 그중에 하나가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였던 것 같아요.
두 분이 같이 좋아하시는 책이군요.
네, 남편도 굉장히 좋아했던 책이에요.
『네가 일등이야!』를 소개하시면서 이렇게 쓰셨어요. “아이가 승부에서 이기지 못하고 돌아왔을 때 “왜 졌어?”라고 말하기보다는 “멋있게 졌어?”라고 묻는 부모가 되고 싶습니다.” 남편 전종환 아나운서의 에세이의 제목도 『다만 잘 지는 법도 있다는 걸』인데요. 두 분이 ‘잘 지는 것’에 대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글쎄요. 제가 이십대 때부터 쭉 만나왔던 사람들, 그리고 지금까지도 만나오고 있는 여러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어느 시점이 되니까, 참 잘 살아왔던 사람이었는데 ‘어떤 자리에 갔느냐’ 내지는 ‘이겼느냐, 졌느냐’, ‘실패했느냐, 성공했느냐’의 기로에 서게 되는 시점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어떤 것을 이루었느냐보다는 이루지 못했을 때 망가지거나 멋있지 않게 지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저희가 공통적으로 봐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가장 행복하게 살 수 있고 가장 멋있게 살 수 있는 사람은 결국 가장 잘 지는 방법을 터득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 왔던 것 같고요.
작가님은 ‘멋있게 질 줄 아는’ 사람인가요?
저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늘 이기고 싶어 하고 욕심도 많고 그리고 ‘잘 졌다’고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실패했다’고 받아들이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남편은 책 제목(『다만 잘 지는 법도 있다는 걸』) 대로 살아왔던 사람이거든요. 그런 남편 옆에서 제가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졌을 때도 멋있게 지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고 좋아 보였어요. 그래서 우리 아들이 저보다는 아빠의 모습을 닮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책에도 그렇게 쓰지 않았나 싶어요.
만약 범민 군이 ‘엄마, 멋있게 지는 게 어떻게 지는 건데?’라고 물어보면 뭐라고 답할 것 같으세요?
음... 자기를 버리지 않을 수 있는 것. ‘내가 졌기 때문에 못난 게 아니고 실패한 게 아니고, 그래도 나는 그대로 남아 있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성들에게 용기를 주는 책이었으면
『쿵쿵이와 나』에 대해 쓰신 글이 있는데, 퇴사 당시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그때는 작가님 안의 ‘쿵쿵이’가 많이 컸었나요?
쿵쿵이가 가장 컸던 시기를 꼽으라면 입사 초기, 그리고 퇴사 후 프리랜서로서의 초기일 것 같아요. 입사 초기 저의 쿵쿵이는 어떤 두려움으로 느껴졌다기보다는 어떤 걱정이 더 많았었다고 한다면, 프리랜서가 되고 나서의 쿵쿵이는 전혀 달랐었던 것 같아요. 아마 제 인생을 통틀어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를 꼽으라고 하면 그때의 5~6년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일단 저는 굉장히 조직에 맞는 사람이거든요. 조직 안에서 루틴하게 제 일들을 하고 늘 만나던 사람들을 만나는 그 삶이 저한테는 훨씬 편안하고 본성이 더 맞는 자리인데, 어떻게 하다 보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회사를 나오게 됐어요.
어떤 느낌이 드셨어요?
정말 낭떠러지에 저 혼자 서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뭔가를 해나가고 싶고, 해나가야 할 것 같은데, 전혀 길이 보이지 않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 쿵쿵이는 진짜 거대했었죠. 그리고 뭔가를 준비하기 시작하니까 점점 더 커졌어요. 그런데 조금씩 경험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줄어들더라고요. 이제는 어느 정도 제 몸에 적당한 사이즈의 쿵쿵이하고 계속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쿵쿵이와 나』가 처음 나왔을 때 ‘이건 너무 내 얘기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웃음) ‘이 책은 어른들한테 꼭 소개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유튜브를 통해서도 한번 소개를 했었고요. 이번 책을 쓸 때도 빼놓을 수 없었죠.
책을 읽어 보면 ‘프리랜서 아나운서로서 나의 역할, 나의 위치’에 대해 고민하셨던 것 같아요. 답은 찾으셨나요?
여전히 고민하고 있는 상황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길이 하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방송에서 조금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 사람들에게 ‘요즘 어디 나오시잖아요, 잘 보고 있어요’ 하는 익숙했던 인사들을 듣는 것, 그게 프리랜서 방송인이 갈 수 있는 단 하나의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요. 아예 새로운 일들을 해보니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알았어요. 꼭 주인공이 아니어도, 꼭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는 일이 아닐지라도, 저의 삶을 부지런히 이어지고 있고 그렇게 해서 조금씩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는 걸 깨달아가고 있어요. 그럴 때 ‘답이 하나만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고요. 그리고 미디어 환경들이 변하기 시작하면서 ‘어쩌면 이렇게 가는 것이 맞을 수도 있겠다, 잘 가고 있는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진행자를 벗어나서 저의 콘텐츠를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자리에 서보는 일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돼요.
‘좋은 그림책’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갖고 계실 것 같은데요. 어떠세요?
좋은 그림책은 여백이 많은 것 같아요. 아이에게도, 어른들에게도. 글이 다 전하지 못하는 메시지를 그림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책이 좋은 그림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제가 이번 책에서도 강조했던 것처럼, 우리 아이에게 좋은 그림책과 다른 아이들에게 좋은 그림책은 다를 수 있거든요. 우리 아이에게 가장 좋은 그림책은 ‘우리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책, 우리 아이가 가장 관심 있어 하는 책’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아요.
이번 달 ‘애TV 앳 홈(그림책 키트 배송 서비스)’에서 선정한 책이 『가만히 기울이면』이죠? 말씀처럼 여백이 많은 그림책이에요. 이런 책은 아이에게 그림을 잘 설명해줘야 하는데, 작가님은 어떻게 하세요?
주로 질문을 하죠. 분명히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져 있는 그림이지만 아이한테 그걸 이야기해 줄 필요도 없고 아이는 그걸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없잖아요. 저는 엄마가 느낀 것과 아이가 느낀 것을 그냥 나누라고 말씀드리는 것 같아요. 특히 글 없는 그림책은 엄마들이 소개해주기 힘들어 하거든요. 그럴 때는 그림책에 스토리를 붙여서 이야기를 들려주시라고 해요. 한 장씩 넘기면서 등장인물을 정해 두고 스토리를 붙이면서 그림책 읽기를 하라고 말씀드리거든요.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아이들한테 어떻게 느껴지는지, 이 인물이 뭘 하고 있는 것 같은지, 다음 장에는 어떻게 변한 것 같은지, 그래서 이 책이 너한테 어떤 감정을 줬는지, 이런 걸 물어가면서 답을 찾아가라고 말씀드리고 있어요. 정답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림책의 그림들을 보기 시작하면 그것만큼 어려운 게 없을 것 같아요. 서로 질문하고 느낌을 나누면서 그림책을 활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이번 책에 소개된 그림책 중에 꼭 추천하고 싶은 한 권을 꼽는다면요?
아마 『아름다운 실수』라는 책일 것 같아요. 제가 워낙 많은 이야기를 했었고, 이 책과 함께 했던 수업이 그림책학교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냈던 것 같아요. 저는 지금도 제일 좋아하는 수업의 하나로 꼽고 있고요. 어른과 아이들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한다면 저는 큰 고민 없이 『아름다운 실수』를 고를 것 같아요.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니까』는 어떤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세요?
갑작스럽게 환경이 변화해서 당황스러운 분들, 예를 들면 퇴사라든지 출산이라든지 아니면 결혼이라든지, 생각했던 것보다 내 주변 환경이 훨씬 더 갑작스럽게 변화해서 당황하고 있는 분들이 읽으시면 좋겠어요. 특히나 여성들에게 이 책이 작은 시작을 할 수 있는 용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문지애 2006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뉴스데스크], [피디수첩], 라디오 [푸른 밤 문지애입니다] 등을 진행했다. 2012년 프리랜서 방송인이 되었다. 2017년 범민의 엄마가 됐고 그림책과 인연이 닿았다. 인왕산과 경복궁이 보이는 서촌에서 애TV그림책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유튜브 : 애TV 인스타그램 : iam_jia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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