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7월 20일, 인류가 최초로 달에 첫발을 내디뎠다. 인간의 호기심과 상상력이 만든 기적. 아폴로 계획의 성공은 우주 개발이 단순한 공상과학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님을 증명했다. 어느덧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지 50여 년이 흘렀다. 그 사이 화성에는 탐사 로봇과 탐사선이 착륙해 인간의 새로운 영토가 될 지도 모르는 지역을 탐험하고 있고, 민간 우주 기업에서는 수억 원의 우주여행 상품을 출시했다. 이제 우주는 미지의 세계가 아닌, 머지 않아 도래할 현실이다.
NASA 우주생물학그룹과 과학탐사에 참여하고, 화성탐사연구기지(MDRS)에서 유인 탐사 실험에 참가하는 등 우주를 가까이에서 경험한 문경수 과학탐험가는 빠르게 발전하는 우주산업의 변화가 경이롭다고 말했다. 최초의 달 착륙을 넘어, 우주를 여행하는 시대가 되기까지. 문경수 탐험가는 인간의 우주 탐사 여정을 『창문을 열면, 우주』에 담았다. 창문을 열면 저 멀리 별과 달이 보이듯, 이제 우주라는 환상은 일상의 한편으로 자리하고 있다.
노래를 들으며 읽어주세요
『창문을 열면, 우주』라는 제목이 독특했어요.
바쁜 일상을 살다 보면 우주는 나와 상관 없는 곳, 아주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관점을 달리해보면 우리가 어디에 있든 창문만 열면 우주가 보여요. 하늘에 뜬 해와 달, 별도 우주의 일부분이니까요. 독자들이 우주와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런 제목을 붙였어요.
KBS1 라디오 <김성완의 시사夜>의 목요일 코너 ‘우주로 가는 밤’에서 나눈 이야기가 책으로 묶였습니다. 어떻게 출간으로 이어진 건가요?
라디오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그 주의 우주 관련 뉴스 중, 흥미로운 것들을 소개했는데요. 한정된 시간 안에 이야기를 끝마쳐야 한다는 점이 늘 아쉬웠어요. 과거에는 우주 소식이 아주 가끔 찾아오는 이벤트 같은 것이었다면, 지금은 하루에도 수백 건의 우주 관련 뉴스가 쏟아지고 있거든요. 지구에서 약 5억만km 떨어진 행성에 탐사로봇을 보내고 그 로봇이 새로운 사실을 발견해서 우리의 상식을 뒤엎는 뉴스가 매일 같이 들려오는 걸 보면서 우리의 현실이 SF보다 더 SF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이렇게 급변하는 우주 관련 이야기들을 책으로 잘 정리해서 더 많은 분들에게 우주 탐사의 흐름을 알려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2년간 진행된 코너였기 때문에 쌓인 이야기가 상당했을 텐데요.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셨을지 궁금해요.
그동안 라디오에서 나눈 이야기를 모았더니 80꼭지에 달했어요. 그 주제들을 쫙 펼쳐두고 교집합을 잦았죠. 보통 천문학에 관한 책을 보면, 곧장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사실 인간이 우주 탐사를 하기 위해서는 지구에서 다양한 경험과 연구를 진행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이 책은 지구로부터 출발해요. 과학자들이 우주에 가기 위해 준비를 하는 ‘지구’, 인간이 첫 발을 디딘 행성인 ‘달’, 앞으로 가게 될 ‘화성’ 그리고 ‘미래의 우주’는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로 묶었어요. 각 주제들은 라디오에서 소개한 것이지만, 원고는 완전히 새로 썼죠.
각 장이 끝날 때마다 라디오처럼 선곡을 한 것이 흥미로웠어요.
라디오 코너에서도 직접 선곡을 했거든요. 노래라는 장르가 낯선 분야를 친근하게 받아들이는 데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실제로 매주 라디오에서 들려드릴 노래를 고르면서 우주에 관련된 가요가 굉장히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뮤지션이 우주적 사실에서 받은 영감을 일상의 언어로 표현해서 만든 게 노래이기 때문에, 우주를 어렵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노래를 들으면 자연스레 이야기를 이해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마지막 선곡은 심규선의 <창백한 푸른 점>이었어요.
원래 심규선이라는 가수를 좋아하기도 하고,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쓴 동명의 책이 있기 때문에 궁금해서 들어봤어요. 그런데 칼 세이건이 『창백한 푸른 점』을 통해 인류에게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잘 표현한 노래더라고요.
1990년 나사(NASA)의 태양계 탐사선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기 직전에 칼 세이건이 한 가지 제안을 했거든요. “태양계 행성들의 가족사진을 찍자”고요. 날고 있는 우주선을 돌려 사진을 찍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나사에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판단해서 촬영을 하죠. 거기에는 지구도 찍혔는데요. 커다란 행성들 사이에 먼지 한 톨보다 작은 점으로 기록되어 있어요. 이 사진을 보고 칼 세이건이 『창백한 푸른 점』을 썼고, 광활한 우주에 떠있는 점 하나에 수많은 사람들이 어울려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어요.
이 책의 마침표도 결국 그와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순히 아시아, 한국, 서울에 사는 게 아니라 거대한 지구 속에 같이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당신이 그리는 코스모스는 어떤 세계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죠. 이 노래를 무한반복해서 들으며 에필로그를 썼어요.
고개를 살짝 들면 우주가 보인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우주를 좋아합니다(324쪽)”라고 하셨어요. 우리는 왜 끊임없이 우주 탐사를갈망하는 걸까요?
아마 제가 탐험가를 꿈꿨던 계기와도 맞닿아 있을 것 같아요. 제 인생의 첫 번째 우주는 유년기였어요. 시골에서 자라며 매일 밤, 하늘을 올려다 보았고 ‘별은 왜 빛날까? 달은 왜 모양이 바뀔까?” 같은 공상을 많이 했죠.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유독 밤하늘에 눈이 계속 갔던 것 같아요. 어쩌면 본능적으로 ‘인간은 모두 우주의 먼지로부터 왔다’는 사실이 우리 DNA에 각인되어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수평적인 시선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다가, 날이 어두워져서 고개를 살짝 들었더니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는 건 마법 같은 일이죠. 이러한 관점에서 우주는 누구나 자연스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대상이라고 생각해요.
과학이 발전할수록 윤리적 문제에 맞닥뜨리게 되는데요. 우주 탐사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문제에 대해 과학계에서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요. 책에서 칼 세이건의 말을 인용하기도 하셨죠.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화성은 그들의 것입니다. 화성인이 비록 미생물일지라도 말입니다(163쪽).”라고요.
우주탐사라고 하면 흔히 과학자들의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실제로 나사(NASA) 컨퍼런스에 가면 철학자, 인문학자들이 많이 참여해요. ‘지구인이 생각하는 생명체의 모습과 정의가 우주에서도 통용될까? 우리는 그들에게 어떤 첫 마디를 건네야 할까?’ 같은 인문학적이고 철학적인 논의를 치열하게 하죠.
이처럼 우주 개발에도 인문학적인 접근이 더해지면서, 흐름이 바뀌고 있어요. 인간이 아무리 좋은 취지로 우주에 갔다 하더라도 그곳을 오염시키거나 해치면 안 된다는 의식이 생긴 거죠. 과거에는 탐사선이 착륙에 실패해 폭파하더라도 그걸로 끝이었거든요. 지금은 탐사선에 묻은 지구의 오염물질이 화성에 확산되면 어떤 피해를 줄지 모르기 때문에 표면을 멸균 소독해서 보내기도 해요. 탐사 시작 단계에서부터 윤리적인 측면까지 함께 고려하는 것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거죠. 그래야 우주 탐사가 자유로운 세상이 왔을 때, 불현듯 발생하는 문제들을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을 테니까요.
우리가 지금 해외여행을 다니는 것처럼 언젠가는 우주여행도 보편적인 일이 될 수 있을까요?
저는 우주 산업의 흐름이 10여 년 전,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와 똑같다고 생각해요. 언젠가는 컴퓨터 같은 핸드폰이 개발된다는 걸 누구나 귀동냥으로 들었지만, 막연한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잖아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스마트폰이 나왔고, 지금은 일상이 되었죠. 우주여행도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될 거라 생각해요. 불과 2~3년 전만 해도 우주에 가는 건 공상과학 소설에나 나오는 이야기라고 했는데, 실제로 우주 여행이 추진되는 것을 눈으로 보고 있잖아요.
최근에는 영국의 민간 우주 관광 기업 ‘버진갤럭틱’에서 80km 상공까지 올라가 무중력 체험을 하고 돌아오는 여행 티켓을 20만~25만 달러(2억 3천만 원~2억 9천만 원)에 사전 출시했는데, 600개 전량 예약이 끝났어요. 앞으로 민간투자가 더욱 활발히 이루어진다면 비용은 점차 떨어질 거예요. 그렇다면 우리가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타고 멀리 여행을 가는 정도의 비용으로도 우주 여행이 충분히 가능해지겠죠.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겠네요.
그렇죠. 이미 지구에도 문제가 많은데, 우주 탐사에 왜 그렇게 큰 지원을 하냐고 말하는 분들도 많은데요. 제프베조스, 일론머스크 등 우주 개발 사업의 프론티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는 지구가 유한한 행성이라는 거예요. 우리가 물리적으로 자원을 채굴해서 에너지로 바꾸고, 그 과정에서 환경문제가 발생하잖아요. 우리가 언제까지 지구에 살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어요. 실제로 북극에 탐험을 가보면 빙하가 없거든요. 빙하가 있어야 태양빛을 반사해 냉각시켜 지구의 온도를 적당하게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지구온난화로 인해 앞으로 지구의 온도는 계속 높아질 거예요. 자원은 고갈될 테고요. 화성에 갈 준비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막연한 꿈 같지만, 실제로 지구에 살기 어려워졌을 때 대안이 없으면 인류는 사라질 수밖에 없어요. 그런 측면에서도 우주 탐사는 중요하죠.
만약 당장 화성에 갈 기회가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아마 저는 못 갈 거예요. 국제 우주정거장까지 다녀오는 짧은 거리의 비행을 할 때도 생물학적인 나이 제한이 있거든요. 어떤 외부 변수에도 견딜 수 있을 만큼 건강한 사람을 선발하기 때문에 저는 생물학적인 조건에 부합하지 않아요(웃음). 그리고 지금 당장 화성에 간다는 건, 그만큼 우주 탐사 개발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을 짊어지는 일이잖아요. 그러니 당연하게도 과학, 공학 등에 대해 상당한 지식이 있어야 하죠. 이런 이유들로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지금은 못 갈 텐데요. 그래도 희망은 있어요.
현재 스페이스X 같은 회사가 앞으로 몇 십 년 안에 화성에 주거지를 만들어서 사람들을 이주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잖아요. 실제로 그런 시점이 오면 분명히 선발대가 필요할 거예요. 그때는 이론적 지식도 중요하겠지만 낯선 환경에서 생존해 본 경험이 많은 사람을 원할 가능성이 높죠. 그쯤 기회가 온다면 꼭 가보고 싶어요.
팀장님들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일론머스크, 제프베조스 두 사람의 인생을 돌아보면 우주에 대한 열망을 지펴준 이들이 존재했습니다(225쪽).”라고 하셨어요. 작가님에게 우주에 대한 열망을 지펴준 존재는 무엇인가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저희 할아버지가 대목장(大木匠)이셔서 몇 달간 전국을 돌며 일하시다가 반 년만에 집에 오곤 하셨어요. 오랜만에 할아버지를 만나면 무척 좋았죠. 어떤 집을 짓고 있는지 그림을 그려주시고, 그걸 장난감처럼 만들어주곤 하셨거든요. 저희 아버지는 당시 금성사(현 LG)에서 엔지니어로 일하셨어요. 그러다보니 장난감이 늘 업그레이드 되는 거예요. 이를 테면 할아버지가 나무로 만들어주신 배에 아버지가 모터를 달아주는 식으로요(웃음). 덕분에 머릿속으로 상상한 것을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깨닫게 된 것 같아요. 어린 시절의 경험이 과학 탐험가로 살아가는 씨앗이 된 거죠. 우주 탐사도 마찬가지잖아요. 지구와 전혀 다른 시공간에 사람을 보낸다는 상상을 가능하게 만들었으니까요.
서호주의 오지전문 여행사에서 일하다가 도서관에서 ‘마틴 밴 크라넨동크’ 박사의 책 『태초 지구로의 탐험』을 발견했고, 저자에게 메일을 보내신 것이 탐험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에게 만나고 싶다는 메일을 보냈던 용기의 원천은 무엇인가요?
두말 할 것 없이 팬심이었죠(웃음). 저는 어린 시절부터 과학을 좋아해서 다큐멘터리를 굉장히 많이 봤어요. 당시 구할 수 있는 모든 과학 관련 다큐멘터리를 다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 안에 항상 ‘마틴 밴 크라넨동크(Martin van Kranendonk)’ 박사님이 등장하셨어요. 저에게는 마치 BTS같은 존재였죠(웃음). 그분께서 제가 머물고 있는 지역의 서호주지질조사국으로 파견을 나오셨다는 소식을 알게 된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어요.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더듬더듬 메일을 보냈는데 흔쾌히 인터뷰를 하자는 답장이 왔죠. 그분을 만나는 건 마치 제가 좋아하던 다큐멘터리 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마틴 박사로부터 나사와 서호주지질조사국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우주생물학 탐사에 합류라는 제안을 받으셨잖아요. 탐험을 함께하자는 말을 듣는 순간 어떠셨어요?
1초의 고민도 없이 “Sure(물론이죠)”라고 대답했는데 그 1초가 우주의 나이만큼 길게 느껴졌어요(웃음). 어린 시절부터 제가 살아온 역사가 머릿속에 쫙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돌이켜보면 마틴 박사님을 만나기 위해 작은 용기를 냈던 일에 저의 평생 운을 거의 다 쓴 것 같아요. 같은 분야에 관심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탐험을 함께하길 제안하셨고, 덕분에 제가 탐험가로 살 수 있었으니까요. 만약 그분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과학탐험가가 되지 않았을 거예요.
다수의 인터뷰에서 “가장 의미 있는 탐험”을 묻는 질문에 특별한 어느 곳이 아닌 “일상”이라고 답하셨어요.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언젠가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열리는 과학 페스티벌에 간 적이 있어요. 거기서 화산지형을 탐험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당연히 산으로 탐험을 갈 줄 알았더니 고풍스러운 유럽 골목을 지나 한 교회 앞에 서서 이야기를 시작하더라고요. 그 교회를 만든 벽돌이 화산암이었거든요. 그 경험을 통해 ‘탐험이 우리 삶과 별개가 아니구나’라는 걸 확실히 깨달았어요.
실제로 탐험을 하고 돌아오면 지인들이 “별 보고, 빙하 보고, 오로라 보다가 여기 오면 심심하지 않냐”고 물어봐요. 물론 처음에는 그렇게 느끼기도 했지만, 탐험가로 17년 이상 살다 보니 일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일상에서는 도드라지는 무언가를 느끼기 쉽거든요. 예를 들어 매일 지나는 퇴근길에 어느 날 누군가가 버스킹을 하고 있다면, 자연스레 눈길이 가겠죠. 색다른 모습이니까요. 이렇게 시선을 조금만 바꾸면 일상에서 도드라지는 것들을 찾을 수 있어요. 사막에서 별을 바라보는 감동도 크지만, 일상의 사소한 변화와 아름다움을 찾는 것도 큰 즐거움이 되는 거죠.
책을 읽으며 우주에 대해 알아갈수록 ‘내가 여기에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경이롭게 느껴지더라고요. 작가님도 에필로그에서 “우주를 이해한다는 것은 지구에 사는 우리가 얼마나 운이 좋은 존재인지를 깨닫게 되는 일인 듯 합니다(328쪽)”라고 쓰셨어요.
아폴로 11호의 사령선 조종사 ‘마이클 콜린스’가 그 말을 처음으로 했는데요. 1969년 달 착륙 당시, 아폴로 11호에 3명이 타고 있었는데 사령관 ‘닐 암스트롱’과 달 착륙선 조종사 ‘버즈 올드린’은 달 표면에 내렸지만 마이클 콜린스는 도킹을 하기 위해 혼자 사령선을 타고 달의 궤도를 돌았어요. 지구로 돌아왔을 때 수많은 기자들이 마이클에게 “달까지 갔는데 아쉽지 않냐”고 물었죠. 하지만 그는 홀로 달 주위를 돌면서 “이곳을 아는 존재는 오직 신과 나 뿐이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해요. 마이클 콜린스는 나머지 두 비행사가 보지 못한 달의 뒷면을 목격한 유일한 사람이 된 거죠. 우주에서 날아오는 운석을 막느라 너덜너덜해진 달의 뒷면을 보며 마이클 콜린스는 “우리가 지구에 산다는 것은 행운이다”라고 말했어요. 저 또한 지구에 사는 인간은 정말 축복받은 생명체라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들이 『창문을 열면, 우주』를 읽으면 좋을까요?
모든 사람이 읽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콕 집어 말씀을 드린다면 조직의 팀장님들이 읽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우주 탐사가 성공에 이르기까지 있었던 수많은 장면들을 떠올려보면 현재의 40대 팀장님들 같은 분들이 계신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느 날 갑자기 대표가 “내년까지 달에 갈 거니까 준비해”라고 말한 것과 똑같은 상황이잖아요(웃음). 그럼에도 인류는 레퍼런스 하나 없는 상황에서 현재의 스마트폰보다 처리 능력이 떨어지는 컴퓨터를 가지고 쇳덩이에 사람을 태워서 달에 보냈어요.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우주개발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해요. 경제경영서를 보며 리더십, 조직관리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겠지만, 우주 탐사 역사의 고난과 역경이야 말로 경영의 바이블이죠. 심지어 지구라는 시공간이 아닌 다른 행성에 가기 위해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낸 이야기인데, 이만한 구루가 어디있겠어요. 조직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팀장님들이 우주 탐사 스토리를 보며 위안을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칼 세이건이 보이저호를 계획하고 우주로 보내면서 ‘보이저 골든레코드’를 탑재했어요. 우주의 다른 생명체가 보이저호를 발견한다면 레코드에 기록된 지구인의 노래, 언어, 소리 등을 통해서 우리의 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인데요. 이처럼 노래는 낯선 분야를 이해하는데 아주 좋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이 책을 읽으실 때도 한 꼭지를 다 읽고 마지막에 추천한 노래를 같이 들어보셨으면 좋겠어요. 불현듯 우주가 궁금해질 때 그 노래를 떠올리면 책을 읽었던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세상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좋은 단초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경수 과학탐험가. 1977년 충남 공주에서 태어났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프로그래머를 거쳐 월간 [마이크로소프트웨어], [과학동아]에서 기자로 일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과학과 절교를 선언했지만 서른이 다 되어서 과학의 매력에 흠뻑 빠져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지난 10년간 과학을 주제로 한 탐험에 매료돼 서호주, 몽골, 고비사막, 하와이 빅아일랜드, 알래스카 같은 지질학적 명소들을 탐험했다. 2010년에는 아시아인 최초로 NASA 우주생물학그룹과 함께 과학탐사를 다녀왔으며, 화성협회에서 운영하는 화성탐사연구기지 모의실험에 참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 개발 정책 자문위원으로 활동했고, [어쩌다 어른] [효리네 민박] [갈릴레오: 깨어난 우주] [세계 테마 기행] [아주 각별한 기행] [다큐온: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등 다수의 방송 프로그램 및 다큐멘터리에 출연했다. 지은 책으로는 『외계생명체 탐사기』(공저), 『35억 년 전 세상 그대로』, 『어쩌다 어른 2』(공저), 『문경수의 제주 과학 탐험』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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