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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시스 차 “한국의 룸살롱 문화, 성형수술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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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출간된 장편소설 『If I Had Your Face』에는 서울 논현동 룸살롱에서 일한 ‘규리’, 고아로 자란 ‘미호’, 임신으로 고민하는 ‘원아’, 자신의 외모에 불만을 느끼는 ‘수진’이라는 네 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한국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이 이야기에는 한국의 룸살롱 문화와 성형수술, 학교폭력과 K팝 팬덤 문화, 그리고 임신과 출산을 둘러싼 사회적 시선 등 한국 사회의 어두운 속살이 치밀하게 담겨 있다. 미국 출간 당시 <타임>지가 선정한 ‘2020년 꼭 읽어야 하는 100권의 책’에 이름을 올리며 큰 화제가 된 『If I Had Your Face』의 작가 프랜시스 차는 그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던 주제인 룸살롱 문화와 성형수술 이야기를 소설에 담기 위해 각종 뉴스 기사, 다큐멘터리, 블로그, 책, 성형의학 논문까지 찾아가며 취재를 진행했다. 

미국, 홍콩, 한국에서 자랐고 현재 미국에서 거주하는 프랜시스 차는 다트머스 대학에서 영문학과 아시아학 학사 학위를 받고, 서울 삼성경제연구소 경영학술지 부편집장, 서울·홍콩 <CNN인터내셔널> 여행문화편집장 등을 지낸 경력을 갖고 있다. 10대 때부터 미국과 한국을 오가느라 늘 아웃사이더였고, 따라서 불가피하게 제3자의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게 됐다는 프랜시스 차. 그는 자신의 성장 경험을 작가로서의 자산으로 삼았다. 『If I Had Your Face』는 그런 작가의 시선에 붙들린 한국 사회의 화려함 이면에 도사린 그림자를 숨김없이 보여준다. 막 자신의 데뷔작이기도 한 『If I Had Your Face』를 세상에 선보인 작가는 “제 책은 영어로 쓰였을 뿐 외국인을 위한 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많은 이야기 중 하나로 생각하면 좋겠다”고 말할 만큼 이제 한국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에 있는 프랜시스 차 작가를 이메일로 만났다.



이야기되지 않는 사회의 한 부분

『If I Had Your Face』는 작가님의 데뷔작인데요. 출간 후 <타임>,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등에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런 반응을 예상하셨나요? 작품에 대한 많은 반응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어요? 

철저히 예상 밖의 반응이었어요. 출판사와 에이전시의 공이라고 해야 할 것 같아요. 글을 쓰는 동안에는 창작과정에 영향이 갈까 걱정이 되어서 출간 후 반응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아야만 했어요. 거의 징크스 같았죠. 또 출간 직전 팬데믹이 닥쳤는데요. 그때는 제 책이 세상에 나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두려운 마음도 있었거든요. 운 좋게도 2020년 초 미국에 록다운이 시작되면서 모두 소셜미디어에 몰두했고, 제 책도 자연스럽게 소셜미디어와 미디어의 보도를 통해 주목받게 되었어요. 깊은 영광이라고 생각했어요. 동시에 당시 모든 오프라인 서점들이 문을 닫아 감정적으로는 저도 조금 우울했습니다. 지금은 두 번째 책을 집필 중이기 때문에요. 다시금 창작 과정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가능하면 리뷰를 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첫 작품으로 룸살롱, 성형수술, 학교폭력 등의 강렬한 소재를 선택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팬데믹 때문에 덜한 것 같은데요. 제가 살던 강남에는 어디를 가나 룸살롱이 보였습니다. 제가 가는 미용실에서도 룸살롱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매일 찾아왔죠. 그들은 매일 오는 손님이라 가격 테이블이 다르더군요. 룸살롱 문화는 사업을 운영하는 방식에서 보편적임에도 (특히 여성들에게)이야기되지 않는 사회의 한 부분이기도 하기 때문에 다뤄보고 싶었어요. 성형수술의 경우, 저는 성형수술을 하고 나면 인생이 어떻게 극적으로 변할 수 있는지에 대해 큰 관심이 있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통증에 대해 공포가 있지만 그 수술을 선택한 분들이 통증과 후유증, 회복 기간을 다 알고도 어떻게 수술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수술 후에는 어떻게 인생이 바뀌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는 부분이 늘 흥미로웠습니다. 비록 누구에게나 추천하지 못하는, 아주 어려운 수술일지라도 말이에요. 그런 관심이 소설에 반영된 것 같아요. 

10년 전, 작품을 처음 구상했을 때의 이야기도 궁금한데요. 

원래는 서로 연결된 단편 소설로 쓸 생각이었어요. 각 단편마다 다른 주인공이 있었고요. 그들이 어디에서 왔으며 어떻게 지금의 성격과 인생관을 갖게 되었는지 상상했거든요. 그러다 지금의 형태가 되었죠. 저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가족 배경이 어떻게 형성이 되었는지 등을 탐구하기를 좋아합니다. 특히 제 개인적인 신념과 반대되는 선택을 할 때 말이죠. 주인공은 다소 극단적으로 그려졌지만 한편으로는 세상에 평범한 가족이나 배경과 같은 것은 없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처음에 구상한 데서 완성되기까지, 이야기는 얼마나 달라졌나요? 쓰면서 처음의 기획이 변하거나 다시 써야 했던 부분이 있나요? 

『If I Had Your Face』는 10년에 걸쳐 진화한 소설입니다. 사실 처음 6년간 계속 염두에 두고 쓴 주인공이 있었는데요. 막판에 편집자와 논의해 서술자를 줄이자는 의견을 받아들여 그 주인공이 나오는 줄거리는 모두 빼게 되었어요. 원고를 제출하기 전에는 에이전트가 엔딩 부분에서 좀 서두르는 느낌이 있는 것 같다고 해서 두 챕터 정도 더 쓰게 되었죠. 저는 마지막에 모든 것이 아름답게 마무리되는 “둥근” 결말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또 깔끔한 결론보다는 불확실한 결말을 좋아해요. 우리 현실의 삶이 그렇듯 말이에요. 결국엔 주인공이 어떤 시각을 얻게 되었는지를 묘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결론을 썼어요. 


방대한 취재로 완성된 소설

작품에서 묘사하고 있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장면들이 무척 인상적이에요. 취재가 필요했을 것 같은데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나요? 

방대한 취재를 하기는 했습니다. 성형외과, 룸살롱을 여러 차례 방문했고요. 그곳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도 많이 진행했습니다. 뉴스 기사, 다큐멘터리, 블로그, 책, 성형의학 논문까지 섭렵해야 했죠. <CNN>에서 편집자로 일하면서 한국에 대한 모든 기사의 배경을 조사했던 부분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여기에 더해 제가 평소 관심을 갖고 있었던 소재들도 공부해가면서 썼어요. 그런데 어느 시점에서는 연구했던 부분들을 잊어야 하더라고요. 르포르타주를 쓰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요. 제가 취재했던 부분은 소설 속 캐릭터들의 기초와 당위성을 위해서만 쓰였던 것 같습니다. 

취재에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궁금해요.  

성형외과를 많이 방문했었는데요. 역시나 상담원과 의사 선생님들께서는 제가 굳이 말씀드리지 않았던 콤플렉스를 딱 집어 주시더라고요. 어떤 것은 저 자신도 몰랐던 것들이었는데 말이에요.(웃음) 만약에 성형을 선택한다면 이렇게 얼굴이 바뀔 거라고 3D 사진을 보여주시기도 했는데요. 정말 놀랐어요. 한번은 외국에 있는 친구가 한국에 들어와서 양악수술을 하고 싶어 한다며 상담을 했었는데요. 그 상담이 제일 인상적이었어요. 제가 수술을 어떻게 하실 건지 구체적으로 말해달라고 했더니 “레스토랑에 가서 셰프한테 음식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물으면 안 되는 것처럼 이것도 마찬가지다. 자세히 묻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제 질문들을 싫어하셨어요.

취재를 통해 확인한 현실을 작품에 반영할 때 유의하려고 했던 부분도 있었을 것 같아요. 작가님이 세워둔 규칙이 있었나요? 

제 생각은 대부분의 소설가들과 동일합니다. 작품이 “픽션”으로 분류되면, 실제 삶과 얼마나 유사한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특히나 소설은 불신을 잠재우는 작업이기 때문이죠. 규칙이 있다면, 저는 실제 사건이나 유명한 장소의 이름을 바꾸어 허구로 만들지만 그 사건이나 장소를 아는 사람에게는 인지할 수 있게끔 설정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유명한 호텔이나, 연예인 스캔들 같은 경우 말이에요.



한국의 특별함을 알려야 된다는 사명감

작가님은 한 인터뷰에서 한국을 "모든 사람이 항상 '켜져 있어야 하는 매우 경쟁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칠 수 있지만, 동시에 끝없이 매혹적이고 재미있습니다."라고 하셨죠. 한국 사회의 어떤 점들이 작품에 영감을 주었는지 직접 듣고 싶습니다. 

네, 개인적인 관점일 수 있지만요. 한국에 있을 때는 항상 스위치가 “켜져” 있어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이따금 제가 “한국에서 입는 갑옷”이라고도 부르기도 하는데요. 공개적인 곳은 물론 동네에서조차도 말끔한 옷을 입고, 메이크업을 하고, 단정한 신발을 신는 등 전부 다 신경을 한 번 더 쓰고 나가게 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의 시선을 더 의식하죠. 한국에서 회사를 다니면서 사회생활을 할 때 기억도 나는데요. 새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아주 자세한 질문을 받은 기억이 나요. 제가 만난 사람들만 그런 것일 수 있겠지만요. 직설적인 질문들을 통해 사회적인 맥락에서의 위치를 탐색하는 것 같았어요. 일 년의 대부분을 보내는 브루클린에서는 또 다른 규칙들이 있죠. 예를 들어 이곳에서는 너무 노력하는 모습보다는 조금 쿨한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한국과는 조금 다른 규칙과 우선순위일 뿐이에요.  

작가님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 홍콩 등 여러 사회에서 지낸 경험이 있으시잖아요. 그런 경험들이 작품에는 어떻게 영향을 끼치고 있나요? 

고등학교 때부터 반은 한국, 반은 미국에서 지내다보니 늘 아웃사이더였고요. 항상 저도 모르게 여러 문화를 비교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일까 저는 새로운 문화에 바로 적응하는 편이에요. 영어로는 “code-switching”이라고 해요. 항상 관찰하고, 왜 이런 것들이 다를까, 사람들의 반응이 이렇게 다른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을 하다 보니 작가로서는 많은 것을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국 독자에게는 익숙하지만 영미문학 독자들에게는 아직 낯선 한국의 모습을 작품에 담으면서 기대한 것도 있었겠죠? 

사실 독자들을 염두하고 글을 쓰면 부담감 때문에 글이 잘 써지지 않더라고요. 집필 중에는 제가 던진 질문에 대해 깊게 파고들었는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한국의 이야기를 작품에 담아 더 보여주고 싶다는, 어떤 사명감 같은 것도 있나요?

한국계 소설가와 작가로 활동을 하면서 한국의 특별함을 알려야 된다는 사명감이 커요. <CNN> 문학/여행 섹션 편집장으로 있을 때 <CNN> 쪽에서는 혹시 한국관광공사에서 보낸 스파이냐고 농담을 많이 듣기도 했어요.(웃음) 


이야기되지 않는 사회의 한 부분

작품의 영상화가 진행중이죠. 드라마에 작가님도 참여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소설의 영상화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저는 한국의 다양한 배경 - 화려한 강남과 수백 년 된 고택 등을 자랑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기대돼요. 개인적으로 글을 쓰면서 배경을 글로 설명하는 것이 가장 어색했는데요. 영상으로 풀어낼 수 있어 참 신난답니다. 

요즘 가장 작가님을 사로잡는 문제, 깊이 생각하고 있는 이슈는 무엇이에요?

한옥에 대한 관심이 깊어요.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한옥을 보러 가거든요. 올해도 서울과 여러 지방의 한옥을 구경하고 왔는데요. 나무로 지어진 한옥이 언젠가는 수명이 다하리라 생각하면 아찔할 때도 있어요. 흔히 외국에 살면 애국자가 된다고 하죠. 저는 우리나라 한옥을 널리 알리고 싶고요. 전통한옥들을 보존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새로운 한옥, 현대적인 ‘모던’ 한옥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언젠가 꼭 써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저희 할아버지 이야기, 그리고 증조할머니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요. 친척들을 만나면 많은 것을 물어보곤 하죠. 참 특별하신 분들이었는데요.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심장이 뛰고,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아이들을 키우면서 그림책을 많이 읽게 되는데요. 한국의 그림책들을 읽으면 작가로서 정말 많은 깨달음을 얻게 돼요. 인물, 소재, 줄거리 전개 등 너무나 창의적이면서 애절한 내용이 많더라고요. 한국과 미국을 배경으로 한 그림책을 내년 쯤에 출판하기로 했는데요. 그림책을 계속 쓰고 싶은 마음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독자들이 『If I Had Your Face』를 어떻게 읽길 바라나요? 작품을 통해 특별히 한국 독자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모든 소설가의 마음은 같을 것 같아요. 독자 분들이 제 소설을 읽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길에 관심을 두게 되고, 자신의 고민을 잠시 잊거나 고민을 색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제 책은 영어로 쓰였을 뿐이지, 외국인을 위한 책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소설 속에 유학생이 등장하기도 하는 만큼 유학생이 쓴, 현대 한국의 많은 이야기 중 하나처럼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If I Had Your Face : 프랜시스 차 '너의 얼굴을 갖고 싶어'
If I Had Your Face : 프랜시스 차 '너의 얼굴을 갖고 싶어'
Frances Cha
Penguin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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