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줏대 없고, 잘 울고, 속 얘기 잘 못하고, 숫자 개념 없고, 결정 잘 못하고, 쉽게 흥분하고, 쉽게 행복해지는 여자,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살짝 즉흥적인 좀 문제가 있는 여자! 그러나 매일 매일 멋지게 살고 싶어 애쓰는 여자.” 방송인 김나영이 첫 책을 펴내며 자신의 프로필에 보탠 글이다. 책 제안을 받고 “작가놀이 한 번 해볼까?” 싶었는데, 쓰다 보니 놀이가 아니었음을, 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는 김나영. 초판이 나온 날, 출판사에서 보내준 30권의 책을 두고 차마 부끄러워서 책장을 펼칠 수 없었단다.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몇 시간을 망설이다가, 친한 친구와 함께 책을 열어 보았다. 친구는 “어차피 너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책을 볼 거 아냐? 부끄러워 하지마. 좋아할 거야”라고 말했다. 의외로 숫기 없는 여자, 서른 넷 김나영은 첫 책에서 어떤 이야기를 풀어냈을까.
인터뷰가 있던 날. ‘패션 피플’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주인공이니, 당연히 옷 한 두 벌은 준비했을 줄 알았는데, 김나영은 스타일리스트도 없이 거의 맨 얼굴에 가까운 화장을 하고 스튜디오에 들어섰다. “화보처럼 사진 찍는 거 아니죠? 그냥 편안하게 인터뷰한다고 생각하고 왔는데.” 마치 방송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은 신인 같은 느낌, 김나영의 첫인상이었다. 누군가와 친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조금 많이 필요한 사람, 김나영은 요즘 틈날 때마다 생각한다. “칭찬받는 사람보다는 좋아하는 일들을 오래오래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누군가의 칭찬도 즐겁지만, 스스로를 다독일 줄 아는 사람, 김나영에게 묘한 호기심이 생겼다.
책을 내자는 제의를 받았을 때, ‘내가 책을?’이라고 생각했다. ‘감히 책을?’이라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술렁거렸다. 누군가가 감춰둔 나의 마음을 알아봐준 것 같아서 반가웠나 보다. 똘똘하지는 못해도 띨띨하지는 않다고 속으로는 나를 다독이고 있었던가 보다. 그래, 말은 자신 없지만 책이라면 훨씬 수월하지 않을까. 오글거리는 감정도 감출 수 있고, 흥분하면 높아져 버리는 톤도 들키지 않을 수 있고, 할 말이 생각나지 않을 땐 잠깐 멈추고 흩어진 생각들을 다시 불러 모을 수 있는 시간도 벌 수 있으니… 그래, 책이다! 했다. (『마음에 들어』 p.10~11) | ||
마음을 글로 옮기니, 답이 보였다
처음 생각했던 책 제목이 ‘거지꼴을 못 면해도 좋아’였다고 들었어요.
예전에 박명수 씨가 해줬던 이야기에요. “기획력 있게 잘하지 못하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고. 장난스럽게 한 말인데, 저한테는 좀 꽂히더라고요(웃음). 책에도 썼지만, 꼭 주인공이 아니어도 누군가를 빛내줄 수 있는 사람으로, 그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보다 야심이 없는 사람이거든요.
“야심 없는 성품은 사실 크게 될 가능성이 적고, 실패할 확률도 적다”라는 글귀가 인상적이었는데,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하나요?
그런데, 가끔은 ‘내가 정말 야심이 없는 사람일까?’ 생각해요. 야심이 없었더라면 이렇게 변화를 꿈꾸거나 시도하지도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고 ‘사실은 야심이 있는 사람인가?’ 생각도 하는데, 그냥 물 흐르듯이 방송 일을 한 걸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고요. 성격이 원래 뭐든 금방 잊어버리는 편이거든요. 잠깐 좌절했다가, 금세 훅 털어내 버려요.
지난해 <무한도전> 쓸친소 특집에 출연했잖아요. 남자 출연자와 커플을 정하는 게임에서 유독 쑥스러워하던데. 평소 생각했던 김나영 씨의 이미지와는 달라, 기억에 남았어요. 왠지, 실제 성격과 닮은 모습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더 적극적으로 게임에 참여해야 했는데, 방송인으로서 부족한 모습이었어요. 잘못한 거죠. 그 때, 여러모로 생각이 많았던 시기였거든요. ‘내가 계속 예능을 해야 하는 걸까?’ 고민도 했고. 사람들은 변화된 나의 모습을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 안 됐는데, 나의 마음은 이미 너무 변해있고.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지 못했던 건, 잘못했다고 생각해요. 정말 멋있게, 적극적으로 해야 했는데 후회가 많아요.
책 속에 비쳐진 모습도 그렇고, 수줍음이 많은 성격인 것 같아요. 굉장히 털털하고 솔직할 것 같았는데. ‘여자 노홍철’이라는 타이틀이 정말 맞는 것 같아요. 노홍철 씨의 실제 성격은 굉장히 따뜻한 사람이잖아요. 사기꾼도 아니고(웃음).
맞아요. 비슷해요. 예전에는 숫기가 정말 없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가끔 깜짝깜짝 놀라요. 제가 먼저 다가갈 때도 있더라고요. 평소에 화를 잘 못 내는 성격이에요. 그렇다고 잘 참지도 못하고. 빽 하고 소리를 질러 버리다가도, 동시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매니저 분이 “김나영 씨는 연예인 대접을 받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하던데요.
평소에 연예인이라는 자각이 없어요. 오늘도 화보 촬영이 아니라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왔어요. 자연스러운 게 제일 편하고 좋아요. 아직도 길에서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고 그러면, 되게 부끄러워요. 그런데 기분 좋게,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어요. 며칠 전에 여권을 연장하려고 구청에 갔는데 사람들이 엄청 많더라고요. 줄을 서고 기다리는데, 어떤 분이 오셔서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분이신데, 먼저 하셔야죠”라면서 양보를 해주더라고요. 단순히 양보 때문에 좋았던 게 아니라, 누군가를 ‘즐겁게’한다는 사실이 행복했어요.
책을 보니, 메모하는 습관을 갖고 있더라고요. “모르면 적어야 한다”는 말이 정답이라고요?
진심을 알고 싶은 순간에는 말보다 글이 강한 것 같아요. 말을 하면서 생각이 정리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저는 후자인 것 같아요. 뭔가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을 때, 내 마음을 잘 모를 때 무작정 써봐요. 마음을 글로 옮겨보는 거예요. 생각나는 대로 쓰다 보면 마음이 보여요.
할 이야기도, 들을 이야기도 많은 사람이고 싶다
책을 위한 사진을 하루 날 잡아서 집에서 찍었어요. 메이크업도 거의 안 했어요. 집에서 머리 감고 말리고. 일부러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개인적으로 화장 안 한 제 얼굴을 더 좋아해요. 대신 머리 스타일을 바꾸는 건 좋아해요. 지금 이 단발 머리가 작년 파리에 가기 전에 잘랐으니까 8월쯤일 거예요. 작년 한 해만 해도 반삭, 탈색, 긴 머리 다해봤네요. 올해 단발을 계속 고수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이제 김나영에게 ‘패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어요. 패션 피플로 불러진 이후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일단은 저를 더 사랑하게 된 느낌이 들어요. 아직 모자란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자신감도 생겼고요. 어릴 때부터 패션에 대한 관심은 많았어요. 구체적으로 계획하지는 못했지만. 막연한 꿈이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물 흐르듯 쭉 이어진 것 같아요. 좋은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들이 기획을 해주고. 운이 좋았죠. 박승건 디자이너를 만나게 된 것도 굉장히 행운이고요.
요즘은 언제 가장 행복한가요?
인스타그램 아시죠? 팬 분들이 제 책 사진을 많이 올려주는데, 그런 사진을 보다가 ‘좋아요’를 누를 때가 행복해요(웃음).
책 읽기도 꽤 좋아한다고요.
되게 열심히 읽진 않는데요. 책을 막 사서 모아 놓는 걸 좋아해요. 어떤 책은 끝까지 읽고, 또 중간에 읽다가 그만둔 책도 많아요. 다시 꺼내서 읽어야 하는데, 그러긴 참 어려워요. 서점에 가서 직접 책을 고르는 경우도 있지만, 인터넷서점에서 사는 것도 좋아요. 적립금이 금방 쌓이니까요(웃음). 최근에 재밌게 읽은 책은 친구가 선물해준 『LOVE & FREE』에요. 일본 작가가 쓴 책인데, 마음먹고 집중하지 않아도 잘 읽히더라고요. 얼마 전에 고창 여행을 가면서 읽었던 책이에요.
‘나는 머릿속부터 다이어트 한다’는 챕터도 재밌었어요. 타고나길 마른 체형인 줄 알았더니, 엄청난 노력이 숨겨져 있던데요.
음식을 좋아하고 요리를 즐기는 사람이 쉽게 빠질 수 있는 함정이 ‘군살’이에요. 먹는 걸 줄여보기도 하고 다이어트도 몰래 해봤는데, 결국 제대로 되는 건 없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식욕이 오를 때는 『가공식품의 진실』 『조미료의 진실』 『과자의 유혹』 같은 책을 보면서, 식욕을 떨어뜨리기도 했어요. 여자라면 다이어트는 평생 하는 거니까,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죠.
대학에서는 아동학을 전공했는데, 우연히 기회로 방송 VJ를 하게 됐어요. 만약 방송을 하지 않았다면 어떤 업계에서 일하고 있을까요?
광고 쪽 일을 재밌어 했어요. 대학 때 광고 수업도 많이 들었고요. 기획을 하다든지, 카피를 쓴다든지, 뭔가 창의력으로 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방송 일을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시작한 거라, 4학년이 됐을 때는 취업을 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토익학원을 며칠 다녔는데, 수업을 듣다 보니까 정이 확 떨어지는 거예요. 지금 토익을 준비하는 분들께는 죄송한 일이지만, 강사 분이 마이크를 끼고 강대상을 왔다갔다 하시는데 정말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고, 너무 어색하더라고요. 토익 수업을 듣고는 ‘아 나는 취직을 할 수 없는 사람이구나’ 깨달았어요. 그렇게 방송 일을 계속 하게 된 거에요. 지금도 토익은 못 하겠어요.
해외 패션위크나 촬영을 가게 되면, 기본적인 회화는 필수일 텐데. 요즘 영어 공부도 하고 있다고요.
영어는 무조건 많이 써보는 게 최고인 것 같아요. 공부를 하긴 하는데 꾸준히 잘 못해서, 해외를 가기 전에는 집중해서 문장을 통째로 외워 버려요. 그러면 어떤 상황에서는 정말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되어 버려요. 문제는 그때 대화가 너무 잘 통했던 사람을 한국에서 다시 만나면, 벙어리가 된다는 사실(웃음). 그래서 꾸준히 하는 게 필요해요. 일부러 집을 청소해주시는 아주머니도 필리핀 분으로 구했어요. 정말 간단한 영어라도 흐름을 놓지 않으려고요.
좋아하는 스타일도 궁금해요. 톰보이 이미지인데, 좋아하는 옷들을 보면 은근히 여성스러운 취향이 느껴지기도 해요.
늘 어딘가에 여성스러움이 숨어 있는 스타일을 좋아해요. 클래식 라인도 좋고요. 패션 스타일을 하나로 정해놓지 않아요. 언제나 열려있고, 과감하게 시도하는 게 좋아요. 다만, 작더라도 여성스러움이 한 요소 정도는 있었으면 해요.
음악하는 남자한테 호감을 많이 느낀다고요. 이성을 떠나 관심을 갖게 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나요?
잘 웃는 사람이 너무 좋아요. 목소리나 발음이 좋은 사람한테 호감을 느껴요. 또 향이 좋은 사람, 예쁘게 밥 먹는 사람이요(웃음). 되게 맛있게 먹는데, 입에 음식을 묻히지 않고 깨끗하게 먹는 사람을 보면 좋아 보여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사람마다 다른 것 같아요. 그게 이상하게 보이는 사람도 있고, 유독 예뻐 보이는 사람도 있고. 예상치 못했는데 목소리가 정말 좋은 사람을 봤을 때도 관심이 가요.
배우 윤여정 씨를 롤모델로 꼽았는데요.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라는 게 있을까요?
나이가 들어도 날씬한 사람이이었으면 해요. 어떤 옷을 입더라도 자유롭게 소화할 수 있는 몸을 갖고 싶어요. 그러려면 정말 부단히 노력해야 할 거예요. 또 바라는 게 있다면, 들려줄 게 많은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또 나한테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할 이야기도, 들을 이야기도 많은 사람. 그런 사람이면 좋을 것 같아요.
올해에도 각국에서 패션위크가 열릴 텐데, 참여할 계획인가요?
이번에는 안 가려고요.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내가 두 시즌을 갔는데 또 가는 것이 맞는가’에 대해 약간 의문이 들어요. 그래서 잠깐 쉬었다 가려고요.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겉보기에는 무척 화려하지만, 대중의 인기, 관심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불안한 직업이기도 하잖아요. 대중들이 원하는 방송인 김나영과 내가 원하는 모습이 충돌할 때는 어떤 생각을 하나요?
음, 때때로 힘들긴 해요. 방송인 김나영에 대한 편견을 벗기 위해서 새로운 변화를 꿈꾸고, 패션에 관심을 두었는데, 어떤 분들은 “너무 그 쪽으로 간 게 아니냐”고 말하기도 해요. 편견을 깨기 위한 도전이었는데, 저는 또 다른 숙제를 안게 된 거죠. 하지만 그렇다고 방송 일을 그만둘 것도 아니고, 계속 함께 가야 할 사람이니까요. 숙제를 풀어야죠. 대중들이 원하는 모습에 맞춰 가는 것도 맞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원하는 제 모습이 내 안의 진짜 모습과 상충될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내 모습이 아닌 것도 아니니까요. 그래서 우울해지면? 거기에서 즐거움을 찾아야죠. 일과 내 일상이 철저하게 분리가 되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나영에게 특별한 관심은 없었지만, 어쩌다 보니 우연한 계기로 『마음에 들어』를 읽게 된 독자가 있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어요?
(웃음). 그냥 인연인 거니까요. 예쁘게 읽어줬으면 좋겠어요. 마음에 들면 더더욱 좋겠고요.
영혼에 찰랑찰랑 윤기를 주고 싶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책이다. 교양 있고 우아하게 나이 들고 싶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도 책이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데 갈 수 없는 나를 달래주는 방법도 책이다. 지금은 옷 방이 넘쳐나서 침실 책장 앞이 길쭉한 행어로 가로막혀 있지만 나는 책을 썩 귀하게 여기는 편이다. 책 사는 걸 좋아한다. 보고 싶어서 사기도 하지만 갖고 싶어서 사기도 한다. 그 차이는 구입한 책을 다 읽느냐 마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은데 그래도 추천하는 책을 보고 대충 사지 않고, 나 혼자서 열심히 읽고 싶은 책을 찾아서 사는 편이다. 단숨에 읽은 책은 신경숙의 『리진』, 사놓고 뿌듯했던 책은 안철수의 『생각』, 두고두고 읽고 싶은 책은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 (『마음에 들어』 p.3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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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에 들어김나영 저 | 포북(forbook)
이 책은 … 입고, 바르고, 사랑하고, 더 매혹적으로 성장하는 법을 찾아가는 진짜 ‘여자 공부’ 책이다. 또한 방송인 김나영 안에 숨어 있는 인간 김나영의 인생과 여자 되기, 그리고 연애에 대한 솔직한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의 전부를 다 쏟아 부어 터득 중인 김나영의 ‘여자 공부’를 만나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하더라도 한 번쯤은 도전해보고 싶은 매혹적인 여자 이야기가 쉴 새 없이, 거침없이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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