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미지의 세계를 그린 『호텔 파라다이스』, 인간과 인간이 먹는 것 사이의 관계를 묻는 『레스토랑 Sal』, 인간과 비인류의 연대를 다룬 『콤비』 등 이채롭고 환상적인 세계를 구축해온 소윤경 작가가 이번에 주목한 것은 가족의 이면이다. 전래동화 ‘장화 홍련’을 모티프로 해 꼬박 2년에 걸쳐 작업한 『수연』은 아빠와 엄마, 아이들로 구성된 언뜻 완벽해 ‘보이는’ 가족 사진 속에 존재하고 있는 저마다의 고민과 가족 간 갈등을 담는다. 글 없이 그림으로만 진행되는 단단한 구성, 종이에 연필로만 작업한 섬세하고 날카로운 그림, 『수연』은 소윤경 작가의 예술 세계를 한층 깊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한편 소윤경 작가는 『수연』을 작업하는 내내 힘들었다고 고백gks다. 남달랐던 작업의 무게감은 가라앉아 있던 작가 자신의 가족에 대한 앙금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기도, 여성에게 억압적인 사회와 가족의 구조를 고민하게 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책을 출간하면 한 달은 기쁘다고들 하던데 『수연』은 그렇지가 않았어요. 이 이야기가 더 이상 내 안에 머물지 않았으면 싶더라고요. 이 아이들이 얼른 세상 속으로 훨훨 날아가서 저를 떠나 사람들 생각 속에서 살아가면 좋겠어요.”
완벽한 가족 사진
『수연』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여쭤보려고 해요. “깊은 자연을 관찰하는 시간이 쌓여서” 탄생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처음에는 표지에 실린 그림을 그리면서 시작됐어요. 제가 ‘바캉스 프로젝트’라고, 전래동화를 그림책으로 만드는 독립 출판 그룹에 속해 있는데요. ‘장화 홍련’을 테마로 잡고 그림을 한 장 그렸거든요. 그런 다음에 이야기가 끌려 나오게 됐어요. 마침 제가 사는 양평집 주변에 수련이 엄청나게 피는 커다란 연못이 있어요. 그 연못 주변 산책을 매일 나가면서 꽃이 피고 지는 것을 한 10년 넘게 계속 바라보고 있었고요. 거기에 제가 고민하던 가족에 대한 생각까지 연결된 것이 아닐까 싶어요.
세 가지 요소가 같이 온 건데요. 그 중, 가족에 대한 고민이 담기게 된 특별한 이유도 있을까요?
저는 굉장히 보수적인 집에서 자랐어요. 가부장적인 구조 안에서 괴로움을 많이 겪었던 것 같아요. 사실 그동안 전래동화를 그림책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면서 기존의 이야기들이 싫다는 생각이 많았어요. 전래동화는 너무나 보수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잖아요. 유교적인 가치, 권선징악 같은 것인데요. 가부장제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여성의 고통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장화 홍련’ 이야기를 현재로 가져오면서 재혼 가정이라는 설정을 한 거죠. 과연 ‘계모’라는 불리던 사람들이 정말 그렇게 못되고, 추한 사람들이었을까 묻고 싶었어요. 그들 또한 이 가부장 사회의 희생양이 아니었을까, 하고요. 또 장화나 홍련 같은 아이들이 착하기만 한 아이들이 아닐 수도 있죠. 새엄마를 내심 인정하지 않고, 독하게 행동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 다양한 추론을 전래동화를 가지고 많이 했고요. 여전히 재혼을 통해서 새로운 가족이 된 사람들에 대한 오해나 편견이 존재하지 않을까 싶어서 이 이야기를 생각했어요.
작가님의 이전 작품들도 떠올려보면, 작가님은 비어 있던 공간들을 건드리면서 독자들에게 화두를 던지는 작업을 이어오셨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맞아요, 『수연』에 가족들이 피크닉을 가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런 장면을 보면 가족이 과연 행복할까, 하는 생각을 늘 하게 되더라고요. 사람들은 그와 같은 완벽한 가족 사진을 원하지만 우리의 행복의 조건이라는 것이 꼭 엄마, 아빠가 온전하게 있고 자녀들이 그 밑에서 행복하게 사는 그림은 아니지 않을까 해요. 그런 장면 속에서 서로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생각해보고 싶은 거죠. 저도 그런 가족 사진 속에서 살았지만 많은 상처를 가지고 있거든요.
『수연』은 특히 글 없이 그림으로만 이야기를 풀어가요. 그것이 엄청난 몰입감을 주더라고요. 그림을 더욱 깊이 보게 하고, 더 적극적으로 해석을 하게 했어요. 능동적인 그림책 읽기라고 할까요. 여기에 작가님의 의도가 느껴지기도 했고요.
그동안 늘 글 없는 그림책을 만들고 싶었어요.(웃음) 그런데 지금의 출판 환경에서는 어려운 게 사실이에요. 글 없는 그림책을 불친절하다고 생각하시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억지로 글을 붙여서 책을 내는 경우가 저 말고도 많이 있는데요. 무엇보다 『수연』은 한 가지 코드로만 읽히지 않았으면 했어요. 우선 분위기가 어둡고 무섭잖아요. 공포 그림책은 우리나라에 흔치 않은 장르이기도 하니까 무서운 이야기로 읽으셔도 되고요. 한편으로는 출판사 서평에서 보셨듯이 ‘가족’이라는 키워드에 맞춰서 전개를 따라가면서 읽으셔도 돼요. 또 ‘수연’이라는 것이 불교에서는 인연을 따라간다는 뜻이기도 하거든요. 표지 그림을 보시면 두 사람의 머리카락이 이어져 있죠. 하나의 인물일 수 있다는 암시를 주고 있는데요. 그렇게 그린 이유도 떠올리면서 읽어주시면 좋겠어요. 다만 해석에 너무 구체적인 지침을 주고 싶지는 않아요.
그림 방식에 대해서는 어떤 마음이셨을까요? 연필 소묘로 그린 그림들이 섬세하면서도 묘하게 날카로움을 느끼게도 하거든요.
그림책 작업을 할 때마다 컴퓨터로 작업해야 하나, 수작업을 계속해도 될까, 갈등해요. 수작업은 너무나 지난한 작업이고, 인쇄에도 좋지 않거든요. 컴퓨터 작업이 출판사 입장에서도 비교적 수월하죠. 수작업은 비용이 많이 들어요. 원화를 스캔 받은 뒤 인쇄해야 하고요. 그래서 점점 수작업을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가 되어 가고 있어요. 그럼에도 굳이 수작업을 하는 이유는 원화를 남기고 싶은 욕심 때문이에요. 화가라서 그 욕심을 떨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리면서도 인쇄를 하고 나면 그린 그림의 60-70%도 담기지 못할 거라는 걸 알아요. 그것에 늘 절망을 하면서(웃음) 작업을 하죠. 『수연』은 가장 단순한 재료인 종이와 연필만 썼는데요. 다른 화려한 기법은 전혀 없이, 빨간색과 노란색 외에는 아무 재료도 쓰지 않고 한 권을 밀도 있게 완성해내고 싶다는 기초적인 욕구가 있었고요. 온갖 컴퓨터 기능과 다양한 재료들이 많음에도 오직 종이와 연필만 사용해서 한 세계를 보여주고 싶은 화가로서의 원초적인 욕구로 작업을 했어요.
가장 두려운, 인간
『수연』은 한 장면, 한 장면이 쉽게 넘길 수 없는 작품인데요. 작가님께서 특히 공들였던 장면이나 가장 고민을 많이 하며 그린 장면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물 속에 나오는 괴물 얼굴 장면은 저도 포기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작업했어요. 아마도 이 그림을 출간해 줄 수 있는 출판사가 없을 것 같더라고요. 출판을 해도 그 부분은 삭제하라고 분명히 얘기할 것이다, 이건 빼야 할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면서 작업했죠. 또 엄마가 자녀의 가위로 머리를 자르게 해서 아빠와 엄마가 실랑이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 장면도 너무 잔혹하다고 출판사에서 처음에는 빼면 어떻겠느냐고 했어요. 그런데 제가 다 들어가야 하는 장면이라고 설득해서 모든 장면을 다 넣을 수 있었죠. 그래서 출판사에 무척 감사해요. 아마도 이 그림책이 포함된 ‘웅진 당신의 그림책 시리즈’가 작가주의를 지지하는 파트이기 때문에 최대한 잘 해주신 것 같아요. 안 그랬으면 지금과는 다르게 나왔을 거예요.
말씀을 들으니까 그 장면이 이 작품에서 얼마나 의미가 있는 장면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네요. 그 장면이 있어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 장면이라고 하는 말씀처럼도 들리고요.
인간 내면에 가장 어둡고 두려운 것,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거울을 통해서 계속 나오거든요. 저는 그것을 인물들이 자기 마음속의 어두운 내면을 들여다보는 느낌으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마지막 장면이 다시 거울 속에 누군가를 끄집어 내면서 끝나게 되는데요. 그런 의미가 담긴 장면들이라 빼면 안 됐어요.
작가님은 “가장 이해할 수 없고 두려운 것이 인간”이라고 하시죠. 인물들의 어두운 내면에 대한 이야기가 『수연』에도 포함되어 있다면, 이러한 생각이 작가님으로 하여금 작품을 지속해 나가게 하는 동력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져요. 인간의 잔혹성 있잖아요. 권력이나 욕망에 의해 약자들을 희생시키는 그 마음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아요. 세월호 사건으로도 충격을 많이 받았는데요. 지금도 세계 곳곳에 일어나고 있는 전쟁을 보면 어떻게 다음 세대까지 죽여가면서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하려고 할까, 나는 과연 인간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런 두려움이 크게 생기는 것 같아요. 그것은 또한 내 안에도 그런 유전자가 있을까, 어쩌면 똑같을지도 모른다, 라는 두려움이기도 한데요. 내가 싫어하고 증오했던 괴물 같은 잔혹함과 이기심이 내 안에도 있지 않을까, 인간은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하면 인간이 두렵고 내가 두렵죠. 그런 게 작품에 아마 담길 거예요. 사실 『수연』은 작업을 하는 내내 너무 힘들었어요. 이전 작품들은 늘 나를 동물에 빗대는, 어떤 타자와의 관계였는데 이것은 가족을 투영해야 했으니까요. 나이를 먹으면서 내 안에 가라앉았었던 가족 내에서의 관계 앙금들이 떠올라서 힘들더라고요.
작가님은 또 그림책을 보는 독자들에게 미술관에 가지 않아도 예술 작품을 본 것 같은 체험을 그림책으로 주고 싶다고 말씀하시죠. 어떤 마음으로 그림책 작업을 하시는지, 그림책을 보는 독자 분들에게 건네고 싶은 당부는 무엇인지도 궁금해요.
그림책을 스토리 위주로, 또는 교육적 관점에서 많이 보고요. 그렇다 보니 그림책의 독자는 어린이라고 한정하게 되죠. 이런 상황에서 그림책의 시각성에 대해 평론해주시는 분들도 거의 없고요. 대부분은 문학 평론을 많이 하시다 보니까 시각성에 대해서 소통할 수 있는 채널도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사실 그림책이 어린 시절 가장 먼저 접하는 책이라고 생각하면 그림책이야말로 시각 예술을 접하는 첫 번째 통로잖아요. 어려서부터 높은 수준의 예술 세계를 보고 성장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더구나 한국 사회에서는 미술관 문턱을 높게 생각하는데요. 어린 시절부터 책만 펼치면 그 안에 있는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저는 그런 것을 위해서 그림책을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시각 예술의 세계는 엄청나게 풍부하기 때문에 저는 그 중에서도 다소 어둡지만 제가 잘할 수 있는 부분들을 표현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림책 독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계신 거군요. 그림책은 꼭 어린이만 읽어야 된다는 식의 선입견이 여전히 존재하니까요.
요즘은 조금 나아졌어요. 그림책 작가들이 강연도 많이 다니면서 그림책을 이제 초등학생까지는 보는 거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중학생이 되면 아예 안 보죠. 어른이 되면 아예 책과 거리가 멀어지고요. 저도 제 책이‘유아’ 코너에 꽂혀 있을 때마다 난감해요.(웃음) 사실 유아 카테고리를 넘어서면 판매가 거의 되지 않기 때문에 출판사들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는 거죠. 그나마 ‘100세 그림책’이라는 카테고리가 있어서 요즘은 성인들도 그림책을 많이 보시게 됐잖아요. 해외 그림책에 대해서는 조금 더 열려 있는 것 같고요. 다만 아직 국내 창작 그림책들에 대해서는 교육적인 생각으로 보고 계시는 것 같아요. 이건 독자층이 확산되지 않으면 방법이 별로 없어요. 그림책은 교육성과 예술성 사이에 존재하는 것인데요. 그냥 교육성에만 가깝게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같이 예술성을 추구하는 작가들은 많이 곤란하죠.(웃음) 물론 제 책들을 어린이들이 봐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2018년 《채널예스》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도 “그림책의 독자층이 다양해져야만 저같이 낯선 작품을 만드는 작가들도 계속 작업을 이어갈 수 있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장르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었죠.
저는 사실 풍전등화 같은 존재가 아닐까 가끔 생각해요. 그림책이라는 커다란 장르의 가장 외곽에 있는 사람이니까요. 중심이 줄어들게 되면 제일 먼저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곤 해요. 그만큼 독자층들이 다양해지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계속 작업하기가 어렵죠. 이번 『수연』도 출간 자체가 쉽지 않았어요. 지켜줄 수 있는 게 없는 세계거든요. 국가 지원도 없고, 오로지 출판사의 상업성에만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그래요. 저도 일찌감치 출판사와 콘티 단계에서 출간 계획을 잡고 작업을 한 적도 있는데요. 아무래도 출판사의 입김이나 편집자의 의견에 의해서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자꾸 흘러가게 되더라고요.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흘러간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그런 일을 몇 번 겪은 다음부터는 저만의 색깔을 유지하기 위해서 위험을 감수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되도록이면 완성된 것을 그대로 내줄 수 있는 출판사를 찾자고요. 하지만 이 방식이 작가에게는 막막함 그 자체죠.
나의 창작 동력은
작가님은 화가, 일러스트로도 활동하시잖아요. 방금 말씀하신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림책 작업을 계속해 나가는 마음은 어떤 것인가요?
저도 가끔 제가 왜 굳이 그림책 세계에 와서 이런 일들에 자꾸 부딪혀야 하나, 많이 고민해요.(웃음) 순수 회화를 하거나 일러스트레이터로만 작업을 하면 될 것을, 하고요. 그래도 그림책 작가님 대부분이 그렇듯 저 또한 그림책 작가가 되길 잘했다고 늘 생각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그림책이 갖는 보편성과 대중성 때문에 그래요. 어찌 됐건 누군가에게는 전달이 된다는 것이죠. 제가 아무리 낯선 그림책을 만들어도 알아보시는 분들은 또 굉장히 좋아해 주시거든요. 그것이야말로 지치다가도 다시 작업을 하게 하는 동력이에요. 물론 큰 인기는 얻을 수는 없더라도 제가 표출하려고 하는 세계가 꾸준히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요. 누군가가 분명히 제가 얘기하고 싶어 하는 것들을 감지해서 저에게 신호를 보내주면 그래도 정말 잘했구나, 생각하죠.
미지의 세계를 그린 『호텔 파라다이스』, 인간과 인간이 먹는 것 사이의 관계에 주목한 『레스토랑 sal』, 인간과 비인류의 연대와 공존을 다룬 『콤비』, 그리고 가족의 이면을 보여주는 『수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뤄오셨는데요. 작가님이 자꾸만 돌아가게 되는 어떤 궁극적인 질문 같은 것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존재감 약한 사람으로 살기를 늘 교육받아온 존재예요. 딸이고, 둘째고요. 어디서도 조용하고 예쁜 존재로 있어야 사랑받는다는 교육을 받았죠. 그런데 그렇지 않은 본질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 나는 그냥 하나의 인간인데 자꾸만 그런 틀로 나를 봐야 했어요. 그런 마음에서 또 다른 생명들을 보고 있으면 걔네들도 인간이라는, 먹이사슬의 위에 있는 존재가 강압하고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고요. 그래서 자꾸 고민하게 되는 건 생명의 경중이라는 문제 같아요. 실업자, 노숙자나 권력자의 생명에 경중이 있을까, 또 아주 작은 애벌레의 생명에는 경중이 있을까, 늘 생각하게 돼요. 누군가는 추앙 받는 존재가 되고, 누군가는 파리처럼 죽일 수 있는 가벼운 존재가 되는데 도대체 그걸 누가 정하나, 자꾸만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나조차도 동물보다는 낫다고 자꾸만 착각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다른 존재, 다른 생명체에 대한 관심이 자꾸만 작품으로 들어오는 거군요.
그런 질문이기도 하고요. 나도 어쩌면 그냥 하루살이가 아닐까, 나 자신을 확장시키고 팽창시키는 것도 인간의 착각이 아닐까, 그런 생각에서 자꾸 이야기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 때문에 삶이 비루하고, 슬프고, 처참하게 느껴질 때가 많죠. 그렇지만 그래도 책을 한 권 만들어내면 마음이 좀 낫고요. 그래도 나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것이 계속 창작하게 하는 동력이 되기도 해요.
『수연』을 누군가에게 선물할 수 있다면, 어떤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으세요?
청소년기가 되면 부모님과 갈등이 굉장히 많이 생기죠. 자아는 커지는데 부모님들은 여전히 강압적이거나 참견을 하고요. 집을 뛰쳐나가고 싶은 욕구가 들었던 게 저도 한두 번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런 답답함을 느끼는 청소년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저희 세대도 마찬가지지만 재혼 가정도 많잖아요. 그런 다양한 가족의 상황 속에 있는 분들이 보시면 좋겠죠. 또 저처럼 이미 가정을 나와서 독립해서 살아가는 성인들에게도 누구나 가족에 대한 앙금이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런 분들에게 ‘그래도 가족은 행복해야 한다’가 아니라 ‘그냥 그것이 가족이다’ 라고 말하고 싶어요.
*소윤경 (글·그림)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파리국립8대학에서 조형 예술을 전공하고, 회화 작가로 여러 차례의 개인전과 전시에 참가했다. 그림책 『내가 기르던 떡붕이』, 『레스토랑 sal』, 『콤비 combi』, 『호텔 파라다이스』를 쓰고 그렸고, 동화 「다락방 명탐정」 시리즈, 『캡슐 마녀의 수리수리 약국』, 『거짓말 학교』, 『컬러 보이』, 『김원전』, 『무대는 언제나 두근두근』, 『레스토랑 Sal』, 『요괴 소년』, 『아기도깨비와 오토제국』, 『일기 감추는 날』, 『벌거벗은 임금님』, 『내가 형이랑 닮았다고?』, 『각시각시 풀각시』, 『건방진 도도군』, 『소심쟁이 김건우』, 『아기도깨비와 오토 제국』, 『거짓말 학교』 등이 있습니다. |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