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 편의 짧은 소설이 있다. 제목은 「하늘 저편」. 작품의 주인공 ‘에미’는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마을에서 빵집을 하는 부모님과 함께 사는 중학생이다. 산 너머의 세상을 상상하며, 친구의 권유로 소설을 쓰기도 하며 지내던 에미는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유명 작가의 문하생이 될 기회를 얻는다. 부모님과 약혼자의 만류, 의심스러운 정보, 그러나 가보고 싶은 미래 가운데 에미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미나토 가나에의 장편 소설 『이야기의 끝』은 「하늘 저편」이라는 작자 미상의 짧은 소설을 아주 우연한 기회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들 중 누군가는 아프고, 누군가는 이별했다. 또 누군가는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고, 누군가는 과거를 곱씹는다. 작가는 저마다의 고민을 품고 선택의 기로에 있는 사람들이 「하늘 저편」의 결말을 어떻게 자기만의 것으로 쓰게 되는지 보여주면서 ‘스스로 결정할 자유’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을 이야기했다.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습니다.
각자의 이야기의 결말
소설 속에 등장하는 「하늘 저편」이라는 짧은 단편이 마치 크게 원을 그려 인물들을 느슨하게 연결하는 것 같아요. 이러한 설정마저도 작품의 색깔과 절묘하게 어울리고요. 이번 작품을 구상할 때 작가님께서 상상하신 이야기는 어떤 것이었나요?
'이야기의 결말은 읽는 사람의 수만큼 있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담아 썼습니다.
특별히 이러한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하신 이유가 있었나요?
여행이나 등산할 때, 다 읽은 책을 모르는 사람에게 받거나 준 적이 있습니다. 그런 책(이야기)을 여행 이야기로 쓰면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2019년 『여자들의 등산일기』 출간 당시 <채널예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존의 작품이 등장인물을 옥죄는 부분이 있었다면 이번 작품은 인물들을 해방시키고, 풀어주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덕분에 저 역시 쓰면서 해방감을 많이 느꼈죠. 편안한 기분으로 썼어요.”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았는데요. 이번 작품 역시 비슷한 마음이셨을 것 같습니다. 집필하는 동안 어떤 기분으로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일이 바쁘기도 했고요. 한동안 여행 가는 것도 어려웠던 때였죠. 그런 이유로 이 작품을 쓸 때에는 제가 등장인물들과 같이 홋카이도를 여행하고 있는 듯한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홋카이도 지역을 배경으로 한 점도 눈길을 끕니다. 후라노의 라벤더 꽃밭, 아사히카와의 해바라기 꽃밭, 마슈코 호수, 고시미즈 원생 화원 등 아름다운 관광지를 그리는 부분은 긴 코로나19 시대에 지친, 여행을 그리워하는 독자에게도 많은 자극이 될 것 같더라고요. 소개하시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까요?
대학생 시절 홋카이도로 자전거를 타고 나홀로 여행을 떠난 적이 있습니다. 작품의 무대가 된 것은 전부 제가 갔을 때 좋았다고 생각했던 장소예요. 그런 장소를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마음으로 썼습니다.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 대자연의 존재라는 것이 인물들에게 말을 거는, 인물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을 가진 듯하다는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가령 ‘모에’는 마을을 둘러싼 산을 일종의 ‘요새’라고 생각하죠. 작가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자연과 공간이 인간에게 얼마나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세요?
자연이 나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될 때가 있습니다. 저는 섬에서 자랐기 때문에 바다를 요새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 저에게 자연이란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존재입니다. 자연은 어떠한 감정도 받아들여 주는 관용적인 존재라고 생각해요.
소설의 힘
여기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일종의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인물들을 독자 앞에 데리고 와 건네고 싶었던 질문은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해요.
누구나 인생의 갈림길에 설 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기도 해요. 그럴 때 ‘이렇게 되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선택의 시뮬레이션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만 대개는 나에게 찾아오는 선택의 순간을 알아차리지 못할 때도 많은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매 순간이 선택이기도 하고요. 작가님은 중요한 선택의 순간을 어떻게 알아차리고, 어떤 기준으로 선택을 내리세요?
‘이때다!’라는 직감을 따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실패했다면 되돌리면 되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다지 망설일 것도 없다고 생각해요.
작품 속에서 각 인물들은 「하늘 저편」에 저마다의 결말을 짓죠.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인데요. 특히 작가님 마음에 들었던 결말이 있을까요? 혹은 어떤 결말을 주어야 할지 고민했던 인물도 있었나요?
그들이 한 선택이 모두 마음에 듭니다. 제가 정한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이 스스로 결정한 것처럼 느낄 정도였어요. 그만큼 크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그 밖에 다양한 상황에 놓인 인물들 가운데 가장 마음이 가는, 지금까지도 생각이 나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모두 한 발자국 나아가 끝났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는 걱정되는 인물은 없습니다. 다만 저의 다크한 작품 속 인물들의 앞날이 걱정입니다.(웃음) 예를 들어 『고백』의 모리구치 선생님처럼 말이에요.
이번 작품은 이야기의 힘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해요.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 하나가 사람들의 삶의 방향을 조금 바꿔 놓잖아요. 이야기는 어째서 그토록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걸까요?
여행자들의 손에 전해진 이야기는 그들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것이 소설의 힘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다양한 상황에 놓인 인물들 가운데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물들(「와인딩 로드」, 「꽃피는 언덕」 등)에게는 특별히 마음이 가고 말더라고요. 이른바 '애매한 재능'을 가진 보통의 사람들에게 작가님께서 들려주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가요?
누구의 주변이든 행복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발견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따라서 행복을 깨닫는 풍요로운 마음을 스스로 길러주셨으면 해요. 책은 그럴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겁니다.
원작의 결말은 모른다. 그러나 내가 이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든다면 이런 결말로 하자.
휴대전화를 꺼내 하늘을 향해 뻗은 독일 전나무를 찍는다. 문자에 사진을 첨부하고 메시지를 친다.
「나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될 거야!」
송신 버튼을 누른 다음 다케오의 번호를 삭제했다. _172-173쪽, 「와인딩 로드」
「하늘 저편」과 「여로의 끝」에는 특별히 소설가를 꿈꾸는 인물들이 등장하잖아요. 지금,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 하는 10대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세요?
어찌됐든 끝까지 써봅시다.
작가님의 미스터리를 기다리는 팬들도 많을 텐데요! 어떤 이야기로, 언제쯤 만나게 될까요?
이제껏 없었던 가장 다크한 스토리가 머지않아 곧 찾아옵니다.
*미나토 가나에 1973년 히로시마 현에서 태어나, 학교 도서관에 틀어박혀 에도가와 란포와 아카가와 지로의 소설을 읽는 ‘공상 좋아하는 아이’로 자랐다. 대학을 졸업하고 의류 회사에서 일했지만, 일 년 반 만에 퇴사하고 '통가'로 떠났다. 그곳에서 청년 해외 협력대 대원으로 봉사 활동을 하고, 귀국 후에는 효고현의 고등학교에서 근무했다. 결혼하고는 무언가 형태가 남는 일에 도전하고자 글쓰기라는 새로운 영역의 문을 두드렸다. 낮에는 주부로, 밤에는 방송 대본부터 소설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는 전방위적인 집필 활동에 들어간 결과, 2005년 제2회 BS-i 신인 각본상 가작 수상을 시작으로, 2007년 제35회 창작라디오드라마대상을 수상하는 등 방송계에서 먼저 주목받으며 스토리텔러로서 역량을 드러냈다. 같은 해 단편 『성직자』를 발표, 제29회 소설추리신인상을 수상하며 정식으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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