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앵커 생활 덕분일까. 백지연은 말을 할 때 좀처럼 간투사를 쓰지 않는다. 적확한 단어 선택은 물론, 불필요한 감탄사나 짧은 침묵도 없다. 정답만 말할 것 같은 인상, 이성과 논리로만 이야기를 끌어갈 것 같지만, 『나 너』를 읽은 후 백지연을 대하면 편견이 깨질지 모른다. 『나 너』는 백지연의 글과 사진작가 Kenny I.K의 사진이 담긴 책이다. 그간 『크리티컬 매스』, 『뜨거운 침묵』, 『무엇이 되기 위해 살지 마라』등을 펴내며 저자로서도 사랑 받아온 백지연은 새로운 감성으로 독자의 마음을 두드린다.
백지연이 포토 에세이를 선택한 건, 짧은 글의 위력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장문의 글을 읽어도 언제나 기억에 남는 건 한두 줄의 글귀. 몇 백 쪽의 책을 읽어도 밑줄을 친 문장이 없다면, 그 책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 백지연은 “『나 너』는 독자들에게 미리 언더라인을 그려준 책”이라고 말했다. 한여름이 찾아오는 6월의 한 낮에 이태원에서 백지연을 만났다. 방송을 쉬고 있는 까닭에 늦잠을 즐긴다는 요즘, 매우 편안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명확하고 간결한 말투는 여전했지만 공기는 유독 따뜻하게 느껴졌다.
세상은 따뜻하기보다 차가울 때가 있고 우리 삶은 넉넉하기보다 팍팍할 때도 있지만 내가 서 있는 세상이 어떤 모습이든, 나의 상황이 어떻든 결국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는 내 안에, 그리고 ‘나’와 ‘너’ 사이에 놓여 있습니다. 살면서 겪는 ‘문제’로 총칭되는 모든 것들은 결국엔 나, 그리고 ‘나’와 ‘너’ 사이에 놓인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이죠. 이 책은 나를 들여다보고 나와 너를 이해해보기 위한 생각을 옮겨놓은 것입니다. 나와 너를 위해. (『나 너』 8~9쪽)
관계에 대한 사색이 책을 쓰게 만든다
포토 에세이 『나 너』는 전작 『크리티컬 매스』, 『뜨거운 침묵』과는 자못 다른 느낌의 책이에요.
간혹 짧은 글을 쓸 때가 있어요. 좋은 글귀가 생각나면 메모를 할 겸, 트위터에 올렸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냥 버리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존에 썼던 글을 조금 다듬은 글도 있고, 새롭게 쓴 글도 넣었어요. 보통 아무리 좋은 책이라고 해도 기억에 남는 내용을 정리해보면 한 두 페이지로 정리될 때가 많잖아요. 많은 분량은 머릿속에서 지워 지죠. 짧은 글의 위력에 대해 생각해봤던 것 같아요. 언젠가는 짧은 글을 모은 책을 쓰고 싶었는데 이번에 기회가 됐죠.
책 속 사진을 찍은 Kenny I.K 작가님과는 어떤 인연인가요? 글과 어울리는 사진은 직접 골랐나요?
오래 전부터 알던 작가에요. 제가 사진을 찍을 능력은 되지 않고, 좋은 사진을 글과 함께 매치했어요. 평소 나무 사진을 좋아하는데, 이번 책에 나무 사진이 유독 많아요. 41쪽 사진, 110쪽 사진도 좋고, 150쪽 두 사람이 바닷속에서 마주 보고 있는 사진도 마음에 들었어요. 강렬한 햇빛 때문에 작은 여백이 생겼는데, 그 안에 글을 넣으니 더 분위기가 있더라고요. 기억에 남는 사진이에요.
제목이 독특해요.『나 너』는 무슨 의미인가요?
나의 이야기, 너의 이야기로 나눠 보았는데, 여기서 나와 너는 단수일 수도, 복수일 수도 있어요. 너는 yourself일 수도 있고요. 나와 또 다른 나, 너와 또 다른 너를 만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살면서 매번 느끼지만 우리는 관계 속에서 가장 힘들어하잖아요. 제목은 ‘나와 너’지만 결국은 우리에 대한 책이에요.
“말이 생방송이라면, 글은 녹화방송”이라고 쓴 글을 읽었어요. 방송인 백지연으로서 말할 때와 글을 쓸 때의 차이점이 있을까요?
저는 말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고 있지만, 책도 많이 쓴 편이에요. “말이 생방송이라면, 글은 녹화방송”이라고 표현한 건, 말이 글보다 어렵다는 뜻은 아니에요. 말의 중요성에 빗댄 말이에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말로 인해 상처를 받고 설화를 겪어요. 말 실수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동시에 나에게도 타격이 커요. 글은 썼다가 지울 수도 있고, 다시 읽어볼 수도 있지만 말은 툭 하고 뱉어버리면 끝이잖아요. 글을 쓸 때 우리가 신중해지는 것처럼, 말할 때도 신중할 필요가 있어요.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할 때, 소위 입만 산 사람이 있고, 자신이 원하는 내용을 상대방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정확하게 전달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후자를 두고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때, 이런 분들은 대개 글도 잘 써요. 그런데 글을 잘 쓰는 사람치고, 말을 잘하는 사람은 드문 것 같아요. 정말 말을 잘하는 사람은 자신이 생각한 걸 즉석에서 잘 정리해서 표현하는 사람인데, 그런 경우에는 글도 잘 쓸 수밖에 없죠. 모두들 말을 잘하고 싶어 하고,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데 쉽지가 않잖아요. 결국, 끊임 없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시간에 대한 글이 유독 많이 보였어요. “긴 호흡으로 살아라”,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갖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가 눈에 띄었어요.
긴 호흡으로 인생을 맞으라는 건, 젊은 친구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이에요.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시간은 나이 곱하기 2의 속도로 간다고 말하잖아요. 10대는 너무 늦게 갔고, 20대는 적당히, 30대는 빠르게, 40대는 휙 지나간다고. 불안해 하는 세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어요. 20대는 시간이 빨리 간다고 여겨지진 않지만, 너무 성급해도 너무 게을러도 안 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인간에게는 기억의 편견이 있어서, 즐거웠던 시간은 짧게 느껴지고 힘들었던 시간은 길게 여겨지잖아요. 긴 호흡으로 인생을 바라보는 게, 삶의 지혜라고 생각해요.
좋은 인연에 대한 글도 인상 깊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새로운 관계를 맺는 일에 머뭇거려질 때가 많은 데요. 변화가 있나요?
인생을 겪으면 겪을수록 관계에 있어서는 진정성만큼 중요한 게 없어요. 오늘 오전에 지인과 통화를 했는데, 40년 친구였던 초등학교 동창에게 실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40년간 알았던 친구의 모습이 다 허상이었다고, 지인이 큰 충격을 받았더라고요. 하소연을 듣고, 제가 이렇게 말해줬어요. “좋은 사람 한 명 만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요. 삶에 있어서 진실은 몇 가지 안 된다는 말이 있잖아요. 옛 성현들의 말을 들어보면 정말 고개를 끄덕일 때가 많아요. 사람 인생에서 정말 좋은 사람 하나 건지기가 쉽지 않아요. 관계가 제일 어렵죠. 좋은 사람, 한 둘만 건져도 굉장히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게 너무나 어렵기 때문에, 그런 관계 속에서 나온 글이에요. 이게 모두 상대가 나쁜 사람이기 때문인가?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거든요. 그 안에 나도 포함되어 있는 거죠. 『뜨거운 침묵』부터 관통하는 주제가 나를 먼저 돌아보고, 서로를 이해하고 나를 찾아가자는 거예요. 나 자신을 분석하지 못하면 타인도 이해할 수 없는 것 같아요.
편견을 버리는 것, 좋은 인터뷰어의 자세
1987년 MBC 공채 아나운서로 데뷔해, 지금까지 방송 펑크를 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들었습니다. 아침 잠이 유독 많은 편이라고 하셨는데, 프로의 근성인가요?
아침 잠도 많고 저녁 잠도 많아요(웃음). 아침에 늦게 일어나도 밤 11시, 12시가 되면 꼭 자요. 특별한 일정이 없을 때는 늦잠을 많이 자는 편이에요. 여름이 되면, 조금 일찍 일어나고요. 해가 떴을 때, 일어나는 그 느낌이 좋아서요. 최근에는 새벽예배를 가기 시작해서 2,3주 정도는 일찍 일어났네요. 하루를 값지게 살 수 있는 시간이에요. 나하고 가장 가까운 시간, 조용한 시간이라 좋아요. 지각을 하지 않은 건, 할 일이 있으면 반드시 하는 성격이라(웃음) 기어코 일어나죠.
지난해까지 방송된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가 큰 사랑을 받았어요. 수백 명의 인터뷰이를 만났는데, 주인공들의 자료를 철저히 공부한 일화 때문에 ‘인터뷰어 백지연’의 능력이 다시 한 번 재평가되는 기회가 되기도 했죠. 프로그램을 하면서, 꼭 지키려고 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50년 넘게 인터뷰어로 활약한 바바라 월터스가 최근에 은퇴를 하셨죠. 비록 은퇴를 했지만, 그 분은 90세가 넘어 인터뷰를 진행했더라도 진화하셨을 거예요. 70세에 인터뷰를 했던 모습과 80세에 인터뷰를 한 모습이 다른 것처럼, 사람은 죽을 때까지 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를 4년 넘게 하면서, 초창기와 후반기의 저는 진화했다고 봐요. 초반에는 제작진이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에 잘 살려보자는 마음이 컸어요. 인터뷰어로서 인터뷰이의 자료를 철저히 공부하는 건, 정말 당연한 기본적인 자세에요. 제가 자료를 철저히 봤다는 것이 회자되는 게, 사실은 우스운 일이에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니까요. 그런데 많이들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에 회자가 된 거죠. 자랑할 일도 못 돼요. 그 자체가 모순이죠.
종종 인터뷰이가 될 때도 많잖아요.
인터뷰어인 동시에 인터뷰이가 될 때도 많죠. 방송 생활을 하면서 아주 황당한 인터뷰어를 자주만났어요. 책을 내고 인터뷰를 하면, 책을 당연히 읽고 오는 게 예의잖아요. 그런데 책을 읽고 오는 사람이 10%가 안 돼요. 이제는 웬만하면 인터뷰어가 후배인데,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는 거죠. 저는 인터뷰어로 오래 일했기 때문에 상대의 입장을 잘 알아요. 인터뷰어가 대충 준비를 해오면, 입을 싹 닫게 돼요. ‘얘도 대충했는데, 나도 대충해야지’ 이렇게 되는 거죠. 저 사람이 얼마나 준비를 했는지는, 5분만 이야기하면 알 수 있어요.
인터뷰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있을 것 같아요.
편견을 갖지 말자는 거예요. 인간은 편견 덩어리에요. 편견이 있으면 상대방을 그대로 비쳐주지 못해요. 인터뷰어는 인터뷰이의 거울이거든요. 이 사람의 거울에 비쳐서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건데, 거울에 얼룩이 끼면 제대로 보여줄 수가 없죠. 때로는 인터뷰이가 주는 것 없이 예쁠 수도, 주는 거 없이 호감이 아닐 수 있어요. 하지만 내가 비호감이라고 비호감으로 인터뷰할 순 없는 일이죠.
편견을 버리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에요. 특히 대중에게 잘 알려진 사람에 대한 편견은 더욱 심하죠. 곧 방송생활 30년을 맞이하게 되는데, 백지연 씨에게도 대중들이 갖고 있는 편견이 많지 않나요?
많죠. 그런데 어느 정도 익숙해졌어요. 또 어느 정도는 그 편견이 사실일 거라고 생각하고요. 완벽하다는 이야기를 싫어하지만, 일할 때는 차갑게 몰두해요. 말투도 그렇고. 제가 들어도 ‘정말 내 말투는 차갑다’ 싶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의 제 모습과 일상생활에서의 제 모습은 달라요. 그렇다면 어느 한 가지는 가식이냐? 아니죠. 모두 제 모습이에요. 어떤 사람은 목소리는 차갑지만 모습은 유순한 사람이 있는데, 저는 목소리도 모습도 차가워 보이니까 더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아요.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에서 인상 깊었던 인터뷰이를 꼽는다면.
사실 프로그램에 기분 좋게 출연한 사람들이면 다 좋아요. 다만 20, 30대에게 꼭 보라고 말하고 싶은 주인공은 장한나와 윌 아이 엠이에요. 장한나 씨는 두세 번 인터뷰를 했는데, 할 때마다 성숙해 있더라고요. 젊은 사람들에게는 이 두 사람의 인터뷰는 꼭 찾아서라도 보라고 말해줘요.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하는 사람이 결국 승자
현재 커뮤니케이션전략과 명성관리 컨설팅을 하고 있는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발견했을 것 같아요.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건, 정말 어려워요. 한두 가지가 필요한 게 아니라, 다섯 가지의 팩트가 있다면 그것들이 모두 유기체적으로 조합이 되야 훌륭한 커뮤니케이션이 될 수 있어요. 하나만 이야기 하라고 한다면, 콘텐츠에요. 콘텐츠가 꽉 차 있는 사람은 결국 그 콘텐츠가 빠져 나와요. 말이 어눌하고 사투리를 쓰고 억양이 이상하고 불안증세가 있더라도, 콘텐츠가 강하면 누구도 이 사람을 이길 수 없어요. 그래서 전 항상 ‘콘텐츠 지상주의’라고 주장해요. 자기가 말하는 주제에 대해 콘텐츠가 꽉 차 있으면, 훌륭한 커뮤니케이터가 될 수밖에 없어요. 극명한 예를 들자면, 스티븐 호킹 박사는 말을 정말 못하잖아요. 하지만 그 사람의 책과 강연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집중하고 있어요. 그 사람의 주장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콘텐츠의 힘이에요.
요즘 가장 재밌게 수다를 떨 수 있는 주제는 무엇인가요?
제가 전혀 모르던 걸 보게 하는 사람을 만날 때, 기분 좋아요. 이를 테면 저는 아침에 클래식 음악을 듣는데, 힙합만 듣는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 재밌어요. 삶은 가능한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보고 떠나는 사람이 승자인 것 같아요.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것, 돈을 많이 버는 것에서 승자와 패자가 결정되는 게 아니라, 죄가 아니라면 가능한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경험한 사람이 승자라고 생각해요. 지구별 여행자라는 말도 있잖아요. 우리는 지구라는 별에 아주 짧게 있다 가는 여행자 아닐까요? 가능한 많은 것을 보고 싶어요. 새로운 것을 접하는 게 흥미로워요.
올해 또는 내년에 도전하고 싶은 새로운 일이 있다면.
내년부터는 그동안 안 해본 것만 하는 걸로 마음먹었어요. 오토바이를 탈 수도 있을 거고요. 그간 항상 앉아서 글을 썼다면, 여행을 하면서 책을 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여행하고 싶지 않은 나라 중 하나가 ‘인도’인데, 이런 편견을 버리기 위해 1년간 인도 여행을 떠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요즘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 섭외가 오면 거절한다고 들었습니다. 만약, 프로그램의 기획부터 제작, 진행을 모두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나요?
지극히 오락적인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어요(웃음). ‘백지연’ 하면 시사 교양인데, 당분간 시사, 토론, 뉴스는 안 하고 싶어요. 최근에도 몇 가지 섭외 요청이 왔는데, 다 시사더라고요. 감사했지만, “저 1년만 안 해볼게요”라고 했어요(웃음). 그 쪽에서도 막 웃더라고요. 예능 프로그램 한 번 해보고 싶어요.
토크쇼, 버라이어티 중에 어느 쪽에 관심이 가나요?
토크쇼, 버라이어티는 이제 그만 해야 하지 않나요? 방송사 PD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있어요. 새로운 시도를 하긴 해야 하는데, 반응이 없을까 봐 걱정이고. 버라이어티를 버리기 힘들겠지만 새로운 시도를 했으면 좋겠어요. 요즘 유행하는 건 관찰 다큐, 유아 다큐잖아요. 이제 차기작을 준비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 언제까지 저희가 남의 집만 들여다 보고 있겠어요.
<꽃보다 누나> 같은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온다면요?
남동생이 누군지에 따라서 결정을 하지 않을까요?(웃음)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은 무엇인가요?
아, 딱 한 가지를 꼽아야 하나요? 그렇다면 아들을 낳은 일이요.
엄마가 된 삶이 행복하다는 뜻인가요?
엄마가 된 거랑은 좀 다른 것 같아요. 엄마가 된 건,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건데, 아들을 낳은 건 그 아이 중심에서 본 거니까요. 아들을 낳은 일은 행복을 넘어서는 문제인 것 같아요.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어요. 행복을 주는 대상, 그 차원을 넘어서는 존재가 제겐 아들이에요. 아들이 저에게 어떤 존재로 다가왔다는 것, 그거 하나인 것 같아요. 아들은 저 자신을 재해석하게 만들어요.
아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나요? 엄마로서 갖는 바람, 소망이 있을 텐데요.
“하고 싶은 대로 해.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이런 말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아이에게 뭘 바라고 그렇게 되길 바라는 부모들은 정말 용감하다고 생각해요.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나요? “네가 이렇게 됐으면 좋겠어” 이런 말은 안 해요. 전공도, 직업에도 관여하지 않을 거고요. 대학에 갈 때, 복수 추천은 하겠지만 최종 결정은 아이에게 맡길 거예요.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거고요. 다만, 결혼에는 100% 관여할 거예요(웃음).
『나 너』를 읽게 될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생각을 많이 정리해서 쓴 책이라서 누구든 조용한 자리에서 일독하는 게 어렵지 않을 거예요. 많은 분들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앞 부분으로 돌아와서 다시 읽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항상 옆에 두고 또 읽어보고, 덮어보고, 그럴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어요. 책을 읽을 때, 밑줄을 치기 마련인데 이 책은 언더라인을 이미 쳐드린 책이니까요. 편하게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 나, 너 : 백지연 포토 에세이백지연 저/Kenny I.K 사진 | 알마
『크리티컬 매스』『‘무엇’이 되기 위해 살지 마라』 이후 2년 만에 출간하는 포토에세이『나, 너』에서 백지연은 그동안 이룬 놀라운 성취와 성공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자신의 삶의 철학을 보여준다. 신인 사진작가 Kenny I. K.와 함께 작업한 이 책에서 백지연은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우울한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20~30대 청년들에게, 그리고 큰 아픔을 겪으며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선다. 평범한 한 인간의 모습으로, 삶과 부딪치며 얻은 깨달음을 진심을 담아 전하는 인생 선배의 모습으로 말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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