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공부하는 청춘 김애리가 새 책을 냈다. 책 제목은 『여자에게 공부가 필요할 때』. 책 내용 중 일부는 채널예스에 ‘김애리의 서른 여자 공부법’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어 인기를 끌었다. 독서, 공부를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김애리 저자가 이번에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갈수록 불확실성은 높아지고, 개인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갈피가 안 선다. 힘을 모아 구조를 바꾸는 것도 필요하지만, 개인 차원에서는 가장 효과적인 게 공부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어린 시절부터 입시 위주의 교육 때문에, ‘공부’라고 한다면 시험을 보기 위한 단계,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김애리는 진정한 공부는 평생 배움이라고 말한다. 특히 이 책은 30대 여성 독자를 겨냥해 지금 이 시기의 공부를 강조한다. 물론, 여성이 아니라 남자가 읽어도 좋을 내용이다. 평생 배움의 중요성, 구체적인 공부 실행법, 공부로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한 사람과 인터뷰 등이 『여자에게 공부가 필요할 때』를 구성한다. 책 출간을 맞아 한 북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특히 여성에게 필요한 것, 공부
어느덧 7번째 책입니다.
제가 책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20대, 꿈의 다이어리』썼을 때는 저도 20대였고요. 『책에 미친 청춘』을 썼을 때는 저도 '방황하는' 청춘이었고, 이번에는 같은 30대 여성을 위해 돌아왔습니다.
이번 책을 쓰면서 염두에 둔 점은?
이미 시중에 공부에 관한 책은 많아요. 그런데 취업이라든지 승진, 입시에 관한 공부가 대부분이에요.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공부는 ‘평생 배움’이었습니다. 단기적 목표를 이루기 위한 게 아니고요. 특히 여성에게 이런 평생 공부가 필요해요. 대학 졸업한 뒤든, 결혼한 뒤든, 아이를 낳고 나서든 언제든지 공부를 해야 합니다. 저 자신부터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 오히려 공부의 필요성을 더 느끼죠. 책 쓰기 전에 제 주변의 20~30대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봤는데요. 공부 필요성은 절감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공부를 해야 할지를 몰라 고민하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이런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썼어요.
책에서 소개한 사람들 인터뷰는 어떤 계기로 이뤄졌나요.
알고 지냈던 분도 몇 분 있었고 책을 쓰기 위해서 공부로 인생을 반전시킨 사람을 찾았어요. 주변 소개도 받았고요. 책 안에 나온 여성들 대부분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인데요. 공통점이 있다면 대학 전공과 무관한 공부로 인생을 반전시켰다는 사실이에요.
20대 공부와 30대 공부가 달라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20대 공부는 단기적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게 대부분이죠. 중간고사, 기말고사, 토익, 취업, 졸업, 이런 걸 성취하기 위한 공부입니다. 정말 내가 원하는 공부, 평생 나와 함께 할 수 있는 배움은 아니죠. 그 대신 서른 살 공부는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하고 싶은 게 뭔지에 관해서 시행착오를 거친 뒤에 시작하죠. 그러니 30대부터(나이는 상징적인 거고요. 누군가는 대학졸업 이후 25살부터, 누군가는 군대 제대 이후 27살부터가 될 수도 있죠) 하는 공부가 진정한 공부라고 할 수 있죠.
20대 때 김애리와 지금의 김애리를 비교한다면?
어렸을 때부터 꿈이 책 쓰는 사람, 책 만드는 사람이었어요. 책 못 쓰면 서점에 취직하고 싶을 정도로 책 옆에 가까이 있고 싶었죠. 20대 목표가 ‘책을 쓰자’였다면 지금은 좋은 책을 쓰고 싶어요. 그리고 이상하게 나이를 먹을수록 하고 싶은 것들,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늘어만 가네요.
남자 독자가 읽어도 될 텐데, 책 제목에 굳이 '여성'을 붙인 이유는?
우선 시중에 30대 여성의 공부에 관한 책이 거의 없었어요. 그리고 아직은 여성이 남자보다는 불리하잖아요. 결혼하고 아이 낳으면 경력도 단절되고요. 이럴 때 진정으로 필요한 게 공부죠.
멋있는 사람은 책 읽는 사람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해서 1,000권 읽어내는 목표도 달성했는데요. 책과 친해진 계기가 있었나요.
책 읽는 환경을 부모님이 만들어주셨어요. 아버지가 책을 좋아하셨거든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항상 책을 손에 들고 계신 모습을 봤어요. 그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서른 살 되기 전에 혼자 1,000권을 읽자, 이런 목표를 세우고 실행했습니다. 정말 1,000권을 읽었는지 한 권 한 권, 다 세 봤어요. 서평도 썼고요. 서평을 손으로 일일이 썼는데, 노트 10권이 넘어요.
공부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언도 했는데요. ‘주말을 더는 캔맥주 마시며 밀린 드라마를 10시간씩 몰아보는 시간으로만 보내지 말자.(72쪽)’라고 썼습니다. 사실, 공부하고 싶어도 막상 실행하지 못하는 게 게으름 탓인 것도 같습니다.
정말 원하는 공부가 있으면, 시간이 없어도 시간을 쪼개서, 그래도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억지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하는 공부일 경우죠. 공부를 생산적인 놀이라고 정의를 하면, 행복하고 즐겁기 때문에 뜯어 말려도 하게 되지 않을까요?
책에도 일화로 소개했는데요. 보육교사로 일하는 사람인데, 주말에는 일본어 번역을 해요. 평일에는 직장에 다니니 공부하는 시간이 한정돼 있죠. 그래서 시간을 벌어야 해요. 약속 시각 30분 전에 먼저 가서 그 동안 번역을 해요. 가방 안에는 항상 번역하는 책이 있죠. 일주일에 약속이 2~3번 있으면 1시간이나 1시간 30분 시간을 벌게 되죠. 이런 식으로 활용하면 시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자신감 넘치는 여자들의 백 안에는 언제나 책이 들어있다(112쪽)’고 썼는데요. 지금은 어떤 책이있나요?
『여자에게 공부가 필요할 때』가 있어요. (웃음). 신기하게도 사회에서 높은 위치에 있어서 정말 바빠 책 읽을 시간이 없을 것 같은 사람일수록 책을 많이 읽어요. 멋있는 사람이 되어서 책을 많이 읽는 것인지, 책을 많이 읽어서 멋있는 사람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론은 멋있는 사람 중에 책 많이 읽는 사람이 많아요.
배움 중에서도 독서를 강조했고, 지금까지 낸 책 중 상당수가 독서에 관한 것이었는데요. 바람과는 반대로 한국은 점점 더 책을 안 읽는 사회로 가는 것 같습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만 해도 스마트 폰 쓰고 나서 책 읽는 시간이 줄었어요. 스마트 폰은 자극적입니다. 재밌고. 한 번 빠지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2~3시간씩 집중하게 되잖아요. 독서는 시간을 들여서 읽어내야 하는데, 재미는 없고. 그럼에도 독서가 힘들긴 해도 오로지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게 있죠. 책에서 얻는 것과 인터넷, TV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다르잖아요. 아무리 책을 안 읽는 사회가 되더라도, 독서는 언제든 꼭 필요합니다.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가치는 TV나 인터넷으로는 찾기는 힘들 거예요. 독서를 찾을 수 있죠.
책을 많이 읽다 보면 변화라든지 유행이 보이지 않나요.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사회적 성공을 바라고 성공하기 위해 공부하자는 책이 나왔다면, 제가 쓴 책은 에세이 느낌이 많이 나는 자기계발서인데요. 성공하기 위해 공부하자가 아니라, 인생을 즐기면서 행복하자는 책입니다. 저만 해도 사회적 성공을 바라는 책은 거부감이 들어요. 억대 연봉과 같은 기준이 성공의 잣대라는데, 성공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잖아요. 요새 독자도 똑같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1년 공부해서 10년 써 먹으려면
부제처럼 1년 공부해서 10년 써먹을 수 있는 공부가 있을까요?
사실 1년이라는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죠. 어떤 분야든 3년 정도는 진득하게 해 봐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숫자는 상징적이고요. 그래도 1년 배워서 10년 써먹을 수 있는 공부라면, 자기가 하고 싶은, 미루고 미루어왔던 '그' 공부일 거라고 생각해요. 그게 무언지는 각자 다를 거고요.
좋아하는 공부는 어떻게 찾았어요?
저는 오지랖이 넓어서 이것저것 다 해 봐요. 말보다는 행동이 먼저 나가는 스타일이라서요. 여행 가고 싶다, 하면 2주 전이라도 표를 끊고 가버려요. 실행력이 뛰어난 편이에요. 뭔가 배우고 싶으면, 일단 발을 담그죠. 프랑스어를 배우고 싶으면 책을 사요. 안 되더라도 시도는 해 봐요. 책에 김진 대표님 사례를 썼는데요. 그분의 공부가 그렇죠. 자기가 원하는 걸 한번씩 다 해봐요. 목공예도 배우고, 최근에는 도자기 배우고. 요리도 전문가에게 배웠고요. 회사를 운영해서 시간이 정말 없는데도 원하는 분야에 관해 조금씩 공부를 계속 하거든요. 안 맞는다 싶으면, 그때 포기하는 거예요. 그 분을 인터뷰하며 저 역시 자극을 많이 받았습니다.
올해 공부 목표로 독서치료, 시나리오작법, 중국현황 알기를 꼽으셨는데. 순조롭나요?
열심히 하려고 노력은 많이 하는데요. 순조롭진... (웃음) 독서치료에는 관심이 많았어요. 책을 읽다 보니 책에 내면을 치유하는 기능이 있다는 걸 느꼈어요. 물론 좋은 책을 잘 골라서 읽어야죠. 그래서 독서치료에 관심을 두게 됐어요. 연초에 독서심리상담사 자격증도 취득을 했고요. 관련 서적도 계속 읽어가고 있답니다. 중국이라는 나라에는 원래 관심이 많았어요. 중국과 수교하기 전부터 왔다 갔다 했어요. 중국의 과거부터 현재 발전하는 상황을 옆에서 생생하게 봤거든요. 처음으로 낸 책도 중국 관련 책이었고요. 올해 제 삶의 가장 큰 변화는 삶의 터전을 중국으로 옮겼다는 것이에요. 중국을 배우기에 최상의 환경을 갖춰놓았어요. 시나리오도 관심 많아서 나중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오늘 공부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끝으로 물어볼게요. 김애리에게 공부란?
공부라고 하면, 영업 공부, 어학 공부, 학점 따기 위한 공부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진정한 공부는 나를 성장시키는 모든 것이죠. 요리도, 글쓰기도, 독서도, 여행도 공부죠. TV도 좋은 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골라서 본다거나, 하면 공부가 될 수 있죠. 그 중에 제일 좋은 건 역시 독서이고요. 학교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가장 빠르게 지식을 얻을 수 있고 장소에도 구애 받지 않죠. 독서와 함께 글쓰기도 그렇고요.
공부란 평생 즐겁고 재밌게 살기 위한 필수 아이템이라고 생각해요. 이금희 선생님도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새로운 분야에 발 담근다는 건, 정말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건데요. 평생을 공부한다면 인생이 풍요롭고 나이가 들어서도 혼자 놀 수 있는 방법을 잘 터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독서도 마찬가지고요.
여자에게 공부가 필요할 때김애리 저 | 카시오페아
여자에게 공부가 필요할 때』는 조금 더 나아지고 싶고 성장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평범한 여자들에게 공부를 통해 더 나은 삶을 사는 길을 알려주는 책이다. 공부가 중요한 건 알겠지만, 바쁘고 당장 필요하지 않아서 시작하고 있지 않은 여자들에게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부터 차근차근 짚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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