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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면, 배우와 뮤지션 두 마리 토끼를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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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누비던 이들이 다양한 이유로 음반을 발매한다. 박준면도 그런 경우다. 그는 배우로서 흔치 않게 빚까지 내면서 음반을 만들었다. 완성도가 그 사실을 입증한다. 금전적인 투자보다 놀라운 것은 그의 노력이다. 모든 곡의 멜로디를 짜고 가사를 붙였다. 그랬다는 그 사실을 넘어 그 실력에서 진정성이 느껴진다.

 

콘서트 리허설이 끝나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연주자들은 무대 쪽에서 식사를 했고 인터뷰는 관객석에서 진행되었다. 이번 음반 그리고 연기와 음악에 관해 3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눴다.

 

만나고-박준면

 

이번 음반에서 블루스, 사이키델릭 그리고 아트록적인 성향이 느껴졌습니다. 원래 그런 감성이신가요?


특별히 장르를 염두에 두고 쓴 건 아니에요. 제가 음악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요. 그냥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거에요. 곡을 냈더니 그렇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좋아하시는 음악으로는 백현진과 어어부 프로젝트를 꼽으셨었습니다.

 

네 좋아하죠. 재즈도 좋아하고, 록도 좋아하고요. 안 가리고 많이 듣는 편이에요.

 

곡을 쓰실 때, 자유롭게 흘러나오는 대로 작곡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평소에 저도 모르게 끄적끄적, 메모를 해둬요. 작곡을 해야지 하고 하는 게 아니라, 피아노로 놀다가 걸리는 코드가 있어요. 딱 걸리면 전체적인 음악의 각을 짜고 어울리는 메모를 골라 가사를 썼죠. 전문적으로 하려고 한 건 아니에요.

 

편곡적인 부분에서는 하몬드 오르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네 고경천 씨가 연주하셨죠. 제가 피아노를 쳤던 두 곡 빼고 거의 모든 편곡을 고경천 씨가 맡아주셨어요. 세션들 각각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분이시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대화도 많이 했어요.

 

연주하시는 분들이 대단한 분들인데, 어떤 인연으로 함께하게 되었나요?


제가 홍대에 산 지 8년 정도 되는데요. 8년간, 배우임에도 뮤지션들과 술을 많이 마셨어요. 저희 집에서 바로 내려오면 단골 술집이 있거든요. 거기서 뮤지션을 하나, 둘 만나게 된 거죠. 모두 그곳 술친구들이에요. 결정적으로 강산에씨가 “너 곡이나 한 번 써봐라” 그렇게 해서 재미로 시작했다가 일이 된 거죠. 아주 재미있게 시작했어요.

 

그럼 언제쯤부터 시작하신 거죠?


그게 2012년 봄이에요. 2년 전에, 제가 정신적으로 힘들고, 배우로도 잘 안 풀리고, 여러 가지가 복잡하고 그럴 때에 작곡을 우연히 권유받았어요. 배우지 않았는데에도 곡이 써지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하면 되는 구나'하고 하나 둘 쓰기 시작했어요. 치유도 받고, 위로도 받고, 스트레스도 풀고. 2012년에서 2013년, 1년은 틈틈이 곡을 쓰면서 보냈어요. 촬영이 끝나고 작업실 와서 쓰면 뭐가 막 나왔어요. 그때는 앉으면 뭐가 막 나왔었어요. 그렇게 나온 곡들이 「아무도 없잖아」, 「오던지 말던지」, 「취한밤」이에요.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다른 인터뷰에서도 본인의 천부적인 음악성에 대해 이야기하셨었습니다.


앗, 오해에요! 제가 타고났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음악'이 아니고 '노래'에요. 학교 다닐 때 매번 친구들이 시켰었던 걸 보면 잘 했었나 봐요. 그래서 노래는 타고났다고 얘기를 한 거 에요. 제가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고요. 음악은...(어림도 없다는 표정) 절대, 그런 얘기 하면 큰일 나요. 나 욕먹어요.(전원 웃음) 음악은 말도 안 돼... 내가 말한 건 노래! 노래! 가창!(전원 웃음) 노래를 좋아하다보니깐 많이 찾아서 듣게 되고, 뮤지션 친구들이 많아지면서 음악에 노출이 되긴 했죠. 흥얼흥얼 대던 것을 구체적으로 악보로 쓰고, 가사를 붙이다보니 작곡이 된 거죠.

 

곡마다 흐름이 극적이에요.


네, 아무래도 제가 배우다보니까요.

 

「아무도 없잖아」가 가장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 드라마는 의도된 것인가요?


의도한 것은 아니에요. '아무도 없잖아'를 쓴 날, 아마도 <신의 퀴즈 시즌3> 촬영을 하고, 작업실에 12시쯤 들어갔을 거예요. 곡 쓰고 싶지가 않아서 그냥 피아노에 앉아있는데 그 곡이 나온 거예요. 되게 금방 나왔어요. 사무치는 외로움 있잖아요. 외로움의 끝. 죽고 싶은 거예요. 막 자살하고 싶고... 다른 말이 필요 없더라고요. 그냥 「아무도 없잖아」... 상황은 옛날 어느 모텔 방의 제 모습이에요. 애착이 가는 노래 중 하나에요.

 

만나고-박준면

 

원래 곡의 80%가 경험담이라고 들었어요.


거의 100%죠. 제 연애 얘기, 이별 얘기, 사랑 얘기, 차인 얘기... 다 제 얘기죠.

 

본인의 이야기를 다루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게 제일 진실하게 나오지 않나 싶어요. 그게 제 이야기고 제 색깔이니까, 독특한 것 같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제 연애얘기가 계속 나올 거예요. 어쨌든 저는 배우로 출발한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항상 자기 자신하고 마주보는 게 익숙해요. 지금의 감정에 대해서 메모를 많이 해둬요. 누구에게 차였다든지, 사랑이 시작되었다든지... 예를 들자면 「오던지 말던지」는 클럽 빵에서 쓴 노래에요. 비가 올 듯 말 듯, 비가 오던 날이었어요. 엔지니어하시는 여자 분이 감기가 걸리셨는지 코를 풀면서 음악을 틀고 있었고, 관객은 5명? 아무도 음악을 듣고 있지 않았어요. 그때 떠오른 영감으로 쓴 곡이 「오던지 말던지」에요.

 

안 그래도 그 곡 가사가 알듯 말듯해서 질문 드리려고 했어요.


네, 빵에서 쓴 거고요. 「낮술」같은 경우에는 지하철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을 쓴 거예요. 거의 다 제가 본 것들, 제가 느낀 것들이에요.

 

그럼 가사는 그때그때 떠오르는 걸 적나요?


평소에 적어두었던 것들을 확장시키는 방식이에요.

 

그런 습관이 원래 연기자들의 습관인가요?


그렇죠. 저희는 대본주면 그 인물에 대해서 분석하는 훈련이 되어 있잖아요. 만약에 갈매기의 아르까즈나를 한다면 아르까즈나는 언제 태어났고, 아르까즈나는 여기서 왜 눈물을 흘렸으며 그런 걸 써오라고 숙제를 내주셨어요. 별것도 아닌 장면에 A4용지 10장 써오라고 그러시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그런 인물 탐구에 훈련이 되어있었죠. 이렇게 지금 인터뷰하는 장면도 나중에 가사로 나올 수 있어요.(웃음) 이런 식으로 상황을 재미있게 보는 편인 거죠.

 

배우과 뮤지션의 교집합에 속해 있는 입장에서 음악과 연기의 연관성에 대해 알려주세요.


저 같은 경우에는 연기를 할 때 음악에서 에너지를 받아요. 그건 저의 방법이에요. 다른 배우들은 운동을 한다든지, 휴식을 취한다든지 각자의 빌드업 방식이 있어요. 저는 음악을 들으면서 쉬고, 음악을 들으면서 흥분하고, 음악이 내 벗 같고... 왕따 왕따(전원 웃음) 혼자서 음악을 듣는 편인데, 그 에너지를 가지고 연기를 하다 보니... 음악하고 연기하고 서로 주고받는 관계에요. 어딘가에 저장된 음악의 좋은 에너지를 끄집어서 연기에 쓰기도 하고요. 음악을 할 때는 연기를 했을 때 저장해둔 것들을 사용하는 거죠. 서로 뗄 수 없어요. 음악은 멜로디로 얘기 하는 거라면, 연기는 말로 얘기하는 거죠.

 

서로 도움이 되겠네요.


네, 엄청 도움 되요. 그래서 저는 다른 배우들보다 음악을 많이 찾아서 듣는 편이에요.

 

연기자임에도 음악에 대한 사랑이 엄청나네요. 음반도 빚을 내면서 발매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처음엔 조금만 빌릴 생각이었는데, 하다 보니 끝이 없더라고요.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혼자 감당하기엔 커졌어요. 처음엔 이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제가 음악을 정말 좋아하니까, 대충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끌어다 쓰게 되었죠.(웃음)

 

그렇다면 다음에 낼 앨범에도 생각해 둔 욕심이 있나요?


욕심은 없어요. 앞으로도 2집을 내게 된다면, 아마 이번처럼 내게 될 거예요. 내가 쉴 때, 위로 받고, 치유 받으면서 쓴 곡들이 모이면 내는 거지, 2집 내려고 욕심내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러면 아마 안 될 거예요. 자연스럽게 내고 싶어요.

 

뮤지컬에서도 노래를 부르시는데 이번 음반 속 노래들과는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주세요.


뮤지컬에서는 제가 캐릭터가 있잖아요. 주로 조연을 하는데, 저는 조연하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왜냐하면 늘 치고 빠져야 되는 거예요. 노래도 쫙 부르고 빠지고. 독창, 아리아가 별로 없어요.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거죠. 나올 때 임팩트 주고요. 음반에서는 치고 빠질 필요가 없잖아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죠. 조연할 때는 얘기를 듣게끔 만들어야 하거든요. 그런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음반 냈을 때 주위 분들의 반응은 어떻던가요?


그냥 뭐... 요즘에는 음반 내는 게 쉽다 보니까. 별다른 반응 없었어요. 단지 저는 어설프게 하기 싫었어요. 그래서 돈이 들었죠. 홈레코딩 거의 없고, 다 스튜디오 녹음, 리얼 악기 연주하고... '대충해서 배우가 냈다' 이런 꼬라지가 싫은 거예요. 나는. 이왕할거면 흉내 내지 말고 진정성 있게 하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내가 그런 사람이 싫으니깐. 나 지금 뮤지컬 배우로 여태 먹고 살았고, 상 두 번이나 받았는데, 아이돌 애들이 와서 발 하나 걸치면 정말 싫거든요.

아이돌 애들이 유명하다는 이유로 주인공하고 이런 일 정말 싫어하기 때문에, 똑같이 제가 음악 신에 와서 그럴 수 없었던 거예요. 그래서 더 많이 하다 보니 깐깐하다, 완벽주의다, 너무 요구한다. 오히려 이런 쪽으로 욕을 먹었었어요.(전원 웃음) 저는 그게 민폐 일까봐 신중하게 했던 거예요. 뮤지컬할 때 내가 느낀 그 감정들을 뮤지션들이 느낄까봐 조심했어요. 또 열심히 했더니 호응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만나고-박준면

 

앨범 자켓이 신기해요. 양경렬 작가님의 작품이라고 들었습니다.


제가 한때 유화에 빠져서, 배웠었는데, 그때 양경렬 작가님이 제 선생님이셨어요. 자켓도 유화로 하고 싶어서 선생님께 부탁드렸죠. 저의 음반을 위해서 새로 그려주신 그림이 그 그림이에요.(웃음)

 

그 그림이 거꾸로 봐도 말이 되죠?


네, 그게 양경렬 작가님이 하시던 <반사적 선택>이라는 작업의 일부에요. 이렇게도 말이 되고, 저렇게도 말이 되는 시리즈를 제작중이셨는데, 제가 이런 시리즈에 맞춰서 그려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럼 만약에 양경렬 작가님이 개인전을 하면 거기서도...) 볼 수 있겠죠. 제가 비싸게 팔라고 했어요.(전원 웃음) 앨범 자켓 얘기는 많이들 하시더라고요.

 

앨범이 완성되었을 때, 만족감이 어떠셨나요?


막상 냈을 때는 실감을 못했어요. 2년 동안 촬영하면서, 공연하면서, 여기에다 부어가면서(웃음) 만들었잖아요. 만드는 과정에 있어서는 최선을 다했어요. 그래서인지 나왔을 때는 그냥 '나왔구나...' 담담했어요. 그러고 나서 기획사와 계약할 때 실감이 나더라고요. 아무것도 없이 내려고 했는데, 3호선 버터플라이의 김남윤 씨가 듣고는 바로 다음 날, 칠리뮤직 측에서 전화가 왔어요. “계약합시다. 우리가 프로모션 해주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계약을 했는데, 그때 실감했죠.

 

이즘의 공식 질문입니다. 좋게 들으셨던 세 장의 음반, 꼽아주세요.


발음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는데, Jacqui Dankworth라는 재즈 가수가 있어요. 우연히 알게된 앨범인데... 그리고 레드 제플린의 「The song remains the same」이 수록된 음반.(< Houses Of The Holy >) 또 하나는 빌 에반스요. 이것도 앨범 제목이 생각 안 나는데... 그냥 그렇게 세 뮤지션이요. Jacqui Dankworth는 피아노주자와 함께한 앨범이 있어요.(< Live To Love >) 너무 좋아요.(웃음)

 

인터뷰가 끝나자 공연을 꼭 보고가라며 티켓을 쥐어줬다. 식사를 하고 돌아왔을 때에는 인터뷰를 하던 라이브 클럽에 사람들이 가득 차있었다. 작곡을 권유한 강산에와 <신의 퀴즈 시즌4>를 함께하는 레인보우의 재경도 보였다. 박준면이 등장했고 굉장히 행복해보였다. 벅차올랐는지 공연이 끝난 뒤에 술자리를 갖자는 얘기를 계속하며, 콘서트를 진행했다. 뛰어난 성량과 몰입도로 관객을 이끌었다. 그 뿐 아니라 화려한 세션들의 연주도 빛났다. 그 순간은 배우가 아니라 분명 뮤지션이었다.

 

 

인터뷰 : 이수호 전민석
정리 : 전민석
2014/08 전민석(lego9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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