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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 이야기 잘 쓰는 가수 양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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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쓴 저자가 세속적인 기준으로 엄청나게 성공하지도 않았고, 책 속에 담긴 주장이 혁신적이지도 않지만 독자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책이 있다. 별 생각 없이 책을 펼쳤는데 책 속 문장에서 힘을 얻기도 하고 감성에 젖기도 한다. 가수 양양이 쓴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이 바로 그런 책이다.

 

해가 뜨거운 아침이었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언젠가 사라져간다. 이 시절은 그것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173쪽)

남들에게 쓰레기인 것이 내게는 쓰레기가 아닌 이유는, 나에게 '쓸모'란 '용도'가 아니라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191쪽)

이루기 위해서 살지 않고 느끼기 위해서 하루를 살고 있다. (263쪽)

 

양양은 저자이기 이전에 가수다. 본명인 양윤정으로 낸 <GO! 고!>와 양양으로 발표한 <시시콜콜한 이야기>, <사랑의 노래> 등 몇 장의 앨범을 냈다. 최근에도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출간과 함께 동명의 미니앨범을 만들었다.

 

노래하는 시인 양양의 첫 책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은 그녀가 여러 해 동안 써온 일기를 바탕으로 만든 책이다. 혼자 여행을 즐기고, 포장마차를 사랑하며, 남이 버린 쓰레기를 집에 모셔오는 그녀의 감성적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여행, 술, 노래, 친구 등 누구에게나 친숙한 소재를 양양 특유의 세밀한 시선으로 글로 표현해냈다.

 

양양님01.jpg

 

시시한 이야기를 잘쓰는 작가 양양


원래는 노래하는 가수잖아요. 계기로 책을 썼나요.
 
언제부턴가 만드는 노래가 너무 관념적으로 흐르는 게 아닌가 하는 답답함이 있었어요. 하림 선배와 가끔 만나서 술 한잔 하는데요. 노래로는 풀 수 없는 이야기들이 있어 답답하다 했더니, 노트를 하나 건네더라고요. 노래로 풀 수 없으면 다르게 풀어 보라고요. 단순 명쾌한 대답이었죠. 그 다음 날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일기장에 있던 이야기들이 항상 노래가 되는데, 이제는 이렇게 글이 되기도 했습니다.


스스로 무명가수, 무명작가라고 밝혔습니다.
 
앨범을 몇 장 냈지만, 무명이라 표현한 건 아직 제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아서죠. 책은 이번이 처음이니 무명작가인 것이 당연하고요. 제게 유명이냐 무명이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무명이라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사실이고 부끄러울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느끼는 작은 행복들은 그런 것과 별 상관이 없기도 하고요.
 
첫 책이지만 감성적인 문장을 편하게 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글쓰기를 위해 특별히 하는 노력이 있나요.
 
감성적인 문장이라고 하시니 부끄럽네요. 노력하는 것은 없는데, 제가 그냥 작은 것들을 잘 보는 것 같아요. 가만히 앉아 있거나 길 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러다보면 아주 작은 것들이 보이거든요. 참 즐겁고 재미있고 고마운 일이죠. 더 즐겁게 잘 보고 싶어서 눈 크게 뜨고 다니면 없던 이야기도 들리고요. 지금도 앞에 놓인 치즈 케이크를 보면 이거 이렇게 예쁘게 담아낸 사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이런 것들 혼자 상상하고 궁금해하고요.
 
감성적 글쓰기 대명사가 이병률 작가인데요. 이병률 작가도 원고를 봤다고 들었습니다.어떻게 평가했나요.
 
 ‘그렇고 그런 시시한 이야기를 잘 쓰는 재주가 최고’라고 하셨는데요. 하하. 메일로 그 부분 읽을 때 막 웃었어요. 이게 칭찬일까 욕일까 처음에 혼란스럽기도 했고. 근데 맞는 말이거든요. 참 시시하고 하찮은 이야기들이거든요, 제 이야기들이. 앞머리에 ‘아주 좋은 책이 될 것 같습니다’라고 하셨기 때문에 아, 그래, 작은 이야기, 지나칠 수 있는 이야기를 잘 알아채고 잘 쓴다는 칭찬일 것이야, 하면서 또 한 번 웃으면서 기분 좋게 받아들였죠.
 

‘왜’를 빼고, ‘어떻게’도 빼면, 남는 것은 나. 남는 것은 노래. (61쪽)
 
양양에게 노래하는 이유, 글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흘러나오니까요. 내가 왜 노래를 하려고 하지, 어떻게 노래를 해야하지? 이런 것을 묻던 밤이 있었어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유나 방법을 고민하다가는 아무 것도 안되겠더라고요. 원래 그저 흘러나오니까 노래했던 거였으니까.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언가를 쓰려고 했으면 못 썼을 것 같아요. 마음 속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들을 그저 쓴 것이죠. 작업을 하면 할수록 이유나 방법 같은 것은 생각을 말고 해야겠다, 하는 다짐을 해요.
 
책과 똑같은 제목의 음반이 동시에 나왔어요. 이 둘의 관계는?
 
동시에 놓아보고 싶었어요. 어차피 내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노래로, 글로 표현하는 거니까 둘은 다르지만 같은 결을 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노래로 듣고 글로 읽으면 그 사이에 또 다른 언어가 생겨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죠. 노래로 표현되지 못한 것이 글로 표현되고, 그 반대이기도 한거죠. 같은 이야기, 같은 생각, 같은 마음이 이렇게 다른 식으로 표현됐구나, 하고 느껴줬으면 해요. 자연스럽게 함께 어우러지면 좋겠고요.
 
이 책으로 독자와 함께 느끼고 싶었던 주된 감성이 있다면.


아주 개인적이고 사소한 작은 순간의 이야기가 이렇게 글이 되고 노래가 되었습니다. 아마 모두가 그런 비슷한 순간을 겪으면서 살고 있을 거예요. 맞아, 내게도 이런 순간들이 있지, 기쁘고, 슬프고, 즐겁고, 쓸쓸하고 그런… 그런 순간의 모든 것을 소중하게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각자의 작은 순간을 더 사랑했으면 합니다. 그러면 더 행복해질 거고요.


양양님08 사본.jpg

여행을 떠나세요, 혼자!

 

어떤 계기로 음악을 시작했나요.
 
연극영화과에 입학해서 1학년 때 좀 큰 배역을 맡았어요. 나름대로 한다고 했는데, 교수님께서 계속 그게 아니라고 하시더라고요. 너무 어려웠죠. 혼자 연습실에서 괴로워하면서 연습하는데 나도 모르게 노래를 부르고 있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는데, 그렇게 힘든 순간에 내가 하고 있는게 노래였어요. 아, 나는 노래하는 게 정말 행복하구나, 그럼 노래를 해야겠다, 해서 노래를 시작했습니다.


양양의 노래에 사랑 노래가 드문데요. 글에도 누군가와의 사랑 이야기는 없더라고요.
 
‘사랑’이라는 큰 단어에 대한 노래가 몇 곡 있긴 한데요. 구체적인 사랑노래는 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사랑하는 시간 동안은 그것만으로 행복한데 굳이 뭘 노래할 것이며, 이별하면 아파 죽겠으니 노래할 마음이 없죠. 하지만 사랑, 이 커다란 두 글자에 대한 노래는 계속 하고 싶습니다. 사랑에 대한 아름다운 노래는 만드는 것이 꿈이죠. 사랑은 언제나 제게 제일 큰 화두이니까요.


반대로 책에 여행이라는 소재는 자주 등장합니다.
 
처음 혼자 배낭여행을 떠난 것이 완전히 제 여행의 모습을 좌우하게 되었어요. 낯선 길 위에 혼자 있는데 너무 좋았습니다. 그 때 외로움을 처음 만나기도 했고요. 혼자 놓이니 많은 생각이 오더라고요. 계속 걸었고, 걸으면서 생각하고, 생각하다 생각조차 없어지는 시간을 만나고. 외로울 때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어떻게 내가 스스로 그 마음을 위로하는지, 맛을 봤어요. 그래서 제게 여행은 혼자 놓이기 위한 시간이에요. 마음에게 말 거는 시간. 그러니까 여행은 언제나 너무 좋고, 언제나 떠나고 싶고 그래요.


혼자 가기에 괜찮은 여행지를 추천한다면.
 
모든 곳! 어디든 혼자 가도 좋지요.
 
여행을 떠나 혼자 낮에 소주 한 잔 하는 걸 좋아하잖아요. 불쾌한 상황과 마주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적은 없었어요. 불쾌한 상황보다는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 있었죠. 낯선 사람과 친구가 되기도 하고, 대부분 혼자이니까 쓸쓸하기도 하죠. 그 쓸쓸한 시간 동안 또 많은 이야기와 생각들이 오기 때문에 그 시간도 즐깁니다. 진짜 소중한 시간이죠.
 
특별한 술버릇은 없나요.
 
계속 뭔가를 써요. 혼자 마시니까 주사는 나올 수가 없죠. 혼잣말 하듯이, 아님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듯이 계속 씁니다. 분위기에 완전히 취해서 쓴 글을 다음날 보면 글씨가 휘어져 있기도 하고요. 하하.
 
보통 가수들이 크리스마스에는 공연을 많이 하잖아요. 크리스마스 계획은?
  
공연 계획은 없고요. 이번 크리스마스도 되도록 가장 평범하게, 조용하게 보내고 싶어요. 언젠가부터 크리스마스 때 왜 다들 이렇게 즐겁고 신나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제일 조용하게, 완전 아무 일 없이 보내려고요.


내년 여행지로 생각해 둔 장소가 있나요.
 
구체적으로 정해둔 곳은 없는데 일단 빨리 여행을 가고 싶네요. 우선 순천 곽재구 선생님께 갈 생각입니다. 선생님과 얘기도 나누고, 또 가만히 있기도 하고요. 시간이 지나면 또 어딘가로 떠나서 흘러다니며 적고, 노래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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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해서 비슷한양양 저 | 달
오늘도 거리는 사람들로 붐빈다. 출근길 지하철, 퇴근길 버스 안, 저마다의 목적지를 향해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 그러다 어깨를 스치면 마주치는 날선 시선들도 이내 다른 곳을 향해 재빨리 흩어진다. 지금 우리는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그러나 호기심을 넘어서 용기를 조금 낸다면, 당신과 서로 마주할 수 방법을 것을 저자 양양은 알고 있다.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은 사람들의 주변을 서성이며 닫힌 그들의 창문이 언젠가를 열리기를 기다렸던 당신이 이야기이며 우리와 비슷해서 손내밀고 싶은 또다른 누군가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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