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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지금을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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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누군가에게는 돈일 것이며, 다른 누구는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꼽을 수 있다.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자신의 행복이 지금이 아닌 미래에만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 돈을 모아야만, 사회적 지위가 높아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으며,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망각하는 것이다.

 

지난 12월 8일부터 방영된 KBS 인간극장 <사랑은 아직도> 5부작에서는 아내와 사별 후 기자 일을 그만둔 후 ‘주부 아빠’가 되기로 한 강남구 작가의 이야기를 담았다. 방송 기자로서 사회적 인정을 받으며 성실하게 살아가던 그에게 어느 날 갑작스레 다가온 아내의 죽음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삶의 의미가 다름 아닌 “사랑하는 사람을 지금 꼭 안아주는 ‘시간’”임을 깨달은 그는 아내와의 이별에 대해 담담하게 써 내려가는 한편, 그리고 그 이후 아내의 병원 기록지를 뒤지며 의료 분쟁에 직접 뛰어들면서 그 자신과 가족의 행복에 대해 생각하고 찾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 꼭 안아줄 것』을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페이지를 잠시 접고 숨을 고르고 있을지 모른다. 이는 어쩌면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한 번쯤 만나게 될 죽음이라는 존재 때문일 것이다.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였을 때, 즉 우리의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알 때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살 수 있다.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과 행복을 이야기고자 하는 강남구 작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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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기자에서 주부 아빠가 되기까지

 

아들 민호와는 즐거운 시간 많이 보내고 계세요?

 

요즘 제 삶의 모토가 놀이로 바뀌었어요. 여기서 논다는 건 하고 싶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하는 것이에요.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음식을 만드는 모든 게 놀이가 될 수 있는 거죠. 억지로 해야 하는 일이라서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느낌이에요.

 

우리는 돈을 많이 벌고, 승진한 다음에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지금을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그때까지 기다리면 우리 다 죽을 수도 있거든요. 오랫동안 사회부 기자 생활을 하면서, 공직에 계신 50~60대 분들을 많이 봤어요. 그런데 이분들이 나중에 은퇴를 하실 때 보면 가족과 가깝게 지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죠. 대화할 때를 놓쳐버린 거예요. 어떻게 보면 이 책에서 하는 이야기가 아이와 제가 나누는 개인적인 시간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행복한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지난 2년은 떠난 아내의 빈자리를 확인한 시간이기도 했지만, 그 빈자리에 아이가 들어온 시간이기도 했다. 새벽에 일어나 아이가 걷어찬 이불을 덮어주고, 유치원 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를 맞이하고, 간식을 먹이고, 도서관에 가고, 가끔은 놀이방을 찾고, 어떤 날은 수영장을 동행한다. 자전거를 구르는 아이 뒷모습을 따라가며 조심하라고 외친다. 저녁을 먹을 땐 항상 아이 앞에서 밥먹기 시합을 하고, 저녁을 먹고 나서도 과일을 함께 먹는다. 잠자기 전에는 책을 읽고 책을 읽기 전에는 이를 닦아준다. 주변의 모든 자리를 아이가 차지하고 있었다. 아내는 떠났으나 아이가 찾아온 것이다. (280쪽)

 

책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책을 내야겠다고 생각하고 글을 시작하지는 않았어요. 제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항상 뭔가를 보면 습관적으로 쓰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아내가 병원에서 보냈을 시간이 궁금했어요. 책에도 나오지만, 아내가 병원에 있는 동안 면회 시간이 짧아서 함께 하지 못한 시간이 후회됐거든요. 그래서 아내의 진료 기록지들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풀어갔죠.

사실 글을 쓰는 내내 울었던 것 같아요. 진료 기록지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속상하고 마음이 아팠거든요. 이때 힘들었다고 물어보셨는데, 아뇨. 이상하게도 글을 쓰면서 점점 스스로 치유 받는 기분을 받았습니다. 이게 아내를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일까요. 이 순간 사랑하며 살아가라는 메시지는 제 아내가 남긴 선물이었어요. 이걸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서 블로그에 옮겼는데, 이것이 자연스럽게 관심을 끌면서 출간으로 이어지게 됐죠.

 

죽음은 삶과 아주 가까워

 

이전에는 기자 생활을 하느라, 상대적으로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이 많이 없었죠?

 

저 역시 아내를 떠나 보낸 후에야, 내가 지금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나 돌이켜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무엇 때문에 일을 했는지, 누가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이지, 나는 또 왜 그렇게 이끌려 갔던 것인지 혼란스러웠어요.

 

그래서 오랜 고민 끝에 기자 생활을 그만두고, ‘주부 아빠’가 되셨어요. 그동안 많은 고민을 하셨을 것 같아요.

 

경마공원에 있는 경주마하고, 숲 속에 사는 야생마 중에 어떤 삶을 선택하겠느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숲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야생마를 택할 거에요. 하지만 망아지가 있다면, 그 선택은 달라질 수 있거든요. 할 일만 하면 안락한 보금자리와 먹을거리를 얻을 수 있는 경마공원에 사는 경주마의 삶도 나쁘지 않다고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나 평가를 과연 포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2년 6개월 여간 고민했어요.

 

그런데 만약 이 질문을 내 삶의 끝에서 접했다고 생각하면 답이 명확해지더라고요.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그것을 마치 자기 죽음인양 경험하게 된다고요. 아내 일을 겪으면서, 죽음이 사실 삶의 아주 가까이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죽음을 외면하거나 감추려고 하는데, 사실 현대 사회 이전만 해도 죽음은 굉장히 일상인 행위였거든요. 내일 당장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살고 있는 시간이 유한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볼 수 있어요. 그것이 제겐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었고, 숲 속에서 햇살을 만끽하면서 흙을 밟고 사는 삶을 사는 게 낫겠다 싶었어요.

 

그렇지만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해서는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죠. 아내를 통해 느끼게 된 것이 해야 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것이었는데요. 해야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나이, 지위에 따라 할 일을 사회의 평가에 따라 정해놓은 것이잖아요. 그러한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나아가서 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잘하는 일을 찾고자 했어요. 그때 제게 독서 논술 강사 제안이 들어왔고, 20여 명의 학생이 처음으로 수강 신청을 했죠. 기자로 생활하던 때와 비교하면 불안정한 생활인 것은 맞지만 그것을 포기함으로써 제가 쓸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 늘어나고 하고 싶은 일이 많아졌다는 점은 좋아요.

 

사회부 기자로 다양한 일을 경험했지만, 실제로 의료분쟁을 겪으면서 놀라고 당황하셨을 것 같아요.

 

줄곧 관찰자의 역할에 서 있다가, 당사자가 돼 보니 확실히 느낌이 달랐죠. 의료분쟁의 병원 측 대표자들은 악의가 있는 분들은 하나도 없었어요. 다만 충실히 자신이해야 할 일을 하는 분들이었죠. 이 때문에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가족들이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을 수 있는가는 배제한 것 같아요.

 

인간극장이 방영될 때 의료분쟁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많은 분들이 어떻게 알고 제게 관심을 갖고 질문을 하더라고요. 그중에는 의료분쟁을 겪으면서, 상처를 받은 분들이 적지 않았어요. 저는 제 책이 그들을 위한 하나의 사례가 되고,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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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함께 하는 순간의 소중함

 

특별히『지금 꼭 안아줄 것』을 읽었으면 하고 바라는 분들이 있다면요?

 

책의 앞부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제가 아내에게 했던 일들이 많이 생각나더라고요. 다시 나을 것이란 기대 때문에 그날 하루하루의 의료 수치에 대해서만 궁금해했는데, 제가 만약 환자 입장이라면 함께 하고 있는 순간의 소중함에 대해 말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최근에 대학 수학 능력 시험이 끝났잖아요. 수험생들이나 수험생 가족들, 그리고 취업 준비생들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점수가 몇 점인지, 취업이 되었는지를 묻기 전에 ‘너와 함께 해서 좋다’ 같은 말이 지금 당장 필요한 말인데, 너무 먼 미래의 이야기만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어느덧 연말이 다가왔네요. 앞으로 ‘주부 아빠’로서의 계획을 알려주세요.

 

저는 민호와 저를 동일시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그건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거든요. 잘못하면 아이를 자신의 아바타로 만들 수 있으니까요. 민호가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응원해주려고 해요.

 

또한 제가 해왔던 일 때문인지 몰라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소통이 늘 저에겐 소중한 일이었어요.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분들과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기회가 된다면 강연이나 대화를 이어갈 생각이에요.

 

『지금 꼭 안아줄 것』을 읽게 될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저는 좋아하는 문장이나 이미지에서 글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최근에는 “삶의 소중한 것은 끝이 있기 때문이다” 라는 카프카의 말이 기억에 남아요. 어떤 것이 정말 소중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아마 끝이 있어서일 거에요. 그 끝을 항상 생각하면서 자신의 삶을 감사하게 여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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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꼭 안아줄 것강남구 저 | 클(퍼블리싱컴퍼니클)
아내를 잃은 뒤 기자 일을 접고 어린 아들의 ‘주부 아빠’로 살아가는 전직 방송기자 강남구의 자전적 에세이. 2012년 봄, 저자 강남구의 아내는 재생불량성 빈혈 판정을 받고 혈액을 이식받던 도중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그동안 집안일은 아내에게 맡겨두고 취재현장만 뛰어다니던 사회부 기자이자 뉴스앵커인 저자의 곁에는 다섯 살 어린 아들만 남은 것이다. 그는 더 이상 미래를 위해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지금의 행복을 흘려보내지 않기로 결심하고는, 회사를 그만두고 아내에게 못다 전한 사랑을 아이에게 실천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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