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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디토리움 김정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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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범은 ‘푸딩’, ‘푸디토리움’으로 활동하며 클래식과 재즈를 넘나드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이다. 이윤기 감독의 < 러브토크 >, < 멋진하루 >의 음악 작업은 물론이고 하정우 감독과 < 577 프로젝트> , < 롤러코스터 >, 그리고< 허삼관 >까지 함께 하며 ‘영화 음악 감독’으로서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 허삼관 >은 가족을 위해 피를 파는 한 남자의 고단한 삶을 풍자와 해학으로 그려냈다. 누군가를 위해 ‘피’를 뽑는다는 것, 그리고 그 피로 무엇인가가 생명을 얻는다는 건 ‘영화’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음악감독 김정범과 함께 그의 정신적인 피가 흐르고 있을 < 허삼관 >의 음악 그리고 ‘영화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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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2005년 미국 유학시절이었어요. 소속사에서 전화가 왔는데< 여자, 정혜 >라는 영화를 만든 이윤기 감독님이 영화 예고 음악에 푸딩의 음악을 삽입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당시에 영화감독들이 < TV문학관 >이라는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프로젝트가 있었는데요. 이윤기 감독님이 은희경 작가의 『내가 살았던 집』을 만드셨어요. 감사하게도 그 드라마에도 푸딩의 음악을 쓰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운명처럼 제가 미국에서 한국에 도착한 날 드라마가 방영이 됐어요. 그리고 다음 영화< 러브 토크 >에서 함께 하면서 영화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이윤기 감독이 왜 푸딩의 음악에 그토록 관심을 가졌을까요? 이야기 들으신 게 있나요?


지인 차에서 우연히 ‘푸딩’ 음악을 들었다고 해요. 처음에는 외국 뮤지션인줄 알았고 굉장히 나이가 많은 뮤지션이라고 생각했대요. 그런데 한국 사람인 걸 알게 되어 바로 연락을 하게 됐다고 하더군요.

 

현재 이윤기 감독과 하정우 감독의 작품을 주로 맡고 계신데요. 하정우 감독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이윤기 감독님과 인연이 하정우 감독까지 이어졌어요. 이윤기 감독의 < 멋진 하루 >에서 주연 배우였던 하정우씨를 만났어요. 그런데 촬영 당시에는 자주 보지는 못했어요. 어느 날 제가 치과에서 신경치료를 받고 너무 아파서 눈물을 막 흘리고 있는데 전화가 한 통 왔어요. 바로 하정우 감독님이었죠. 지금 본인은 유럽에서 영화 < 베를린 > 촬영하고 있는데 <577 프로젝트>음악을 좀 맡아달라고 하더군요. 
 
<577 프로젝트>, <롤러코스터>이번에 <허삼관>까지 하정우 감독과의 작업이 세 번째네요.


< 허삼관 >같은 경우는 시나리오 단계 전부터 이 영화도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그 때부터 원작을 찾아보고 했죠. 일반적으로 영화 음악은 편집이 끝나고 만들기 시작하는 후반작업의 일환이죠. 저는 시나리오가 나오기 전부터 회의에 계속 참여를 하는 편이에요.

 

후반작업인데 미리 참여를 하는 이유가 있나요?


영화가 만들어지는 시작부터 참여를 하는 이유는 처음부터 캐릭터 분석이나 상황을 파악하려고 하는 거죠. 이 작업을 미리 해놓으면 오히려 편집이 나왔을 때는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어요. 

 

하정우 감독과는 어떤 식으로 작업을 하나요?


하정우 감독님은 자신이 생각한 음악을 들려주기도 하고 함께 이야기를 많이 나눠요. 하지만 음악을 들려준다고 해도 왜 이 부분이 좋다고 생각하는지 알수가 없죠. 좋아하는 포인트도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그래서 저는 감독님들께 질문을 많이 해요. 왜, 어떤 부분이 좋나요? 하고 디테일하게 물어보는 편이에요. 하정우 감독님의 경우는 내가 설명을 잘 못하는 것 같다는 걱정을 많이 하는데 어떤 이야기든 거리낌 없이 무조건 던져보라고 이야기를 해요. 그럼 그 이야기를 다 기록을 해서 참고를 하죠. 그리고 영화는 편집이나 촬영 같은 부분이 계획과 달라지는 경우도 생기더라고요. 계속 영화 작업에 참여를 하면 감독의 의도와 거리를 줄일 수 있고 무엇보다 기계처럼 찍어내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음악을 본격적으로 만드는 작업은 기간이 짧을 수 있지만 음악을 만들기 전에는 계속 영화의 호흡을 쫓아가는 거죠. 이번에 < 허삼관 >같은 경우는 상업영화다 보니까 많은 변수가 있었는데 그 변수를 쫓아갈 수 있는 방법도 최대한 감독을 이해하고 왜 바뀌었을까를 추적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상업영화 음악은 처음인데.. 그동안의 영화 작업과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이번에 < 허삼관 > 작업을 하면서 상업영화에 대해 처음 인지를 한 것 같아요. 개인 앨범의 경우는 제 음악을 좋아하는 취향을 가진 분들이 들어주시잖아요. 그래서 이런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강요를 할 순 없죠. 그런데 상업 영화는 많은 사람들, 다양한 계층들이 보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설명이 되는 보편적인 음악을 만들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그런가요? 이번 앨범은 재즈 보다는 클래식이나 오케스트라 음악이 많이 쓰인 것 같은데요?


네, 영화 전반부의 음악은 1980,90년대에 나오던 미국 할리우드 홈드라마나 블록버스터 음악들의 방식을 따랐어요. 그래서 이번< 허삼관 >음악의 큰 축은 오케스트라였어요. 물론 그 외에 집시 재즈, 탱고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가장 큰 중점이 오케스트라다 보니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그리고 영화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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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 음악은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컸을 것 같은데요?


한국에서 잘 알려진 오케스트라 곡은 대부분 현 중심이 많아요. 최대한 클래식 음악과 가깝게 만들고 싶어서 현 보다는 목관 악기나 금관 악기 같은 클래식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악기 구성을 쓰고 싶었어요. 그렇게 하려면 일단 편곡의 방법이 다양해지고 각 파트의 오케스트레이터들을 어떻게 컨트롤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생기죠. 실제로 제가 몇 마디를 쓰고 편곡으로 또 피드백을 받으면서 다양한 테스트를 거쳤어요. 녹음 때도 체코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 스튜디오에서 연주를 하면 뉴욕에 있는 오케스트레이터 마크와 서울에 있는 엔지니어 강효민씨 이렇게 모두 실시간으로 함께 작업을 했어요.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작업을 하는 독특한 경험이었어요.

 

체코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작업을 했는데... 특별히 이 오케스트라와 작업을 한 이유가 있나요?


일단 체코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규모가 맞았어요. 그러니까 악기 편성이 금관, 목관 악기가 다 있고 인원도 60명이었고요. 여기가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와 작업도 하고< 호빗(The Hobbit) >같은 할리우드 음악을 많이 해서 녹음 홀도 크고 연주의 합도 잘 맞았어요.

 

오케스트라와 소통은 어떻게 했나요?


일단 오케스트라는 악보가 중요해요. 악보가 정확하면 말이 필요가 없죠. 큰 규모라 전문 카피스트 분도 계셨고 디렉터와 이야기 할 때도 결국 중요한 건 악보였어요. 악보에 모든 키가 달려있는 거죠.

 

푸딩 시절에도 다른 나라 아티스트와 작업이 많았잖아요. 이번에도 한국, 체코, 미국, 브라질 프랑스, 이탈리아 총 6개국 분들이 참여하셨네요.


다른 나라 아티스트와 작업을 하는 이유는 간단해요. 이런 사람과 이런 음악을 만들고 싶은데 원하는 그 사람이 뉴욕에 있고 프라하에 있고 이런 식이라 제가 그 나라로 갈 수 밖에 없었어요. 섭외나 의뢰는 사전에 메일을 보내고 일정을 잡았죠.

 

영화를 보면 집시 음악이나 탱고도 있는데 OST 앨범에는 오케스트라 곡들이 위주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OST를 들었을 때 영화 안에 있으면 좋은데 앨범으로 나오면 안 좋은 경우가 있더라고요. 영화 안에서 역할을 다하면서도 음반이 됐을 때도 감상이 잘 되는 곡들을 묶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러려면 한 톤을 유지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계속 음악들을 통일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 멋진 하루 > OST는 재즈 톤으로, 이번에는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곡을 위주로 했어요.

 

오케스트라 오버 더빙도 없었고, 녹음 방식도 할리우드에서 사용되는 ‘5.1 트래킹’으로 했어요. 사운드에 대한 고집이 많이 느껴집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사운드에 대한 집착이 없는 편이라고 생각해요. 음반용은 더 세밀하게 믹스를 하는 거죠. 영화용 음악과 음반용 음악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조금 더 세밀한 터치들이 필요하죠. 타협보다는 기본은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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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을 하다 보니< 허삼관 >영상을 많이 보셨을 것 같은데 어떤 장면이 좀 기억에 남았나요?


대사를 거의 외울 정도로 많이 봤어요. 어떤 때는 처음과 편집이 달라졌네 하는 사소한 부분까지 찾기도 하고요. 하지만 음악을 만드는 영화는 특별히 인상적이고 재밌거나 슬프거나 그런 부분이 없어요. 이 장면에 어떤 음악을 붙일까도 고민을 하게 되니까 오히려 영화를 감정적으로 반응할 틈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 음악은 어떻게 보면 이성적인 작업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장면 하나 하나를 철저히 분석을 해야 하는 거니까 감정적으로 빠지면 음악을 만들 수 없을 때가 많아요.

 

특히 작업이 힘들었던 곡은 어떤 것이었나요?


이번 수록곡 중에 「매혈기」라는 곡이 있어요. 첫째 아들 일락이가 쓰러지고 뇌염이라는 판정을 받아 돈을 빌리러 다니는 장면에서 나오는 곡이죠. 어떻게 보면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서 나오는 음악이에요. 그런데 계속 음악이 영상과 맞지 않고 제가 원하는 결과도 나오지 않아서 그럼 곡을 다시 써보자 싶었죠. 곡이 왜 안 나오는 지 원인을 알면 고칠 수 있지만 그 방법을 모르니까 극한까지 가서 다시 리셋을 했죠. 이 곡은 4번을 다시 썼어요.

 

앞으로 어떤 영화음악을 만들고 싶으신가요?


개인적으로< 이터널 선샤인 >의 음악을 만든 존 브라이언(Jon Brion)을 좋아해요. 지적이고 세련됐죠. 뭔가 푸디토리움 김정범의 색깔이 들어있되 영화에 흡수도 잘되고 퀄리티도 높은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이윤기 감독님의 다음 작품 < 남과 여 > 사운드 트랙을 맡았어요. 거의 촬영이 끝나가서 기쁜 마음으로 음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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