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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인숙 “남편을 위로하려고 찍은 사진, 사랑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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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를 하고 싶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사랑이 됐다.” 『서울 염소』의 저자 오인숙 사진작가의 이야기다. 사진 에세이 『서울 염소』는 10여 년간 남편의 방황과 갈등을 지켜본 아내의 일기다. 사춘기를 겪는 두 딸을 이해하기 위해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어느 날 남편의 괴로움이 카메라로 들어왔다. 대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매일을 견디고 있었던 남편, ‘서울 염소’가 되어 높은 빌딩으로 출근해야 하는 남편의 뒷모습이 앵글에 잡히자, 비로소 있는 그대로의 남편을 받아들이게 됐다. 저자는 “사진을 찍을 만큼의 거리를 두자, 온전히 한 인간으로서 남편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17년간 교직 생활을 한 아내와 초고속 승진을 하며 승승장구했던 프로그래머 남편. 동갑내기 부부는 큰 욕심을 부리지 않았지만 서울살이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결국 남편은 구조조정의 칼날을 스스로에게 들이댔고 아내는 학교를 그만뒀다. 아들과 둘이 떠난 여행에서 아내는 사진의 매력에 빠졌고, 남편은 “와이셔츠 단추 한 개 열고 다니다 하나 더 여니 세상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며 시골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 밥벌이의 지겨움은 여전하지만, 이들 부부는 자신들이 ‘언제’ 행복한 지를 알게 됐다.

 

지난 가을, 아내는 남편을 위해 작은 전시회를 열었다. 고심 끝에 선별한 사진들을 남편에게 보여주자, 남편은 “담담하네”라고 말했다. “아내가 남편을 찍었는데 자극적이면 이상한 거지. 뭘 더 바라나?”라며, 은근히 칭찬을 기대했던 아내를 꿀 먹은 벙어리로 만들었다. 그런데 사진전이 끝나고 6개월 만에 나온『서울 염소』 초고를 읽은 저자의 딸아이는 “울 뻔했어. 아빠가 참 아름다운 사람인 것 같아. 정말 순수한 어린아이 같아”라고 말했다.

 

“처음엔 집사람이 자기 사진 욕심에 자꾸 나를 찍는가 보다 했는데 어느 날 보니 제가 하는 이야기를 다 받아 적는 거예요. 울컥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때부터 몸을 대주기 시작했어요. 인자 찍든가 말든가 마음대로 한 번 해보라고.”(183~184쪽)

 

결국 누군가를 찍는 일은 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행위였다. 『서울 염소』는 신묘한 책이다. 예쁘게 찍으려고 애를 쓴 사진, 잘 쓰려고 아등거린 글이 하나 없는데, 읽는 내내 심장이  뛴다. 아주 새롭고 특별한 것을 만들기란 오히려 쉽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읽어내는 일일지 모른다. 아내는 남편의 표정 대신 낯빛을 찍었다. 사진에는 빛과 함께 그림자도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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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엄마, 아빠라는 직위를 떨쳐버려


책을 낸 과정이 궁금합니다. 작년에 ‘서울 염소’라는 제목으로 사진전을 열기도 하셨죠.


남편 사진이 계속 쌓이면서 한번쯤 정리를 좀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남편이 회사에서 구조조정되면서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그 전에 선물로 주고 싶기도 했고요. 사진전을 열면서 도록을 만들었지만 제대로 더 깊이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죠. 책을 준비하면서 남편이랑 이야기를 했는데, 저희의 삶이 비단 저희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더라고요.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다 보면 “시골 가고 싶다, 귀농하고 싶다, 여행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거예요. 대개 그런 것들에 대해 꿈만 꾸다 마는데, 그래도 저희는 운이 좋게 실현을 해봤으니까요. 조금의 위로 같은 게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처음 『서울 염소』라는 제목을 읽고, ‘왜 염소지?’ 싶었어요. 그런데 의미를 알고 보니 되게 슬프더라고요.


염소 이야기가 이 책의 출발이에요.

 

“어릴 때 큰집으로 심부름을 가곤 했어. 산모퉁이를 돌면 묵은 밭 같은 평지가 나오는데 거기 염소 한 마리가 묶여 있는 거야. 그냥 쇠꼬챙이에. 염소는 동그라미 안에 있어. 쇠 말뚝과 동그라미 중간쯤에 앉아 입을 우물거리면서. 그 모습이 어린 눈에도 무척 인상적이었어. 그런데 커서 보니까 내가 딱 그 염소야. 목줄 길이가 회사 가는 거리인 거지.”(4쪽)

 

책을 읽는데 한 페이지도 쉽게 넘어가지가 않더라고요. 슬프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고. 남편은 아내의 글을 보고 어떤 반응이었나요? 사진만 봤을 때의 느낌과는 달랐을 텐데요.


자기가 굉장히 슬프게 그려졌대요. 자기는 웃긴 놈인데. (웃음) 평소에 남편이랑 워낙 이야기를 많이 해요. 같이 본 글도 많고요. 저희에겐 새삼스럽진 않은 거예요. 많이 했던 이야기니까. 우리 부부가 하던 이야기에서 마치 사료를 찾는 느낌이었어요. 남편이랑 저만 회원인 온라인 카페가 있는데, 서로 관심 있는 일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그래요.

 

쌍둥이 두 딸의 복잡 미묘한 관계를 사진으로 이해하려고 했듯이 남편에게 드리운 그늘을 이해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그러나 남편은 달랐다. 온갖 표정을 지으며 풍부한 감정을 표현하는 여자아이들과는 달리 남편은 웃거나 화내거나 무표정한, 딱 세 가지 얼굴뿐이었다. 처음에는 완강하게 거부했다. 얼굴을 가리고 저만치 가버리기 일쑤였고 때론 소리를 버럭 지르기도 했다. 그래도 나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긴 세월이 흐르고 남편은 아이들의 배경에서 자기 삶의 내 사진 속의 주인공이 되었다. (180~181쪽)

 

첫 장부터 눈을 떼기가 어려웠어요. 사진도 사진이지만, 특히 글이. 책을 본 지인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많이 울었다는 분들이 꽤 있더라고요. 그런데 감동을 받은 부분이 다 다른 것 같아요. 결혼을 안 한 동료는 부모님이 생각나서 울었다는 분도 있고. 남편이 프로그래머라고 하신 기자님은 이카루스의 추락, 그 부분이 너무 자기 이야기 같다고도 하셨고. 여행 간 이야기가 좋았다는 분도 계시고요. 감동 받은 부분이 조금씩 다른 게 저한테는 재밌게 느껴졌어요.

 

시 같은 느낌도 들고. 문장이 굉장히 정제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고등학생 때부터 문학소녀였어요. 좀 웃긴 이야기인데, 17살 때 절필한 사연이 있어요. 글이라는 게 쓰다 보면 자기 자신이랑 좀 다르잖아요. 쓴 글을 보면 되게 절실한데, 제 자신은 되게 관념적이고. 결정적으로 뭔가를 하겠다고 엄청나게 글을 써놨는데, 현실에서의 나는 아무 것도 아니고. 글 속의 저와 바깥의 제가 너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아서 글을 못 쓰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어떻게 다시 펜을 들었는지는 모르겠는데, 항상 글에 관심이 많았어요.

 

특별히 어떻게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안 했나요.


글을 쓴다는 게 누구를 대상으로 한다기보다,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게 더 먼저잖아요. 저 혼자 회원인 카페도 있어요. 일기장인 거죠. 책을 준비하면서, 아예 새롭게 쓴 글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써놓은 글들을 싹 정리하는 느낌으로 스스로 편집을 했다고 할까요. 여행을 갔을 때, 내가 뭘 하고 싶을까를 생각했는데. 사진은 두 번째였던 것 같아요. 첫 번째는 글 쓰는 행위더라고요. 그래서 사진 선생님한테 “이제 글 쓰는 거 하고 싶어요”라고 했어요. 사진은 사실 남편 때문에 계속 한 거지, 글 속에서 제가 더 자유로운 것 같아요. 사진은 더 많이 공부해야 하고요.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는 쌍둥이 두 딸의 이야기도 재밌었어요.


며칠 전에 책을 읽어 보라고 줬더니, 첫 장부터 대성통곡을 하면서 보더라고요. 방에서 각자 따로따로 보는데, 계속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고. (웃음) 마지막 장쯤에서 또 다시 대성통곡을 하고. “난 안 울 거야”라고 하더니, “난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고 묻더라고요. 자기 전에 저에게 편지를 줬어요. 딱히 어떤 대목에 감동했다는 것보다 우리 가족 모두에게 감동을 받았다면서, 소중한 사람들이 옆에 있어서 좋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이제 엄마, 아빠라는 직위를 떨쳐버려”라고 했는데, 애들한테는 엄청난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일단 저로서는 가족에게 큰 영향을 줬다는 것만으로도 되게 고마운 책이에요.

 

 

우리가 어떤 상태에서 행복한지를


“사랑은 단지 곁에 있어주는 것. 이 말을 이해하는 데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하셨어요.


사진 찍어주면서 늘 옆에 있고, 손잡고 걸어주고, 이야기 들어주고. 그것보다 중요한 게 없는 것 같아요.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일 거예요. 남편이 귀농을 이야기했을 때는 ‘아, 난 전혀 아닌데. 그런 거 싫은데’ 했어요. 하지만 같이 가봤더니, 관심이 생기고 더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는 욕심도 생기고. 돈이 있고 없고 보다, 어떤 큰 충만함을 알게 된 거예요. 맨 마지막에 시골집 사진이 나오는데,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시골이냐 도시냐, 여행지냐 하는 건 더 이상 중요한 것 같지 않아요. 어떤 상황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떤 상태에서 행복한지를 알게 된 거예요.

 

남편을 더 잘 이해하게 됐을 거고요.


사진을 찍으려면 일단 상대방이 있어야 하잖아요. 절대적으로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야 가능해요. 교감이 많아야 좋은 사진이 나오는 것 같아요. 얼굴만 봐도 안다는 게, 저는 남편을 찍고. 남편은 제 안색을 살펴요. ‘오늘은 안 아픈가’ 하고요. 아이들이 스무 살이 넘어가면, 남편이랑 여행을 다니면서 한 곳에서 1,2년씩 살면서 지내고 싶어요. 남편이 하는 앱 개발에 제가 아이디어를 줄 수도 있는 거고, 남편은 제 사진 작업에 새로운 테마를 줄 수도 있고요.

 

책을 보면서, 남편 분이 점점 더 잘생겨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웃음) 작가의 애정이 사진에서도 보이는 것 같고. 가장 큰 건, 남편 분이 행복해졌기 때문이겠죠.


어떤 분이 저랑 남편이랑 둘이 찍은 사진을 보시더니 “여자가 너무 좋아해. 균형이 안 맞아”라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아직도 제 눈에 콩깍지가 씐 것 같아요.

 

마지막 사진에서 남편 분이 개구진 표정으로 “인숙아 밥 줘!“라고 적힌 모니터를 들고 있어요. 되게 인상적인데요. “사진 좀 그만 찍고 밥이나 줘?” 이런 건가요?


(웃음) “밥만 많이 주세요”에 더 가까워요. 약간 머슴 버전? 남편이 좀 단순해요. “난 밥만 주면 돼”, 이런 말을 많이 해요. 그렇다고 본인이 요리를 안 하는 건 아니에요. 제가 “나도 밥 줘”하면 밥 줘요. 그 사진을 찍었을 때가 남편이 백수일 때인데, 아침부터 이야기가 잘 돼서 점심 때까지 계속 놀면서 사진을 찍었어요. 남편이 밥 달라고 해서, 그날 빵을 줬어요. (웃음)

 

사진을 공부하게 된 동기가 있었나요.


본격적으로 공부한 건, 큰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인데, 둘이서만 유럽여행을 갔어요. 처음으로 남편 없이 갔는데, 아이랑 저밖에 없으니까 제가 주도한 여행이 됐죠. 그 때 사진을 찍으면서 완전 빠졌어요. 블로그에 사진을 올렸는데 롯데백화점에서 전시를 하자고 연락이 오더라고요. 어, 이게 뭐지? 나 잘 찍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남편이 중고 디지털카메라를 사왔어요. 사진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2005년에 한겨레 강재훈 사진학교에 등록했어요. 그 때 선생님이 처음 보여 준 책이 『윤미네 집』이에요. 아, 이건 가봐 싶더라고요. 그 전까지는 어떻게 멋있는 사진을 잘 찍을까만 생각했는데,『윤미네 집』을 보고 사진에 대한 방향성, 정체성이 정해졌어요. 나중에 나도 아이들 사진을 찍어서 결혼할 때 선물로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진가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당시엔 교사 생활을 했던 터라, 전업으로 사진을 한다는 건 꿈에도 생각을 못했어요.

 

지금도 여전히 남편 사진을 찍으시나요? 책을 내고 나서, 남편을 찍는 시선이 달라졌을지도 궁금합니다.


찍어요. 남편이 마지막 사진에 “밥 줘”라고 쓴 것처럼, 좀 웃긴 사람이에요. 스스로 자기가 슈퍼모델인 줄 알고, 빛이 좋은 날이면 “이런 데서 안 찍고 뭐 하는 거냐”며 저를 불러요. (웃음) 자기가 오히려 ‘나는 로케이션 디렉터’라면서 이런 이런 사진을 찍어보자고 제안을 해요. 인간의 진화를 사진으로 담아보면 어떻겠냐고 했는데, 생각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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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끊임없이 상대와 자신을 맞춰야 한다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계신데, 사진은 저자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사진 수업시간에 “당신에게 사진이 뭐냐?”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첫째는 인식의 확장이에요. 어떤 사람을 볼 때, 정면에서 보다가 아래에서 보면 전혀 다르거든요. 생각을 확장하게 하는 도구죠. 두 번째는 자기 안에 있는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인 것 같고, 마지막으로 가장 강력한 게 소통의 수단이라는 거예요. 남편과 신혼 초창기 때, 온라인 카페를 만들어 놓고 소통을 하다가 멈춘 이유가 글은 어떻게 보면 일방적인 거잖아요. 내 생각을 갖고 혼자 쓰고 그걸 상대한테 보라고 주는 건데. 화가 났거나 부부싸움을 했을 때, 서로 마주보면서 하는 이야기는 그 자리에서 사라지지만 글로 쓰면 그건 남아 있으니까요. 그리고 남자들은 여자들이 조목조목 따지는 걸 싫어하잖아요. 그런데 사진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어떤 게 다른가요.


사진은 일단 대상이 있어야 찍을 수 있잖아요. 그리고 자기 기분이 안 좋으면 안 찍혀주죠. 소통의 수단이라는 게 끊임없이 상대와 자기를 맞춰가야 하니까. 내가 어떤 상태인지, 자기를 되돌아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참는 순간이 생기고. 계속해서 소통하려고 노력한 결과가 사진에서도 보이는 것 같아요.

 

지난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부부들이 읽으면 가장 좋겠지만, 신혼 부부들이 이 책을 읽어도 좋을 거란 생각을 했는데요. 이제 막 결혼생활을 시작한 분들에게 딱 하나의 조언을 한다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다는 건 참 어려워요. 지금도 힘들지만, 시간을 두고 참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저희 부부가 대화를 많이 하고 소통을 잘하지만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서로 건드리지 않아요. 마음에 들어서 그러는 건 아닐 거예요. 그 사람 걸로 놔둬야 원만한 관계가 유지될 수 있으니까요. 서로 기다려주는 게 중요해요. 각자의 영역을 인정해주고. 믿어주고 또 밥도 줘야 해요. 미워도 자기가 해야 할 건 하는 거예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툭 토라져버리는 게 아니라, 화가 나도 지켜줘야 할 부분, 자기 할 역할이 있으면 하면서 화도 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서울 염소』를 어떤 사람들에게 선물하면 좋을지요.


가능하면 남편 또래의 남자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남자들은 이런 책을 잘 안 읽는다고들 하는데, 그래도 사진은 많이 보잖아요. 또 남편의 짝꿍인 여자들이 읽어도 좋을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자기도 한 번 흉내 내보겠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 사진이라는 걸 통해서 이렇게도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셨으면 좋겠어요. 많은 분들이 조금이라고 행복한 순간을 기억했으면 해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두 번째 책을 기대해도 좋을까요.


산 넘어 산이라고, 책을 냈다고 고비가 없는 건 아니에요. 애들이 책을 읽고 펑펑 울었다고, 다음날부터 말을 잘 듣는 것도 아니고. (웃음) 책을 준비하는 사이에 남편이 또 한 번 실직을 했고, 3개월 정도 쉬었다가 다시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그 사이 더 힘들어진 부분도 있어요. 그런데 이런 고비고비가 있을 때 그간 찍었던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다시 감동도 받고 힘도 얻고 그래요. 사람의 기억은 완벽하지 않잖아요. 하지만 사진에는 그 당시의 표정, 느낌들이 다 생생하게 들어있으니까요. 60살쯤 되면, 한 번쯤 다시 한 번 정리를 하고 싶은 생각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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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염소오인숙 저 | 효형출판
너무 가까운 거리가 때로는 관계의 진실을 가리기도 한다. 사진가 오인숙은 한때 가장 사랑했던 남자, 남편을 이해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한 걸음 물러나 그의 순간순간을 기록해왔다. 남편과 아내가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 서로를 응시하고 이해해가는 과정을 담담한 사진과 간결한 글로 담아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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