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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길, 지금부터 3년이 이후 30년의 역사를 좌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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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길 셀렉 (1).jpg

 

미래는 SF 영화처럼 어느 날 문득 닥치는 것이 아니다. '오래된 미래'라는 말처럼 오늘 우리의 삶과 지나온 역사 속에 이미 미래의 모습이 담겨 있다. 한국 현대사는 우리가 마주할 미래에 대해 풍성한 지혜를 제공하는 마르지 않는 샘이다. (316쪽)

 

지금 벌어지는 일들을 역사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석하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또한 그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역사를 현재의 관점에서 보고 재구성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다시 쓰는 한국현대사』를 통해 역사적 맥락으로 현상을 보기 위한 초석을 마련했던 저자 박세길이 『한국 현대사 열한 가지 질문』으로 다시 찾아온 이유다. 저자는 현 시점이 “역사의 변곡점을 통과하고 있”는 때라고 말하며, 바로 지금이야말로 청년 세대가 주체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우리 현대사를 꼼꼼하게 되짚은 저자는 어째서 ‘청년 세대’에 집중하는 것일까. 그가 청년 세대의 힘을 발견한 것은 2008년 촛불 때였다. 이전과 전혀 다른 형태의 촛불 시위를 주도했던 청년 세대의 역동성과 개방성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시위를 축제로 탈바꿈시켰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제 목소리를 냈다. ‘88만원 세대’였던 청년들은 그 후 지금까지도 꾸준히 자신들의 목소리 내기를 주저하지 않고 있다. ‘안녕들하십니까’부터 ‘알바연대’까지 청년 세대의 역사는 줄기차게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이들, 청년 세대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가? 우리 현대사에 굵직한 상흔을 남겼던 사건들을 되짚어 보니 명백한 답이 나왔다. 모든 일들이 청년 세대를 가리키는 듯이.  『한국 현대사 열한 가지 질문』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뼈아픈 사건, 1997년 외환위기를 제일 먼저 진단한다. 저자는 “현재 발생하는 온갖 문제의 시발점, 근원”이라고 외환위기를 규정하고, 청년 세대의 삶을 따라간다.   


‘어제의 청년’ 박세길이 ‘오늘의 청년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핵심 메시지는 이것이다. “지금의 문제는 우리 선에서 해결하겠다고 하는 의지를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청년들이여, 당신은 결코 어리지 않다. 결코 미숙하지 않다. 당신 스스로 세상을 바꾸고자 한다면 그렇게 될 수 있다. 저자가 ‘열한 가지 질문’을 갖고 들여다 본 역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러니 부단히 일어나 희망을 만들어주길 간절히 바란다. 문제의식을 갖는 것, 그것부터가 큰 시작이다. 

 

 

청년 세대 관점으로 바라본 역사


11가지 질문을 구성하셨어요. 기존 역사서와는 구성도 좀 다르고요. 이런 방식을 통해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열 가지 질문으로 시작했어요. 쓰다 보니 열다섯 가지로 늘어났다가 줄이는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는 열한 가지로 결정이 되었고요. 일단 지금이 2015년이고, 전체 글 속에도 녹아있지만 역사를 지금의 청년 세대 관점에서 보았어요. 그들이 현대사를 통해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니 몇 가지 질문들이 나오더라고요. 그 질문들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기술해보려는 것이 첫 번째였고요.


순서가 특이하죠. 만일 해방, 분단 이야기로 시작했다고 했을 때 청년 세대들이 과연 이것에 흥미를 느낄 수 있겠느냐(웃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너무 먼 이야기잖아요. 자신들과 관계없다고 느낄 것 같았어요. 청년 세대가 딱 실감할 수 있는 것이 외환위기 때부터 아니겠느냐, 때문에 거기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가려고 했죠. 말 그대로 옛날 얘기는 교훈을 찾기 위한 것으로써 다시 한 번 들여다보고, 마지막으로 그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희망을 찾는 순으로 구성한 거예요. 통상적인 대열과는 다르긴 하죠.

 

서두에도 ‘어제의 청년이 오늘의 청년들에게’라고 쓰셨잖아요. 청년 세대에 관심을 갖게 된, 그 세대에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진 이유가 있으셨을 텐데요.


부끄러운 얘기입니다만, 2008년 이전까지는 별 관심이 없었어요. 2008년 촛불시위라는, 이전에 없었던 전혀 새로운 현상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졌죠. 아시다시피 촛불시위의 주역이 당시 10대부터 30대에 이르는 청년 세대였어요. 그들의 행동 패턴이나 모든 것들이 전혀 다른 거예요. 저에게는 굉장히 놀라운,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도대체 이들의 정체가 뭐냐, 호기심을 가진 것부터 시작했죠. 이전 세대와는 사고, 행동 등이 전혀 다르니까요. 비슷한 시기에 『88원 세대』라는 책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책이 그 세대에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고요. 저는 이 내용이 어째서 이토록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는지 또 궁금했어요.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저의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대가 등장했고, 앞으로 역사는 이들로부터 새롭게 시작될 것이라는 잠정적 결론이 나오더라고요. 이후 제 모든 탐구의 중심은 지금의 청년 세대가 된 거죠.


50대 중반을 넘어섰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쉽지가 않은데요(웃음). 어쨌든 이들 입장에서 역사를 재해석, 재구성 해보고, 다시 역사를 통해서 청년 세대들이 갈구하는 바를 생각해보려고 했어요.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은 2008년 촛불 시국을 탈산업사회로 진입하는 신호로 보셨던 부분입니다. 젊은 세대, 청년 세대에 희망을 보시는 거죠?


촛불시위에 대해 다룬 장(章)이 9장이죠. 소제목을 ‘문화 충돌 속에 드러나는 미래’라고 했는데요. 탈산업사회가 요구하는 인간형과 촛불 시위를 통해 표현된 세대의 특징이 기가 막히게 일치해요. 탈산업사회의 특징을 개방성, 수평성, 다양성, 이 세 가지로 꼽았는데요. 말 그대로 탈산업사회에는 창의적 인간, 창조력이 넘쳐나는 인간이 필요해요. 촛불 시위를 거대한 예술 행위라고 표현했잖아요. 그런 면모가 딱 드러났던 거죠. 우연적인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그들에게 내재된 속성이었고, 촛불 시위를 통해 극적으로 드러났다고 생각해요. 『자본주의, 그 이후』라는 책을 2012년에 냈는데요. 그 책에서 상당히 집중적으로 탐색을 해봤죠. 결론이 명확하게 나더라고요.

 

말씀하신 청년 세대들은 그런 진단을 스스로 인식하진 않았겠지만, 이런 평가를 보면 자신들에 대해 상당히 명확해지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혹은 이런 평가에 대해 의문이 들 수도 있겠고요.


현재 청년 세대의 특성이나 가능성을 가장 풍부하게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 30대 여성일 것 같아요. 그들을 생각하며 썼습니다. 똑같은 현대사지만 예전에 썼던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와 비교해보면 완전히 다를 거예요. 어느 시점에 어떤 사람의 입장에서 역사를 보느냐에 따라서도 역사는 전혀 다르게 다가오니까요. 1988년에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를 처음 선보일 당시는 민주화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아가던 시기였어요. 이전까지는 왜곡된 역사를 일방적으로 주입받았잖아요. 이제는 제대로 역사를 말해보자고 하는 ‘시각 교정’의 욕구가 강했어요. 그래서 제목도 ‘다시 쓰는’이라고 했고요. 요즘은 잘못된 시각을 바로 잡아야 한다, 이런 것은 아닐 거예요. 사는 게 답답하니까 ‘사는 게 왜 이러한가?’에 대한 답을 찾고 싶어 하는 것이 주된 동기가 아닐까 싶어요. 답을 찾으려면 질문을 던져봐야 하죠. 그래서 제목이 ‘질문’이 된 거고요. 그런 점이 이 책을 구상하게 된 중요한 동기였다고 할 수 있어요. 
 

박세길 셀렉 (2).jpg


 

사람중심사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람중심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에요. 이 책에서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간략한 정도나마 언급했는데요.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책에서 서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대전제는 현재 역사의 변곡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진보 세계를 구성했던 명제들이 다 낡은 것으로 전락되어버린 거예요. ‘사람중심사회’는 과거와 전혀 다른, 새로운 국면에 형성되는 것이고요. 때문에 그것을 설명하기 위한 명제들이 전부 재정립되어야 해요. 과거에 일반화되었던 명제로부터 연역될 수 없는 것이죠. 이 책에서 그것들을 다 설명할 수 없었어요. 어설프게 전달했다가는 오히려 잘못 해석될 가능성이 컸으니까요.


예를 한 가지만 들어볼게요. 기존 진보 세계에서는 ‘노동자 계급’을 중심으로, 이들의 이해와 요구를 바탕으로 미래 사회를 규정했는데요. 지금 청년 세대들은 전통적인 노동자가 아니에요. 노동자의 전통적 특징을 생산수단을 갖고 있지 못하고, 노동수단을 판매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 설명이잖아요. 지금은 보편적으로 창업을 꿈꿔요.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아이디어와 콘텐츠를 가지고 창업을 꿈꾸는 거죠. 전통적인 노동자가 아닌 거예요. 계급 정체성도 전혀 다른, 전혀 새로운 인간이 등장했다고 하는 부분이죠. 그런 점에서 모든 명제를 재정립하고 새로 구상해야 합니다. 기존의 것들과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을 표현하는 것이 ‘사람중심사회’예요. 그것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 인식 기초를 이 책에 담았어요.

 

책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드는 질문이 바로 이것이었거든요.


막연하지만 사람중심사회로 가는 게 맞다, 그것이 뭘까, 궁금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어요.(웃음)

 

지금 사회가 예전처럼 대단한 사회 변혁이나 혁명이 가능한 시대는 아니잖아요. 하지만 변화해야 한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라는 질문은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경로도 완전히 다르고요. 사람중심사회로 바뀌어나가는 가장 중요한 전제는 누구나 창업이 가능한 환경입니다. 이념적 표현이긴 합니다만 누구나 창업이 가능하고, 또 창업을 시도한다면 기업에는 어떤 현상이 벌어지겠어요? 구성원을 잡아두려면 그가 창업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과 똑같은 것을 기존 기업이 제공하지 않으면 안 되겠죠. 지분도 나누고, 경영권도 공유하고, 그야말로 동업자와 같은 형태가 될 텐데요. 그렇게 사회가 바뀌어간다는 거예요. 중국의 사례를 들었는데 그것이 하나의 암시가 될 것 같습니다. 촹커(創客, 중국에서 IT을 바탕으로 한 혁신적 창업자를 가리키는 말)가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어요. 젊은이들이 창업의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 진정한 진보 지식인이라면 그것을 제일 크게 내세워야 할 거예요. 그런 이야기를 포함해서 두 번째 작업을 계획하고 있어요. 

 

 

1997년 외환위기, 청년 세대 고통의 근원


역사의 층위는 무척 다양해서 어느 하나에 문제가 머물지 않잖아요. 연쇄작용이랄까,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 같다는 생각을 늘 하는데요. 책에서 다룬 우리 근현대사에서 가장 안타까운 사건을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단연 외환 위기죠. 외환 위기라고 하는 것이 우리 역사를 극명하게 바꿔놓았어요. 현재 발생하는 온갖 문제의 시발점, 근원으로 규정할 수 있겠죠. 책의 구성을 외환 위기로 시작한 이유예요. 우리 사회의 모순들에 대해 파헤쳐보는 것으로 시작했어요. 두말할 것 없이 지금 청년 세대의 고통이 다 외환 위기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보고 있어요.

 

외환위기 이후 기성세대들이 청년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것을 지켜냈다고 진단하셨어요.


신자유주의의 흐름 속에서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은 채 그 안에서 자기 이익을 지키는 데 급급했고, 결과적으로 청년 세대에게 부담을 지우게 된 거죠. 일부러 떠넘기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에요. 새로 사회에 진입하는 청년 세대에게 고스란히 떠넘겨버린 셈이 됐어요.

 

네. 그런 해석을 통해서 이후의 일들이 대부분 이해가 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민주노총이 그렇죠. 애초에 피와 땀으로 일궈낸 것이 민주노총이잖아요. 지금은 현상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죠. 예전에 노동자라고 하면 억압 받고, 소외된, 동정심 때문에 함께 연대했는데요. 지금은 이들이 상위 10% 안에 들어요.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아주 극명한 변화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죠.

 

그에 대해 질문을 좀 드릴게요. ‘노동운동이 노동자 이익 옹호에 실패’했다,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라고 하셨어요.


노동자의 보편적인 이익을 옹호하는데 실패한 거예요. 자신들의 이익을 옹호하는데 집중한 거죠. 하지만 그들이 노동자의 전부는 아니잖아요. 전체적으로 본다면 소수에 해당하죠.

 

특히 지금 젊은 세대에게는 노동조합조차 진입하기 힘든 영역이라 와 닿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대부분의 노동조합은 정규직만 가입이 가능해요. 비정규직은 아예 자격이 없는 셈이에요. 일부 함께 가입되어 있는 노조가 있긴 하지만요. 노동조합이라는 그 세계에서조차도 배제되어 있는 거예요. 현재 노조는 기득권을 지키는 조직으로 된 거죠.

 

노동조직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요? 대안은 무엇이 있다고 보시는지 궁금해요.


정말 어려운 질문입니다.(웃음) 노동조합이라고 하는 조직을 떼어놓고 보면 솔직히 답을 드리기가 힘들고요. 누구나 창업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사람중심사회로 전환될 것이라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상상을 해보세요. 청년 세대에게는 복지라는 것이 실패해도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달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 되겠지요? 이 경우, 현재 비정규직에 머물러있는 세대들은 어떤 모습을 보이겠습니까. 결사적으로 나서겠죠. 그렇게 바뀌는 거예요. 비정규직에 의존했던 기업들도 체제 변화를 도모하지 않으면 유지할 수 없는 연쇄적인 변화가 일어나겠죠. 한 마디로 비정규직 자체가 필요 없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고 봐요. 그런 근본적 변화를 하지 않고는 현재로써는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청년 유니온이나 알바 연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세요? 기존 노조에의 진입조차 가능한 통로가 없기 때문에 밖에서 자신들끼리의 조직을 만들고 연대를 하는 형태잖아요.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 현실에서 굉장히 절실한 움직임이죠. 실업자, 비정규직은 아예 기존 노조에 가입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배경이 되어주고 있으니까요. 저는 청년 유니온 측과도 자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데요. 지금 상황에서 아주 적절하게 잘 만들었다고 보고 있어요. 반복되는 이야기입니다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 하더라도 변화로 가는 하나의 징검다리 역할은 충분히 하고 있죠.

 

무엇보다도 좌우 구도는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를 드러내는 데 무력하다. 소수 기득권층이 권력을 독점하고 국민 다수는 소외당하고 있다는 진실 말이다. (중략)국민이 양분되어 옥신각신하는 좌우 대결 구도는 기득권에게 더할 나위 없이 안정적인 환경이다.(98쪽)

 

 

청년세대, 어리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어


좌우 구도, 진영 논리는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는 데 큰 방해 요소입니다. 진정한 의미의 좌우냐 하면 그것도 아닌 경우가 많이 있고요.


굉장히 큰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종편 보셨습니까? 노골적으로 좌우 담론을 재생산해요. 이것들은 한국 사회 문제의 본질을 은폐하고 기득권을 보호하는 도구로, 아주 심각한 장애가 되고 있죠. 유럽 역사를 보면 좌우의 사상, 이념 대결이 나름대로 건강하게 작동을 하면서 발전시킨 측면이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그것도 아니에요. 철저하게 기득권 세력을 엄호하기 위한 장치로써 작용한 것이 좌우구도예요. 그것도 주로 ‘종북좌파’라고 해서 북한을 물고 늘어지면서 억지로 덮어씌우는 식으로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죠. 굉장히 저열하게 말이에요. 더 심각한 문제는 스스로 진보라고 하는 사람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에요. 자신도 모르게 묻어가고 있는 상황이죠.

 

이에 대해서도 어떻게 전망하고 계신지 여쭙고 싶어요. 질문이 많아지는 책입니다.(웃음)


제가 풀어갈 입장이 아니긴 합니다만. 다른 매체에 쓴 칼럼 내용인데요. 지금의 야당 및 진보 정당들이 오히려 여당 보다 더 과거 의존적이지 않는가 생각이 들어요.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김대중, 노무현을 못 넘고 그 유산에 의존하고 있는 모습이에요. 그러니까 친노, 비노가 대립하고 싸우잖아요. 진보 정당 역시 기존의 운동권 정파 구도에서 조금도 못 벗어나고 있고요. 그런 점에서 감히 말씀 드리면 올해부터 2017년 대선까지의 기간 동안 청년 세대가 새로운 정치 주체로 어떻게 서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패러다임과 문화를 갖는 새로운 정치 주체가 서고, 이들이 어떻게 국면을 새롭게 끌어가느냐가 우리 사회의 미래를 판가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해요.


지금 청년세대는 자신이 어리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예전에는 20대 청년들의 사회 활동이 빠르다는 느낌이 없었는데, 어느 덧 층층시야가 되다 보니 마치 30대가 아직 어린 것처럼 생각을 해요. 결코 그렇지 않아요. 30대면 충분히 독자적으로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어요. 특히 이전 386, 486 세대들이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성공시킨, 우리 역사에서 유일한 세대에요. 너무 자부심이 강하다보니 늘 ‘나의 뒤를 따르라’고 해요. 항상 청년 세대가 앞장서서 역사의 변화를 끌어왔는데 지금은 뒤에서 쫓아가는 형태가 됐어요. 이걸 2~3년 내에 극복해내지 못하면 어렵다고 생각해요.

 

책에서도 지금 청년의 생태가 예외적인 것이라고 하셨고요.


무척 예외적인 거죠. 요즘 ‘비정상의 정상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이것이야말로 그 말이 적용되어야 할 부분이에요. 어려움은 이런 것이에요. 지금 청년 세대들은 딱히 추종할 만한 사상이나 이론이 없잖아요. 역사의 변곡점을 통과하는 시기기 때문에 예전의 것들이 다 낡은 것으로 전락해버렸단 말이죠. 무슨 주의라고 하면 옛날 얘기처럼 느껴지잖아요. 새롭게 정립해야 하지만 그것이 하루아침에 이뤄질 것은 아니니까요. 그런 점에서 지금 청년 세대는 상당히 고통스럽게 스스로 헤쳐가야 하는 세대죠. 마치 근대 초입과 비슷한 시기예요. 저희 때처럼 편안하게 기존의 지적 자산이나 유산을 물려받기만 해도 먹고 살 수 있었던 상황과는 아주 다릅니다.

 

해방공간에서 반탁운동의 시작은 많은 역사학자 분들이 뼈아픈 일로 꼽는 일이기도 해요. 말씀하셨듯이 역사적 사건을 통해 같은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일 텐데요. 이 일에서 배울 것은 무엇일까요?


당시 좌익 세력의 경우 소련에 의지한 채 뭔가를 해결하려고 하는 데서 꼬이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는데요. 현재 우리 사회를 보면 아직 그런 면이 보이지 않게 많이 남아 있어요. 워낙 주변 강대국의 입김이 센 나라다 보니까 알게 모르게 주변에 기대서 해결하려고 하는 면이 있죠. 봅시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가 주변에 있잖아요. 제자리만 중심을 잘 잡고 서로를 견제시키면서 자리를 지키면 알아서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도예요. 그런데 그 사고를 제대로 못하는 거죠. 그 정도의 외교적 역량을 발휘한다면 스스로의 몸값을 최대한 올릴 수 있을 거예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라고 봅니다.

 

분단이라는 우리가 당면한 상황이 여러 측면에서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죠. 북한을 견제하고 제압을 하려고 하면서 계속 미국을 등에 업고 있잖아요. 전 세계에서 전시작전권을 다른 나라에 맡기고 있는 나라가 거의 없는데 말이에요. 미국이 가져가라고 했던 것마저 자꾸 연장하기까지 했죠. 그러다보니 강대국의 긴장 속에 우리가 휘말려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요.

 

청년 세대들은 통일에 대해 그렇게 간절하게 체감하지 않습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분단 상태였고요.


극복해야 할 문제죠. 쉽게 말해 통일이 되면 더 잘 살 수 있다(웃음)라는 긍정적 사고, 미래 지향적 관점에서 대할 수 있는 측면을 바라봐야 해요. 경제적 측면만 봐도 제대로 되기만 한다면 그 가능성은 무척 크죠. 오히려 보수층에서 훨씬 더 빨리 그런 면을 봤어요. 그래서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을 했잖아요. 물론 통일에 대한 관점,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상생의 길을 가지 않으면 안 돼요. 긴 안목으로 가지고 가야죠. 그것은 개성공단 하나만 보더라도 설명이 돼요.

 

박세길 셀렉 (3).jpg

 

 

새로운 정치 주체


그 사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당시에는 판단하기가 힘들잖아요. 지금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 역시 그러한데, 가장 우려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가장 어려운 게 그 순간을 역사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죠. 우선 경제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고 봐요. 한 마디로 경쟁력을 잃었죠. 정말 걱정스러운 건 이대로 가면 청년들은 설 땅이 없어요. 성장을 강조하지만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과거의 성공에 도취되어서 과거의 패러다임 안에 갇혀 있으니 경제는 대책 없이 추락하고 있어요. 너무 지나친 낙관주의는 독이 된다고 했습니다만, 위기의식이 확산될수록 새로운 활로를 찾아 나설 가능성 또한 커지거든요. 가능한 한 그 시간이 짧아져야겠죠. 그런 점에서 여러모로 역사적 기로에 서 있는 거예요. 한국 경제가 변화하고, 그 다음 새로운 정치 주체가 재정립되어야 한다고 봐요. 외환위기 전후 몇 년이 이후 20년의 역사를 규정했듯, 마찬가지로 지금부터 3년이 이후 30년의 역사를 좌우할 것입니다.

 

책을 읽은 사람들이 꼭 가져갔으면 하는 저자의 메시지를 하나만 꼽는다면요?


뒷면에 ‘청년세대가 먼저 읽고 기성세대에게 권하는’이라고 적었어요. 가장 먼저 읽어줬으면 하는 독자층은 단연 청년세대입니다. 그분들에게 집중적으로 건네고 싶은 메시지는 말 그대로 지금의 문제는 우리 선에서 해결하겠다고 하는 의지를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답을 찾아나가고, 그것에 근거해 현실을 변화시키는 것은 만만치 않을 거예요. 그러나 운명적으로 그렇게 가지 않으면 이런 틀 안에서는 답이 없어요. 더 나빠질 가능성이 훨씬 크거든요. 우리가 주체가 되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방면에 새로운 변화를 만들겠다는, 그 문제의식을 갖는 데 이 책이 일조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희망이 있다고 보세요?


오히려 제가 꼭 묻고 싶습니다. 청년세대 스스로 ‘우리가 노력하면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겠다’는 희망이 있는지(웃음) 궁금해요. 우리 역사는 그 어떤 역사보다도 역동적이었잖아요. 민주항쟁, 2008년 촛불로 이어지는 에너지가 훨씬 더 파괴력 있게 지금 끓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계속 진화 중에 있고요. 그런 점에서 저는 미래를 희망적으로 기획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독자 분들도 그렇게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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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 열한 가지 질문박세길 저 | 원더박스
이 책은 이 의문을 풀기 위해 “청년 세대의 고통은 어떻게 시작되었나?”를 포함해 모두 열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역사에서 그 답을 도출한다. 저자는 해방 이후의 역사를 필요에 따라 순서를 변경하거나 재조합하면서 한국 현대사의 극단적인 반전과 역설의 의미를 독자에게 충실히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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