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라는 이름은 하나의 이름으로 해석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논쟁적’인 이름이다. ‘사람’ 노무현은 없는데 ‘노무현’은 언제까지나 이야기되고 논쟁의 중심에 선다. 논쟁적이라는 것은 그 안에 무수히 많은 의견들이 합의되지 않은 채 혼재되어 있다는 뜻이다. 2015년, 서거 6주기를 넘긴 지금, 그의 이름만큼은 시간의 영향 밖에서 그대로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여기 노무현의 죽음을 둘러싼 당시 상황을 입체적으로 그린 ‘논쟁적’인 책이 있다. 『만화 노무현』펴낸 시사만화가 백무현은 “반드시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사안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책을 펴낸 이유를 밝혔다.
저자는 1996년 8.15 해방부터 전두환과 노태우 전 대통령들의 구속에 이르는 50년 현대사를 다룬 『만화로 보는 한국현대사』를 출간했고, 2005년부터는 박정희, 전두환, 김대중, 문재인 등 정치인들을 다루는 만화를 꾸준히 그렸다. 그리고 최근『만화 노무현』을 통해 노무현을 세상에 내보냈다.
책은 “제 만화는 알몸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알몸 드러내기를 좋아해요. 특정 인물 주변을 빙빙 돌며 하는 관찰이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해 아주 자세히, 옷을 벗겨서 들여다보는 거죠. 화장이나 변장을 벗겨내고 싶어요.”라는 저자의 말처럼 과연 위험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적나라하게 당시 상황을 담는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문제를 지적하고,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토론이 계속되면 좋겠다는 백무현. 시사만화가로서 늘 삐딱하게 세상을 보지만 역사가 발전한다는 사실을 믿는다는 저자를 따라 2009년을 살피다보면 오늘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져 있을까.
언론에게는 가장 불편한 책
“과연 논쟁적인 사람임을 부인할 수는 없을 터”(7쪽)라고 하셨어요. 과연 논쟁적인 책이 아닌가 묻게 됩니다.
그렇죠. 죽음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종합적으로 접근한 것은 처음 아닌가 싶어요. 그간 파편적인 보도만 있었죠. 씨실, 날줄을 엮어 보니 반드시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사안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논쟁적인 책이긴 한데 그에 비하면 홍보가 잘 안 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요.(웃음) 놀라운 건 뭐냐 하면요. 책이 나오고 주변에 선물을 하면서 SNS에 좀 알리고 하라 했더니 다들 잘 안 해요. 이유를 물으니까 친구가 “너 같으면 하겠느냐?”는 거예요. 이 책을 읽었다고 하면 ‘친노’로 찍힐 텐데 누가 SNS에 올리겠느냐고요. 노무현을 지지했던 분들인데도 말이죠. 이 프레임이 아직 공포로 남아있구나 생각했어요.
일종의 자기 검열을 하게 되는 거군요.
네. 문성근 씨 같은 경우는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대놓고 홍보를 해줬어요. 고맙죠. 그런가 하면 다른 분들은 좀 무서워하고, 혹시나 친노로 찍혀서 정치적으로 어떤 피해를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부터 먼저 하는구나 했죠. 오히려 제가 미안하더라고요.
인터뷰 준비하면서 찾아봤는데 신간 소개조차 거의 다뤄지지 않았더라고요. 특히 조중동에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어요.
책에 언론을 모조리 비판해놓았거든요. 언론이 남을 비판하는 일은 잘하는데 자신이 비판당하는 꼴은 못 보는 것 같아요. 엘리트를 자처하는 분들이 특히 그렇고요. 조중동은 아예 소개할 것을 예상하지도 않았지만 진보 언론조차 거의 소개를 안 하는 거예요. 책에서 한겨레, 경향 등도 모두 비판했거든요. 결과적으로 언론에게는 가장 불편한 책이 된 거죠.
보통 작가들도 책 홍보 등을 위해 언론과 결탁을 해요. 그런데 그런 것을 전혀 생각 안 하고 닥치는 대로 그렸어요. 당시에는 언론 또한 아주 나쁜 공범이었기 때문이에요. 보도 안 해도 좋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홍보 채널도 많잖아요. 요즘은 딱히 신문 소개가 중요하지 않기도 하고요.
상징성을 가진 인물, 노무현
왜 노무현이었을까요? 주변에 벌어지는 이와 같은 반응을 예상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에 집중한 이유, 노무현을 그려야 했던 이유가 궁금합니다.
어쩌다 대통령 시리즈를 그리게 됐는데요. 현대사 공부를 오래 하니 우리 현대사의 최정점에 있는 사람들은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대통령제라는 점도 있지만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권력이 집중된 한국 정치 체제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는 우선 거리를 두는 게 어려웠어요. 정치적 자결을 한 분이기 때문에 다가서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어요. 노무현이라는 개인 한 명이 아니라 아주 독특한, 사회 정치적으로 가장 뜨거웠던 상징성을 가진 인물이기 때문에 그렇죠. 어렵더라고요. 2009년 김대중 대통령을 그린 후 노무현 대통령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서거하신 거예요. 막상 돌아가시니까 거리 설정에 고민이 많이 됐어요. 위인전으로 할 수도 없고, 냉혹하게 비판을 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 거예요.
용기를 냈던 것은 작년 세월호 사건 때문이었어요. 세월호를 보는데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건 때 노무현 대통령이 내려가서 진두지휘 했던 이미지가 떠올랐어요. 해양경찰청장을 혼내면서 수단과 방법 가리지 말고 기름을 막으라고 했잖아요. 노무현이었다면 세월호를 7시간동안 방치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노무현이란 사람이 정치적으로 극단의 평가, 부정적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노무현이라는 사람을 우리 시대가 불러내고 있구나 생각했어요. 그때 비로소 노무현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죠.
기획부터 실행까지 거의 5년이 넘는 시간이었네요.
5년 동안 가슴앓이가 있었던 거죠.
거리두기가 힘들었다고 하셨는데 이유를 자세히 말씀해주시겠어요?
노무현을 지지했죠. 때문에 거리두기가 어려웠던 거고요. 대통령 후보로 노무현이 결정된 후 당시 노무현 후보를 만난 적이 있어요. 호탕하고, 재미있게 말씀도 잘 하시고, 좌중을 압도하는 분이었어요. 또 흔한 이름이 아닌데 이름이 같으니까 서로 신기해하고 그랬어요. 개인적인 추억이 있죠. 이름에 얽힌 애틋함도 있고 그렇습니다.(웃음)
노무현의 과와 실에 대해 다양한 평가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평가를 어떻게 담아내려고 하셨나요?
이번에 나온 1권은 노무현의 죽음에 관련된 세력들을 고발한 내용을 담았고요. 2권은 ‘김대중과 노무현’이라는 가제가 붙었는데요, 그 두 분의 관계를 살펴보려고 해요. 3권에서 그런 역사적 평가를 다뤄보려고 합니다. 과와 실은 반드시 가려내서 알려드리고 잘못 알려진 부분도 바로 잡아서 노무현의 진심이 무엇이었는가를 자세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에요.
“노무현을 불러내되 ‘노무현 이야기’는 않기로 한다”(7쪽)고도 하셨잖아요.
네. 1권에서는 그렇죠. 2, 3권에는 ‘노무현 이야기’가 좀 나올 겁니다. 나올 수밖에 없고요.
이번 작업을 하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제가 그림을 잘 못 그려요.(웃음) 그래서 좀 힘들었어요. 사실 노무현의 죽음을 다루다보니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더라고요. 관점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고민이 컸어요. 가장 마지막 부분에 부엉이바위에 오른 장면이 있는데요. 장면 처리를 어떻게 할지 고민도 많이 됐고요. 부엉이바위에 올라서 그분이 2분 동안 무슨 생각을 했으며 부엉이바위에서 자신의 집, 마을, 자신이 살아온 봉화 마을을 바라봤을 때 그 심경이 어땠을지 같이 헤아리다보니 정말 힘들었어요. 부엉이바위에 올라섰을 때의 그 노무현, 얼마나 가련합니까. 그 절망적인 노무현이 떠올라서 힘들었어요. 이 장면을 어떻게 처리할지 보름동안 고민했어요. ‘운명이다’라는 구절은 유서 첫 부분에 나오는데요. 뒷 장면으로 뺀 것도 그런 부분이죠.
산 사람이 노무현의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겠죠. 그렇지만 빙의를 한 번 해보자고 다짐한 후 그 정도로 절망적인 순간을 고민하는 게 보름이 걸리더라고요. 그래서 책 출간이 늦어졌어요.(웃음) 출판사 재촉을 많이 받았죠.
대중의 독자를 대상으로 한 책이니만큼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을 것 같거든요.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노무현의 등장, 노무현의 웅변 등을 자제시켰어요. 노무현 위주로만 해버리거나 변명 내지는 해명 조로 가버리면 객관성이 좀 떨어질 우려가 있으니까요. 적극적으로 설명해줬으면 한 노무현 지지층의 아쉬움도 있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호소력이 더 있잖아요. 원래 침묵이라는 것도 굉장히 큰 호소가 될 수 있으니까요.
중간 중간 연설 내용을 다루셨는데요, 그것은 어떤 의도였나요?
그것은 책의 내용과 관계없이 독자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의도에서 넣었어요. 연설만 봐도 그 사람이 살아온 길을 알 수 있으니까요.
취재를 무척 많이 하셨다고 들었거든요. 자료 준비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나요?
노무현 대통령 측 분들은 취재에 쉽게 응해주셨는데요. 이명박 대통령 쪽 당사자들과는 연결을 많이 시도했지만 잘 안 됐어요. 그럴 수밖에 없었겠죠. 결국은 청와대 출입기자, 검찰 출입기자들을 많이 만나서 취재를 했죠. 그분들이 제공해준 정보도 꽤 많았어요. 당시 검찰 분위기도 알려주고요.
당시 검찰 중수부장이던 이인규가 출입기자 오찬 자리에서 엘리엇의 시구 ‘4월은 잔인한 달’을 인용하며 수사 본격화를 암시했다는 내용(115쪽)도 그렇게 알게 된 것이에요.
역사는 진보하는가?
시사 만화가로서 보는 세상은 좀 다를 것 같습니다. 의구심 드는 일들이 많아 여쭙는 것인데, 역사는 과연 진보하는 것일까요? 책에도 비슷한 구절이 나오잖아요.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었다고 믿었는데, 돌아보니 원래 있던 그대로 돌아가 있었어”(245쪽)라고요.
그러니까요. 요즘 보면 역사가 발전한다는 말이 과연 맞는 것인지 의아할 때가 많죠. 노무현의 그 말은 저도 참 놀랐어요. 김대중은 국민보다 반 보 앞서가야 한다고 했잖아요. 그래야 국민과 함께 호흡하며 갈 수 있다고요. 그런데 노무현이란 사람은 몇 십 보를 달려가 버리니까 국민들과 맞지도 않고 그랬죠. 이런 분들이 어찌 보면 선구자죠. 이들로 인해 역사도 발전하고요. 지도자가 똑같이 발 맞춰 가면 그 사회는 발전할 수가 없겠죠. 요즘은 오히려 뒤로 가고 있으니까 희한한 거죠. 역사가 과연 발전하고 있느냐고 생각하게 되고요. 화가 나기도 해요. 특히 젊은 층들은 더욱 그렇겠죠.
젊은 사람들이 이런 의구심을 던지면 앞선 세대가 늘 하는 말이 있어요.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다고요.
예전에 막걸리 보안법이라고 했던 것만큼 무서운 사건이 지금 벌어진 국정원 해킹 사건이거든요. 모든 정보를 국가 기관이 관리하고, 들여다보고 있다는 거예요. 알몸을 매일 들여다보는 거죠. 이것은 실질적인 고문 못지않게 굉장히 무서운 겁니다. 개인의 사소한 모든 것까지 다 들여다본다는 건 무척 치명적인 사건이죠. 이런 일들을 보면 후퇴해도 너무 후퇴했다고 봐요.
시사만화가로서는 늘 삐딱하게 세상을 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프랑스 혁명 같은 것들을 보면서 역사가 발전한다는 사실을 믿는 거예요. 그때도 혁명 후 반동이 일어나고 공화정이 서는 과정들이 있었잖아요. 엎치락뒤치락하면서도 결국은 시민이 승리하는 과정이었어요. 역사가 영원히 후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크게 보아 역사가 발전한다는 것을 믿는 거예요.
그야말로 나비효과처럼 아주 작은 사건 하나가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오는 경우도 많고요. 그것에 휘말리는 개인도 반드시 생기게 마련이잖아요. 역사적 인물들을 다루다보면 아무래도 그런 장면을 많이 접하시죠?
지금처럼 후퇴하는 상황 속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이 오포세대라고 하는 젊은 세대들이에요. 지금 젊은 층들이 좌절하고 엎어지는 게 가장 안타까워요. 정치인들이 나쁜 짓을 하는 거죠. 젊은이들이 꿈, 욕망을 한 번 피워보지도 못하고 무너지잖아요. 역사는 후퇴할 수 있는데, 그 자체가 많은 젊은 층들에 상처를 주고, 생채기를 내고, 좌절하게 하니까 그게 무척 화가 나는 부분이죠.
그 상황이 장기적으로 지속되었을 때 한 세대가 파편화되거나 정치적으로 냉소하게 되는 악순환도 벌어져요.
물론 아쉽기도 해요. 유흥가를 가득 채운 젊은이들을 보면 저 친구들 중 5%만 광장에 나와도 달라질 텐데 싶고요. 아르바이트에 학업에, 그럴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할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한 번 정도만 광장에 나와도 바뀔 수 있을 텐데 잘 안 나오더라고요.
갈등하는 사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계층 간, 세대 간, 이념 간 갈등이 늘 첨예하게 대립중이에요. 이런 사회, 어떻게 보세요?
사회 규모가 커지면 그만큼 갈등도 많아지는 것이 당연하죠. 사실 갈등은 세상을 바꾸는 에너지가 될 수도 있어요. 새로운 창조가 가능해지죠. 그런 갈등을 누가 해결해야 하느냐면 정치 영역일 텐데요. 한정된 자원을 배분해야 하는 게 정치니까요. 그러니 정치가 굉장히 중요해요. 저는 국회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재벌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건 국회의원 말고는 없거든요. 재벌 권력이 가장 탐욕스럽잖아요. 4대강, 부동산 등 모두 재벌의 탐욕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에요. 여기에 관료와 언론이 함께 이익을 얻어가고요. 모든 법안도 재벌을 통해 만들어지죠. 견제할 영역은 국회의원밖에 없어요.
홍종학 의원이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 주자는 주장을 했잖아요. 너무 좋더라고요. 그걸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는데 자세히 보니 정말 가능한 정책이에요. 오포세대에게 당장 중요한 것이 집이잖아요. 집 마련하느라 인생을 다 허비하잖아요. 50대까지 집 때문에 허덕이다가 끝나요. 이런 식의 문제와 갈등을 줄이는 것이 국회고 정치인이에요.
내 만화는 알몸이다
자신의 만화가 말하는 단 한 가지는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제 만화는 알몸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부분을 주변에서 만류하기도 하는데요. 저는 알몸 드러내기를 좋아해요. 특정 인물 주변을 빙빙 돌며 하는 관찰이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해 아주 자세히, 옷을 벗겨서 들여다보는 거죠. 화장이나 변장을 벗겨내고 싶어요. 그러면 대상과 싸움이 벌어지기도 하는 일도 왕왕 있죠. 에둘러 해야 저도 안 다치고 팬도 많이 확보되는데, 지금까지 그렇게 못했어요.(웃음) 너무 알몸까지 드러내버리니까요.
가령 친일파 인물을 다룰 때 ‘친일을 했다’ 정도만 가야 하는데 젊은 시절부터 어떻게 친일을 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죄다 이야기를 만드니까 당사자들은 당혹스럽죠. 박정희 대통령 만화를 냈을 때 편집국으로 전화를 한 통 받은 적이 있어요. 나이 지긋하신 분이 좋은 책을 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요. 그런데 다음날 또 전화가 왔어요. 이번에는 험악한 욕을 마구 쏟아내는 거예요. 책을 안 읽고 전화를 했다가 읽어보니 위인전이 아니니까 화가 난 거죠. 참 코미디죠.(웃음) 평가를 내리는 것은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취할 부분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면 돼요.
이명박 대통령의 자서전이 나왔을 때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화제가 됐었어요. 그에 비한다면 이 책에 대한 관심은 좀 덜한 것 같은데요. 아쉬운 점은 없으신가요?
없어요. 『대통령의 시간』 같은 경우 이명박 대통령 지지층뿐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의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들도 다 사서 봤더라고요. 탐구하고 논박해보려고 사서 본 분들도 의외로 많았어요. 저는 책이 출판되었다는 것을 훌륭하게 생각합니다. 매체를 통해 주장하는 것이고 이것이 폭력적인 방법은 아니잖아요. 폭력이 아닌 책들은 다 훌륭하다고 봐요. 선택은 독자, 국민의 몫이니까요. 책이라는 매체를 죽이면 안 되잖아요. 가령 전두환도 책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거고요. 그런 것은 권장될 부분이에요. 이명박 대통령 자서전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하는 일들은 참 좋은 거예요. 그 자체를 나쁘게 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대통령들이 책을 많이 내야 해요. 변명이든 회고록이든 기록을 많이 남겨야만 후대에 평가도 하고 연구할 수 있어요. 좋은 깨달음을 주는 책들이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좋은 책, 나쁜 책을 나눌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봐요. 모든 책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세상에 나쁜 책은 없다, 제 지론은 그겁니다.
그 말씀은 이 책 『만화 노무현』을 꺼리는 사람들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겠군요.
그렇죠. 설령 정치적 입장이 다를지라도 이 책을 보고 반박을 하거나 의견을 전할 수 있잖아요. 의견을 남길 창구는 요즘 많으니까요. 문제를 지적해도 좋아요. 그러면서 독자 사회나 지식인 사회의 층이 두터워지고 토론이 계속된다면 좋겠죠. 독서문화도 건강해지는 거고요. 일반적으로 그렇게 되는 게 좋다고 봐요.
『만화 노무현』의 완결 시기에 대해서 앞으로의 계획과 함께 들려주세요.
3권 완간은 내년 2월 정도가 될 것 같아요. 지금도 계속 취재하고 있고요. 텍스트만 완성되면 금방 하는데 과정이 무척 복잡합니다. 워낙 공정이 복잡하니까 나름대로 고민이 많습니다.(웃음)
일단 노무현 대통령 끝내고 이승만 대통령까지 다룰 생각이에요. 그렇게 대통령 시리즈를 마감한 후에는 외국의 대통령들을 다뤄보고 싶어요. 베트남의 호찌민 같은 분들을 다뤄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때가 좋아지면 북한도 다뤄보고 싶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웃음)
만화 노무현 1백무현 저 | 이상media
노무현 대통령의 짧은 유서와 죽음은 ‘침묵’이다. 때때로 침묵은 장황한 연설이나 구차한 변명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더 큰 울림을 준다. 그 침묵의 간극을 메우고 그의 마지막 하루가 있기까지를 만화로 재구성했다. MB정권이 들어선 다음 도대체 그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만화는 더 많은 독자들에게 노무현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가 간절히 꿈꾸었던 ‘사람 사는 세상’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만화 김대중》, 《만화 박정희》로 주목받았던 시사만화가 백무현이 그리고 썼다.
[추천 기사]
- 조훈현 “문제는 재주가 아니라 인품”
- 성신제 “피자헛에서 지지스 컵케이크까지, 왜 도전했나”
- 김중혁 “픽션이 너와 함께하기를”
- 스타강사 유수연 “지금의 20대는 사슴 같아요”
- 만화가 허영만 “나에게 커피란, 사랑할 수 없는 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