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은 우리의 일상을 많이도 바꾸어 놓았다. 채팅, 쇼핑을 넘어 배달음식 주문, 부동산 중개까지 오프라인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들이 모바일에 새 둥지를 틀었다. 기다렸다는 듯 수십만의 사용자가 모이고 있다. 모바일 환경이 스타트업 창업가들에게 무한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 역시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다. 다양한 인적, 물적 자원이 스타트업 앞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 투자자들이 기회가 열려있다는 사실에 대해 말하고, 성공하는 인재를 찾아내느라 애쓴다. 그러나 모두가 ‘성공’하는 스타트업 창업가가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대부분이 ‘실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다음을 꿈꾸고, 다시 또 도전한다. 넥스트 마크 주커버그를 꿈꾸며.
『권도균의 스타트업 경영수업』의 저자 권도균은 이니텍과 이니시스를 창업해 보안, 전자 지불 분야 국내 1위 기업으로 성장시킨 후 최고 가치로 매각해 창업의 신화로 불리고 있다. 이후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로 변신, 프라이머를 설립했고, 현재 프라이머를 통해 스타트업 발굴과 투자, 교육에 힘쓰고 있다. 권도균은 말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일찍 창업의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이다. 또한 그 과정에 배움이 있어야 한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포커스가 굉장히 중요하다, 본질에 집중을 해야 한다”는 그는 쏟아지는 스타트업 창업가들에 비해 스타트업에 맞는 경영 방식에 대한 교육은 거의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기존의 경영학 지식들은 스타트업이 가진 “백지상태”라는 부분을 장점으로 충분히 승화시키지 못한다. “6년 가까이 수천 명의 스타트업 창업가들을 만나 수만 시간을 그들과 함께 고민하고 씨름하는 과정”에서 그가 “배우면서 쌓아온 지식을” 책에 담고자 한 가장 큰 이유였다.
질문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고 말하는 권도균. 낙관적이고 주도적인, ‘성공하는’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더 많이 나오고, 그들이 씨앗이 되어 큰 나무로 자라나길 바란다는 그의 멘토링을 통해 앞으로 더 많은 스타트업들이 재미있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어 우리에게 제공해주길 기대한다. 그들을 통해 세상이 더 편리해지길 바란다.
스타트업, 무한한 가능성
“스타트업 경영은 배움의 길”(28쪽)이라고 하셨어요. 무엇보다 기초가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시는 것 같습니다. 강조한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라는 의미도 되겠죠.
어차피 창업해서 성공하는 사람이 소수라고 전제한다면 나머지 실패하는 사람들이 창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것이 소수의 성공을 위해 다수가 희생하는 모델이라면 말이 안 된다 생각했어요. 흔히 실패로부터 배운다고 하지만 모두가 성공을 추구해요. 그렇게만 해서는 배울 수가 없어요. 실패를 해도 배우는 부분이 남아야 해요. 성공만 추구하면 실패하고도 배울 게 없어지는 경우를 종종 보죠.
애초에 창업자들은 실패를 생각하지 않잖아요. 당연히 성공할 것이라 생각하고 시작하니까요.
그러나 이성적으로는 실패하더라도 배움의 과정이 있다는 사실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본능과 감정은 성공을 추구하더라도 말이에요. 가르치는 것 역시 성공의 방법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이 과정을 통해 뭘 배워야 할지를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배움 중에 아주 중요한 것이 ‘내가 스티브잡스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에요. 굉장히 중요합니다.(웃음) 모든 사람이 스티브잡스가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사실을 아는 것 자체가 인생에 아주 중요한 배움이라는 거예요. 해보기 전에는 모르는 거니까요.
그래서인지 창업의 경험이 중요하다, 대학 필수 이수 과정을 두자고 주장하셨죠? 이 부분이 눈길을 끕니다.
같은 거죠. 창업은 경험이고 경험을 통해 배워서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게 중요해요. 내가 창업가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죠. 그걸 알면 그 다음에는 주어진 현실에서 자신의 길을 찾을 텐데 혹시 내가 제2의 스티브잡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계속 갖고 있는 한 자신의 현재에 최선을 다하며 살지 않거든요.
삶의 방향을 제대로 잡는 거예요. 창업이 아니라 예술가나 공무원, 또는 직장인으로 위대한 일을 할 수도 있는데 말이죠. 그래서 젊었을 때 창업의 경험을 해야 한다는 거예요. 실패해도 충격이 덜한 시절에 해야 하니까요.
스타트업만의 특징, 장점은 무엇일까요?
원점에서 시작한다는 점이요. 대기업의 경우 이미 가진 게 있잖아요. 이미 제품이나 고객이 있고 굴러가는 비즈니스가 있어요. 스타트업은 진짜 백지상태라는 거죠. 완전히 밑그림부터 다시 그릴 수 있는 거예요. 경영학 등에서 말하는 것과는 다르죠. 기초부터 시작할 수 있어요. 많은 사업들이 한계가 이미 정해져 있어요. 결정되어 있어요. 그런데 근본적으로 처음부터 세워나가면 그 한계가 끝이 없는 거죠.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죠. 물론 하면서 자꾸 현실에 닥치고 역량이 부족하면 한계가 새롭게 정해지겠지만 처음에는 백지상태라는 것이 스타트업의 아주 다른 점이에요.
프라이머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에 힘쓰고 계시는 이유로 봐도 될까요? 프라이머의 기획 의도를 말씀해주세요.
프라이머는 투자회사니까요. 주주들도 있고요. 이 역시 하나의 회사니까 투자해서 주주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 기본이죠. 그러나 그것이 제1의 목적은 아니고요. 가장 큰 목적은 후배 창업가들을 돕는 것이죠. 우리도, 주주들도 다 창업을 해봤던 사람들이니까요. 잠재성이 있고, 조금만 도우면 잘할 수 있는 사람인데 아무도 안 도와줘서 헤매다가 실패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또 더 커질 수 있는데 멈춰있는 경우도 있고요. 자본 등 여러 한계가 있잖아요. 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질 수도 있는 거니까 그들을 도와서 잠재력을 최대화하도록 만드는 게 목적이었어요. 교육 사업이에요.(웃음)
추천사 중에도 이런 책이 창업할 때부터 있었으면 훨씬 덜 힘들었을 거라고 한 내용이 있었어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좌충우돌하고요. 그때 누가 뭐라 했으면 말을 안 들었을지도 모르죠. 그렇지만 옆에서 잘 도와주고 이끌어줬다면 또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가장 아쉬운 것은 학교 교육
국내 창업 환경이라는 것이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과 달라 아쉬운 점도 많이 있을 것 같은데요.
환경에 대해 조금 다르게 보는 것 중 하나가 근원적으로 볼 때 가장 아쉬운 것은 교육인 것 같아요. 초, 중, 고등학교의 교육 과정이 우리가 생각하고, 사고하는 능력을 키울 수 없도록 해요. 경영의 핵심이 바로 상황을 판단하고, 의사 결정하는 것이거든요. 창업자가 어떤 사고를 하고, 어떤 것을 해석하고, 판단하는 게 경영의 모든 것이에요. 우리는 어려서부터 그렇게 교육 받지 않잖아요. 암기 위주, 좋은 점수만 얻으면 좋은 평가를 받는 교육을 20~30년 동안 받아왔기 때문에 문제죠. 그건 창업 세계에 들어가서 보면 독이거든요. 창업은 진짜 그라운드에 올라가는 거니까요.
미국이 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교육 과정 중에 그런 것들이 있어서 판단력, 생각하는 능력, 이런 것들이 뛰어나요. 때문에 어떤 목표가 생기면 훨씬 더 뛰어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의외의 지적입니다. 벤처기업을 주식 투자의 대상으로만 보거나 창업 후 실패한 기업들에 대한 보호가 거의 없는 상황 등을 지적하리라고 예상했어요.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아쉬운 점도 있죠. 스타트업이나 벤처 생태계에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생태계가 온실 밖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는 건데요. 너무 온실 속에서 정부 지원처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생태계에서 못 벗어나고 있어요.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소위 민간 생태계들이 자라나지 못하는 거죠. 장기적으로 볼 때는 좋은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입니다.
청년 창업가들에게 과도하게 빚을 권하는 일부 정부 기관을 비판하신 부분도 있었고요.
몇몇 기관은 빚을 권해요. 20대 청년들은 빚이 뭔지 모르거든요. 1억이 어떤 돈인지 모르죠. 직장 생활하면서 1억을 모으려면 얼마나 걸리는지 몰라요. 그런데 그런 1억이란 돈을 사업하면서 쓰면 진짜 금방 없어지거든요. 그런 건 문제예요, 진짜. 이에 대해서는 여러 번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어요.
실질적인 조언들이 굉장히 많아요. 스타트업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알리고자 했나요?
첫 번째가 빚이에요.(웃음) 빚을 내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다른 엉뚱한 짓을 안 할 수밖에 없어요. 돈이 있으면 엉뚱한 짓을 해요. 다 안 해야 할 일을 하는 거거든요. 뭐든 그렇잖아요. 리소스가 부족하면 창의적이 되잖아요. 있는 돈 가지고, 또는 없는 돈 범위 내에서 어떻게든 원래 하려던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어져요. 사실 그것이 경영의 원리예요.
조금 관념적 조언을 하자면 포커스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거예요. 본질에 집중을 해야 해요.
오랫동안 봐오면서 가장 흔히 하는 엉뚱한 짓은 무엇이 있던가요?
20년 뒤에 필요한 일을 지금 준비하는 거죠.(웃음) 예를 들면 어떤 서비스를 만들면서 지금 회원이 100명도 안 됐는데2,000만 명 회원을 대비해 빅데이터, 데이터베이스, 이런 것들을 막 설계하고 다 미리 만들어놓는 거죠. 그거 만든다고 해도 천 명 회원이 안 되면 데이터베이스 자체가 필요가 없잖아요. 천 명이면 엑셀로 정리하는 게 더 빨라요.(웃음) 그런 거죠.
낙관주의, 주도성, 책임감, 결과 중심적 사고
기업가가 가지면 좋은 면모를 낙관주의, 주도성, 책임감, 결과 중심적 사고 네 가지로 꼽으셨어요. 좀 더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벌써 잘 알아요. 미래가 불안하면 내 시간과 돈을 안전한 곳에 넣으려고 하죠. 교사, 공무원이 되려고 시간을 들여요. 미래가 변화의 기회가 많고 더 큰 보상이 있다고 믿는 신념이 있는 사람은 안전만 추구하는 그들이 어리석어 보이겠죠. 당연히 미래를 위해 새로운 일을 해야 할 거고요. 낙관주의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기업가의 면모를 가졌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주도성도 비슷해요. 내 시간, 돈, 에너지를 나를 위해 쓸 것인가 남을 위해 쓸 것인가 생각하는 거예요. 회사를 다니면서도 좋은 게 있으면 가지고 나오잖아요. 왜 나올까요? 나를 위해서 쓰고 싶은 거잖아요. 회사를 위한 게 아니라 말이에요. 시간과 돈을 내가 직접 운용하는 거죠. 저는 주도성이 합리적인 사고라고 생각해요.
책임감과 결과 중심적 사고는 거의 같은 맥락인데요. 많이들 남의 탓하죠. 정부, 대기업 등 사업을 하는 사람조차도 그래요. 진짜 기업가적인 사람들은 프로 스포츠 선수들이에요. 변명 안 하잖아요. 타율, 방어율, 숫자로 증명하죠. 부상당했느니 오판이니 이런 얘기 안 하죠. 저는 창업가들이란 주어진 환경 속에서 골을 넣는 사람이라고 얘기합니다. 그 정도로 자기가 결정하고 책임질 자신 없으면 경영하지 말아야죠.
이런 내용을 후배 창업가들에게도 많이 말씀하시나요?
항상 하는 얘기가 ‘창업가는 결과로 말하는 사람이다’예요. 결과로, 숫자로만 얘기하죠. 저도 좋은 CEO가 되고 싶은 욕구가 있었기 때문에 사업 초기에는 많이 했어요. 복리후생, 민주적 운영 등이요. 몇 년 지나고 생각했어요. 이러다가 회사가 망하고 나면 사람들이 나를 뭐라고 평가할 것인가. 앞에서는 ‘열심히 노력했는데 안타깝다, 그래도 당신은 좋은 사람이다’고 할지 몰라요. 그러나 뒤에서는 ‘회사 운영나 잘 하지’라고 할 거예요. 그런 생각이 딱 들더라고요. 최고의 복리후생은 지속적으로 고용하고, 지속적으로 회사를 성장시키는 거예요. 그렇다고 악덕 운영을 한 건 아니고요.(웃음) 우선순위를 바꾸고, 의사결정 방법을 바꿨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집중하게 됐죠.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런 것들이 아마 제가 회사를 망하지 않게 만든 요인이란 생각이 들어요.
지금 스타트업들 보면 지금 그런 거 할 때가 아닌데,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것에 신경 쓴다는 것은 그만큼 본질에 신경을 못 쓰고 있다는 의미거든요. 생각 점유율에서 본질이 자꾸 줄어드는 거예요. 경쟁력이 그만큼 떨어지는 거죠. 블로깅 하지 말라고 하고, 책 쓰지 말라고, 강연 하지 말라고 해요. 창업가는 연예인이 아니고 작가가 아니라고요. 그러면서 제가 하게 됐네요.(웃음)
프라이머가 교육 사업이라고 농담처럼 말씀하셨는데, 이런 이야기를 해도 잘 안 바뀌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아요. 안타까움도 크겠고요.
어려서부터 훈련받은 사고가 갑자기 결과 중심적 사고로 확 바뀌지 않는 것 같아요. 결과 중심적으로 사고해라, 하면 다 동의해요. 나는 결과 중심적으로 사고한다고, 다들 주장해요. 그러면서 행동이나 말은 결과 중심적이지 않아요. 지적하면 그것만 그렇고 다른 것은 결과 중심적으로 한다고 해요.(웃음)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심하게 말해 창업 ‘놀이’를 하는 사람들도 있겠죠.
많아요.
투자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사람’이라고 한 매체 인터뷰를 봤어요.
비즈니스 모델을 열심히 얘기하는데 사실 그건 아무것도 아닌 거거든요. 그런 얘기를 하면서 이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식으로 사물을 보는지 그걸 더 중요하게 보죠.
스타트업 업종을 지켜보면 굉장히 다양하고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유행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고요.
결국 시장이 있어야 하니까요. 시장이라는 건 결국 그 시대 사람들의 시대정신과 유행이라는 일종의 흡인력이죠. 또 모바일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새로운 혁신들이 있고요.
시대마다 다르다고 한다면 최근에 느껴지는 변화, 혁신에는 무엇이 있나요?
모바일이죠. 물론 보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저는 모바일로 봐요. 제가 창업할 당시는 인터넷이 등장하던 환경이었거든요. 드디어 오프라인의 많은 일들을 온라인에서 다 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었죠. 그게 비전이었어요. 20년 가까이 지나서 돌아보면 여럿이 들어왔다는 걸 알 수 있죠. e-커머스, 포털, 게임 등 여러 가지가 있어요. 하지만 오프라인이 들어온 것은 몇 년 안 돼요. 이유는 플랫폼이 PC였기 때문이었어요. 책상 위에 있잖아요. 사람과 같이 움직이지 않아요. 모바일은 항상 손에 들고 다니면서 오프라인과 같이 움직이니까 훨씬 더 많은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온라인으로 시뮬레이션하기 좋아졌어요. 그게 요즘 유행처럼 말하는 O2O(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들이죠. 과거 웹, PC 때문에 일어났던 혁신보다 모바일이 훨씬 더 많은 오프라인을 잠식하는 혁신이 될 거라 생각해요. 향후 5년 사이 씨가 많이 뿌려질 거고요. 10년, 15년 후에는 그 씨가 자라 여러 나무가 될 가능성이 있어요. 오프라인 기반의 기업들이 긴장해야 해요.
자연스럽게 직업군의 다양화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창직(創職, invent a job)’이라는 말도 사용하셨는데, 앞으로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되리라고 예상하시는 건가요?
이제는 진짜 규칙적으로 출퇴근하며 월급 받는 직업은 점점 줄어들 거라고 봐요. 지금도 많이 없어지고 있지만 점점 더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고요. 피터 드러커의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지식노동자는 점점 돈을 많이 벌 거예요. 그 지식노동자 영역으로 못 들어간 사람들과의 양극화가 생길 거예요. 우버처럼 공유경제가 시대상황을 반영하는 거거든요. 조금 우울한 얘기지만 중세 소작농 시대로 다시 돌아가는 거죠. 머리 좋은 소수의 사람들이 봉건 영주가 되는 거예요. 옛날에는 토지가 자원이었다면 이제는 지식이 자원이 돼요. 그 사람들의 지식으로 만들어진 인프라 밑에 수많은 사람들이 소작농처럼 지내게 되지 않을까요. 그런 시대가 올 위험이 있다고 생각해요.
너무 무섭네요. 중세 영주의 토지와 달리 지식이라는 것은 대체 불가능이잖아요.
우울하죠. 사실 우버가 무엇을 소유하고 있어서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거든요. 그 창업자의 지식인 거죠. 그게 돈을 벌 것이라고 예상하니 자본이 투자를 하고 그 결과 전 세계 수십만 명의 운전수들이 시간제로 일을 하고 있죠. 그런 시대가 오는 것 같단 생각이 드는데, 걱정하지 마세요. 한 오십 년이나 백 년 후 정도가 될 것 같으니까요.(웃음) 우리 세대는 괜찮을 것 같아요. 칠십 년, 백 년, 이대로 가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고, 지금 조금씩 징조가 보이는 거죠.
창업 아이템 찾기 가장 좋은 곳은 직장
나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을 정말 싫어한다. 특히 젊은이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 슬퍼진다. 벌써부터 직장 학교에서 배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모든 희망을 접고 스스로를 ‘먹고 사는 문제’라는 감옥에 가둬버리면 진짜 희망이 없는 인간이 되기 때문이다. 아직 시간도 많고 기회도 무궁무진하다. 지금 조금 힘들고 뒤쳐져 있더라도 역전의 기회는 아직 많다.(47쪽)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말을 싫어한다”고 하셨어요. 청년들 입장에서 조금 변명해보자면요. 관심 있는 분야에 취직하기는 어렵고, 취직한 곳은 선호와 전혀 다르고, 생활은 점점 궁핍해지니 생활고민이라도 없는 안정적인 직장, 먹고 살 수 있는 직장을 찾아 공무원 등을 꿈꾸는 것 같아요. 기회가 무궁무진하다는 말씀이 현실감 있게 들리지 않는 이유인데요. 이런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래서 그런 말을 하긴 하는데 한편으로는 그 안에 갇힌 청년들이 이해가 되긴 해요. 그렇지만 청년들 스스로 맞다고 생각하는 것은 틀린 거거든요.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거죠. 갇혀있는 거예요. 창업 영역으로 청년들을 끌어오고 싶은 거죠. 기회는 많다고 할 수 있는데, 자신감도 없고, 용기도 없고, 경험도 없으니까 계속 제자리예요. 원래 그렇다는 기존 이데올로기에 갇혀버리니까 그걸 벗어날 생각조차 안 하고 있어요. 그게 안타깝죠. 초, 중, 고 교육 과정에서 잘 안 가르쳐준 것이라고 봐요.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말을 싫어하는 구체적인 이유는 따로 있어요. 창업 아이템을 찾기 가장 좋은 곳이 직장이에요. 직장에서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면 모든 영역이 가능성이 있거든요. “목구멍이 포도청”이기 때문에 이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한 기회가 입 안에 들어왔다 나가도 절대 눈에 안 보인다는 거죠. 그런 사고를 버리고 일에 진지하게 접근해보면 기회가 분명히 있어요. 저는 그게 가장 좋은 창업의 기회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랬고요.
‘전문 경영인’, ‘자유로운 경영자’에 대한 개념은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한 것 같습니다. 오해도 있는 것 같고요. 엑시트(exit, 투자 회수)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전문 경영인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죠. 회사를 개인 소유라고 생각하고요. 그렇다고 모두 엑시트 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균형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돈과 지식과 시간이 쌓이면 그것들은 결국 의미를 추구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많은 돈들이 기업 안에 있거든요. 이해관계 안에 있는 거예요. 기업들이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기업 CEO의 머릿속에는 자기 회사의 이익을 더 많이 고민하죠. 말은 안 하지만요. 그런 점에서 이 사회에 자유로운, 이해관계에 얽히지 않은 자산들이 많이 쌓이면 천박한 산업자본주의의 논리가 아닌 논리들이 좀 더 퍼지게 되리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균형을 유지하려면 엑시트 한 창업자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프라이머를 만들 때도 그런 사람들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공간을 만들자는 측면에서 창업한 거예요. 그래서 프라이머의 미션이 우리의 성공이 아니라 후배 창업가들의 성공일 수 있는 거고요. 스타트업에 도움이 되는 공간이 그나마 프라이머가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돈이 의미를 추구하는, 선순환 하게 된다는 얘기가 낭만적으로 들렸던 이유 중 하나는 우리에게 그런 경험이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자본의 탐욕만 많이 봤지 후배를 양성하고, 토양을 넓히는 일은 거의 본 적이 없으니까요.
저는 근본적으로 그것이 경영의 원리고, 그게 더 큰 돈을 버는 원리라고 생각해요. 결국 남을 이롭게 하는 게 나에게 가장 큰 이익이라는 거죠. 피터 드러커나 훌륭한 경영인들의 말에도 다 담겨 있어요. 이타주의적 신념을 가졌던 사람이 더 큰 성공을 하는 것 같아요. 물론 아주 뛰어나게 탐욕적인 사람도 성공을 하긴 하지만요.(웃음) 그 둘 중 무엇이 진짜인지 항상 헷갈리죠. 어려운 일이에요.
칼럼, 강연 등의 글을 모았는데요. 스타트업에 관한 강연이나 멘토링을 하실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나 흔하게 보는 반응은 어떤 것이던가요?
공통적으로 힘들어해요. 멘토링이 굉장히 힘든 일이에요. 불편해하거든요. 아이 키우는 것과 똑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억지로 되는 일도 아니고요. 그들이 이해는 가요. 본능적으로는 멘토링 대로 하면 안 될 것 같거든요. 넘어질 것 같은 자세를 자꾸 취하라고 하고, 실제로 익숙하지 않으니까 자꾸 넘어지기도 하고, 그러니까 와서 안 된다고 하고요. 그런 과정이 길어요. 그걸 기다려주는 것이 힘든 일이죠.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이 있다면?
원래 하려던 일을 하라는 거예요.(웃음) 하려고 했던 그 일을 하라고요. 창업 놀이 하지 말고, 잘하기 위해서 하는 일을 하지 말라고요. 그 얘기를 계속 반복해요. 제일 많이 하는 얘기는 이거예요. ‘하지 마라.’
멘토의 역할은 결국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게 하는 거죠. 처음 투자할 때는 하려고 했던 게 말이 되기 때문에 한 거거든요. 그런데 가만히 두면 자꾸 빗겨 나가요. 그런 것을 자꾸 끌어다 제자리에 갖다 놓는 거죠. 그러다가 결과가 보이면 그제야 본인이 좀 깨달아요. 본질에 집중하니까 되는구나, 를 알고 나면 이후에는 알아서 안 하죠. 그때까지 멘토링이 좀 필요한 거죠.
권도균의 스타트업 경영 수업권도균 저 | 로고폴리스
책은 실패하지 않는 창업으로 가는 법, 성과를 만드는 법, 스타트업의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법, 차별화된 스타트업 마케팅 전략뿐만 아니라 협력자(직원)을 구하는 법,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 생존이 최우선 과제인 스타트업 위기관리 등을 소개한다. 끝으로 저자는 사장의 윤리는 회사를 비추는 거울이라며, 사업의 본질에 다가설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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