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스릴러, 서스펜스로 가득한 이야기 를 전개하는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의 새 책 『지금 이 순간』이 지난 2015년 12월에 출간 되었다. 격정적이고 빠른 전개의 소설과는 달리 프랑스, 그의 작업실에서 만난 작가 기욤 뮈소는 매우 편안하고 온화한 인상을 풍기는 남자였다.
소설 『지금 이 순간』의 주인공 아서는 시간과 공간을 여행하는 응급의학과 레지던트 2년 차다. 아서의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는 책장을 넘기기 전까지는 절대 알 수 없다. 극도의 긴장감과 반전, 호기심으로 가득한 이야기는 손에서 책을 뗄 수조차 없게 한다. 한 편의 숨 막히는 영화를 본 듯한 그의 소설이 우리에 게 전해주는 메시지, 그것은 다름 아닌 지극 히 인간적이고도 단순 명료한 삶의 지혜였다.
초현실과 판타지, 스릴러, 사랑을 말하는 소설
『지금 이 순간』이 2015년 12월 한국에 출간되었어요. 한국에서 매우 반응이 좋은데, 소식 들으셨나요?
예,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책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고 한국 독자들이 제 책을 매우 좋아해준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제겐 큰 기쁨이죠. 제게 한국은 매우 특별한 나라예요. 지금까지 제가 출간한 모든 소설이 6개월 뒤 한국에서도 번역 출간되었고 또 사랑받았죠. 그러다 보니 한국 출판시장과 독자들을 늘 생각하게 되죠. 5년 전인가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때를 아직도 잊지 못해요. 한 서점에서 사인회를 했는데, 사인을 받기 위해 밖에까지 길게 줄을 선 독자들의 모습을 봤어요. 저는 편안히 앉아 있는데 말이죠.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매우 감사했고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다른 아시아의 나라들에서도 반응이 좋은가요?
한국과 비교할 수 없어요. 일본에는 단 한 권의 책만이 번역 출간되었고, 중국에는 몇 권인가 번역 출간되었는데 이번에 출간된 이 책은 호응을 얻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유독 한국에서 인기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글쎄요. 전혀 모르겠어요. 다만 제 한국 독자들의 나이가 매우 젊다는 것은 알아요. 제 필체가 현대적이고 쉽다고 이야기하곤 하는데그런 점과 젊은 세대의 다이내믹함이 만난것이 아닐까요? 저 또한 젊은 독자층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 매우 기분 좋아요. 제가 읽고 싶은 이야기를 책으로 쓰곤 해요. 책장이 넘어가는 줄 모르는 박진감 넘치는 소설에 늘 흥미를 가졌어요. 복잡한 성격의 주인공들과 이야기 구조들, 그리고 다음이 기다려지고 결말이 궁금해지는 그런 소설 말이죠. 제 소설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책장을 넘기는 즐거움, 즉 서스펜스가 가득하고 드라마처럼 중독성이 강한 줄거리라는 점, 그리고 두 번째는 책이 가진 주제를 좀 더 세밀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죠. 예를 들어『지금 이 순간』의 경우 아버지의 역할, 부성애라는 것이 묘사돼요.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매우 복잡한 심경을 전해줘요.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또 가장 강하게 만들어주죠. 하지만 동시에 가장 취약점이 되기도 해요. 자신의 사랑하는 아이를 통해 아버지가 공격받을 수도 있거든요. 저 또한 2년 반 전 처음으로 아버지가 되는 경험을 했어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요. 『지금 이 순간』을 쓰게 된 것도 아들의 탄생 때문이었어요.
아들이 태어나는 순간을 실제로 지켜보셨나요?
물론이죠. 처음부터 끝까지요.
그렇다면 책에서 주인공이 자기 아들을 지켜보는 모습은, 즉 작가 자신이 느꼈던 감정 그대로라고 생각해도 되겠네요.
그럼요. 그때 제 가슴을 채웠던 느낌들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아들의 탄생은 저의 삶의 방식도 송두리째 바꾸어놓았어요. 매일 가족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려고 노력하고 아이에 맞추어 시간표를 짜죠.
『지금 이 순간』을 매우 빠른 시간 안에 읽을 수 있었어요. 특히 시간 여행을 한다는 설정 자체가 많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잖아요. 그래서 중간에 책을 놓기가 쉽지 않았어요.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를 다른 책에서도 자주 사용하셨어요.
맞아요. 시간은 항상 제가 가장 집착하는 소재에요. 시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죠. 우리는 바꿀 수도, 돌이킬 수도 없는 과거에 집착해 살아가곤 하죠.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요. 다른 나머지 시간은 미래를 걱정하거나 계획하며 시간을 보내죠. 그래서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매번 잊어버리곤 해요. 오래전에 심각한 자동차 사고를 당한 적이 있어요. 그때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제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었어요. 지금 제가 잡고 있는 이 순간은 과거나 미래가 범접할 수 없는 저만의 고유한 영역이죠. 그 어떤 것도 제가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을 방해할 수는 없어요. 따라서 과거나 미래로 불안해하거나 초조해 할 필요는 없어요. 지금 이 순간이 저와 함께 있으니까요. 소설 속 주인공 아서는 시간 여행을 통해 매우 한정된 현재를 살아야만 해요.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과거에 대한 후회, 그러나 소설 속 메시지는 그 모든 것을 제치고 지금 이 순간에 중점을 두고, 이 순간을 살며, 또 이 순간을 만끽하라고 전하죠. 우리는 한 번의 삶만을 살죠. 그 삶이란게 매우 깨지기 쉬워요. 삶이 언제 시작하는지, 또 언제 끝나는지도 정할 수 없어요. 그렇다고 깨지기 쉬운 삶을 매번 의식하며 살 필요는 없어요. 그렇게 되면 항상 두려움과 초조함으로 살아야 하거든요. 삶을 소중히 여기고 용기를 내는 것, 거기에서 각자 자신에게 맞는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해요.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다는 표지 소개글과 앞부분의 줄거리로 봤을 때 이 책이 판타지나 스릴러 소설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느낀 것은 이 소설이 결국 사랑 이야기라는 거예요.
맞아요. 소설 속에는 매우 많은 것이 혼합되어 있어요. 초현실과 판타지, 스릴러, 사랑, 주인공과 그의 아버지, 그의 조부로 얽힌 한 가족의 이야기,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주인공에게는 24일, 그를 둘러싼 다른 이들은 24년이라는 시간을 걸쳐 전개돼요. 매우 많은 소재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보니 오히려 각각 다른 취향을 가진 독자들을 한 번에 모을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도 하죠.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아들의 탄생 이후 저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저와 아들과의 관계, 그리고 저와 제 아버지, 또 할아버지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는 거였죠. 그리고 개인이 처한 환경이 다른 이들에게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으며, 사랑하는 관계가 어디까지 이해하고 함께 갈 수 있는지 등을 파헤쳐보고자 했죠.
시간여행, 오히려 답답함과 불안을 연출하고 싶었다
『지금 이 순간』은 파리가 아닌 뉴욕이 배경이에요. 뉴욕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공간들과 거리들이 등장해서 읽는 동안 뉴욕 구석구석을 여행하는 기쁨도 있었어요.
뉴욕은 매우 좋아하는 도시고 또 잘 아는 도시예요. 18살 때부터 그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왔거든요. 그래서 제가 잘 알고 있는 뉴욕을 책에 넣어보고 싶었어요. 가끔 매우 유명한 장소와 사건들이 책 속에서 묘사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잘 알려지지 않은 장소들이 등장해요. 또 24년 동안 많은 변화를 거친 도시를 시간의 흐름에 맞게 보여주고 싶기도 했어요. 처음 18살에 발견한 뉴욕은 약간은 폭력적인 구석이 있는 강하고 야심만만한 도시였어요. 지금은 9.11사태 이후 도시 전체가 뭔가 차분해지고 안정된 모습으로 그려져요. 뉴욕은 제게 미국의 한 도시가 아닌 매우 특별한 장소예요. 그 안에서 모든 것이 가능하고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죠.
시간 여행을 한다는 것은, 예를 들어 책이나 영화 속에서 시간을 여행하는 일은 언제나 타인보다 유리한 무언가를 지니는 것이었어요. 누구도 가질 수 없는 능력 같은 것이죠. 그런데 주인공 아서는 시간 여행을 통해 극도로 불리하고 불행한 처지가 되죠.
절대적으로 그렇죠. 시간 여행이라는 도구를 통해 행복을 그리고 싶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답답함과 불행 같은 상황을 연출하고 싶었어요. 시간 여행이 아서의 인생을 망치죠. 사람들과의 관계, 일, 또 그의 사랑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망쳐버리죠. 정말 끔찍하다고 할 수 있죠. 아서는 이 괴롭고 무거운 현실에 정면으로 맞서요. 다른 이들의 1년을 하루에 살아야 하는 아서는 극도로 시간이 부족하고 어떤 상황을 맞이할 때 감정의 정리조차 제대로 할 수 없어요. 그는 시간과의 싸움에서 고군분투하며 모든 고통을 이겨내려 해요. 하지만 결국 최고의 승자는 시간이에요. 아서는 시간에 붙잡히고 말아요. 다행히 그의 조부가 그를 옆에서 돌봐주긴 하지만요. 제 소설들은 항상 시간 여행과 같은 초현실적인 무언가와 병들고 늙고 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일상들을 표현하는 로마네스크적 무언가와 결합하도록 시도하죠.
소설을 읽으면서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영화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소설 대부분이 영화와 잘 어울리는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잖아도 2016년에 한국에서 제 책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가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한국 배우 김윤석 씨가 출연한다고 들었어요. 김윤석 씨는 영화 <추격자>를 통해 알게 되었어요. 매우 인상깊은 연기를 펼치는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유럽과 미국 등에서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했었는데 그동안 거절해왔어요. 그러다 결국 한국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었죠. 이전에도 여러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그 후에』에는 존 말코비치가 영화에 출현했어요.
소설 『지금 이 순간』의 결말에 엄청난 반전이 숨어 있어요. 다른 소설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결말의 방식이죠?
처음 소설부터 항상 그래 왔어요. 독자들이 매우 좋아해주었고요. 이제는 저와 제 독자들 사이의 하나의 게임 같은 작용을 하죠. 독자들은 반전의 결말을 통해 새로운 창을 들여다보게 되죠. 지금까지의 긴 이야기들을 뒤집는 무언가가 결국 많은 생각을 정리하게 해준다고 할까요? 기사에는 어떤 결말인지 쓰시면 안 돼요.(웃음) 제 생각에 소설은 그것을 읽는다는 생각만으로 기쁨을 주어야 하고 계속 읽고 싶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어떤 결말로 마무리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글쎄요. 글을 쓴다는 것, 그것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한다는 것은 변화가 없어요. 단지 제가 원하지 않으면 가벼운 마음으로 수많은 제안을 거절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니 제가 원하는 멋진 공간에서 작업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아요.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상상력에 제한을 받는 것은아니에요. 단지 몸과 마음이 편할 뿐이죠. 또한 가지는 공항이나 지하철을 탈 때 사람들이 제가 쓴 책을 들고 읽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는 거죠. 한번은 공항에서 한 여성을 만났어요. 그녀는 제 책을 손에 들고 있었죠. 저는 그녀가 제 소설에 빠져들었는지를 관찰하기 위해 오랫동안 그녀를 쳐다봤어요. 그런데 그녀는 제가 그녀를 꼬시려는 줄 착각한 거예요. 그녀는 제게 이렇게 말했어요. “이봐요, 그렇게 바보짓 하는 대신 책을 한 권 읽는건 어때요? 예를 들어 기욤 뮈소의 책을 읽어 봐요.” 그래서 저는 “아 그래요? 기욤 뮈소의 책이 그렇게 재미있나요?”라고 물었죠. 그러자 그녀는 자신의 명함에 ‘기욤 뮈소’라는 이름을 적어주며 이렇게 말했어요. “서점에 가서 한번 찾아보시죠.” 그렇게 이야기는 끝났어요. 전 참 행복했죠.
다음 소설이 잘 안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없으시나요?
물론 있죠. 제 상상력이 계속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어줄 것인지, 또 사람들이 계속 저의 소설을 좋아해줄 것인지, 제의 입지가 흔들리지는 않을지, 소설의 좋은 소재가 더는 떠오르지 않으면 어떻게 할지 등등. 그렇지만 그런 불안감은 또 자신을 발전하게 하는 요소로도 작용하죠. 그런 불안감들이 있기 때문에 더욱 노력하고 싶어지고 지금의 성공으로 거만해지지 않게 만들죠. 매 순간 촉각을 곤두세우고 아이디어를 찾으려 하고 시간의 공기가 가진 느낌을 이해하려 노력하죠.
현재 집필 중인 소설은 어떤 것인가요?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앙티브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작업 중이에요. 역시 시간 여행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데 이번에는 주인공의 여행폭과 장소가 훨씬 넓어지죠.
끝으로 이 글을 읽는 한국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우선 제 소설을 사랑해주셔서 매우 감사드립니다. 다음번에 나올 책에는 한국도 등장한답니다. 읽으시면서 작은 즐거움이 있을 거예요. 그리고 한 가지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요. 『지금 이 순간』의 주인공 아서는 매우 한정된 시간과 장소들을 살아야 하죠. 우리도 마찬가지예요. 긴 시간인 듯하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아요. 지금 이 순간, 현재를 살도록 하세요. 현재의 시간은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선물입니다.
지금 이 순간기욤 뮈소 저/양영란 역 | 밝은세상
사랑과 감동의 마에스트로 기욤 뮈소의 판타지 심리스릴러! 2015년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 전 세계 40여 개국 출간! 《지금 이 순간》은 기욤 뮈소가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을 쓰기 위해 얼마나 섬세하고 치밀하게 연구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빈틈없이 잘 짜인 플롯,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을 만큼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 전매특허인 허를 찌르는 반전 등으로 새로운 스타일의 소설을 기대하는 독자들의 바람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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