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민 스님이 4년 만에 세 번째 책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을 펴냈다. “생각을 조금 더 묵히고 싶어 천천히 책을 냈다”는 스님은 하버드대 학위, ‘미국 최초 한국인 스님 교수’라는 타이틀보다 ‘트위터에서 자주 만나는 동네 스님’으로 불리는 것을 더 좋아한다. 전작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통해 ‘대한민국 청춘 멘토’가 됐고, 지금은 ‘마음치유학교 교장’이 된 혜민 스님은 “완벽하지 않음에도 아름다울 수 있다.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것이 진짜 사랑”이라고 말했다.
“마음에 고민이 많아 우울하고 힘들 때 머리를 들고 앞에 있는 사물을 아주 자세히 관찰해보세요. 사물을 보는 순간 생각의 진행이 멈추면서 조금 전 마음의 고민이 그냥 ‘생각 덩어리였구나.’하는 깨달음이 있습니다. 생각들에게 너무 힘을 실어주지 말고 ‘고작 생각들이었어.’ 하세요.”
아, 이런 기분이 나에게 왔구나
지난해 서울 인사동에 ‘마음치유학교’를 여셨어요. 스님께서 직접 프로그램도 진행하신다고요.
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마음 잇다’예요. 사랑하는 자녀의 장애로 많이 지쳐있는 부모, 이혼의 아픔을 겪고 있는 분, 암 수술을 받고 나서 마음이 불안한 분, 취업이 안 돼서 고민인 분들과 함께 아픔을 나누고 다양한 방법으로 치유하고 있어요. 뜻을 같이 하는 치유자 선생님들과 글쓰기, 음악, 미술 등을 통해 서로를 돌보는 시간을 가져요. 가장 중요한 건, 비슷한 그룹이 모였을 때 얻는 치유의 힘이에요.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비슷한 상황, 경험을 털어놓으면서 가까워지고 있어요.
학교를 여실 생각은 어떻게 하셨나요?
마음치유콘서트를 통해 어려운 상황에 있는 많은 분을 만날 수 있었어요. 종교인으로서 사람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하는 게 좋을까 생각하다가, 미국에서 교수 생활을 하는 것도 좋지만 한국에서 일하는 게 더 도움이 되겠더라고요. 책을 통해 만날 수도 있지만 한발짝 더 나아가서 사람들이 직접 와서 경험해보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어요. 마음치유학교에는 여러 선생님이 함께하세요. 전공도 가르치는 수업도 다 다르지만 뭐든지 함께해요. 한 공동체니까요. 한 달에 한 번씩 모두 모여 각자의 치유방식을 시연해요. 어떻게 이끌어가야 하는지 회의도 하고요.
종교는 상관이 없나요?
전혀요. 가톨릭에서도 많이 오시고, 개신교 분들도 많아요. 사람을 치유하는 게 종교인의 역할이잖아요. 오시는 분도 선생님들도 종교는 다 달라요. 없는 분도 많으시고요.
혜민 스님의 책을 보고 모임에 오신 분도 많으시겠어요.
있으시겠죠. (웃음) 하지만 주제별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서요. 내 상황, 마음 상태에 따라 프로그램을 선택하세요.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이 4년 만에 신작입니다. 스님의 새 책을 기다리는 독자들이 굉장히 많았나 봅니다. 예약 판매부터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습니다.
정말 놀랐어요. 책을 아직 못 본 상태에서 구매 의사를 밝혀주신 거잖아요. 많이 놀랐고 감사하고 있습니다.
2012년에 출간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그 해 ‘네티즌이 선정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어요. 후속작 출간 제의도 무척 많이 받으셨으리라 생각하는데, 이번 책은 3인 출판사 ‘수오서재’에서 나왔습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함께 만들었던 편집자께서 창업한 출판사예요. 제가 의리를 지킨 거죠. (웃음) 왜냐면 고마움이 많았거든요. 첫 책 『젊은 날의 깨달음』이 2010년에 나왔는데, 4년 전에도 꽤 큰 출판사에서 연락을 많이 주셨어요. 두 번째 책을 내자고요. 한 곳과는 계약 직전까지 갔는데 마음이 확 편하지가 않더라고요. 그런데 수오서재 대표님은 정말 열정이 가득해 보였어요. 편집자도 책을 내고 싶어야 책이 잘될 거로 생각했거든요. 꼭 전작이 잘됐기 때문이 아니라, 마음이 참 잘 맞아요. 좋은 사람들이랑 일하면 일로 느껴지지 않고 즐겁거든요. 또 제 생각의 패턴을 잘 알기 때문에 일도 훨씬 수월하고요. 새로운 분과 함께해도 새로운 시너지가 나왔겠지만 익숙한 편안함도 굉장히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또 제가 조금 과하거나 미진할 때도 조언을 많이 해주세요. 저자 입장에서도 따끔한 질책도 필요하거든요. 다 좋다고만 하면 그건 망하는 책이 나오니까요. 여러 가지 면에서 훌륭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해요.
출간된 지 한 달도 안 지났는데, 리뷰가 꽤 많더라고요.
찾아서 읽어봤어요. 글을 쓸 때의 제 의도를 잘 이해해주신 독자 분들이 많아요. 책을 만들면서 내가 누구를 위해 이 책을 쓰나 생각해봤어요. 젊은 청년들이 읽어도 좋고 병을 가진 분이 읽어도 좋고, 연애하는 분들, 누군가를 너무 미워하거나 용서가 안 되는 분들이 보면 좋겠다 싶었어요. 노력을 하는데도 일이 잘 안 풀릴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위로가 되는 책이었으면 해요. 다양한 삶의 주제를 담았으니까요. 남녀노소가 봐도 좋고, 수행자가 읽어도 좋을 것 같아요. 또 글과 함께 멋진 그림이 실려 있어요. 차분하게 그림을 보면서 천천히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마음에 관한 글이 기억에 남습니다. 가끔 찾아오는 우울한 느낌, 울적한 기분을 잘 살펴보면 ‘나의 반복적인 생각’ 때문에 일어나는 감정이라고 지적하셨어요.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느낌이나 감정이 좌지우지돼요.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긍정적인 느낌이 생각과 함께 일어나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또 부정적인 느낌이 생각을 좇아 함께 일어나고요. 결국 우울한 느낌을 이해하려면 느낌을 일으키는 원인 제공자인 ‘생각’을 먼저 이해해야 해요. 우울한 생각이 떠오르면, 그저 ‘마음 하늘에 잠시 우울한 생각 구름이 하나 일어났구나’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이 구름은 하나일 뿐이지 내 인생 전체가 아니거든요. 많은 정신적 문제는 생각과 나를 동일시하기 때문에 생겨나요. 스님들이 마음공부를 한다는 것도, 부정적인 생각이나 우울한 느낌이 없는 게 아니라 그냥 ‘아, 있구나’하고 알아채는 일이에요. 알아채는 것과 모르는 건 천지차이예요. 알아챔이 중요해요. 반면에 그 기분에 빠져 있기만 하면 그 감정대로 가버리는 거예요.
인지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시죠?
그렇죠. 알아야 해요. ‘아, 이런 기분이 나에게 왔구나. 있구나’ 생각하는 거예요. 제가 글을 쓰는 이유도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난 후, 관조하기 때문이에요. 이 일에서 빠져 나와서 한 번 지켜보는 거예요. 불교에서는 ‘삿디’라고 하죠.
잘 알아채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누가 힘들다고 할 때, “너무 괜찮다고 하지 마라”라고 하잖아요. 너무 벗어나려고 하면 더 힘들어요. 알아채는 것도 훈련이 필요해요. 훈련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수용을 할 줄 알아야 해요. 같은 문제도 답답하고 조그만 방에서는 무척 크게 보이지만, 벽을 하나 없애면 확 트인 공원이 나타날 수도 있어요. 문제는 사라지지 않아도 공원 안에 있으면 수용할 수 있어요. 좋은 게 많거든요. 나에게만 문제가 있고 나만 우울한 게 아니라, 누구에게나 다 있다는 걸 볼 수 있어요. 제 책도 어떻게 보면 자기가 수양된 만큼 느낄 수 있어요. ‘알아챔’이 그냥 몰랐던 것을 인식하는 정도로 끝날 수도 있지만, 계속하다 보면 ‘알아챔’ 자체가 갖고 있는 공간감을 느낄 수 있어요. 마음이라고도 해요. 이 공간감 안에 모든 게 일어났다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질투라는 감정도 알아챔이 훈련되면, 질투라는 감정이 일어나는 배경, 즉 ‘공간감’을 깨달을 수 있어요. 내 감정에 너무 집착하지 않을 수 있어요.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는 공부
예스24 페이스북을 통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문혜숙 님이 “쇼핑을 해도 친구를 만나도 영화를 봐도 뭘 해도 마음이 공허해요. 뭘 해야 마음이 밝아질 수 있을까요?”라고 물으셨어요.
사람이 느끼는 행복감 중에 가장 강렬한 행복은 다른 사람과 연결이 됐을 때예요. 혼자 재밌는 일을 했을 때의 행복감은 오래 가지 않아요. 다른 사람과 깊은 곳에서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때 행복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행위를 해야 해요. 가장 좋은 건 봉사활동이에요. 내가 얼마나 이들에게 필요한 존재인지 깨달을 수 있어요. 봉사활동이 힘들다면 정말 좋아하는 사람을 집으로 불러서 뭘 해 먹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그것처럼 행복한 일이 없어요. 나누고 베풀다 보면 상대방도 나를 위해 베풀어주잖아요? 깊숙한 연결감을 느낄 수 있어요.
이은경 님은 “행복한 삶이란 무엇일까요? 나는 그다지 불행하지 않은데, 친구들은 아니라고 하네요. 요즘 그것 때문에 불행해지려고 한다”고 하셨어요. 이유가 뭘까요?
많은 사람이 행복이라는 감정은 기가 막히게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정말 원했던 일이 갑자기 이뤄지는 경우는 매우 희박하기도 하고, 실제로 엄청나게 큰 행복을 주지도 않아요. 행복을 너무 추상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좋을 것 같아요. 혼자 조용한 곳에서 산책을 해도 사람은 행복을 느끼는 존재예요. 엄청나게 큰 쾌락이 행복을 갖고 오는 게 아니에요. 또 이 같은 쾌락을 느낀다고 해도 후에 큰 후폭풍이 찾아와요. 그러니 스스로가 마음이 편안한 상태를 누리는 게 가장 현명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주말 아침, 조용한 클래식을 틀어놓고 나를 위해 책을 한 시간 읽을 때가 그렇게나 좋아요.
스님께서는 책을 사는 일을 참 좋아하신다고 들었어요.
좋아해요. 지금 당장 읽지 않더라도 책은 사는 편이에요. 언젠가 꼭 쓸모가 있기 때문이에요. 이번 책을 쓰면서도 예전에 사놓은 책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인용해야 하는 문구를 많이 찾았어요.
지난해 한 온라인 경매에서 ‘혜민 스님과의 만찬 및 멘토링 쿠폰’이 1천 만원에 낙찰됐다는 뉴스가 공개되고, 많은 분이 궁금해하시더라고요. 어떤 분과 식사를 하셨는지요?
아주 훌륭한 분이셨어요. 이 경매 자체가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행사였잖아요. 아이들을 돕기 위해 좋은 마음으로 경매에 참여하셨더라고요. 오히려 제가 더 배울 점이 많은 분이었어요. 좋은 이야기를 해주셔서 많이 들어드렸고, 맛있는 식사를 했어요.
스님께서 어떤 한 사람과 식사를 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으세요?
(웃음) 아, 너무 어려운 질문인데요?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어도 상관없나요? 그렇다면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만나고 싶어요.
하루키의 소설을 좋아하세요?
좋아해요. 현대인이 느끼는 소외감을 하루키 만큼 잘 표현하는 작가가 또 있을까 싶어요. 사실 하루키와는 만난 적이 있어요. 프린스턴대학교에서 하루키가 명예박사 학위를 받으러 온 날, 제가 종교학 박사 학위를 받았어요. 불교학 박사 학위를 받은 친구와 “와, 하루키다”하고 소리쳤더니, 놀라더라고요. 당시 오프라 윈프리도 함께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은 모두 오프라 윈프리만 쳐다보고 있었거든요. (웃음)
이번 책을 읽으면서 참 솔직하시구나 싶었던 글이 “결국 박사 학위라는 경험을 통해 무엇을 얻었느냐고 스스로에게 질문해본다면 정말로 솔직히 말해 ‘교수의 삶이 이런 거였구나’를 깨닫는 정도였다”였어요. “분석하는 학문적 공부로는 근원적 질문에 대한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라고 하셨어요.
많은 대학이 논리적인 사고, 비판적인 시각을 갖추는 것에만 너무 집중되어 있어요. 하지만 논리와 비판은 우리 삶의 일부분이지 전체가 아니에요. 내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지 않는 연구를 해야 하니, 어려운 마음이 있었어요.
지난해는 경북 문경의 봉암사 선방, 프랑스에 있는 틱닛한 스님의 플럼빌리지에서 공부하셨어요. 어떤 시간을 보내셨나요?
플럼빌리지에서 공부할 때는 모든 걸 천천히 했어요. 걸을 때도 천천히, 밥도 천천히 먹어요. 이게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는 공부예요. 숨을 쉬는 시간이 많았어요. 숨으로 딱 들어가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숨은 항상 현재에서 쉬고 있기 때문에 숨이 들어오고 나감을 느껴보면 마음도 편안해지고 기분도 좋아져요. 또 숨을 느끼는 현재로 마음이 오면 생각이 멈춰요. 지금 이 순간 현재를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숨으로만 돌아와도 우울한 마음은 한결 가벼워질 수 있어요. 뭔가를 크게 누리지 않아도 내 마음에 온전함이 느껴져요. 진짜 공부죠.
현대사회는 ‘공부 중독’에 빠졌지만, 시험에 나오는 공부만 해서 문제라고들 합니다. 사람들에게 어떤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마음을 들여다보는 공부를 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의 시선을 보면 다들 바깥으로 향해 있어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따지니까, 자의식만 발달하고 자존감은 낮아져요.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했으면 좋겠어요. 사람은 매일 자기의 마음을 사용하면서 살잖아요. 맨날 마음을 쓰고 있는데, 어떻게 쓰는지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요. 또 비우는 공부가 필요해요. 우리는 채우려고만 하는데 사실 비움 안에 온전함과 지혜가 있어요. 생각이 많다고 결정이 쉬워지는 것도 아니고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도 아니에요. 비움 속에 존재하는 지혜를 믿고 잠시 쉬는 연습을 해야 해요.
스님께서는 현재 어떤 공부를 하고 계신가요?
마음 공부죠. 저도 제 본성을 깜빡 잊고 살 때가 있어요. 항상 확인을 해줘야 해요. 침묵도 한 방법이에요. 텅 비어있음을 침묵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사람이 사랑을 하면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잖아요. 따뜻한 생각을 하게 되고, 마음이 열려요. 마음이 텅 비어 있어서 침묵하게 돼요. 사랑할 수 있을 때만 침묵할 수 있어요. ‘모른다’하고 바라보는 거예요. 안다고 생각하면 관심이 생길 수 없어요. 저 또한 글을 쓸 때는 차분해지지만, 생활 속에 들어가보면 부족함이 너무 많이 보여요. 똑같은 상황에 있는 진리당체를 인식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나의 진정한 모습은 무엇인가
책의 추천사를 이해인 수녀님이 써주셨습니다. 스님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느껴지더라고요.
너무 감사했어요. 평소 ‘이모 수녀님’이라고 부르는데요, 많이 의지하는 수녀님이세요. 추천사를 읽고 무척 감동받았어요.
스님께서는 평소 많은 타종교인들과 밀접하게 교류하시는 거로 알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왜냐면 우리가 걷는 길은 다르지만, 삶을 살아가는 행동 패턴은 굉장히 비슷해요. 형태는 다르지만 수행 방법도 근본적으로 들어가면 비슷한 게 많아요. 또 공동체 생활을 하다 보니 겪는 일도 다르지 않아요. 기도라는 게, 한 곳에 마음을 집중하는 거잖아요. 대상은 다를지 몰라도 집중이 만들어내는 마음 상태는 비슷해요. 고요해지고 차분해지죠. 어떤 피상적인 상징에만 매여 있으면, 상징이 지시하는 더 깊은 의미를 깨닫기 어려워요. 자비와 사랑의 행동이 어떻게 다를 수 있겠어요. 오히려 무신론자와 종교인이 만났을 때가 더 어렵겠죠.
종교는 왜 필요할까요?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태어났는가’와 같이 근본적인 질문을 하기 때문에 중요한 것 같아요. ‘나는 무엇인가, 죽으면 어떻게 되나, 나의 진정한 모습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얻으려면 종교에서 찾을 수밖에 없어요.
대개 사람들은 ‘스님이 포기해야 하는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스님은 결혼도 화려한 옷도 입을 수 없어요. 하지만 더 귀한 것을 얻으셨을 텐데요. 포기해서 얻은 것은 무엇인가요?
진리에 대한 경험을 했죠.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본성 편에도 썼지만, 승려가 되면서 선불교를 공부하기 위해 선어록을 보게 됐어요. 옛 큰스님들은 이렇게 묻고 있어요. “돌부처가 성스럽다고 느끼는 것은 돌부처가 원래부터 성스럽기 때문인가, 아니면 내 마음이 성스럽다고 보기 때문인가?” 부처의 형상에서 성스러움을 보는 게 아니라, 성스러움을 아는 내 마음에서 느낄 수 있다는 말이죠. 진리를 깨닫는다는 것은 새로운 기회를 통해 깊이 체득화한다는 의미와 같아요. 몰라서 못 깨닫는 게 아니라 아는데 아직 내 경험화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죠.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혜민 저/이응견 그림 | 수오서재
혜민 스님 4년 만의 신작에는 완벽하지 않은 것들로 가득한 나 자신과 가족, 친구, 동료, 나아가 이 세상을 향한 온전한 사랑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리 안에는 완벽하지 못한 부분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부분을 따스하게 바라보는 자비한 시선도 함께 있음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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