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웨딩 붐’이 일고 있다고들 한다. 한편에서는 원빈과 이나영, 조정치와 정인 등 유명인들의 사례가 이 같은 ‘유행’을 부추겼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 ‘작은 결혼식의 꿈’은 훨씬 더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결혼식이 서로의 친분을 확인하는 장이 된 순간부터, 축의금이 품앗이로 치부되기 시작한 시기부터, 신랑 신부가 꿈꿔왔던 결혼식은 예식장 밖으로 밀려났다. 과장을 조금 보태서 이야기하자면, 이제 결혼을 앞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작은 결혼식을 떠올린다. 두 사람의 추억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과 모여서, 하나가 될 미래를 그려보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작은 결혼식의 주인공이 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누군가는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히고, 누군가는 비용의 벽에 가로막힌다. ‘결혼식은 부모님을 위한 행사더라’, ‘작은 결혼식이 비용은 더 많이 든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오는 이유다. 그렇다고 일찌감치 포기하자니, 신랑 신부 입장에서는 지울 수 없는 아쉬움이 남는다. 시간에 쫓기며 예식 홀을 비워줘야 하고, 하객의 절반은 얼굴도 잘 알지 못하는 부모님의 지인으로 채워지며, 일부 사람들은 축의금을 내자마자 식사만 하고 떠나는 공간에서, 일생에 한 번뿐인 소중한 시간을 보낸다니. 못내 억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혼식이란 환상에 불과한 걸까.
『나의 작은 결혼식』은 그 꿈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인 칼럼니스트 김민정은 지난 해 6월에 ‘나다운 결혼식, 나만의 결혼식’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신랑 신부의 가족과 친척들,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 레스토랑에 모여 그야말로 ‘작은 결혼식’을 치렀다. 500만원이라는 많지 않은 예산으로 모든 준비를 마쳤고, 셀프 웨딩 촬영부터 뉴욕으로 떠난 신혼여행까지 1000만원 안에서 전부 해결했다.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 『나의 작은 결혼식』안에 해답이 있다. ‘작지만 로맨틱한 스몰웨딩’을 만들기 위해 그녀가 활용한 모든 정보와 팁들을 공개한다.
적은 비용과 규모는 ‘작은 결혼식’의 목적이 아니다
‘작은 결혼식’을 꿈꿨지만 부모님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어떻게 부모님을 설득하셨나요?
예전부터 작은 결혼식을 하고 싶었고, 저희 결혼식을 그렇게 해보자고 생각했을 때는 어려운 게 없을 줄 알았어요. 양가 부모님 모두 그다지 보수적인 분들이 아니시거든요. 그래서 저희 의견을 말씀 드렸을 때도 ‘너희 뜻대로 해라’라고 하셔서 생각보다 쉽게 넘어갔어요. 그런데 결혼식의 규모가 작으니까, 하객을 초대하는 부분에서 문제가 생겼죠. 그때 신랑이 서너 번에 걸쳐서 저희 부모님을 뵙고 말씀을 드렸어요. 신랑은 제주도 토박이인데, 제주에서는 관례적으로 육지에서 결혼을 하면 제주에서 피로연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머님 아버님께서도 그렇게 하시면 어떠시겠냐고 말씀을 드렸는데, 저희는 피로연을 따로 하지 않고 식사 대접을 하는 걸로 조율을 했어요. 답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겠죠. 그런데 신랑 신부가 행복한 결혼식을 하겠다고 하면 부모님께서도 반대만 하시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반대하시는 이유가 있을 거예요. 그 부분에 대해서 열린 대화를 많이 하다 보면 될 것 같아요.
예식 이후에 따로 식사 대접을 해야 한다면 ‘역시 작은 결혼식이 비용은 더 너무 많이 든다’는 이야기도 나올 것 같은데요. 경험해 보니 어떠셨나요?
작은 결혼식이라고 하면 ‘비용이 적은 결혼식’, ‘소규모 예식’이라고 많이 생각하시는데요. 저는 작은 결혼식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두 사람인 것 같아요. ‘둘만의 결혼식, 두 사람다운 결혼식’이 작은 결혼식의 출발인 것 같거든요. 비용이나 규모가 작다는 건 조건이 될 수 있을지언정 목적은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사실 시장의 원리가 그렇잖아요. 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보면 그걸 이용해서 돈을 벌려는 활동도 발전할 수밖에 없죠. 저도 ‘셀프 웨딩, 스몰 웨딩을 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든다’는 기사를 많이 봤어요. 그런데 작은 결혼식은 비용에서 출발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두 사람이 만들고 싶은 결혼식의 콘셉트에 따라서 얼마든지 조율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요. 비용적인 부분에 얽매여서 작은 결혼식을 포기하는 건 조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남들 다 하는 결혼식은 싫다”는 생각에 ‘작은 결혼식’을 준비하게 됐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부분이 싫으셨던 건가요?
결혼 적령기가 되면 결혼식장에 많이 가게 되잖아요. 그런데 친구를 축하해 주러 가도 친구랑 눈 맞출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고, 하객들이 겹치니까 식사도 빨리 먹고 일어서야 되잖아요. 그런 걸 경험하면서 ‘과연 이렇게 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었어요. 한 번은 제가 신부 들러리를 했었는데, 식장 안에서는 주례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밖에서는 이미 다른 신랑 신부가 입장하려고 대기하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찍어내는 듯한 결혼식이 과연 맞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작은 결혼식을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사실 비용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었고요.
비용으로 따지자면 일반 결혼식장에서 진행하는 게 가장 저렴하지 않나요?
일반 결혼식장에서 예식을 하는 비용은 최저 금액, 최고 금액이 어느 정도 나와 있잖아요. 예식장 서너 곳만 둘러봐도 대략 알 수 있죠. 그런데 작은 결혼식은 얼마든지 조율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원빈과 이나영은 결혼식 비용이 110만원이었다고 하잖아요. 저희는 1000만원 중에서 500만원은 신혼여행에 썼기 때문에, 결혼식에는 500만원만 들었어요.
‘남들과 다른 결혼식’을 하겠다고 하면 ‘유별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할 것 같아요.
저희 시댁 어르신들이나 친정의 친척 분들은 이렇게 결혼식을 하신 분들이 아니세요. 평범한 결혼식을 하셨던 분들이에요. 그래서 처음에는 ‘참 유별나게 한다’ 하셨던 분들이 계셨는데, 직접 결혼식에 오셔서 보시고는 다들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진도 찍어 가시고요. 그래서 약간 희망을 본 것 같기도 해요.
작가님께서도 결혼을 준비하시면서 많은 우려와 만류의 이야기를 들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럴 때 어떻게 대처하셨어요?
일단 부모님을 설득하는 데 있어서는, 비용 부분에서 도움을 받지 않아야 주장을 펼 수 있고요. ‘유별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별로 응수를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내 결혼식이잖아요(웃음).
레스토랑 예식, 새로 문을 연 가게를 공략하라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우리가 잘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는 점”이라고 하셨어요. 그런 경험이 『나의 작은 결혼식』을 쓰게 된 계기가 되었나요?
결혼 준비하는 데 들였던 시간 중에 90% 정도는 자료를 찾는 데 썼던 것 같아요. 그런 이야기도 들었어요. ‘너는 프리랜서니까 할 수 있지,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 수 있겠니’라고요. 그런데 제가 결혼 준비를 한 달 동안 했거든요. 약간 벼락치기라고 할까요(웃음). 한 달이니까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제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자료를 찾는 데 투자했으니까, 그 내용들을 집약해 놓으면 그만큼의 시간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이 책을 쓰게 됐어요.
작가님께서 프리랜서가 아니라 직장인이었다고 하더라도 ‘작은 결혼식’이 가능했을까요?
그래도 작은 결혼식을 했을 것 같기는 해요. 물론 제가 했던 것처럼 그대로 이루어졌을지는 미지수이지만, 했을 것 같기는 해요. 저도 인터넷에 존재하는 정보들을 찾아서 했던 거잖아요. 최선을 다해서 찾은 만큼 결과물이 나온 것처럼, 직장인이었다고 해도 다르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열심히 찾은 만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최근에는 ‘작은 결혼식’을 컨설팅 해주는 업체들도 많으니까, 잘 이용하면 직장인에게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죠?
‘스몰웨딩’도 좋지만, 저는 ‘셀프 스몰 웨딩’을 조금 더 강조하는데요.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하지는 못하더라도 일부만이라도 셀프로 해보는 게 어떨까 생각해요. 작은 결혼식을 해서 가장 좋았던 건 제가 꾸민 식장에서 결혼한다는 거였거든요. 일생에 결혼을 두 번 할 거라고 예정하지 않는 한, 한 번밖에 없는 결혼식이잖아요. 그 소중한 날을 위해서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 같이 도와주고, 그렇게 해서 레스토랑이 조금씩 식장이 되어 가는 과정이 너무 감사하고 벅차더라고요. 그 날 밤을 새서 준비하느라 다음날인 결혼식 당일에 엄청 붓기는 했지만(웃음) 정말 행복했어요. 꼭 시간이 많아야만 작은 결혼식을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결혼식은 걷어낼수록 풍성해진다. 그러고 나면 진짜 봐야 할 것들이 보인다”고 하셨습니다. 걷어내야 할 것들의 우선수위를 정한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결혼의 의미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내가 왜 이 결혼식을 하는가’를 생각해 보면, 다 걷어내야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돈 문제도 마찬가지이고요. 결혼이 시작이지 끝이 아닌데, 결혼식에 돈을 굉장히 많이 써버리고 그 대출금을 갚는 신혼 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과연 그게 신랑 신부가 행복한 결혼식인지 의문이 들죠. 그리고 하객의 입장에서도, 정말 친한 친구면 마음을 담아서 가지만, 건너 건너 아는 사람의 결혼식이라면 안 가기도 뭐하고 서로가 부담스럽잖아요. 그런 것도 걷어내야죠.
레스토랑 예식을 준비하는 분들은 우선적으로 예식을 진행한 적이 있는 장소들을 물색하잖아요. 그런데 작가님께서는 신장 개업한 가게를 공략하셨더라고요.
처음에는 알고 있는 곳들에 연락을 했어요. 그런데 스몰웨딩이 트렌드가 되니까 200만원하는 생화 장식을 필수로 해야 된다거나, 1인당 85000원하는 코스요리부터 주문이 가능하다거나, 그런 조건들이 필수로 되어 있는 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차라리 입 소문이 필요한 곳, 신장 개업한 곳을 공략해보자고 생각하고, 그런 곳 위주로 찾았어요. 가게 주인의 입장에서는 한 번에 많은 손님들에게 모든 음식을 내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잖아요.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오다 보면 입 소문이 나기도 하고요. 저희가 결혼식을 치렀던 레스토랑에서도 저희 예식 사진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기도 하신 것 같아요.
책에서 소개하신 스몰웨딩 장소가 굉장히 다양합니다. 레스토랑, 펜션뿐만 아니라 시골집, 영화관, 놀이터, 공공기관도 포함되어 있어요. 가장 생소한 건 ‘수목 예식’입니다.
‘수목 예식’은 수목원에서 이루어지기도 하고요. 산에 올라가서 나무 앞에서 맹세하는 경우도 있어요. 제주도에서는 ‘비자림’이라는 숲길에서 나무 테이블 하나 놓고 식구들 앞에서 서약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 중에서 가장 추천하는 장소가 있다면 역시 레스토랑인가요?
예산이나 콘셉트에 따라서 다를 것 같아요. 작은 결혼식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콘셉트인 것 같거든요. 저희가 처음 했던 생각은 레스토랑에서 결혼식을 하겠다는 게 아니었어요. 가족식을 하고 싶다는 거였죠. ‘가족식을 할 것이고 예산은 500만원이다’ 이렇게 정하고 나니까 레스토랑이 제일 괜찮은 장소였어요. 그러니까 장소보다는 콘셉트를 결정하는 게 먼저인 것 같아요. 두 사람이 대화를 통해서 어떤 걸 하고 싶은지 정하고, 장소가 결정됐으면 콘셉트에 맞춰서 어디를 집중적으로 꾸밀 것인지도 선택해야 하는 것 같아요.
셀프 웨딩 촬영, ‘마법의 시간’은 일몰 전후!
셀프 웨딩 촬영도 하셨잖아요. 이때 가장 중요한 것으로 ‘샘플 사진’을 꼽으셨어요.
그 생각을 하게 된 건 청첩장을 받고 나서부터였어요. 고등학교 동창과 직장 동료에게 온라인 청첩장을 받았는데, 사진이 똑같은 게 왔더라고요. 알고 보니까 같은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했던 거예요. 저는 저만의 사진을 찍고 싶었어요. 그런데 제가 카메라랑 별로 친하지 않거든요(웃음). 그래서 ‘차라리 따라 하자, 따라 할 수는 있겠다’ 싶었던 거예요. 셀프 웨딩 촬영을 할 때는 포즈를 잡아주는 사람이 따로 없으니까 인터넷에서 샘플 사진을 찾아봤던 거고요.
부모님의 웨딩 사진을 들고 촬영하기도 하셨는데, 정말 탁월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혼식 때 많은 분들이 감동하셨을 것 같아요.
어르신들이 좋아하셨어요. 샘플 사진을 찾다가 본인들의 어린 시절 사진을 들고 있는 사진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은 건데요. 사실 부모님께 계속 죄송한 마음이 없지는 않았거든요. 많이 이해해 주신 거잖아요. 그래서 저희 어릴 적 사진보다는 부모님의 사진을 들고 촬영하자고 생각했고요. 친척 어른 분들이 포토 테이블에서 아시는 얼굴을 보시면 가깝게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정말로 어르신들의 반응이 좋더라고요. 저희끼리 찍은 사진은 ‘아, 예쁘네’ 하고 지나가시는데, 그 사진은 한참 보시더라고요.
소규모로 가족, 친지, 친구 분들만 모여서 치르는 예식인 만큼, 모든 세대가 같이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겠네요.
그래서 네임 카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거였어요. 신랑 측 신부 측 하객들이 나누어 앉을 수밖에 없는데, 하객 분들은 누가 누구인지 모르시잖아요. 저희가 일일이 가서 소개해 드리기도 힘들고요. 그래서 ‘신랑의 고모’, ‘신부의 이모’ 이런 식으로 네임 카드를 만들었어요. 그랬더니 지나가시다가도 인사를 나누시더라고요. 식순 안에 어른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오락 시간 같은 걸 넣을까 생각하기도 했는데요. 하객 분들의 연령대가 다양한데 자칫하면 분위기만 어색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뺐어요.
셀프 웨딩 촬영에는 ‘마법의 시간’이 있다고 하셨어요. 일몰 전후에 촬영을 하는 게 좋다고요.
사실 부부가 사진작가이거나 스타일리스트가 아닌 이상은 사진 콘셉트를 잡는 게 어렵잖아요. 그러니까 ‘전문적으로 잘 나온 사진을 찍기보다 감성에 기대보자’라고 했을 때, 일몰 전후에 촬영을 하면 좋은 점이 있다는 거예요. 빛이 쨍하지 않으니까 낭만적이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니까요. 특히 바닷가 같은 자연을 배경으로 했을 때는 더 좋아요.
“타인의 시선까지 기꺼이 즐기는 마음”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촬영을 하는 동안 오고 가는 사람들이 흥미롭게 쳐다볼 텐데, 그 어색함을 견디지 못하면 사진이 결코 잘 나올 수 없겠죠.
촬영 하시다 보면 (사람들의 시선이) 엄청 신경 쓰이실 거예요(웃음). 저희는 일단 촬영계획표가 도움이 됐어요. 계획표에 따라서 한 장소에서 빨리 찍고 이동을 해야 하니까, 주위 사람들을 눈 여겨 볼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어요. 저희가 촬영을 할 때는 5월이라 정말 사람이 많았거든요. 저희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시는 분들도 계셨고요. 그래서 굉장히 어색했는데 그것도 익숙해지더라고요. 그러다가 뉴욕으로 신혼여행을 가서 웨딩 사진을 찍는 커플을 봤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저 사람들 뭐야?’ 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더라고요.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아름답고 즐거워 보였어요. 그 에너지가 저한테도 전달이 됐고요.
청첩장과 방명록은 ‘엽서’로 바꿔보세요
『나의 작은 결혼식』을 보면서 몇 가지 ‘훔치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청첩엽서’였어요. 신랑 신부의 사진을 담아서 엽서 형태로 청첩장을 만드신 건데요. 어떻게 이런 청첩장을 만들 생각을 하셨어요?
언제부터라는 게 없이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조금 더 비용도 절약할 수 있으면서 우리들을 노출시킬 수 있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으면서 그다지 화려하지 않은 걸 바랐어요. 저희 결혼식 콘셉트가 심플이었거든요, 정말 단순하게 하는 거니까 청첩장을 화려하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죠. 가지고 있는 자료를 최대한 활용하려다 보니까 저희 사진을 가지고 제작을 했던 거예요.
결혼식장의 사진 현수막을 캔버스 액자에 담으신 것도 기발한 아이디어 같습니다. 현수막을 제작하실 때부터 액자로 만들 계획이셨어요?
네, 어차피 큰 사진을 또 뽑아야 되잖아요. 보통 스튜디오 촬영을 하면 패키지에 포함되어 있는데, 셀프 촬영은 그렇지 않으니까 새로 주문을 해야 하죠. 그때 마침 캔버스에 관심이 있던 차였어요. 요즘 명화를 따라서 그리는 캔버스도 많이 판매되고 있잖아요. 거기에 현수막을 입히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던 거예요.
현수막에 인화된 사진은 일반 사진보다 선명도가 떨어지지 않나요?
그걸 더 노렸어요. 저희는 다 셀프 촬영이니까, 너무 쨍하게 나온 사진이 아니었고, 부족해서 더 풋풋한 느낌이었거든요. 그래서 사진도 너무 전문적인 것보다는 현수막 사진의 질감이 주는 느낌이 더 좋더라고요.
방명록 대신 하객 테이블마다 작은 엽서를 놓아두셨어요. 방명록을 놓았을 때보다 많은 분들이 축하 메시지를 남겨주셨을 것 같습니다.
거의 다 쓰셨던 것 같아요. 짧게라도.
엽서에 몇몇 질문들을 적어 놓으셨잖아요. 답변은 다 읽으셨나요?
신혼여행 떠나는 비행기에서 봤거든요. 다양한 연령대의 분들이 오시니까 안 쓰시는 분들도 계실 거고, 쓰고는 싶은데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모르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았어요. 그래서 엽서 뒷면에 질문을 써놨던 건데요. 생각보다 정말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고, 그게 참 재미있었어요.
또 하나 독특한 점이 “하객들의 사진으로 결혼식 추억을 남기는 일”을 계획하신 거예요. 실제로 많은 하객들이 직접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셨나요?
네, 받았어요. 정말 생각했던 그대로였어요. 정말 다양했어요. 초점이 저희한테 맞춰져 있지 않은 사진도 있고요(웃음). 그래서 정말 재미있었는데 그 중에 소장할 사진을 고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으니까, 스냅 사진을 함께 촬영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죠(웃음).
‘작은 결혼식’이 좋은 이유 중의 하나가 ‘상대방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다는 점’이라고 하셨잖아요. 결혼 준비하시면서 남편 분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신 부분이 있었나요?
저희는 연애도 짧게 했고, 친구들 말에 의하면 가장 뜨거울 때 결혼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하는데, 싸우지를 않았었어요. 그런데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많이 싸웠죠. 신랑도 주변에서 ‘다른 사람들이 다 하는 대로 (결혼식을)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나 봐요. 그렇게 생각이 돼도 제 친구들은 말을 아끼는 편인데, 남자들은 더 편하게 이야기를 하나 봐요. 그래서 연애할 때는 발생하지 않았던 문제들이 조금 생겼었어요. 그런데 싸워보니까 저는 이 사람이 너무 좋은 거예요(웃음), 싸운다고 해도 계속 감정적으로 몰고 가지 않더라고요. 또 싸우고 나면 더 괜찮은 아이디어가 나왔고요. 오히려 결혼을 결심할 때에는 ‘이 사람일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안 했는데, 결혼 준비를 하면서 ‘이 사람이면 결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작은 결혼식은 그게 참 좋았던 것 같아요. 플래너든 누구든 둘 사이에 제3자가 끼어 있으면 진솔한 대화를 할 수가 없잖아요. 결정을 위한 결정만 하게 되죠. 그런데 작은 결혼식은 둘이서만 정말 많은 대화를 하게 돼요. 그러다 보니까 싸움도 나고 좋기도 한 거죠.
남편 분께서 적으신 글도 실려 있습니다. 스몰웨딩을 하려는 예비부부, 특히 예비신랑에게 조언하고 싶은 내용을 적으셨는데요. “서로를 무조건 믿어주어야 한다”고 하시면서 “예비신부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예비신랑의 결연한 의지(!)는 필수적이다”라고 쓰셨어요. 동의하시나요?
말씀 드린 것처럼, 사람들이 신부한테는 말을 아끼는데 신랑한테는 편하게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결혼식을) 뭘 그렇게 하느냐’ 이런 이야기들을 여과 없이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신랑도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그래서 더 예비신랑의 의지를 강조하더라고요.
작가님께서는 어떤 조언을 들려주고 싶으세요?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대화를 너무 본인 위주로 끌고 가기 보다는 같이 생각을 나누는 게 중요한 것 같고요. 나의 결혼식이기는 하지만 우리니까 할 수 있는 결혼식이잖아요. 그러니까 대화를 많이 나누고 상대의 의견을 많이 존중해 줘야죠. 대화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결혼식 준비도 데이트처럼 즐겁게!” 하려고 떠났던 드라이브도 대화하는 데 윤활유가 되었나요?
네, 그러다 보면 정말 뜬금없는 이야기도 많이 나오거든요(웃음). 그게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그냥 책상에 앉아서 하면 결혼식을 위한 결혼식의 구상에 들어가잖아요. 그게 아니고 놀고 즐기면서 하는 게 좋았던 것 같아요. 그게 즐거워야 작은 결혼식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즐겁잖아요.
나의 작은 결혼식김민정 저 | 21세기북스
얼굴 도장 찍기 바쁜, 여느 웨딩홀의 형식적인 결혼식에 염증을 느끼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꿈꿔보는 작은 결혼식. 저렴한 비용의 로맨틱한 스몰웨딩을 손수 꾸릴 방법은 없을까? 하나하나 내 손을 거친, 나만의 작은 결혼식이 가능한 ‘셀프 스몰웨딩 가이드북’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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