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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폭이 뭐야? 진짜 청춘이 말하는 세대론 - 한윤형 김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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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잉여. 이토록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있을까. 가장 자유롭고 화려할 수 있는 나이에 스스로를 ‘잉여’로 여기는 청춘들이 늘고 있다. 정치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 한윤형의 저서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어쩌다 잉여가 되어 버린 청춘들의 이야기를 하며 대한민국 사회를 짚어본다. 저자의 자의식을 고백하며 20대 멘토 담론의 현실, 88만원 세대론의 딜레마를 지적한다. 한윤형은 자유기고가로서 먹고 살기 위해(?) 여러 소재와 청년 세대를 접합한 글을 쓰게 됐다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세대 담론이 실제로 정치적 문제와 연결이 되어 있다는 어떤 직관을 갖게 됐다고. 이보다 더 직관적인 출간 동기를 알고 싶다면,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양 날개 페이지에 수록된 저자 소개를 읽으면 된다. 글쟁이로 사는 데 필요한 최소 수준의 독서 취향을 만든 학창 시절부터 독립 자유기고가의 비루한 삶을 견디지 못해 매체 비평지 <미디어스>에 취업을 하게 된 스토리까지, 한윤형이 세대론을 말하기 된 근원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간단한 학습이 필요하다. 책장을 펼쳤는데 모르는 용어가 불쑥 튀어나온다면, 11페이지에 친절하게 안내된 ‘용어 설명과 등장 인물 소개’를 펴보아도 괜찮다. 사실 저자 소개와 서문만 읽어도 논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데 용어 설명을 읽다 보면, ‘아, 이 단어는 언제 나오나’ 찾아보게 된다. 이를테면 넘사벽, 듣보잡, 멘탈, 중2병 같은 단어들. 사회과학도서로 코스프레(?)하고 있지만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마음이 동화되는 순간이 곳곳에서 목격되니, 약간의 마음가짐을 하는 것도 좋겠다. 읽는 이가 청춘이냐 아니냐에 따라 감정선이 달라질 수 있지만, 적어도 세대론에 관심이 있는 독자일 테니. 물론 소설을 읽을 때의 감정과는 다르다.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오로지 현실만을 목도하고 있으니까.

저자가 서문에 밝혔듯이,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한윤형이 기획하지 않은 유일한 책이다. 오랫동안 한윤형의 글들을 탐닉하던 어크로스 편집자 김류미가 ‘청춘 당사자가 말하는 세대론’의 필요성을 깨닫고, 저자의 마음을 열어 탄생한 책이다. 그러니까 30대 초반인 두 사람이 기성세대가 말하는 세대론의 논지에서 벗어나, 청춘 당사자로서의 세대론을 이야기한 저서다. 편집자의 강한 설득에 의해 저자가 고심 끝에 키보드를 두드려 펴낸 책. 20대 논객론이 유행하면서 한윤형은 ‘20대 필진’으로 호명됐는데 이제 30대가 됐으니 뭐라고 불러야 할까.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출간된 지 3주차가 되던 날, 한윤형과 김류미의 접선을 <채널예스>가 함께했다.

영화이자 소설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명백한 패러디인 이 책의 제목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이 세대가 우리 사회에서 가장 힘든 삶을 살고 있다는 식의 징징거림을 의미하지 않는다. 서구의 청년 세대라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88만원 세대’로 불렸던 우리는 아니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삶이 어려운 세대를 고른다면 당연히 노년 세대일 것이다. (중략) 그러나 청년 세대의 문제는 그들이 가장 힘든 세대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한국의 사회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표층(表層)이기에 문제가 된다. 등록금 문제와 청년 실업 문제는 그들만이 아니라 그들 부모 세대의 고난이다. 또한 청년 세대는 자신의 미래가 위에 언급된 노년 세대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p.7)


한국사회의 모순을 담고 있는 캐릭터?!

김류미 : ‘희망청’이라는 세대론 현장에서 만났잖아. 우리는 윤형 씨를 강연자로 섭외했는데, 상근자들이 하고 있는 일들을 너무나 기꺼이 거들어줘서 기억에 남았어. 광화문에서 고깔 모자를 나눠줬던 야외 행사였지? 『88만원 세대』출간 후, 20대의 경제적 어려움을 사회 이슈로 만들고자 했던 취지로 열렸던 행사였잖아. 그 때도 언젠가 우리가 이 세대 담론을 가지고 다른 걸 해볼 수 있겠다 싶었어. 이렇게 5년 뒤 편집자와 저자로 만날 줄은 상상하지 못했지만(웃음).

한윤형 : 류미 씨가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 대한 기획안을 가져왔을 때, 이 기획이 과연 출판사에서 통과될지 의문이었어. 난 사실 전작으로 쓰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새로 쓴 글도 많지만 예전에 썼던 칼럼들을 다듬는 작업이었는데, 난 그렇게 유명한 대중적인 필자도 아니니까 과연 이런 책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지.

김류미 :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써줬잖아(웃음). 저자는 의문을 갖고 시작했지만 그래도 반응이 좋으니 소감이 어때? 한윤형 책을 두고 대부분의 독자들이 ‘동의한다’ ‘탁월하다’고 평가하지만, 이번 책은 ‘공감했다’라는 평을 많이 받았잖아.

한윤형 : (웃음). 즐거웠어. 저자 소개도 이렇게 길게 쓴 건 처음이지. 자기 PR하는 걸 안 좋아하는 성격인데, 류미 씨가 써온 견본을 봤을 때는 정말 오글오글하고 경악스러웠어. 하지만 이게 또 먹고 살자고 하는 거니까(웃음). PR보다는 나 혼자 자조하자는 마음으로, 약간 자학적인 소개로 가야겠다 싶었지. 그런데 읽어본 사람들 반응이 너무 재밌다고 하더라.

김류미 : 이견이 있지만 어느새 즐기면서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저자, 한윤형. 뭐 이런 건가?(웃음) 책을 기획할 때, 한윤형이라는 저자의 포지션이 386세대가 좋아하는 저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 트위터에서는 ‘어떻게 이 사람이 청년 대표가 될 수 있냐’는 의문을 가진 사람도 많았지. 어떻게 서울대를 나온 천재 글쟁이가 우리를 대표하냐는. 하지만 난 한윤형이라는 개인 캐릭터가 한국사회의 모순을 담고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고 대표성이 있다고 봐. 편집자 입장에서 독자들 반응을 살피게 되는데, 내 또래 청년세대 입장에서는 굉장히 이런 책을 기다려왔다는 반응이야. 멘토 담론, 힐링 담론이 식상했던 지점에서 나왔으니까. 기성 세대의 반응은 아직 잘 모르겠어. 이해한다는 반응도 있지만 감흥을 아직 못 찾았다는 반응도 있고. 다만 ‘공감한다’는 반응이 이렇게 많이 나올 줄은 몰랐지. 디자이너가 책을 받자마자, ‘열폭이 뭐야’라고 물었었는데(웃음).

한윤형 : 나도 그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는 ‘열라 폭발’의 준말인가? 싶었어(웃음). 책 서문에 ‘용어 설명과 등장인물 소개’를 썼잖아. 처음엔 이런 걸 어떻게 쓰나 싶었는데, 또 쓰다 보니 재밌더라. 평소에 번역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해. 가끔 나 자신을 번역기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세대적 방언일 수도 있고 전공 방언일 수도 있지. 인터넷 논쟁이 꼬이는 이유가 사실 알고 보면, 생각이 달라서라기보다 서로가 사용하는 방언 체계를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거든. ‘난 이렇게 생각해, 넌 이렇게 생각해’라고 끝내면 되는데, 서로 다른 언어체계에서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니까 계속 겉도는 거지.

김류미 : 윤형 씨의 탁월한 장점이 요약을 잘 정리한다는 거잖아. ‘요약정리지왕’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고 말이야.

한윤형 : ‘넘사벽’이라는 말이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의 준말이잖아. 인문학 방언으로 번역한다면 ‘심연의 간극’ 쯤이 되겠지. ‘열등감 폭발’의 준말인 ‘열폭’은 ‘인정 투쟁을 몹시 하고픈 상태’로 해석될 수도 있고. 난 ‘열폭’을 가지고 사회과학담론을 분석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왜 사람들이 타블로 사건을 참지 못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겠지. 웹툰을 잉여의 시선으로 보는 공공성이 있는데, 인문학은 굳이 이말년의 웹툰을 분석하며 대표성을 가지려고 하지. 사실 이말년은 특이한 웹툰의 전형을 보여주지만 대표성을 띤다고 볼 순 없잖아. 인문학 담론도 뭔가 제일 튀어 보이는 것을 분석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직관적으로 느끼고 접근하고 있지. 해석을 소비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세상을 잘 알게 하는 인식을 줘야 하는데, 전공자들은 자신의 해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에만 바쁘지. 어느 사회도 마찬가지겠지만 한국 사람들은 매개가 부족해. 좀 심하지. 제법 선진화되면서 각 전공에 맞게 학자, 전문가가 있는데 몇 십 년이 지나도 똑 같은 주제로 싸우고 있다는 것, 이게 문제지.




보편적 감성을 건드리다

김류미 : 우리, 책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안 하는 거 아냐(웃음). 내가 독자라면, 윤형 씨가 세대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할 것 같은데.

한윤형 : 글쎄, 5년 전에 희망청에서 『88만원 세대』의 후속작을 만들어보자고 해서 들어갔을 때도 난 그게 특별히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합류한 건 아니었어. 그 때 내가 스물여섯 살이었는데, 이 나이 언저리에 있는 사람도 한 축이 돼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지. 처음엔 세대론에 대한 관심보다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는데, 두 가지 문제가 서로 연결되는 지점이 많잖아. 프로젝트가 좌초되고 이후에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를 쓰게 되면서, 또 세대론에 대한 원고 청탁을 많이 받으니까 더 파게 됐지(웃음).

김류미 :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만들면서 우리 세대는 정말 뭔가를 만들고 싶어하는 세대였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어. 처음에 책을 기획할 때는 한윤형이라는 저자의 캐릭터를 드러내고 세대론의 종결자로서의 위상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책이 나온 후 반응을 보니 보편적인 감성을 건드렸다는 생각이 들더라. 청춘 세대론을 분석할 때 보통 88만원 세대, 우석훈부터 이야기하는데 윤형 씨는 근원부터 짚어내잖아. X세대, 월드컵 주체, 촛불시위부터 봐야 한다고. 이 책의 2부에 실린 ‘누가 우리를 명명하는가’는 세대론에 대한 충분한 가이드가 되는 글이라고 자신해. 이 글만 읽어도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맥락을 이해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

한윤형 : ‘20대 멘토 담론의 현실’도 쉽게 읽히지 않나, 싶어.

김류미 : 맞아. 요즘은 다들 멘토 찾기에 혈안이 돼있잖아. 윤형 씨는 멘토 현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한윤형 : 멘토가 필요 없다는 관점은 아니야. 책에도 썼듯이 누군가는 그들에게 위로를 받기를 바라. 본인이 받을 수만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하지. 그렇지만 그 위로가 어디에서 나오는지는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 그것이 자신을 더 괴롭히는 조언이 되면 안 되는 거 아닐까. 김난도 교수의 조언을 가지고 살아도 되는 친구들이 있어. 다만 이 조언을 사회 전체, 우리 또래의 청춘들이 모두 적용해도 되는 조언으로 받아들여지는 건 문제지. 나 자신에게 한계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조언은 문제가 돼. 자기계발 자체가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90년대 영화 <굿 윌 헌팅>에서 ‘It's not your fault’라는 대사가 나오잖아. 그런데 요즘 세상은 주변 환경 자체가 ‘다 네 잘못’이라고 말을 하고 있지. 그래서 안철수의 청춘 콘서트가 인기를 끌었잖아. 다 네 잘못이라고 말하는데, 이런 세상을 만들어서 미안하다고 했으니. 물론 이런 사과도 대표성을 인정받는 사람이 해야 받아들여지는 거지만.

김류미 : 지금 멘토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유감스럽게도 책을 내고 유명 강연자가 된 배경에서 권위를 얻고 있잖아. 모양은 다를 수 있지만 그게 사실 모든 사람들이 갖고 싶은 하나의 모습인 것 같아. 그들을 보면서, 내가 있을 데는 여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사람이라면 당연히 들게 되는 거지. 현실을 무시할수록 멘토들은 이미 다 가지고 있으니까. 어느 정도 현실을 직시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넘쳐나는 열정들과 방향성은 있는데 이걸 원하는 것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잉어력이 멘토에게 다 투사되어 버리는 거지. 그런 느낌을 받아. 좋은 멘토란 어떤 사람일까?

한윤형 : 끊임없이 들으려고 하는 어른들이 멋지지.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의 저자인 엄기호는 계속 들으려고 하잖아. 계속 수렴하려고 하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아.

20대 세대론과 청년 담론의 범람은 이 필요성을 무의식 중에 자각한 진보 진영의 나름의 대응 방안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청년들을 사회문제 인식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제를 말하는 지식인들이 새로운 자기계발 담론을 통해 ‘멘토’ 역할에 대한 경쟁을 시작한 것에 가깝다. 물론 여기서 ‘멘토’나 ‘멘토링’이 보수적이라고 질타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시장의 필요가 되었든 사람들의 심리 문제가 되었든 ‘멘토’를 요구하는 구조가 있었을 때, ‘88만원 세대’ 담론의 주창자도 멘토로 군림하게 되었고 그 세대론에 기반하여 청년층에게 이런저런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이들도 멘토의 역할을 떠맡게 되었다는 분석이 더 타당하다. (p.142)


20대도 자기계발서 쓸 수 있지 않을까

김류미 :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타이틀이 ‘청년 논객 한윤형의 잉여 탐구생활’이잖아. 스스로 정말 잉여라고 생각해?

한윤형 : 자유기고가 시절일 때 그런 느낌을 많이 가졌지. 우울증으로 나오기도 했는데 지금은 월급을 받으면서 일을 하고 있으니까 그렇진 않아. 다만 창작, 예술하는 사람이 부러울 때가 있어. 소설은 읽는 사람한테 어떠한 모습이든 도움을 주잖아. 정치 평론은 뭔가 바꿔보려고 쓰는 글인데 그런 목적에 대한 적합성이 떨어지나 보니, 종종 이게 뭐하는 건가 싶을 때가 있어. 글을 쓰면 문빠들은 내가 안빠라고 하고, 안빠들은 나보고 문빠라고 하니(웃음).

김류미 : 난 아르바이트를 정말 오랫동안 했잖아. 아르바이트를 오랫동안 하다 보니, 정규직이 되기 전에 계층화된 착취 구조가 있다는 걸 깨달았지. 알바, 계약직, 인턴까지. 교사 세계에서까지 계약직, 시간강사, 기간제가 있으니. 그 안에서 느꼈던 잉여감,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어. 언젠가 지하방에 앉아 있는데 구두 신은 여자들이 출근하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 거야. 당시 주호민의 『무한동력』을 열독했는데 ‘아 나도 출근하고 싶다’를 외쳤었지. 그런 시절이 길었어. 먹고 살려면 뭔가를 해야 했고. 한 때 알바사전을 써보고 싶은 희망사항도 있었지.

한윤형 : 과외도 90년대에는 명문대만 들어가면 잘 들어왔는데 지금은 양태가 달라졌잖아. 강남 아이들은 부모 친구 아들로부터 고액 과외가 연결이 잘 되는데, 지방에서 올라온 아이들은 업체에 수수료 떼이고 그나마 연결이 되면 몇 달 있다가 잘리고. 과외도 이제 안정적인 아르바이트가 못 되는 것 같아. 과외비도 동결됐잖아. 이런 사소한 문제를 역사적 맥락으로 접근해보면 다 이유가 있어. 덕후 기질 같지만 내가 이런 사소한 것들에 관심이 많아.

김류미 :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회 현상에 대해, 우리만 이해하는 언어로 말하는 게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지점에서 소통하는 책을 만들고 싶어. 자족적인 담론, 표현에 머물지 않고. 난 20대가 말하는 자기계발서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 사실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사회과학서인데 그렇게 읽히지만은 않잖아.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지만 친절하게 말하고 있으니까. 편집자로서의 이 시대 주목할 만한 필자들을 발굴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게 나의 역할이 아닐까 싶어.

한윤형 :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쓰면서,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마무리를 하고 보니, 내고자 했던 열망이 컸던 것 같아. 무엇보다 공감한다는 평가를 받으니까. 창작 욕구가 없진 않지만 이미 계약된 글빚들을 다 갚고 나서, 뭔가를 시작해야겠지.

김류미 : 그렇다면 지금 뭘 가장 하고 싶어?

한윤형 : 편하게 책을 읽고 싶은데 자유기고가였던 상황에서도 직장인이 된 상황에서도 정말 쉽지만은 않아. 변화를 위해 글을 쓰지만, 정말 변하는 세상은 보기가 어려운 것처럼. 그래도 읽고 또 쓰게 되겠지, 아마도.

이제는 ‘주류’에 대한 부정적인 규정으로서의 ‘나-루저’가 아닌 다양한 루저들의 삶을 담아내고 그 안에서 ‘차이’를 발견하고 서로의 모습을 발견해가는 시도가 필요한 때이다. 그런 시도가 진행될 대에 루저들은 ‘비참함을 지각할 수 있는 특권’이라는 굴레에 벗어나 자신보다 아래의 ‘부속품’들의 삶도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일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담론의 영역에서도 그들의 문화적 생산물을 통해 그들의 삶을 재현하려는 시도를 계속해야 할 것이다.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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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한윤형 저 | 어크로스
세대론 담론의 등장 이전부터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정치 사회 분야를 넘나들며 가장 많은 글을 쓴 칼럼니스트 중 한 명인 저자 한윤형은 ‘20대의 목소리’를 사수하기 위해 분투해야만 했다. 그는 청년 세대가 가진 냉소와 무기력을 발견했고, 모순 속에 놓인 자신의 20대를 통해 오늘의 청년 세대의 문제를 눈물이 날 정도로 재밌고 유쾌하게 그려낸다. 이 책에서 우리는 한국 사회의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상상하게 되면서도, 시대와 사회를 탐구하는 저자의 작업을 통해 세대를 넘어선 사회 문제에 대한 ‘총체적 이해’와 이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청춘의 존재 선언’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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