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래 전에 작곡한 거라….” 한창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곡가 엄기환은 사전에 조율하지 않았던 연주 요청에 당황해 눈웃음을 지었지만 피아노 앞에 앉자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어렸을 때부터 모짜르트에 빠져 다른 사람들이 가요를 들을 때 그는 모짜르트만 팠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녔지만 늘 작곡을 손에 놓지 않았고 클래식 작곡으로 대학에 들어갔지만 늘 장르를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했다. 프로필을 보면 제 1회 <CJ 영페스티벌> 음악부문 입상, 영화 <걷지 말고 춤추듯>의 음악감독, 뮤지컬 <반짝반짝 빛나는> 음악감독, 연극 <소나기 in Gallery> 음악감독 등 영상, 영화, 연극과 뮤지컬에 이르는 폭넓은 협업이 눈에 띈다.
대부분의 작곡가는 빼어난 연주 실력은 기본이지만 연주자에 비해 그늘에 가려져 있다. 무대 위로 올라온 작곡가는 과연 어떤 곡을 연주하게 될까. 클래식 매니지먼트사 툴뮤직 대표 정은현과 함께 무대 뒤에서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물어보았다.
(인터뷰 중간중간마다 작곡가 엄기환은 직접 피아노로 자신이 작곡한 곡을 시연하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주 장면은 맨 하단 연주 영상 및 채널예스 동영상 갤러리로 확인할 수 있다.)
새싹부터 시작한 재능
부모님이 원래 음악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부모님 두 분 다 음악을 좋아하셨는데 여건이 안 돼서 음악이나 예술 쪽을 전공할 기회는 없으셨어요. 유치원 때 식사 감사 노래를 부를 때 애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는데 저는 젓가락이나 숟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는 동작을 해서 선생님이 눈여겨보시고 어머님께 말씀을 드린 것 같아요.
여섯 살 때 피아노를 시작하고 아홉 살 때 첫 작곡 발표를 했다는 내용을 봤습니다. 굉장히 어렸을 때부터 작곡에 관심을 가진 것 같은데, 정식으로 교육받기 전에 바로 작곡을 하신 건가요?
초등학교 2학년 때였는데, 슈베르트 즉흥곡을 듣고 감동을 받아서 비슷비슷하게 쓴 적이 있어요. 소심하게 피아노 선생님한테 조금조금씩 제가 만든 걸 들려드렸어요. 그 때 보통 선생님이라면 그런 거 하지 말고 레슨받는 것만 쳐라 할 텐데 그 선생님은 다행히 장려해주시고, 그 당시에는 제가 악보를 그릴 수가 없으니까 매번 선생님이 듣고 악보를 다 적어주시는 거예요. 저는 그걸 보고 또 연습을 하고.
1년에 한 번씩 그 선생님이 홀을 빌려서 제자들 발표회를 했었어요. 다른 아이들이 한곡씩 치고 내려갈 때 저는 제가 작곡한 것까지 치라고 해서 저만 한 10분 쳤던 기억이 있어요.
언제부터 작곡을 업으로 삼겠다고 생각을 하셨나요?
어렸을 때는 막연하게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가, 중학교 2학년 때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17번을 들은 게 갑자기 계기가 됐어요. 그 당시 듣던 가요 테이프를 다 정리하고 모짜르트만 들었어요.
돌이켜 보면 피아노 연습은 하기 싫어했고 책상에서 뭘 듣고 쓰는 일을 밤에 안자고 몇 시간씩 했어요. 앞으로 작곡을 하고 싶다는 말을 힘들게 부모님께 꺼냈는데 어머니도 같은 생각을 하셨죠. 그래서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작곡 레슨을 받게 됐어요.
상당히 일찍 시작하신 셈이네요.
여름방학 즈음 작곡을 하기로 결심하고 레슨을 받기 시작한 사이에 제가 혼자서 듣고 적거나 악보를 구해서 보는 경험을 토대로 앙상블 곡이나 피아노 몇 대를 위한 곡, 그런 걸 혼자 밤에 썼던 기억이 있어요. 그 때 썼던 건 아직도 악보를 가지고 있어요. 본격적인 수업은 겨울방학 때부터 시작했죠.
그럼 정식적으로 교육을 받기 전에 작곡을 한 건가요?
아까 말씀드렸던 모짜르트 피아노협주곡 17번, 그걸 토대로 모차르트 협주곡들을 많이 들었는데 곡을 외웠다기보다 멜로디가 등장하는 순서나 형식, 폼을 외워서 그 폼에 맞게 멜로디를 넣다 보니 곡이 나왔던 거죠.
모짜르트 말고 영향을 준 다른 작곡가가 있었어요? 베토벤이라든가.
저는 그때 모짜르트만 엄청 좋아했어요. 그리고 나서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여전히 이것저것 흉내내면서 쓰다가, 고등학교 이학년 때쯤에는 삼국지 같은 역사 게임들을 많이 했었어요. 친한 바이올린 하는 형하고 아마추어들과 모여서 연주했던 기억이 나요. 삼국지에 나오는 초선이라는 여자 캐릭터의 이야기를 담아서 썼는데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지금 들어도 괜찮지 않나 싶어요(웃음). 동양풍의 가요들이나 드라마들이 유행할 때였어요.
고등학교 이학년 때면 입시를 준비하실 때였을 텐데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선생님 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레슨해 주신 선생님도 입시레슨을 해주시기보다는 많이 기다려주셨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작곡을 한 분한테만 배웠는데, 겨울방학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작곡만 배우기에는 시간이 좀 길어서 다른 영역도 많이 해볼 시간이 있었어요.
보통의 사람들은 예중-예고 트랙을 거쳐서 음악 커리어를 시작하잖아요. 다른 길을 간다는 불안감은 없었나요?
그래서 저도 중학교 삼학년 때 예고를 가야 하나 싶었는데 작곡 선생님께서 강력하게 피아노를 전공했다면 예고를 가야 하지만 작곡 전공이라면 굳이 갈 필요 없다,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음악 쓰고 또래의 다른 일반적인 애들과도 어울려야지 시야가 넓어질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선생님만 믿고 과감하게 안 갔죠.
남들과 다른 길, 같이 가는 길
한국가곡콩쿨 2위, 성남시향 창작관현악곡 공모전 입상, CJ영페스티벌 입상 등 수상경력이 다채롭습니다. 본인이 찾아서 지원했나요?
CJ영페스티벌은 좀 특이했던 케이스에요. 항상 고정된 장소에서만 연주하는 게 사고(思考)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바이올린을 전공한 적이 있는 작곡과 선배랑 기타 치는 친구랑 셋이서 팀을 만들어서 무대를 벗어나 거리 연주를 한 적이 있는데, 피아노는 장소의 구애를 받잖아요. (그것 때문에) 교본을 구해서 아코디언을 일 년 정도 독학을 했어요. 그 즈음 CJ에서 음악, 국악 등 여러가지 장르에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팀을 공모한다는 걸 보고 지원을 했죠. 수상경력이긴 하지만 아코디언을 연주해서 받았던 상이지 작곡으로 받은 상은 아니었어요.
나머지 두 개 가곡대회는 한국 가곡 연주하는 분들이 의외로 창작 가곡을 많이 찾는다고 해요. 한국 가곡을 고르려고 해도 너무 옛날에 만들어진 교과서에 나오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노래하시는 분들이 무대에서 부를 수 있는, 규모가 있는 한국 창작가곡을 공모하는 형식이었죠. 거기서 좋은 결과를 받았어요.
인디라고 불리는 마이너한 장르에 관심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독립영화 음악감독 경력이나, 프린지 페스티벌도 같이 하신걸로 알고 있습니다. 정통 클래식이 아닌 장르에 관심을 많이 갖고 계셨던 건가요?
네, 졸업하고 나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다니면서도 불안하거든요. 그래서 본능적으로 사람을 많이 알아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다른 장르 사람들을 만나려면 그 쪽 장르 음악을 제가 알아야 하잖아요. 학교에 영상원이랑 연극원이 있어서 그 쪽 수업을 무작정 청강하러 가서 만나고 다녔죠. 내 곡을 보여주면 영화감독이나 뮤지컬 연출이 나를 써주겠다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어요. 그 때 인연이 생겨서 작업을 하다 <걷지 말고 춤추듯> 감독님하고도 같이 작업을 하게 됐어요.
타 장르하고 협업하는 작곡가들이 많진 않잖아요. 본인이 음악활동을 하면서 같이 만드는 것에 재미를 느낀 건가요? 영화 음악감독을 하면 화면 연출과 어떤 식으로 조율해서 음악을 작곡하는지도 궁금합니다.
보통 감독님이 장면을 찍은 다음에 보여주시기보다는 찍는 것과 동시에 진행이 되더라고요. 감독님은 음악하신 분은 아니었으니까 막연한 단어로 본인이 원하는 느낌을 설명해요, 그러면 저는 그걸 듣고 어떤 음악 진행을 원하는 건지 파악을 해야죠.
음악을 입혔을 때 영화감독은 뭐라고 했나요?
처음 한 번에 맞는 경우는 드문데 저는 오히려 한 번에 맞지 않아서 조율해 가는 과정이 재밌었어요. 같이 예술을 창작하는 분이지만 완성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굉장히 다르다는 걸 그 때 경험했던 것 같아요. 연극도 그랬고.
영화음악을 작업하면서는 주로 썼던 화성이나 영향을 받은 작곡가가 있나요? 고등학교 때 모짜르트의 영향이라든지 동양적인 사운드에 심취했다는지 하는 식으로요.
제가 원하는 것보다는 연출과 감독이 생각하는 음악의 수준에 작곡을 맞춰야 해요. 감독님이 예를 들어 ‘환상적’이라고 표현을 하면 그게 제가 생각하는 환상적인 거랑 차이가 나거든요.
김민숙 감독님의 영화 <사과>를 작업할 때는 그런 음악을 들어보지도 못했는데 트로트 같은 걸 원하시는 거예요. 약간 코믹한 느낌이었는데 거기에서 클래시컬한 화성을 입힐 수는 없죠. 그래서 곡을 쓰긴 썼는데 그 전날 밤잠이 안 오는 거예요. 이걸 어떻게 하지 고민하고.
그런데 안무가랑 감독님이 결과물을 듣고 너무 좋아하시는 거예요. 딱 이게 필요한 거였다고. 그 뒤로 무용수가 나올 때 국악 느낌을 원하시는 경우도 있었고, 재밌는 경우가 많았죠.
대학 이후로는 프랑스 음악을 많이 좋아해서 라벨, 꼬렐 등 프랑스 작곡가의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프랑스 음악에 영향을 많이 받으셨다면 특별히 영향을 받은 곡이 있을까요?
드뷔시의 영상이라는 곡이 있어요. 이 음악에 맞춰서 안무를 하는 동영상을 보고 다른 장르와 함께 작업하는 음악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제목 그대로 그림을 보고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무대 조명이나 무용수의 옷, 동작 모든 게 음악하고 하나가 되어서 기존에 있던 음악이 다른 장르에 합쳐졌다는 이질감이 전혀 안 느껴졌어요. 그 강렬함이 계속 잔향으로 남아있던 것 같아요.
작곡가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에 영향을 받잖아요. 본인 곡 중에 그 곡과 비슷한 느낌의 곡이 있나요?
일본 소설 『반짝반짝 빛나는』을 토대로 만든 뮤지컬 <반짝반짝 빛나는> 작업을 한 적이 있어요. 첫 무대가 암전된 상태에서 조명이 하나씩 켜지는 장면에서 주인공들이 하얗게 등장하는 장면이었는데 그 때 드뷔시 느낌을 살려서 음악을 만든 적이 있어요. 불이 하나씩 켜지면서 새하얀 무대에 주인공이 하나씩 등장하는 거죠.
작곡의 즐거움
편곡 작업도 하시는데, 기억나는 편곡이 있나요?
편곡도 의뢰를 하시는 분의 요청에 맞춰야 하는데 대부분 간단한 선율을 가지고 5분짜리 연주곡으로 만들어 달라든지 하는 작업이 많았어요. 교회 다니는 연주자 분들이 많이 있으니까 짧은 찬송가 선율을 가지고 연주곡을 만든다든지, 애니메이션 음악을 무대 연주회용으로 만들어 달라는 작업 요청도 있었고, 그런 작업들이 기억에 남아요.
편곡과 작곡 중에 어려운 건 뭔가요?
작곡이 어렵죠.
그럼 편곡과 작곡 중에 재밌는 건요?
작곡이 재밌죠(웃음) 편곡은 의뢰인 때문에 하는 거고, 저도 삶을 유지해야 되니까…….
편곡을 하면서 재밌는 점은 뭔가요?
편곡을 요청하는 연주자 분들도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판타지들이 있어요. 그걸 구음으로 불러주는 데 그걸 제가 기억했다가 최대한 반영을 하는 거예요. 본인이 생각하는 걸 구현했을 때 너무 좋아하시는 게 기억에 남아요. 그 밖에 선율 악기를 다루시는 분들은 기존 곡에 화음을 조금만 다르게 해도 새롭게 받아들이시더라고요.
세계적인 연주자들하고 많이 작업을 했잖아요.
작년에 <7인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공연 편곡을 맡았었어요. 솔로 바이올리니스트 유명하신 분들이 일곱 분 출연하시는 데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하는 공연이다보니 많이 신경을 썼죠. 그 때는 피아졸라 탱고곡 위주로 작업했어요.
기억에 남는 게 제가 작업했던 부분 중에 카덴차 (악곡이나 악장이 끝나기 전 독주자나 독창자가 연주하는 기교적이고 화려한 부분)가 있었는데, 편곡을 하면서도 너무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었어요. 그런데 퍼스트 바이올린 하시는 중국의 댄 주라는 분이 제가 만들었던 카덴차를 토대로 덧붙여서 더 화려하게 연주를 했어요. 그게 되게 놀라웠어요.
자신이 작곡한 내용과 연주자가 연주하는 내용이 다른 경우가 많잖아요. 실제로 자기가 쓴 곡이 연주자를 통해서 발현된 걸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때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연주력에 의해서 질이 달라지는 느낌에 대해 놀랄 때도 있고요, 어쩔 때는 제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다르게 연주하는데도 나름 설득력 있게 다가와서 놀란 적도 있어요.
한국 가곡 콩쿨에서 작곡 부문에 입상하면 그 다음 해 성악 부문 콩쿨에 그 곡이 지정곡으로 나와요. 콩쿨 참가하시는 분들 중 어떤 분이 제 곡을 지정곡으로 택해서 부른 걸 나중에 동영상으로 봤어요. 제가 쓴 곡인데도 너무 다르게 느껴지는 거예요. 그게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내가 만든 선율이 이렇게 다르게도 해석할 수 있구나 싶었어요.
작곡가의 미래
작곡가로서 직업을 갖겠다라고 결심하고 작곡가로서 살아가고 계시잖아요. 한국에서 작곡가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자질은 뭘까요?
가장 중요한 건 음악을 잘 해야 되지만, 가장 어려운 건 곡이 전달되려면 항상 연주자들과 관계가 원만하게 유지되어야 해요. 작곡가라는 이미지가 폐쇄적이고 골방에서 두문분출하면서 곡을 써야하는 직업인 건 맞는데, 아무리 곡이 좋더라도 연주자들도 사람이고, 연주자들도 자기가 무대에서 보여지는 건데 컨셉이나 관계가 안 맞으면 아무리 곡이 좋아도 연주를 잘 안 하거든요. 연주자하고 소통할 수 있는 마인드?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작곡가가 선호하는 직업으로 많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작곡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으로서 후배 작곡가 지망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대학교에 들어가면 사 년이 엄청 길 것 같지만 이십 대 초반, 스물 셋, 넷 나이는 너무 어린 나이에요. 학교에서 뭔가를 다 끝내고 사회로 나오겠다는 생각을 하기보다 학교 다니면서도 사회 어디에서 작곡가를 필요로 할까, 내 능력을 다른 사람이 돈과 시간을 투자하면서까지 필요로 하는 곳이 어딜까 끊임없이 돌아봐야 할 것 같아요.
주변에 일찌감치 눈을 떴던 사람들은 처음부터 뮤지컬 음악으로 가거나, 방송으로 가거나, 가요 음악을 하는 식으로 자기 컨셉을 정하면 길이 생각보다 빨리 잡히더라고요. 작곡가가 생각보다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이 많아요. 제 친구 중에도 사운드 디자인 쪽으로 길을 터서 대기업에 취직한 친구도 있고, 광고 음악회사에 취직하는 경우도 있고요.
엄기환이라는 아티스트로서 활동을 시작하는 시점입니다.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클래식 연주자들에게 무대는 전쟁터거든요. 조금만 실수하거나 잘못해도 이미지가 안 좋아져요. 그런 클래식 연주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곡을 쓰는 게 제 목표에요. 올해에는 작년의 편곡 위주의 활동이 아닌, 연주자들의 악기 편성까지도 고려해서 연주자와 작곡가가 상생할 수 있는, 그리고 연주자들이 무대에서 엄기환이라는 작곡가의 곡을 연주했을 때 연주자 스스로 자신이 빛이 난다고 생각할 수 있는 곡을 쓰는 게 제 목표입니다.
지금 성악 앨범도 준비하고 계신데, 타이틀로 생각하고 계신 곡이 있나요?
이해인 수녀님 시를 되게 좋아하는데 그중에 봄편지라는 시가 있어요. 그 시를 가지고 작업한 곡을 타이틀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다르게 여쭤볼게요. 앞으로 하고 싶은 영역. 클래식 작곡가로서 최종적으로 어떤 음악을 만들고 싶나요?
(최종적으로는) 교향곡, 관현곡, 오케스트라 연주곡을 쓰고 싶어요. 서양음악사 20세기 초쯤에 가장 부각이 되었던 게 발레 음악이나 무용음악이거든요. 내년 상반기에도 예정된 공연이 하나 있지만, 무용단이나 기타 다른 장르를 위한 오케스트라 곡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그 이외에도 한국의 솔리스트와 앙상블을 위한 무대 연주용 곡을 쓰는 게 큰 목표입니다.
작곡이 자신을 표현하는 창작예술이라면, 클래식과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어느 연주자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작곡가 엄기환은 혼자 작품을 만들어내는 솔로 아티스트라기보다 다 다같이 작품을 만드는 무대예술 아티스트에 가까웠다. 앞으로 그의 무대가 어느 곳으로 뻗어나갈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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