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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6개월 아이와 유럽여행 떠난 ‘미루 엄마’ 최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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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베이비 미루』는 아주 특별한 여행기를 들려준다. 생후 6개월 만에 유럽여행을 떠난 아기 ‘미루’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지극히 노마드 적이고 별난 부모를 만난 탓에” 미루는 독일, 프랑스, 스페인, 폴란드, 네덜란드, 포르투갈로 이어지는 길 위에서 성장했고, 올해로 네 살이 되었다. 누군가는 이들 가족의 여행이 무모하다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찾고자 했던 삶의 가치를 듣다 보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미루 엄마’ 최승연 씨는 무대디자이너로 활동하던 중 네덜란드인 남편 카밀을 만나 세계 자원봉사여행 ‘체리티 트래블’을 떠났다. 1년 동안 이어진 프로젝트를 통해 두 사람은 같은 꿈을 꾸게 됐다. “자연 속에서 마음 맞는 이웃과 함께 작은 공동체를 이루어 오손도손 자급자족하고 예술 활동을 하며 사는 소박하면서도 거창한 삶” 그 꿈속에서 미루가 잉태됐고, 부부는 또 한 번의 여행을 계획했다. 아이에게 이상적인 삶을 선물해주기 위해 ‘정착을 위한 여행’을 떠나게 된 것이다.

 

엄마가 된 후 달라진 것 중 하나는 다음 세대의 세상에 대해 더 생각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미루가 살아야 할 세상이기에 지금의 우리가 어떤 책임을 지고 행동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게 된다. 우리의 여정은 이 고민으로부터 출발했고 어려울 때마다 계속 나아갈 힘과 답을 줄 거라 믿는다. (『노마드 베이비 미루』 346쪽)

 

미루 가족의 여행은 현재 진행형이다. 처음의 목적지였던 스페인을 거쳐 포르투갈까지 이르렀지만, 대안적인 삶이 뿌리 깊게 정착한 곳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 최승연은 “새로운 곳으로 떠날 수 있는 바로 이 순간, 우린 행복하다”고 말한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결국 우리가 선택한 길”이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오후, 서교동에 위치한 트래블 카페 ‘We.AN’에서 미루와 엄마 최승연 씨를 만났다. ‘네가 미루구나, 안녕’하고 인사를 건네자 아이가 대답하듯 폭 안겨왔다. 온 몸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아이를 바라보며 깨달았다. 긴 여행이 미루에게 남긴 것은 행복한 기억임을. 『노마드 베이비 미루』에 담긴 꿈은 이미 현실이 되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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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이상적인 환경을 주고 싶었어요


생후 6개월의 미루와 여행을 떠나겠다고 하셨을 때, 주변 분들의 우려와 반대도 있었을 것 같아요. 어떠셨나요?


저희 부모님은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주시는 편이라서 괜찮았는데요. 주변의 친구들이 걱정을 많이 했어요. 아이가 무슨 죄가 있어서 부모 따라다니면서 고생해야 하느냐고요. 그런데 저는 솔직히 미루가 겪는 일이 고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왜냐하면 여행을 하게 되면 저희 세 가족이 온전하게 함께 있을 수 있잖아요. 여행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같이 느낄 수 있고요. 그 안에서 미루가 안정감을 느끼고, 가족이라는 틀 안을 확보할 거라는 생각이 컸어요. 고생이야 저희 부부가 하는 것이지, 미루는 그런 걸 느끼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생후 6개월에 떠났으니까 미루가 아직 질문을 하기 전이었잖아요. 왜 오늘은 여기에서 머물러야 하고 왜 내일은 저기로 떠나야 하는지, 이런 질문을 할 겨를도 없이 변한 거죠. 그런 점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걱정하셨던 부분들이 있었겠죠?


아무래도 아플까 봐 걱정이 됐죠. 혹시나 아이가 아프면 외국에서 병원은 어떻게 가야 되는지, 그런 것들이 맘에 걸리잖아요. 그런데 아주 다행스럽게도, 미루가 선천적으로 건강한 건지 모르겠는데, 아주 건강하게 잘 자라줬어요. 여행을 하는 동안 두 번 정도 감기에 걸렸었고, 열이 올라도 하루 이틀 앓은 후에는 나았어요. 알아서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웃음). 아이가 아프거나 많이 예민하면 이동하는 자체가 스트레스였을 테고, 여행을 멈출까 하는 생각도 들었을 텐데, 다행히 잘 따라와 줬어요. 사실은 미루 덕분에 가능한 여행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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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적 삶에 대한 바람은 미루가 태어나기 전부터 갖고 계셨던 거잖아요. 미루가 태어난 후에는 그 욕망이 더 절실해졌다고 하셨는데, 이유가 있나요?


제가 늦은 나이에 엄마가 됐잖아요. 마흔에 엄마가 됐기 때문에, 아무래도 다른 엄마들보다는 일찍 미루 곁을 떠날 거라는 생각이 컸어요. 그것 때문이기도 한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자원봉사 여행을 해서 그런지, 냉소적이기도 했던 것 같아요. 세상은 점점 더 나빠져 가고, 희망이 잘 보이지 않고, 이런 세상에 아이를 남겨놓고 떠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임신 때부터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아이에게 이상적인 환경을 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요. 그런 환경에서 자란다면 아이가 커서 저희 부부가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마인드를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고요.

 

두 분이 꿈꾸셨던 삶이 어떤 모습이었기에 이곳을 떠나게 되신 건지 궁금합니다.


스페인에는 비교적 공동체 마을이 많고 대안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이야기를 들어서 떠나게 된 거고요. 한국에서 대안적 삶을 찾기에는 남편이 마음에 걸렸어요. 너무나 다른 환경이잖아요. 언어는 남편이 한국말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고 또 제법 잘 하니까 크게 문제가 안 된다고 해도, 그래도 남편이 조금 안쓰러웠던 것 같아요. 그런 개인적인 이유가 더 강했던 거예요. ‘우리나라에서는 대안적인 삶을 이룰 수 없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한국에서도 그런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요. 여행은 개인적인 이유로 가게 된 것이지, 한국에는 무언가가 없다고 판단해서 간 건 아니었어요.

 

스페인에서 공동체 마을이 발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선은 아주 현실적인 이유예요. 스페인 위쪽에 있는 다른 나라들보다 전반적으로 물가가 싸죠. 그리고 버려져 있는 땅들도 많아요. 그래서 북쪽에 사는 유럽 사람들이 밑으로 내려오는 거죠. 날씨도 더 따뜻하고요. 그런 현실적인 이유에서 스페인이나 포르투갈로 많이 모여드는 것이지, 스페인 문화 자체가 공동체가 더 다양하다거나 그런 부분은 딱히 찾지 못했어요. 저희는 다양한 정보들을 입수해서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을) 찾아간 거였는데, 막상 실제로 보는 것과는 또 다르잖아요. 생각했던 것과 실제가 다른 괴리감도 있을 수 있는 것이고, 전혀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도 있죠. 그런 부분을 조율하는 과정이 있었어요.

 

‘이런 곳에서 미루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마음 맞는 가족들과 같이 자연 속에서 조그만 마을을 이루어서 살고 싶었어요. 각자의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어 있고, 마을 안에서 자급자족하고,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또래 집단이 형성 되고, 부모들의 참여로 아이들을 교육할 수 있는 곳이요. 저희가 꿈꿨던 이상적인 환경은 그런 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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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있으면 아무것도 오지 않아요


유럽을 여행하시면서 비슷한 꿈을 가진 가족들을 많이 만나셨잖아요. 그들은 어떤 방식을 시도하고 있던가요?


공동체 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은 시스템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마인드를 가지고 있죠. 이렇게 말하면 너무 선정적일지 모르겠는데, 조금 히피적인 사람들이 많고요. 영적인 것을 찾아 다니는 사람들이나 진보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많은 편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많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그들이 플랫폼이 생기게 되고요. 대부분은 인터넷을 통해서 모임이 만들어지고요. SNS에도 여러 그룹이 생겨요. 자신이 찾고 싶은 마을에 대해서 글을 올리고,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런 식으로 정보를 구하고 돌아다녀요. 아니면 집시처럼 캐러밴 같은 데 몽땅 짐을 넣고 이동하기도 하고요. 산 속 어디든 차를 세워두고 캠핑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돌아다니는 거예요. 그런 가족들도 많아요.

 

책에서 본 바로는, 버려진 집을 수리해서 사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다른 나라는 모르겠지만, 스페인의 경우에는 아예 버려진 마을도 있어요. 경제적인 이유로 사람들이 도시로 다 가버린 거죠. 그러면 젊은 친구들이나 마음 맞는 가족들이 그곳에 들어가서 고쳐서 살아요. 유럽에서는 일정 기간 동안 설면 거주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 돼요. 주인이 있더라도 함부로 나가라고 하지 못하는 거죠. 그런데 지금은 서서히 규제가 시작되고 있어서, 그렇게 하기가 힘들어진다고 하더라고요. 마을 전체를 헐값에 파는 경우도 있어요. 사람들이 와서 마을을 다시 살려주기를 바라는 거죠. 그런데 그런 마을은 사람의 발길이 닿기가 힘든 곳에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가기를 꺼려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과감하게 시도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꿈꾸셨던 모습과 가장 흡사했던 공동체는 어디였나요?

 
『노마드 베이비 미루』를 쓰고 나서 있었던 일인데요. 포르투갈 중부에 있는 산 속에서 여름을 보낸 적이 있었어요. 그곳 마을이 자연적으로 참 좋았어요. 커다란 계곡이 있고, 계곡을 따라서 집들이 모여 있는데, 하나하나 아주 자연스럽게 생긴 공동체예요. 대안적인 삶을 추구해서 영국이나 독일에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요. 그 안에서 학교도 생기고, 아이들이 날짜를 정해서 또래 친구들과 만나서 노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더라고요. 그곳을 ‘해피델리’라고 불렀는데, 저는 그곳이 이상적으로 보였어요. 그런데 아쉽게도 이미 너무 꽉 차버린 느낌이 있었어요. 쉽게 근접할 수 없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리고 남편은 마을 자체가 너무 외진 곳에 있다고 걱정하더라고요. 그들이 현지인(포르투갈인)과 어울려서 살기보다는 동떨어져서 살고 있는 듯한 느낌도 받은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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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공동체로 자리를 잡지 못한 경우도 많이 보셨을 것 같아요.


아쉽게도 실패한 케이스들을 많이 봤어요. 그 이유는 굉장히 다양한데,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으면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길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 이유가 가장 크고요. 아무리 마음이 맞는다고 하더라도 의견이 100% 일치하기는 어렵잖아요. 인간관계에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부분이라고 하더라도, 갈등을 처리하는 방법을 보면 대부분 작은 싸움에서 시작했다가 참 예쁘지 않게 끝나더라고요. 그리고 자기 것이라고 생각되는 공간이 없으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는 마음 때문에 끝까지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서 사적인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하게 됐죠. 좋은 의미로 모였다가 해체된 공동체들을 많이 보면서 공동체라는 게 정말 어렵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레인보우 개더링을 보고 공동체 생활이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레인보우 개더링이란 무엇인가요?


히피들 모임인데요. 전 세계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어요. 어디에서 레인보우 개더링이 열린다고 공지가 뜨면 전 세계 히피들이 모여요. 그들끼리 나름 유동적으로 움직이면서 같이 살죠. 미루를 데리고 일주일 동안 포르투갈 깊은 산골에 있을 때 가봤는데, 텐트를 치고 같이 지내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딱히 누가 명령을 하는 게 없어요.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필요한 걸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만들어요. 그게 정말 신기했어요. 이런 일이 가능하구나, 싶지만 회의가 들기도 하죠.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까, 싶은 거예요. 하지만 공동체 생활이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생각은 해요. ‘열심히 찾으면 그런 곳이 나올까’ 싶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너무 허황된 꿈을 꾸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도 하죠. 어쩔 수 없이 항상 갈등을 해요(웃음).

 

‘혹시 불가능한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 들 때도 있으신 거군요.


우리가 너무 맞는 사람만 찾아서 돌아다니는 거 아닌가, 우리가 그냥 (공동체를) 만들어 버리면 되는데, 하는 생각도 들죠. 약간은 철없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그리고 너무 사람에게 기대게 되니까 ‘만약 그런 사람들이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싶죠. 그런 점에서 차라리 우리가 먼저 시작을 해버리면 어떨까 생각도 하고요.

 

포르투갈에서 만난 맬린이 들려줬던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사람을 찾아 다니지 말고, 날 부르는 곳을 먼저 찾으라’고 했었죠.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생각 많이 했거든요. 남편은 동의를 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희망은 사람이어야 된다고 주장했죠. 제가 생각할 때는 사람이라는 게 언제 바뀔지 모르는 건데, 우리도 여행하면서 1순위로 생각하는 것이 계속 바뀌는데, 언제까지 사람의 마음이 같을 수만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건 아직도 고민하는 부분이에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자연 속에 정착해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뭔가 느낌이 왔다고 말해요. 어떤 곳을 봤는데 ‘여기야!’하고 느낌이 왔다는 거예요. 맬린의 경우도 인터넷에서 땅을 보고 느낌이 왔대요. 대부분 그런 경우거든요. 그런데 우리에게는 그런 느낌이 안 왔어요. 그렇다면 언제까지 감을 기다려야 하나, 싶은데 마냥 기다릴 수만도 없잖아요. 그게 딜레마예요(웃음). 저는 우리가 ‘여기다!’하고 만들어야 하지 않나 생각도 해요. 기다리고 있으면 아무것도 오지 않잖아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처럼) 고도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고도 씨는 오늘도 오지 않아요(웃음). 그런데 남편은 아직도 사람을 찾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상처를 많이 받고요. 정답은 없겠죠. 길에서 살면서 사람들이 운명론자가 되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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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앞으로 살 세상이니까, 계속 가야죠


곧 한국을 떠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어디로 가시나요?


제가 베를린에서 체류권을 받았거든요. 베를린에서 남편 여권도 재발급 해야 되고, 서류 처리할 것들이 많아서 우선은 베를린으로 다시 가요. 여름 동안에는 베를린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베를린의 여름이 아주 좋거든요. 일단은 조금 편히 쉬고 싶고요(웃음).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많은 사람들은 불확실성 때문에 불안을 느끼잖아요. 작가님의 경우는 어떠세요? 불안하지 않으세요?


왔다 갔다 해요. 특히 체력이 달리면 짜증이 확 밀려오죠. ‘계획을 했는데 왜 계획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는 것인가’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 그건 여행을 해도 여행을 안 해도 항상 있는 거잖아요. 어떤 때는 너무 피곤하고 미루를 안기도 버겁고, 그럴 때는 짜증이 나요. 왜 우리는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살아야 하나, 왜 우리는 쉽게 결정을 못하고 이렇게 돌아다니나, 그런 생각이 안 드는 건 아니죠. 그런데 또 미루를 보면 힘을 얻어요. ‘미루가 앞으로 살 세상인데 계속 가야지’ 하는 생각이 들고요(웃음).

 

『노마드 베이비 미루』를 읽으면서 ‘집이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집은 상황에 맞춰서 구하는 ‘주택’이 아닐까 싶은데요. 작가님은 그 하나의 ‘공간’을 위해서 세계를 돌아다니고 계시잖아요.


‘집’ 하면 무슨 생각이 드세요?

 

‘집’이 ‘짐’이 된 게 지금의 현실이 아닐까요. 대출을 받기도 힘들고, 그걸 갚기 위해서 인생의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고요. 작가님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요?

 

말씀하신 것처럼 시스템 안에 있으면 렌트비 내려고 아등바등해야 되죠. 그건 어딜 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유럽의 대도시도 점점 렌트비가 비싸지고 있어요. 그걸 감당할 수 없으니까 사람들이 떠나는 거죠. 제가 아직 순진한 건지 모르겠지만, 저는 ‘집’ 하면 그냥 따뜻하다는 생각 밖에 안 들어요. 휴식, 포근함, 뿌리, 그리고 가족하고 더 연관돼서 생각하게 돼요. 그래서 전세니, 월세니, 이런 생각은 아직은 안 들어요. 나잇값을 못해서 그런 건지, 너무나 순진해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요(웃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까 집에서 우리 가족끼리, 정말로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우리 가족과 살고 싶은 이상적인 모습이 그려져요(웃음). 그걸 찾아서 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지게 되고요. 그리고 남편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기본적으로 삶의 질에 대한 기준이 굉장히 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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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기 위해서 많은 것을 가져야 할 필요는 없다는 말씀이세요?

 

네, 굳이 뭐가 많이 필요하지 않잖아요. 만약 남편이 어떤 기준을 갖고 있었다면, 예를 들어서 집은 최소 40평 이상이어야 한다든지, 그런 기준이 있었다면 힘들었을 거예요. 그런데 어디든 우리 셋이 같이 있을 수 있는 공간이면, 그게 단칸방이든 으리으리한 저택이든, 상관이 없으니까요. 그런 부분이 서로 맞아서 가능한 여행이었지 않나 싶어요. 그리고 미루의 가치관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책에서 ‘여행하며 미루에게 미안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셨는데요. 가장 안타까웠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궁금합니다.


미루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고 싶은데, 그게 어려워서 제일 아쉬워요. 미루가 혼자 잘 놀거든요. 그런데 저는 마음이 짠해요. 혼자 노는 걸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상황에 스스로를 맞춘 건지... 이번에 한국에 있으면서 처음으로 어린이집을 갔어요. 그런데 친구가 그리웠었나 봐요. 첫날부터 아주 쿨하게 ‘엄마 빠빠이’ 하고 어린이집에 들어갔는데, 정말 거부감 없이 잘 지냈다고 하더라고요. 나중에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시기를, 아이가 많이 돌아다녀서 새로운 환경에 아주 익숙하거나 아니면 엄마와의 애착 관계가 아주 잘 형성이 돼서 떨어져 있어도 안정적이거나 둘 중에 하나일 것 같대요. 기분이 좋았지만, 그래서 짠했어요.

 

반대로 ‘여행을 하면서 미루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환경에 대한 내성(웃음)? 적응력이 좋고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친화력도 좋아요. 그리고 엄마 입장에서는 여행의 모든 순간을 온전하게 같이 공유하고 즐길 수 있는 게 좋죠. 아이는 못 느끼겠지만, 나중에 이 책을 보면 알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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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떠나는 여행 “많이 내려놓으세요”


미루는 또래 아이들과는 다른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잖아요. 만약 미루가 ‘나는 왜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자랐어요? 왜 친구들과 같은 경험이 없어요?’라고 묻는다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시겠어요?


뜨끔한 질문인데요(웃음). ‘왜 나는 평범하지 않아요?’라고 물었을 때 저는 그냥 ‘평범한 게 뭔데?’라고 말하고 싶어요. 친구들은 다 하는 경험을 왜 나는 안 해봤냐고 한다면, 글쎄요. 뭐라고 해야 할까요... ‘그건 네 팔자 아니겠니, 거기에 대해서는 내가 어떻게 해줄 수가 없단다, 네가 잘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하고 비교하지 말아라, 비교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니’라고 말해줄 것 같아요. ‘그 친구들이 그런 경험을 했을 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고, 네가 이런 경험을 했을 때는 이럴 만한 이유가 있고, 다르다고 생각하지 말고 받아들여라’라고 이야기하겠죠(웃음).

 

『노마드 베이비 미루』를 읽고 꿈꾸는 삶을 찾아 어린 아이와 함께 여행을 떠나려는 가족이 있다면, 어떤 조언을 들려주고 싶으세요?


많이 내려놓으세요, 라고 말씀드릴 것 같아요(웃음). 당장에 이루어질 거라는 기대감도 내려놓으시고, 무조건 아이를 데리고 떠나면 힘들 거라는 불안감도 내려놓으시라고요. 꼭 5성급 호텔이 아니어도 되고, 꼭 좋은 레스토랑에서 먹어야 되는 것도 아니거든요. 생활의 수준에 대한 그런 걱정을 내려놓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엄마들에게는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는 이야기를 꼭 드리고 싶어요. 아이는 스스로 잘 크더라고요. 그러니까 이렇게 하면 나쁜 엄마인 걸까, 나는 좋은 엄마일까, 이런 생각도 내려놓으시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그냥 아이를 믿으시고 기다려 주시면 여행 속에서도 아이는 스스로 잘 큰다는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어요. 육아 자체도 힘들잖아요. 다들 힘들게 육아하잖아요. 그런데 여행이라는 상황 자체가 아이한테만 온전하게 신경을 쓸 수 없게 만들어요. 해결해야 될 것들이나 불규칙적인 순간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런 일에 신경을 쓰다 보면 온전히 아이에게만 눈이 갈 수는 없어요. 어느 정도는 믿고 놔두는 상황이 어쩔 수 없이 벌어지거든요. 거기에 대해서 너무 미안해하거나 불안해하는 마음을 내려놓으시면 조금 더 수월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다면 여행이 고생으로만 느껴지지는 않으실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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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또 다른 이야기는 없으세요?


책을 보시면서 미루가 안쓰럽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그 느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런 편견은 버려주셨으면 좋겠어요. 미루는 정말 잘 크고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미루는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떨 때 ‘이 아이는 행복하구나’ 하고 느끼세요?


아이가 웃는 게 다 똑같나요? 저는 비교 대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웃는 걸 보고 있으면 ‘이 아이가 정말 행복해서 웃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반짝반짝 웃을 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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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베이비 미루최승연 저 | 피그마리온(PYGMALION)
생후 6개월 아기가 여행을 떠났다. 카우치서핑, 서블렛, 공항 노숙, 히피 공동체 체험, 스쾃팅까지 아기가 경험하고 체험한 세상은 다 큰 어른에게도 버거울 정도로 이색적이다. 그런데 아기 미루는 여행자로 타고난 덕분인지 운이 좋은 것인지 보채지도 아프지도 다치지도 않고 씩씩하게 길고 쉽지 않은 여행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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