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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향랑 "미술교육보다 나만의 장난감이 더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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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정말 선생님이 만든 거예요?” 최향랑 그림책작가가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책을 만든 작가를 만나는 것만큼 신기한 일이 없다는 아이들. 그림책의 탄생 과정을 눈으로 본다면? 더없이 흥미롭다. 아기자기한 콜라주 그림으로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최향랑 작가가 신작 그림책 『숲 속 재봉사의 꽃잎 드레스』를 펴내고 전시회를 열었다. 『숲 속 재봉사의 꽃잎 드레스』는 전작  『숲 속 재봉사』, 『숲 속 재봉사와 털뭉치 괴물』에 이은 ‘숲 속 재봉사 시리즈’의 3번째 책으로 작가가 실제 채집한 꽃잎, 나무껍질을 사용해 콜라주 기법으로 만든 작품이다. 숲 속에 살면서 옷을 만드는 재봉사는 아이들에게 묻는다. “무슨 색깔 옷을 입을까?” 아이들은 저마다 좋아하는 색깔을 떠올리며, 나만의 색깔 옷을 상상한다.

 

『숲 속 재봉사의 꽃잎 드레스』그림책 전시회는 오는 6월 15일까지,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까페 창비’에서 열린다. ‘현실의 재봉사’ 최향랑 작가의 도슨트도 진행된다. 눈으로 직접 작품을 본 독자들은 어른, 아이 구분 없이 손이 간지럽다. 나만의 장난감을 만들어 보고 싶은 욕구가 새삼스레 찾아온다. 전시회장에서 최향랑 작가를 만났다.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자연의 모든 것이 귀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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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예쁜 것들을 자세히 봐주세요


1차 전시회를 마치고, 2차 전시를 하는 소감이 어떠신가요?


그림책의 작업에는 두 가지 결과물이 나오게 됩니다. 바로 책과 원화죠. 출간을 위한 그림이다 보니 책이 완성된 후 임무를 다한 원화는 원화전이라는 이름으로 전시가 되곤 합니다. 저는 원화전이라는 말에 담긴 책의 부속물의 전시 같은 느낌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또한 그림책 안의 세계는 그토록 재미있는데, 왜 전시는 평면적이어야 할까? 벽에 그림만 걸리는 전시 기획이 재미없다고 생각했어요. 책과 더불어 전시 그 자체로도 평가 받고 싶었어요.


도슨트도 직접 하셨어요. 갤러리도 항상 지키셨고요.


1차 전시를 했던 DPPA갤러리는 전시만을 위한 공간이라 그야말로 흰색의 입체 도화지가 제게 주어진 것 같았죠. 그림의 한 부분을 실제 장면처럼 커다랗게 확대한 입체 작업도 해보고 싶었고 작업의 세세한 과정 영상들과 자연의 재료들이 어떻게 작업에 쓰였는지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전시가 시작된 이후에는 매일 관람객과 만나고 도슨트를 하면서. 제가 의도하고 기획했던 모든 것이 잘 전달되도록 도왔죠. 마치 제가 구현해 낸 작은 세계의 주인으로서 손님들을 초대한 기분이었다고 할까요? 멀리 지방에서도 전시를 보러 와주신 분도 많았는데요. 대부분의 관람객이 준비된 마음으로 오셔서 귀 기울여 주셨기 때문에 도슨트를 하는 일이 정말 즐거웠어요. 어떤 의도로 책을 만들었고 이런 전시를 하게 되었는지 독자들과 이토록 가까이 호흡하며 매일 직접 전달할 기회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작은 공간이지만 독자들의 반응이 무척 좋았습니다. 특히 아이들의 집중력이 대단했어요.


공감해 주시는 분들의 반응이 제게 큰 격려와 보람이 되었어요.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았고 새 책 작업에 들어가기 전 큰 동력이 될 것 같아요. 2차 전시를 하는 '까페 창비' 전시실은 카페를 겸한 복합공간이기 때문에 큐레이팅이 훨씬 까다로웠어요. 전시의 동선도 순서도 모두 완전히 달라졌는데 수많은 결정의 순간들에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일은 좋은 경험이 됐어요. 제 작품 전시가 진행되고 있는 공간에 사람들이 앉아서 책을 읽고, 공부하고, 서로 만나 이야기를 하며 몇 시간이고 오래오래 머무는 모습을 보니 여기 전시실의 주인이 이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들이 무심하게 공간을 채우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느껴졌어요. 정식 갤러리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공간이에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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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의 작품을 실제로 보면 감상의 차원이 달라집니다. 이번 작품을 만드시면서 특히 많이 한 생각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숲 속 재봉사의 꽃잎 드레스』는 색깔 책이에요. 그 동안 자연의 재료를 다루면서 그 색깔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깊이 느꼈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그 느낌을 꼭 전하고 싶었어요. 주변에서 수없이 만나지만 관심 없는 사람들의 눈에는 좀처럼 들어오지 않는 자연의 작은 것들, 그 섬세한 아름다움을 다시 보게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식물들을 채집하거나 꽃시장에서 한 묶음을 사와 잎을 따서 가지런히 배열해 말리고 일주일쯤 후 다 말린 것들을 열어 볼 때는 정말 두근두근 설레요. 얼마나 예쁜 자연의 색종이들이 생겨났을까 기대가 돼요. 작업할 때면 늘 의욕이 차오르면서 즐겁고요. 자연의 재료에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북돋는 힘이 있어요. 이 작은 나뭇잎, 꽃잎들이 얼마나 예쁜지 모두에게 보여 줄 테야! 작업하며 그런 생각을 가장 많이 했죠. (웃음)


전작 『숲 속 재봉사』, 『숲 속 재봉사와 털뭉치괴물』과 달랐던 점이 있다면요?


‘숲 속 재봉사 시리즈’의 1,2번째 책인 『숲 속 재봉사』『숲 속 재봉사와 털뭉치 괴물』은 각 각 숲 속 재봉사의 등장과 그를 찾아온 강아지의 특별한 사연이 담긴 서사가 있는 책이었다면 『숲 속 재봉사의 꽃잎 드레스』는 놀이책으로 기획이 되었어요. 그래서 어디를 펴서 먼저 보고 놀아도 상관없을 만큼 각 색깔 장면의 개별적인 완성도에 공을 들였어요. 꽃이 담고 있는 미묘하고 다양한 색깔을 잘 표현하기 위해 이전의 어떤 작품보다도 식물을 이용한 콜라주 기법이 많이 사용되었어요. 화면을 구성하고 있는 꽃과 잎들이 모두 한데 모여 한 가지 색깔의 이미지를 보여주도록 힘썼습니다.


작업하는데 어려움은 없나요?


작업실이 집에 있기 때문에 주부로서의 일이 작업과 분리되어 있지 않아 집중하는데 조금은 특별한 노력을 필요로 해요. 마음속 스위치를 켜고 끄면서 그 때 그 때의 역할에 따라 모드를 바꿔 임하죠. 작업 전에는 항상 채집의 시기가 있어요. 그 때에만 꼭 피고 나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미적거리다가는 금세 시기를 놓치게 되죠. 나들이를 가고, 여행을 가고, 산책을 다니면서 조금씩 조금씩 다람쥐가 도토리를 모으듯 재료를 모아요. 곧 다시 올 것만 같고 내일 채집해도 될 것 같아 지나친 것들은 다시는 못 만나기 일쑤라서요. "지금 아니면 안돼"하는 도도함 때문인지 자연의 재료들은 더 소중하고 예쁘게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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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집한 식물을 잘 관리하는 것도 어려울 것 같은데요.


변색되지 않도록 잘 말리고 갈무리해서 분류해 놓는 것도 큰 일과 중에 하나죠. 때로 자수라던가 뜨개질이라던가 다음 작업에 필요한 일들을 배우러 다니기도 해요. 딱 작업에 필요한 만큼만 배우는데요. 공예적으로 전문가스러워질 때 생겨나는 무거움을 경계하기 때문이에요. 작업 책상에 앉을 때는 항상 최상의 컨디션이 되도록 힘씁니다. 피곤하거나 졸리면 의욕이 떨어지니까요. 원화 작업하는 시기에는 외출도 잘 안 하고 전화도 안 하고 집안일도 가볍게만 해요. 스위치가 작업 모드로 켜져 있으면 생활의 모든 것을 작업에 맞추고 있어요.


작품을 만들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머릿속에만 있던 이야기나 이미지가 누구나 보고 읽고 만질 수 있는 물성을 가진 책이 되어 이 세상에 나타나는 것이 정말 매력적인 일이에요. ‘숲 속 재봉사 시리즈’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 입니다. 


첫 번째는 “자연의 예쁜 것들을 자세히 좀 보아 주세요”입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무심히 지나치는 자연의 작고도 아름다운 모습들을 ‘숲 속 재봉사’를 통해 다시 발견하고 만나게 해주고 싶어서요. 두 번째는 “우리 함께 만들어 볼까요?”입니다. 책을 보고서 무언가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는 독자들을 종종 만나곤 해요. 만들기의 주체는 바로 나 자신이에요. 내가 주인이 되는 활동, 놀이가 점점 사라지고 있거든요. 사람들의 마음을 일으키고 북돋아 손을 움직이게 해서 이세상의 하나 밖에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이런 저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질 때, 그리고 실제로 그런 일들이 일어날 때 정말 보람되죠.


독자들이 이 책을 어떻게 감상하면 좋을까요?


아이들에게 색깔을 처음 알려줄 때는 빨강은 사과, 노랑은 바나나 하는 식으로 색깔과 사물의 이름을 서로 짝 지으면서 가르쳐주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일 거예요. 『숲 속 재봉사의 꽃잎 드레스』는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연이 지닌 색깔의 풍성함을 느끼고 그 안에서 놀기를 청해요. 빨강 안에는 사실 얼마나 많은 빨강이 존재하는지, 초록 안에는 또 얼마나 다양한 초록이 있는지요. 그 풍성한 아름다움을 즐겁게 감상하면서 각 각의 장면 안에 들어있는 꽃잎 드레스를 찾아보고 색깔 동물들을 찾아보세요. 그리고 아이들이 그 옷을 입었을 때의 자신의 기분을, 책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표현해보기를, 이 색깔 옷을 입으니 어떤 기분인지, 무얼 하고 싶은지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이야기 하는 시간을 많이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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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도 평생 아이처럼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작가님이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특별한 계획 없이 미술학원을 보내시면서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되셨다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어요. 


제가 늦둥이로 태어났는데, 그 때 엄마는 나이가 40세였어요. 당시 젊은 엄마들의 양육 방식이나 유행을 잘 모르셨어요. 집이랑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유치원 대신 5살부터 미술학원에 보내셨으니까요. 초등학교 졸업 때까지 매일 다녔던 미술학원에서는 더 가르칠 것도 할 것도 없어 선생님 밑천을 곤란하게 하는 학생으로 하다 하다 쌀과 팥으로 모자이크까지 하며 그냥 매일 가서 뭐든 그리고 만들고 놀았어요.


지금 아이들은 꿈꾸기 힘든 일인 것 같아요. 부모들은 대개 교육을 시킬 때 뭔가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원하잖아요.


그렇죠. 하지만 저희 엄마는 제 그림 실력이 나날이 향상되는 걸 기대하지 않았고, 대회를 나가서 상을 받아 오기를 바라시지도 않았어요. 그냥 제가 재미있어하고 좋아하니까 보내주셨어요. 오늘은 뭘 했니? 얼마나 잘했나 보자 그런 말씀은 전혀 없었죠. 아마도 집안 식구들 치다꺼리로 여념이 없으셔서 그러셨을 거예요. 적당한 관심 속의 무관심 속에서 천천히 화가의 꿈을 키워나간 것 같아요. 매일 그림을 그리는데 어찌 실력이 늘지 않을 수 있었겠어요? 잘하는 일을 어찌 재밌어 하지 않을 수 있었겠어요? (웃음) 어린 시절 나는 당연히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될 거라는 생각을 했고 화가가 아닌 다른 길은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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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 좋아하셨나요?


제가 아직 한글도 깨치지 못한 5살 때, 엄마가 읽을 수도 없는 책 100권을 사주신 적이 있어요. 어린 저는 그 안의 내용이 너무 궁금했어요. 아름다운 책의 표지와 흑백의 드로잉 삽화 몇 점이 전부인 책을 들춰보고 상상의 나래를 펴고 애 닳아 하다가 결국 글씨를 깨치고 한 권 한 권 읽어 나가기 시작했는데, 그 당시의 독서는 저를 멀리멀리 끝이 없는 곳까지 데리고 가줬어요. 메리 포핀스와 별의 눈동자가 옆에 있었고, 15소년과 무인도에 표류하고, 꿈을 찍는 사진관에 드나들다 보면 아무리 혼자 있어도 하나도 심심하지가 않았어요. 초등학교 시절 내내 100권의 책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고 했답니다. 엄마는 작정한 것도 아니면서 잘 모르는 채로 저를 지금의 그림책 작가가 되기에 꼭 필요한 것들을 주셨죠. 

 

요즘 부모들은 목적 없는 교육은 잘 못하는 것 같아요.


물론 옛날이기에 가능했던 일이겠지요. 요즘 아이들은 상황이 훨씬 좋지가 않아요. 아이들이 너무 바빠요. 아이들에게 스스로 놀고, 생각하고, 책 읽을 수 있는 시간을 좀 줬으면 좋겠어요. 지나가다 새로 핀 꽃, 돋아난 나뭇잎을 한 번이라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을 좀 주세요. 당장은 꼭 가르쳐야 할 공부고, 꼭 보내야 할 학원인 것 같아서 아이들 몰아붙였는데,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너무 많은 정보로부터 귀를 좀 닫고 대신 아이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엄마가 불안에 잠식 당하지 않을 튼튼한 마음의 중심이 있어야 하지요. 아이에게 시간을 주는 일은 방치된 시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관심과 사랑을 전제로 한 아이가 그것을 충분히 알고 느끼고 있는 가운데서 주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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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게 참 부족한 부모들이 많아요. 아이가 조금이라도 지루해 하면 뭔가 새로운 걸 줘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을 느끼고요.


사람의 마음은 늘 무엇인가를 향하기 마련이어서 아이의 마음에 무관심과 외로움이 싹튼다면 그것을 대신 채워 줄 곳으로 마음이 흐르게 되죠. 마음의 허전함을 잊게 해 줄 너무 완벽한 장난감, 현란한 게임 속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해서 놀 힘을 잃고, 엄마들은 잠깐의 편안함을 위해 영영 아이들을 그것들에 내어주고 말죠. 지나고 보니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는 일은 인생에 있어서 너무 짧은 시간이더군요. 엄마가 세상 전부인 것 같던 아이들도 결국은 제 세상을 향해 떠나기 마련이지요. 아이가 정말 부모를 필요로 하는 그 시간들을 함께해줬으면 좋겠어요. 그 빛나는 때를 누렸으면 해요. 피곤하고 귀찮아도 조금 더 아이와 함께 놀고 이야기하고 관심사를 공유하고 존중 받고 있다는 느낌을 항상 주도록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일하는 엄마라 함께 있는 시간이 짧을지라도 부모의 사랑에 대한 믿음이 있는 아이는 부모의 형편을 배려할 줄 알게 되죠. 부모와 깊은 유대가 형성된 아이는 부모가 일일이 함께하고 제어해 줄 수 없는 세상의 유해함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힘을 가지게 됩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것이 그런 것 아닐까요?


미술은 어떻게 즐기면 좋을까요? 미술교육에 관한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책을 읽고 자연을 자주 접하고 몸을 움직여 노는 모든 것이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는 비결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머릿속의 생각의 재료가 풍부해야 그려지는 그림도 풍성해지는 법이니까요. 어린 시절의 심심했던 시간을 채워주었던 여러 놀이와 책을 통해 빚어진 상상력들이 저를 그림책 작가로 만들어 준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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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재능이 보이면 전문적인 교육을 시켜야 하지 않나요?


생각한 것을 시각적으로 구현해 내는 일은, 물론 재능의 차이도 있고 훈련이 필요한 일이기도 해요. 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까지는 그런 훈련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본인이 좋아하고 원한다면, 그림 실력이 느는 것에 대한 압박 없이 자유롭게 받는 미술 교육라면 나쁘지는 않겠죠. 하지만 아이가 너무 일찍 정식 미술교육을 받게 되면 아이의 그림이 어린이다운 천진함이 많이 사라져요. 대상을 그대로 묘사하려고 하다 보니 창의적인 표현에 제약이 생기기 마련이고요. 그 또한 당연한 성장의 과정이고요. 피카소는 평생 아이처럼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하잖아요. 그러니 피카소도 부러워하는 아이들의 그림이 다듬어 지기 전, 그 거침없는 표현력이 사라지기 전 마음껏 솜씨를 발휘하도록 북돋아 주면 어떨까요?


그동안 많은 강연회를 통해 어린이 독자를 만나셨는데요. 아이들이 가장 자주 하는 질문은 무엇인가요?


"이 책을 정말 만들었냐?"는 질문을 자주해요. 어떻게 이 책을 만들었느냐, 어떻게 작가가 되었느냐는 질문도 하고요. 아마 자기가 읽은 책의 작가가 곁에 있다는 것이 신기한 모양이에요. 그림책 작가가 되고 싶은 친구들이 있냐고 물어보면 갈수록 손드는 아이가 제법 많아집니다. 제가 만난 아이 중 누구라도 저와의 만남이 마음에 박혀 인생의 중요한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늘 아이들을 정성을 다해 대하려고 해요. 강연 중에는 책이 만들어지기 까지를 담은 작업실의 작업 과정 사진을 보여주며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의 궁금증을 풀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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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스스로 장난감을 만들어 보라고 권유하신다고 들었어요.


강연회를 가면 책에 나오는 주인공 인형을 만들어 본다든가 작은 옷을 만들어 패션쇼를 벌인다든가 아이들과 책과 연계한 만들기 활동들도 꼭 함께해요. 스스로 장난감을 만들어 보는 일이 중요한 이유는 소박하지만 스스로가 주인이 돼서 놀 수 있는 놀이감을 만들라고요. TV 프로그램과 연계된 마트에서 파는 비싼 장난감들은 딱 그 역할 밖에 못하지 않냐며 말이죠. 아이들은 집에 가서도 만들어 보겠다고 남은 재료도 다 싸가지고 갑니다. 지난주 화성 수기초등학교에서 만난 2학년짜리 남자친구는 쉬는 시간에 저에게 따로 와서 “숲에서 나뭇잎을 채집할 때는 거미를 조심하라”고 충고를 해주더니, 제가 집에 갈 때는 눈을 바닥에 깔고는, 작은 소리로 "또 만나고 싶다"고 그러더군요. (웃음) 같은 활동으로 아이들과 만나더라도 늘 다른 상황, 다른 반응에 즐겁습니다. 아이들이 주는 생기발랄한 에너지가 또 다른 힘이 되곤 합니다.

(웃음) 정말 재밌는 에피소드네요. 앞으로 작품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숲 속 재봉사 시리즈'는 지금으로서는 다섯 번째 이야기까지 계획되어 있어요. 일단 내년에는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 『숲 속 재봉사의 옷장』을 펴낼 예정이에요. 『숲 속 재봉사의 꽃잎 드레스』와 짝이 되는 놀이책이 될 것 같아요. 그 동안은 작품의 텀이 너무 길었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부터는 조금 더 부지런을 떨어 보려고 해요. 처음으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재미있는 책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몇 년간의 작품 구상이 촘촘히 있어요. 제게 허락된 이야기를 투명한 매미 껍질처럼 다 비워 낼 때까지 열심히 작업해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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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재봉사의 꽃잎 드레스최향랑 글그림 | 창비
꽃잎과 나무껍질 등 우리 주변의 자연물을 가지고 이 세상의 다양한 색채와 색채에 따른 감정의 변화를 특유의 밝고 따뜻한 시선으로 잘 풀어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의 색을 통해 아이들의 정서를 섬세하게 자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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